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작가의 <창 너머 겨울>을 읽은 후 매 해 겨울마다 이 소설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락스와 가려움증, 퍼져나가는 포자의 이미지 같은 감각들과 함께. 독자가 신뢰하는 작가, 최은미의 분기점이 될 세번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 출간과 함께 최은미 작가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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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설집에 실린 소설 중 ‘수상작품집’ 등의 형태로 미리 독자를 만난 소설이 여러 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집 원고를 읽으며 최은미 작가의 단편들과 함께 한 시절을 지나왔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소설들이 발표된 ‘시점’에 대한 이야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소설집에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소설들이 묶여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이 시기는 제게도 큰 변화가 찾아왔던 시기였어요. 제 감정과 경험들을 공적인 맥락에서 살피면서 저를 둘러싼 것들을 재해석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소설을 쓰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요. 그간 쓴 소설들을 묶으면서 저도 제 인물들과 함께 2016년과 2018년을, 또 2020년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때를 지나온 이들이 어디선가 오늘을 계속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요. 




최은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종종 소리가 들린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보내는 이>의 거실의 풍경, 생활 소음 같은 것들이요. 이러한 ‘최은미’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가 많이 계실 듯해요.


소설을 쓰면서 감각에 대한 묘사를 할 때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오직 소설을 쓸 때만, 또 소설을 읽을 때만 가능한 방식으로 독자들과 세상을 함께 감각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설을 쓰면서 느꼈던 그 즐거움을 함께 누려주시는 독자분들을 만날 때 저도 더없이 좋습니다. 




<나와 내담자>, <내게 내가 나일 그때> 등의 소설에서 상담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소설을 읽는 상황 역시 독자가 주인공의 상황을 보며 그와 ‘상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나와 내담자>에 상담자의 이런 서술이 나와요. 여러 내담자들이 만든 모래 상자를 마주하면서 상담자 또한 자신의 상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고요. 우리가 소설을 쓰거나 읽으면서 그 소설의 인물과 만나는 과정도 어느 면에선 그와 유사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요. 자신의 어떤 부분을 모른 척한 채로는 핵심에 가닿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요. 




<눈으로 만든 사람>의 윤희, <내게 내가 나일 그때>의 유정과 같은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을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희와 유정은 폭력 이후를 살고 있는 인물들이에요. 자신이 겪은 폭력을 세상에 공유한 뒤 현실과의 괴리 사이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하구요. 저는 폭력을 말한 사람도 말하지 못한 사람도 여전히 곳곳에서 무언가를 무릅쓴 채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뭔가를 얘기할 수 있다면 저는 윤희과 유정들보단 이들 외부를 향해 말하고 싶어요. 윤희와 유정들이 더 무릅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길 원한다고요. 




오랜만에 만나는 소설집입니다. 이 꽉 찬 소설집이 한 권으로 엮이기까지 소설집을 기다린 독자가 많이 계실 거예요. 독자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1년 봄을 막 떠나보내면서 독자분들과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이 소설들 중 한 단편에서 ‘지금은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인물이 나오는데요. 아직은 보내지 못할 것만 같은 편지를 혼자 쓰고 있는 누군가에게 제 글이 또 다른 편지처럼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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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 작가, 번역가, 평론가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아작의 책에 관해 물었습니다.

단 한 권의 아작, 답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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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마지막으로 할만한 멋진 일>

도저히 이 책의 이야기들은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책. 그런만큼 얼마나 훌륭한 솜씨로 짜놓은 이야기들이 강렬한 힘으로 불타올랐는지 되새기게 되는 이야기들.



김보영 <리틀브라더>

출판사 아작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책. 번역자로부터 “신생 SF 출판사가 생겼는데 책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또 새로운 불나방이 불에 뛰어드려니 했었는데….

김창규 <유령해마>

원숙함까지 겸비한 작가의 사고와 구상화 능력이 빈틈 없이 들어찬, 완성도 높은 SF의 표본.



김초엽 <어떤 물질의 사랑>

천선란 작가의 서늘함을 좋아한다. 천선란의 따뜻한 글도 좋지만 그의 특기는 서늘하고 슬픈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일, 이 단편집에는 그런 매력을 지닌 작품들이 모여 있다.



듀나 <사소한 정의>  시리즈

대명사를 뒤틀고 지우는 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연작. 그렇다고 이 신나는 시리즈의 스페이스 오페라로서의 재미가 그 아이디어 안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니다.



문목하 <저 이승의 선지자>

타인을 사랑하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오랜 교훈의 가장 환상적인 변주. 작가가 독자를 울리기 위해 반드시 슬픔이 필요한 건 아니다.

심너울 <돌이킬 수 있는>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SF 장편 중 하나. 문목하 작가님의 새 장편과 영상화 모두 절실히 기대한다!



정세랑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새로운 감성의 SF를 만날 수 있어 기뻤고, 이 책의 장면장면이 오래 생각난다.



