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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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찍고 선을 잇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점선의 영역](창비) - 최민우


ㅁ 제목부터가 신비로운, 그리고 조금 호기심을 유발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게 눈에 잘 밟히는 것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점선의 영역이란 제목과, 소실점과 단조로운 직선이 그려진 표지,(그리고 부담없이 얇은 책 두께)는 소유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런 사소한 이유로 구매해서 읽었던 책이었다.

최민호 작가의 [점선의 영역]인데, 어떤 사전지식도 없었다. 작가님 이름도 처음 들어봤고, 무엇보다도 엄청 눈에 띄던 책도 아니었다. 그런 마이너한 걸 좋아한 나에게 안성맞춤이 아닌가. 책도 들고 다니기 간편해서,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금방 읽었다. 내용조차도 무척 현대스러운 느낌에 약간의 묘한 환상적인 요소도 들어있어서 나 뿐만 아니라 그저 책을 자주 읽는 사람이라면 쉽게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ㅁ 최민호 작가님은 처음 들었다. 한국에 수많은 소설가 또는 작가들이 있으니 내가 다 알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한 번쯤 들어본 책이 눈에 띄게 마련인데, [점선의 영역]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책을 내가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책을 구매할 때 내 손에 놓여져 있었고, 그렇게 내 품에 들어온 게 전부다. 너무 사전지식이 없어서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았다. 처음 들어본 작가님이었는데 생각보다 책을 많이 쓰셔서 놀랐다. 특히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을 한 번 들어봤던 책이었다. 그런데도 전혀 몰랐던 작가님이었다. 내가 모든 작가를 아는 게 아니겠지만, 들어본 책의 작가님을 몰랐다는 것에 조금 놀라면서도, 세상엔 참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ㅁ 책을 읽는 내도록, 왜 하필 [점선의 영역]이었는지 궁금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그 결과를 알지 못해서 다시 훑어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잘 모르겠다. 점선처럼 연하게 연결된 것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이루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 굳이 해석해보려고 얘를 쓰다보니 별 이상한 말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 모르겠다. 왜 하필 점선의 영역이었던 걸까. 그 답은 작가님 본인만 알고 계실테지만, 그저 읽는 독자로서 나름대로 해석을 적어보았다. '여러 관계의 연한 점선이 점점 뚜렷해지고, 그것이 만드는 영역의 중심엔 바로 '나'가 있었다. 그의 행동으로 점선의 영역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돌아보는 소설. ...... 막상 내가 해석했는데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냥 신비롭고 약간 달콤쌉싸름한 연애소설. 이렇게 말해도 되는걸까. 사실 연애소설이라고 부르기엔 달달하지도 않아서, 오히려 쌉싸름하고 서글픈 부분들(여러 사회적인 이유로)이 더 많아서 그렇게 불러선 안될 것 같았다.

또한 몇 가지 신비한 장치들이 있었다. 사실 신비스러운 느낌은 왜 있는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그들의 생활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걸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연애에 신비스러움은 그 현실을 깨트리는 하나의 일탈적 요소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읽는 내내, 책을 덮고 나서 그 확신이 더 뚜렷해졌던 것 같다. 취업을 준비하고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며 그런 삶들이 지금의 나의 삶, 그리고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활과 많이 다르지 않아서, 묘하게 서글픈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신비스러움은 바로 그런 점을 환기하는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ㅁ 장편치고는 짧지만, 그렇다고 단편이라기엔 좀 길었던 '서진'과 나의 이야기는 (신비스러운 장치만 제거하면) 바로 윗층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조금 슬퍼졌다. 축 가라앉은 그들의 이야기에 신비스러움은 약간은 통쾌한? 아니면 그런 감정을 환기시키며,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흘러갔고, 마지막에 와선 결국은 스스로 '점을 찍고 선을 잇기' 나름이라는 말. 바로 이 문장이었다.

예언이라는 확고부동한 점이 있다고 삶이 분명해지지는 않는다. 그 점의 앞뒤에, 위아래에 다른 점을 찍는 건 우리 자신이다.

p. 164

 그렇다.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확고부동한 게 어디 있겠는가. 그저 내가 점을 찍고 그 점들을 잇고 선을 만드는 건 나니까. 우리니까. 그렇게 사는 게 삶일 것이며,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다. 또 이런 부분을 본다면 이건 연애소설이라고 부르는 건 잘못된 것 같다. 그저 우리 삶의 이야기.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살아가는 딱 나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 불안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다만 다른 점은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해쳐나간다는 점이겠다. 하지만 나에겐 없으니 뭐... 조금 더 슬플 뿐이다.


ㅁ 이런 류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많이 찾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로 소설작품을 읽는 것은 더 절절하고 쉽게 흡입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바로 이 책은 그런 책이라서, 순식간에 읽어버린 책이었고, 읽는 내내 내 삶이 생각나서 서글퍼졌고 지금의 나도 소설의 '나'와 '서진'이처럼 헤매고 있을 때 읽어서, 더 우울해졌던 책. 언젠가 또 다시 헤매게 된다면 이 책을 찾게 될 것만 같다. 지금이야 조금 괜찮지만 언제 또 점을 어떻게 찍어야할지 고민하게 된다면, 그저 난 저 마지막 문장을 생각하며 다시 [점선의 영역]을 꺼내 읽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각자의 불완전함을 껴안고 살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다시 말해, 이제부터 진짜 관계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어떤 것도 미리 정해지지 않은 관계를.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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