천선란 <체체파리의 비법>

새벽녘까지 소파에 앉아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 읽던 순간, 나는 앞으로 내 세계가 달라질 것을 확신했다. 그런 소설이다.


정보라 <식스웨이크>

정말 신나게 읽었고 강력 추천한다. 정통 SF와 정통 추리소설이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의 모범을 보여주는 매혹적인 작품.



강다연 <사람의 아이들>

우리의 다음은 무엇인지, 무엇이 있기나 한지,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대체 왜 살아남아야 하는지. 그런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던 책.

강현 <얼마나 닮았는가>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이해해본 적 없는 인간의 피부 아래로 들어가는 경험을 할 이야기. 온정주의나 냉소주의 없이 한 인간을 이해하는 단편들이 담긴 소설.

고호관 <별의 계승자> 시리즈

괜찮은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둔 뒤 후속편에서 지리멸렬해지는 이야기는 많다. 그리고 야심차게 출간을 시작한 뒤 이런저런 이유로 후속편을 제대로 내지 않는 출판사도 많다. 별의 계승자 시리즈는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곽유진 <저주토끼>

작가는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라고 말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 같이 조금씩 불행하거나 불행해진다. 그렇지만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기에 그들의 쓸쓸함은 온전히 그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구한나리 <화재감시원>

코니윌리스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하는 계기로도, SF의 다양한 분위기를 맛보기에도 최고의 책

김다민 <유미의 연인>

책을 덮고서 사랑할 여력을 그러모아 주먹을 쥐어보았다. “손이 창백할 때 이 책을 펼치세요.”

김수륜 <사소한 정의>

사소한 정의를 처음 읽고 너무 흥분했다. 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하고 싶었다. “스페이스 오페라 좋아하세요? 안 좋아한다고요? 사소한 정의를 읽으면 좋아하게 될 거예요!”


김아린 <나의 진짜 아이들>

때때로 우리의 삶은 “매우 혼란” 상태이며 기억은 무수히 많은 파도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결코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우리 시대의 수많은 트리샤와 팻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김영리 <리틀브라더> 첫사랑, 첫눈, 첫키스. 처음이란 단어가 붙은 말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아작의 첫책이어서도 그렇지만, 경쾌하게 술술 읽고 덮었는데, 자꾸, 계속, 한번씩 생각나는 작품. 그래서 찐이다.


김유경 <식스웨이크> 우주선 안에서 새로 깨어난 클론들이 자신들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이 작가가 얼마나 영리한지는 결말이 말해준다. 


김이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하인라인의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때 정말 감동받았고, 여러 번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우주로 가보고 싶은 십 대 소년 소녀가 모험을 통해 영웅이 되고 마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구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영원히 재밌는 소재로 남으리라.


김인정 <구미베어 살인사건>

아작 책에 갑자기 손 대기 너무나 두렵다는 분들께 ‘부담없이 이거 어떠세요?’ 하고 입문용으로 고른다면 이 책!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수록작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버려진 곰인형들을 위한 만가>.


김주영 <식스웨이크>

스릴러와 SF, 두 장르의 결합이 맛깔스럽다. 미래의 범죄 현장과 해결 과정을 흥미롭게 따라가는 동안 인간이 불멸하는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범죄 유형을 선뜩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김현재 <완전사회>

작가의 이름과 제목만 들어봤던 작품을 직접 읽을 수 있어 뜻깊었고, 작품에 담긴 선구적인 시각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시간의 흐름과 망각 속에 잠겨 있던 한국 SF 고전의 발굴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저작.


남세오 <증명된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이산화는 비주류에 대한 사랑을 가장 우아하고 세련되게 풀어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마땅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할 책.


남유하 <온 여름을 이 하루에>

7년 동안 내리던 비가 멈춘 순간, 나는 금성을 뒤덮은 거대한 숲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레이 브래드버리라는 작가를, 그의 작품을 사랑하게 되었다.


문이소 <붉은 칼>

표지에 칼이 하얀 칼인 건은 몹시 아쉬우나 그래도 <붉은 칼>은 최고! 광막한 우주에서 펼쳐지는 여성의 사랑과 전쟁, 연대와 생존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를.

모래(손소남) <체체파리의 비법>

나는 바로 이런 걸 읽고 싶었어. 팁트리 주니어의 소설을 읽은 다음에야 이런 걸 읽고 싶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이의 소설집을 한글로 읽기 위해서 우리는 너무도 오래 기다려야 했다.



물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표제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내 인생에서 ‘단편’의 맛을 알려준 강렬하고도 날카로운 작품. 꼭 추천한다!



민규동 <돌이킬 수 있는>

아작이 스스로 빚어 내놓은 첫 작품이기에 그 자체로 기념비적이다. 뭣보다, 돌이킬 수 있다면, 이 작품을 읽기 전으로 돌아가서, 그 놀라운 설렘과 훙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



박문영 <저주토끼>

동화와 민담과 설화를 오가는 소설. 스산한 단편들이 묘하게 포근하고 저릿하다. 매력적인 도입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와 나만 남곤 했던 유년기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박상준 <라마와의 랑데부>

우주를 향한 인류의 원초적인 동경'을 가장 잘 표현하는 거장 아서 클라크의 대표작. 시대를 뛰어넘은 SF의 영원한 정전. 미래, 우주, 외계인, 인문사회적 시야의 확장 등등 SF만이 선사하는 ‘경이감'의 핵심 고갱이들이 오롯이 담긴 걸작.



박송주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나의 현실에서 SF적 상상력을 드러내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을 깨닫게 됨을 알게 해주는 책. 우리가 변방에, 주변에서도, 존재하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넌지시 말해준다.

박해울 <여왕마저도>

이 책을 읽고 코니 윌리스라는 작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유쾌한 분위기를 가졌으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이 매력적. 특히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는 크리스마스에 읽으시길 추천.


배지훈 <중력의 임무>

과학소설의 정의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약 이런 세계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그리는 장르’라고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중력의 임무>는 그 정의에 완전무결하게 부합하는 작품. 중력이 단순히 700배가 되는 행성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그 위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도 그려냈다는 점에서 탁월한 작품.

백승화 <지상 최대의 내기>

코미디에 애정을 가진 저에게 곽재식 작가는 지나칠 수 없는 존재다. 푸근하고 엉뚱한, 곰탕 안의 젤리 같은 한국 SF코미디를 찾으시는 분들께 <지상 최대의 내기>를 추천한다.



설재인 <여왕마저도>

이 책을 소개받았던 장면을 또렷이 기억한다. 생맥주를 흡입하던 야외 테이블. 안주는 먹태였고, 나는 입에서 생선조각이 튀어나가는지도 모른 채 소리를 질렀다. “미친! 그런 소설이 있다고요?” 그렇다, 있었다. 그런 소설이.

손지상 <제프티는 다섯 살>

저녁놀처럼 그리우면서도 기괴한 사변소설의 이미지와 가상의 노스탤지어.



송경아 <혁명하는 여자들>

시의적절한 기획과 출간으로 ‘페미니즘 SF’의 존재를 팬덤 밖으로 널리 알려준, 아작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



송은우 <완전사회>

60년대 한국문학 특유의 문체에서 느껴지는 고전적인 정중함이 더욱 매력인 놀라운 SF 소설. 주인공 우선구가 그랬던 것처럼 작가도 작품에 자기를 담아 헤매는 후손에게 메세지를 전하려 했던가? 내 고통을 죄다 남탓으로 투사하며 편을 갈라 싸우는게 정의인 줄 아는 요즘 시대에 필히 읽어야 할 진정한 미래소설.



송한별 <유미의 연인>

숨 쉬듯 혐오를 내뱉는 세상에서 매번 실망하면서도 계속해서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소설집. 이서영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로서의 사랑을 믿고 계속해서 사랑해 나가는 작가다.



시아란 <증명된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 개념, 무대로부터 시작해, 우리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경이의 세계로 이어지는 단편들의 묶음. SF독자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무지개맛 과자상자이다.



심완선 <야자나무 도적>

좋아할 작가를 찾고 싶을 때 단편집을 손에 든다. 이 여행이 언제나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때로는 지루하기도, 불편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언제나 경험이 남는다. 페미니즘과 SF는 늘 추천하는 여행지. 이쪽으로 떠날 준비가 된 사람에게라면 이 책은 오랫동안 재미있을 것.


엄길윤 <지상최대의 내기>

곽재식 작가는 오직 한국에서만 일어날 것 같고, 꼭 한국에서만 일어나야 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SF와 로맨틱한 SF를 능숙하게 펼쳐놓는다. 이 얼마나 멋진 블랙코미디인가.


엄정진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SF를 처음 읽거나 잘 안 읽던 사람에게 입문용으로 좋다. 재미있고 전개가 빠르며 마지막엔 살짝 뭉클하다. 과학과 공학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에 놓고 쓰인 ‘미스터 SF’ 하인라인의 대표작.


위래 <유리감옥>

특이점 이후의 미래, 실험이란 명목으로 21세기의 중산층 가정에 떨어진 주인공이 자신의 허물어진 정체성을 다시 쌓아나가는 싸움을 그린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검열, 신분 도용, 복제와 같은 근대의 낯익은 개념들이 러브크래프트의 괴물들보다도 무섭다고 느낄 것이다.



유목연 <화재 감시원>

농담과 서정과 비애를 완벽하게 저글링하는 솜씨를 보여주는 단편집. 같이 있으면 좋은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이다. 나 혼자만 웃겨 죽기는 아깝고, 또 사람이 살면서 가끔은 혼자 낄낄웃다가 속으로 ‘아, 이거 정말 웃긴데 어디 말할 데도 없고…’라며 좀 고독해지고 그래야 된다.



윤이안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한참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까지 쌓인, 응축된 서사를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 같은 한 문장이었다. 특별하거나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감정을 전달한다. 내가 소설을 읽는 건 바로 이런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윤주미 <중력의 임무>

과학자들의 상상력과 티키타카가 빛나는 소설. 과학적 이론을 이용하여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껴 보길 바란다. 그야말로 ‘Oldies, but goodies.’



이건혁 <양 목에 방울 달기>

혐오마저도 이렇게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놀라고, 꽤 까다로운 전개임에도 단숨에 읽힌다는 점에서 두 번 놀란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왜 코니 윌리스, 코니 윌리스 하는지 아시게 될 것. 



이경희 <유미의 연인>

누구보다 다정하고 사랑 가득한 이서영 작가의 신작 소설집. 특히 단편 <센서티브>는 한국 SF 단편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이규락 <삼사라>

유물론적 사고실험과  약자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경탄이 나올 정도로 잘 결합된 소설집. 특히 단편 <유일비>는 좋지 않은 뉴스와 염세적인 풍경으로 가득한 현재에,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나경 <여름으로 가는 문>

다섯 번째 한국어판이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안 읽은 사람 없게 해주세요.”


이다혜 <돌이킬 수 있는>

작가에 대해서도 소설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해 혼자 신나 끝까지, 점점 가속하며 내달리는 기분으로 읽었다. 읽는 동안보다 다 읽은 다음이 더 좋아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아작에서 내는 한국 작가 소설들은 무조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



이도 <나는 바나나다>

한국 소설계에서 등한시되던 SF 장르, 이 장르가 새로운 꽃을 피우기 전 꼭 필요한 책. 편견의 틀 없이 만들어진 <나는 바나나다> 속 중편들은 매우 기발하고 날카롭다.


이동현 <야자나무 도적>

6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비영어권까지 아우르는 광대한 작품 선정을 통해 페미니즘 SF가 이룩한 성취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단편선. 특히 페미니즘을 매도하고 폄하하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지금 같은 반동의 시대에 더없이 귀한 결실.

이멍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어도 깊은 울림과 생각할 거리를 송곳처럼 가슴에 찔러넣는 SF. 사랑과 운명에 휘둘리며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고 나는 다시 첫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민섭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따라가려고 노력하다 정신을 잃다보면 어느새 동화되어 있는 책!



이산화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이 단편집의 표제작이 번역되어 나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 잔혹한 우주를 살아가는 생물들의 사랑과 운명과 죽음에 대한 아름다운 책이자, 아작을 주목하게 된 계기.



이수현 <돌이킬 수 있는>

아작에서 내줘서 고마운 책도 많았고, 좋아하는 책도 많지만 특히 이 소설이 나왔을 때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시도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의 소설은 대체가 어려운 특별한 경험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에 담긴 유머, 지적 유희, 서사적 쾌감. 그리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더 절실한 어떤 태도와 관점까지.


이재호 <여름으로 가는 문>

냉동 수면과 시간여행, 그리고 고양이, 이 세 가지 조합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  거기다 한국 최고 SF작가님의 훌륭한 번역까지. 이 답답한 시기에 여름으로 가는 문을 열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멋진 고양이와 함께.




이정인 <온 여름을 이 하루에>

충분히 환상을 섭취해야만 현실을 버틸 수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집은 책상 위에 올려두기만 해도 든든한 종합비타민제와 같다.




이주혜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천천히 사멸하는 세계가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건 생존을 향해 발버둥 치는 인간이 여전히 사랑하고 미워하며 마주보기 때문이다. 해체된 세계의 생태계에 SF라는 현미경을 들이댄 집요한 사랑 이야기.


이지용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SF라는 장르가 줄 수 있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상상의 즐거움을 시종일관 놓치지 않는 이 수작을 더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겠다.




이지은 <저 이승의 선지자>

문체가 아름답고 문장이 적확하며 독자를 먼 곳으로 떠나게 해준다. 떠났다가 돌아오면, 다른 사람이 된다. 조금 덜 외로워진 인간이 된다. 


이채하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작중 배경은 인도이거나, 더 멀거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거나 개념임에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확실해서 좋았다.



임욱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이 책의 끝을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 단편 <다락방> 소녀의 말대로, 세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벽이 허물어졌고, 나는 아름답고 위험하게 뒤섞인 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 속에서 나는 자유로웠고, 또 끝도 없이 두려워 참으로 행복했다.



임태운 <라마와의 랑데부>

누군가 내게 단 한 권의 SF소설만 타임캡슐에 넣어 만년 뒤의 미래로 보낼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이 책을 꼽겠다. 우주 저편에서 날아온 원통형 물체 ‘라마’를 탐사하며 그 경이로움을 묘사하는 이 소설은 “하드 SF는 너무 근엄해서 재미의 쾌감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화끈하게 박살내는 어드벤처 액션물이기도 하다.


전삼혜 <크로스토크>

SF계의 최고의 수다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장 코니 윌리스의 <크로스토크>를 추천한다. 텔레파시와 유전자, 소통과 사생활 침해 사이의 무거운 문제를 빠르고 장황하게 풀어내는 새콤달콤한 책.


전혜진 <나는 바나나다>

신인작가들의 작품은 지금 이 장르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지표와 같다. 신인작가들의 손과 눈으로 빚어지고 중견작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다듬어진, ‘지금 여기’를 보여주는 이정표 같은 책.

정대영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이 세상에 천재는 의외로 많지만, 그 결과물을 풍성하게 내어 놓는 천재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할란 엘리슨이 바로 그런 드문 천재다. 작가가 직접 지은 작품 제목부터 당신의 관심을 확 끌었음이 틀림없을 텐데, 수록된 단편들의 내용도 제목만큼이나 훌륭하다.



정명섭 <별의 계승자>

우리는 SF라고 하면 항상 미래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별의 계승자는 시선을 과거로 돌렸다. 인류의 시작이 어디일까 라는 웅장한 물음에 대한 기가 막힌 답변을 들려준다



정이담 <혁명하는 여자들>

주어가 설명되지 않거나, 주인공이 특별히 묘사되지 않을 때 우린 캐릭터를 무의식적으로 남성으로 특정하곤 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자연스럽게 모든 주인공을 여성으로 읽는 경험이 가능하다. 재미있고 다채로운 단편들은 SF에 입문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기 좋다.



조호근 <터키 갬빗>

괜찮은 추리물, 흥미로운 역사물, 훌륭한 전쟁 첩보물. 고전 장르소설을 향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거칠고 묵직한 필치와, 지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정교한 서술이 공존한다. 아쿠닌의 소설 중 가장 신선하게 놀라웠던 작품이다.



최세진 <기기인 도로>

단일한 주제로 국내 여러 작가가 이렇게 완성도 높은 앤솔러지를 출간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한국 SF의 양적, 질적 성장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다.



최지혜 <올클리어>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대단원을 내린 작품. 수십 년에 걸쳐 쓴 작가의 노력과, 여러 역사의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사람을 배우고 사람을 사랑하며 희생한 작중 인물들의 목소리가 인류애를 치솟게 하는 소설이다. 시리즈의 인물이 총 집합하는 완벽한 결말로서 길이 남을 본보기.



클레이븐 <중력의 임무>

극단적인 환경에서 펼쳐지는 스토리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치밀하고 정교한 설정은 실존하는 천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멋진 배경을 탐험하는 발리넌 선장의 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참으로 즐거울 것이다.



해도연 <제프티는 다섯 살>

할란 엘리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이고 감정이고 세계다. 결핍과 과잉, 사랑과 미움, 상처와 치유가 세포막부터 분해되어 섞이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하는지를 이보다 잘 보여줄 수는 없다.



홍준영 <나는 입이 없다 그러나 비명을 질러야 한다>

알프리드 베스터의 영향을 받은, 구식 기술과 미래적 상상력이 음울하고 비통하게 이어지는 빼어난 글솜씨.



홍지운 <얼마나 닮았는가>

모두가 반드시 읽었으면 한다. 김보영은 언제나 옳으니까.



황모과 <우리가 추방된 세계>

SF라는 세계가 함의하는 가치를 보여준 걸작들.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거짓말’이 펼쳐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명의 멋진 거짓말쟁이가 되길 꿈꾸기 시작했다.


황성식 <멜랑콜리의 묘약>

첫 단편 <어느 잔잔한 날에>에 감명받아 여자 친구에게 그 내용을 들려줬었다. 거칠게 요약된 줄거리만으로 감동의 눈물을 글썽이던 친구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아둔한 말솜씨를 통해 전달되더라도 좋은 이야기는 끝내 사람을 감동시키는구나 싶어 또 한 번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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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를 모셨습니다. 단 한 권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인상적인 시작점을 찍은 작가, 장류진이 '월급만으로는 부족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달까지 가자> 장류진 작가의 5문 5답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보러 가기 :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18476











Q.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주로 2017년이라 팬데믹 이전의 직장생활에 대해 아득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나 지인들도 만난 지 한참이 됐네요. 저도 2017년의 풍경을 그리면서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떠올랐고 많이 그리워졌습니다. 친구들아 잘 지내지……? 나 책 나왔다!




Q. 다시 소설 속 주요 소재인 '이더리움' 등 비트코인 계열 아이템의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소설이 문학3에 연재되던 2020년 11월 시점엔 가격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는데요, 이렇게 소설이 현재를 '예언'한 듯한 상황이 다가올 때 어떤 기분을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 사실 이 소설을 써야겠다고 처음 발상하고 구상할 때에는 전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서 ‘이걸 다 쓰고 출간까지 하면 조금 지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지나가듯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소설을 한참 쓰는 동안 다시 뉴스에서 가상화폐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심지어 연재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2017년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자 ‘오호라……?’ 싶었죠.(웃음)




Q. 장류진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는 특히 주인공의 입장에 이입하게 되는 듯합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팔아야 해, 팔면 안돼' 두 가지 감정이 오가면서 주인공이 성공하길 바라게 되었어요. 인물과의 거리가 가까운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고요.


- 그렇게 읽어주셨다니 작가로서 정말 기쁘네요. 장편소설이다보니 ‘빌드업’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1인칭이라는 형식상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Q. <일의 기쁨과 슬픔> 이후 발표한 단편과 <달까지 가자>까지, 작품을 함께 읽으며 '장류진적인 문장'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문장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경제적인 문장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문장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 및 성격과 어우러지기도 했고요.


- 제가 잘 읽히는 문장을 좋아해서 문장을 쓸 때 그 부분을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쓸 때부터 그렇게 쓰는 편인 것도 물론 있겠지만 초고를 쓰고 나서 다듬고 깎아내는 곳도 많습니다.




Q. 장류진 작가의 소설에 공감하는 분 중 다수는 '직장인'일 듯합니다. 이 '직장인' 후배의 책상에 꼭 필요한 선물 하나를 놓아준다면, 어떤 걸 선물하고 싶을까요?


- 노트북 스탠드 혹은 모니터 받침대와 손목 받침대요. 목과 손목의 관절을 지켜주는 아이템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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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5일, <복자에게>를 출간한 김금희 작가가 편집자K님 (https://www.youtube.com/user/HARIN1983 )과 함께 알라디너 TV (https://www.youtube.com/channel/UC-9TtVKtRYWT3_iD2LIsR7g)를 찾아주셨습니다. 즐겁게 진행된 라이브 이야기와, 라이브 후 담당 MD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함께 공개합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너무 한낮의 수다


- <복자에게>는 어떤 작품인가요?

그리운 이를 실제로 만나는 경험은 어떤 감정들일까 생각했고, 제주의 씩씩하고 유머감각 있는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과 일하는 여성들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마음을 담아 쓰게 된 작품입니다.


- 요즘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합니다

요즘은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 제주도에 관한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면

해녀분들은 고생하시지만 카리스마가 있고 멋있으세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제 자전거를 멈춰세우고 기름칠을 해주신 적이 있었어요. 별다른 인사도 말씀도 없이요. 실제로 보건소에도 여자 의사분이 계셨고, 그런 모습을 소설에 녹일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본 모든 게 기적 같아요.


- 복자라는 인물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나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 한 사람이 공동체의 어떤 부분을 대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복자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이 되었습니다.


- 여성 판사라는 직업과 설정이 신선합니다.

직업이 가진 갈등의 포인트가 소설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판사인 이영초롱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인물이 자기 힘으로 내게 다가와서 움직이는 느낌이 종종 있는데, 이 소설이 좀 그랬습니다. 후반부에는 이영초롱이 스스로 움직여 판사직을 내려놓고 프랑스로 떠나는 것 같았어요.


- 판사 자아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 자아가 너무 커져서 힘든적이 있으세요?

다음 세상엔 농사를 짓고 싶어요. 적성검사에서도 농사가 체질이라고 나오기도 했고, 식물을 사랑하기도 하고요.


- 인물들의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초롱은 이지적인 이름, 그러면서 밝은 느낌을 주는 이름이었으면 했어요. 오세는 오름에서 착안했습니다. 소설을 출간한 이후 오세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오세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 서로의 편지가 닿지 않고 불발되기도 하는데, 왜 이 이야기에서 말을 전하는 소재가 편지여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메일을 수신확인도 되고, 좀 잔인한 것 같아요. (웃음) 편지가 드라마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쓰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주고받은 편지를 모두 모아두고 있기도 해서, 편지를 기다리던 순간들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들도 있고요.


- 이번 소설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이번 소설은 독자 생각을 특히 많이 하며 쓴 소설이예요. 그냥 견디면 회복의 기운이 약간 돌기 시작하고, 별게 다 위안으로 느껴져요.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 각 인물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느낌이 궁금합니다.

이영초롱과 복자에게 특히 몰입하며 쓴 이야기였어서 두 인물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복자를 생각하면 큰 나무 같은 게 생각나요. 영초롱을 생각하면 복잡한 내면을 생각하게 되고요. 두 인물에게 대단해, 잘했어, 고마워, 말해주고 싶어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쓴 단편을 모은 게 책 한 권이 되어가서, 내년 상반기 단편집을 낼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립니다.

댓글을 보고 싶었는데, 긴장해서 잘 못 봤어요. 라이브에 참여해주셔서 너무 반갑습니다. 행사가 있기를 이렇게 바랐던 적이 있나 싶어요.  마스크 벗는 날이 오면 열심히 열심히 인사 드리겠습니다.









김금희의 가장 청량한 위로

장소를 옮겨 김금희 작가에게 MD가 질문했습니다. 라이브 얘기부터 먼저 여쭈었습니다.





우리라고 묶일 수 있는 기억이 있었던 한 시절로


 

오디오북으로도 연재하며 처음부터 독자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 소설로 알고 있습니다. 알라디너 TV 라이브 후 뵙게 되었는데요, 독자와 이런 방식으로 만나는 경험이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오디오북 연재 때는 제 댓글을 달지 못했어요. 소통을 하고 싶었는데 스토리가 흘러가는 와중에 흐름을 깰까봐 거의 입을 계속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연재가 끝났어요.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지면엔 한계가 있어서, 오프라인에서 독자에게 <복자에게>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었죠. 허심탄회하게 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저는 되게 좋았어요.

 

채팅창에 모여계신, 김금희 작가를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기 좋았어요.

 

라이브 때는 긴장되어 댓글을 잘 읽지 못했는데, 꼭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작가가 연차가 되면 될수록 항상 새로운 책이나 작가가 늘 나오잖아요. 오랜 시간을 같이 따라서 읽어주시는 독자가 있지 않으면 이 직업은. 하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걸 절실하게 깨달아요. 이번에 소설에 대한 다른 댓글을 몇 개 봤는데 이전에 본 제 작품이 좋았기 때문에 새로운 걸 볼 때 전보다 나쁘면 어쩌지, 염려를 해주시는 거예요. <복자에게>를 읽었는데 좋아서 다행이었다, 안심했다. 이런 표현을 보고 독자가 작품을 읽어야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작업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자가 막 확대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읽어주신 분들이 또 읽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라이브 채팅창 분위기는 같은 작가를 좋아하는 공동체가 만들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독자들도 자기 시간을 쓰고, 자기 기를 넣어 책을 읽는 거니까, 자기 감상에 대해 부정당하게 되면 서운한 그런 동료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독자들도 책에 관심을 두게 되면 말하고 싶잖아요. 코로나19가 오기 전엔 독서모임도 활성화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독서모임도 할 수가 없으니, 이런 라이브 자리가 있으면 게릴라처럼 모여서 책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아요.

 

 

김승옥문학상 수상작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읽는 동안 이우리라는 단어가, ‘우리가 왔다라는 느낌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괄호처럼 특정한 세대를 묶는 소설이었으면 했어요. 각자의 삶은 하나로 묶고 싶어도 묶어지지가 않잖아요. 그럴 땐 도리어 하나하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전체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우리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오성이나 강선이나 주인공이나 삶의 태도가 각자 너무 다르잖아요. ‘우리라고 묶일 수 있는 기억이 있었던 한 시절로 그 모두를 묶어내는 게 이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단편과 장편, 에세이를 모두 만날 수 있는 한 해라 독자로선 감사한 한 해였는데, 올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되게 힘든 것 같아요. (웃음) 팬데믹도 너무 힘들었고요, 예정된 작업들은 다 해야 했고, 실제로 다 했어요. 비일상적인데 일상을 유지해야 된다는 게 너무 어렵잖아요. 시장 상황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닌데, 이런 상황에 책을 내는 게 어렵기도 했고요. 어쨌든 단련이 될 걸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도 마감을 하고 책을 낸 경험이 있으면 더 좋은 상황이 되면 더 열심히 해낼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보냈어요.

 



 “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털어내야 한다”

 

<복자에게>에서 처음 판사라는 직업을 설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낯선 직업인데, 강연에서 본 모습이 저한텐 되게 임팩트가 있게 다가왔어요. 법조계 영화에서는 대체로 멋있는 검사가 나와서 악의 무리를 소탕하거나 하잖아요. 그렇지만 사실 재판을 하러 가보면 삼십대 정도의, 그냥 직업인인 모습의 여성 판사가 행정의 일환으로서 활동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봐요. 그런 사람들이 발견이 안 되고, 가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꽤 젊은 분들이 지금도 하고 있는 직업이니 말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초롱의 동생의 말. “웃으면 정말 멍청한 사자 같은 게 될까봐” (15)를 들으며 영초롱은 마음이 차가워지면서, 묵직한 추가 달린 듯 몸이 어딘가로 기우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듯 어떤 대화를 하고 난 이후의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될 때가 있죠. 이 부분에 대한 묘사가 무척 좋았습니다.

 

소설은 인물이 각자의 인생에서 전환을 맞는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그 전환이 되는 부분을 전달을 해야 되는데, 급격하게 인물이 깨닫는 건 어색하니까, 그런 장면을 포착하는 게 작가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독자도 자기 일상에서 경험한 감각이어야 공감할 수 있고요.


저도 그런 장면을 쓸 때, 앞에서는 영초롱이 동생을 좀 무시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귀찮아하기도 하는데, 동생의 그 말을 들은 순간 그 어린아이도 이 IMF 같은 급격한 변화를 같이 짊어지고 있구나, 이 수난의 시대를 얘와 내가 함께 통과하고 있구나, 동지구나, 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제주도라는 공간은 4.3과 같은 아픔을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일을 하고 나아가는 섬이라는 점에서 복자와 영초롱의 현재와 매칭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제주도라는 섬이 나아가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해녀분들도, 힘들고 피곤한 노동인 게 물론 맞지만 그 나이대에 비해 굉장히 많이 버세요 (웃음) 수입이 꽤 되시고, 자기 삶을 책임지는 분들이 많아요. 작가로선 그런 건강함 같은 것을 그리고 싶어서 고민을 하게 됐어요.


4.3의 흔적은 각자의 사연들도 얘기가 되지만, 공동체의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제주도에 머물 때 병원에 갔는데, 4.3 관련된 분들은 병원비를 깎아주고 그런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봐요. 아주 사소하지만, 그걸 통과해온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있더라고요. 택시를 타도 제가 서울에서 온 걸 알면 운전사분들이 4.3에 대해 말씀을 하세요. 그럴 때면 과거가 현재화되어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 사건은 현기영 선생님이라든지 선배 작가들이 많이 다루신 사건이고, 제가 직접 다루진 못했지만, 어쨌든 지금 이 이야기에서 말하는 정도로는 현재화해 다루고 싶었어요.

 

 

 

판사인 이영초롱이 겪는 구멍이 난 마음, “자부와 자긍, 자명함이나 자기 확신, 자신감 같은 것이 빠져나가 화가 난 상태 (35)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면 한번쯤 느껴본 마음일 듯합니다.

 

불안감이나 부담감 같은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이잖아요. 그분들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개입하는 느낌이니까, 거기서 오는 괴로움과 자괴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법은 명료한 것인데, 그걸 내리는 사람 자체는 인간이었구나, 그때 깨달았던 것 같아요.

 

 

 

“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털어내야 한다” (39)의 조언을 보며 소설가가 소설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되는 순간, 빠져나오는 방법이 궁금해졌습니다.

 

이 직업이 내 인생을 장악해 들어가는 느낌이 좋지만은 않아요. 저는 예상을 못했는데, 제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더 노출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되도록 이 일하고 상관없는 친구들, 가족들을 만나려고 해요. 만나면 그 세계가 가지고 있는 건강함이 있어요. 그래서 아, 역시 내가 할 일은 내 인생을 사는 거구나, 다른 삶을 사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오죠. 그런 식으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의 힘, 나는 그 말이 오늘밤 참 좋다”


복자와 사이가 틀어지고말하기 싫은 날들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였다”(79)라고 말하던 영초롱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나아지고, 회복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아 그렇네요. 남의 인생을 구하기도 하고, 길을 잡아주기도 하는 말을 영초롱이 시작하게 되는 거네요.

 

“다시 건강해진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 (138)라고 복자가 이야기하는데도, 실은 복자가 다시 건강해지고, 엄마가 되는 일이 절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기도 했고요.

 

그 사건에서 복자가 보여준 용감함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건 인생에서 되게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라이브에서 독자분들도 영화로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복자가 다음에 어떻게 됐을까요? 생각하게 되는 게 그 이후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라 그런 것 같아요.

 

영화가 지금 저보다 많은 얘기를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어쨌든 저는 재현을 하면서 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나 감정들에 공을 들이지만, 영화라는 장르는 그것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게 될 테니까, 여러 중요한 사건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진행을 시킬 수도 있겠죠. 만약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더 길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웃음)

 

 

 

“인간의 힘, 나는 그 말이 오늘밤 참 좋다” (140)라는 문장처럼 서로가 서로를 돕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영초롱은 제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고, 익명의 사람들도 복자를 도왔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해서 돕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를 돕는 장면들을 보며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그 장면에서 미혜씨가 무슨 사대강 카피 같다고 하잖아요. (웃음) 우리가 힘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실 냉소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데, 팬데믹 상황이 되니 그런 말들이 너무 귀한 거예요. 진짜 어려운 상황이니까 서로가 어떻든 지금은 이걸 좀 헤쳐나가야 되고, 그런 상황이니까 오세가 하는 그런 말들이 되게 절실하게 느껴졌어요.


저희 동네에 오늘도 지나다 보니 안경원 하나가 가게를 비운 거예요. 요즘은 문닫는 가게가 너무 많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너무 크게, 마음이 확 주저앉아요. 제가 가는 김밥집부터 시작해서 문을 닫는 가게가 늘고, 대신 복권집 같은 게 늘더라고요. 사람들이 지금 원하는 게 어떤 기적 같은 게 아닌가 생각해서, 그런 게 마음이 안 좋아요.

 

 

 

 

우리의 운동은 숨두부 같아야 하고…. 이런 애기를 하면 남자 선배들은 우리를 나약하다고 몰아붙이겠지. … 언제나 남자 선배들의 다 낡은 코르덴 재킷 따위나 빌려 입은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162) 이 부분을 읽으며 여성의 우정과 노동, 운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시절 학생운동이라는 게, 일단 남학생에게 교육의 기회가 많았고 남학생의 수가 많았기 때문에 운동도 당연히 위주로 돌아갔죠. 선배들 얘기를 들으면 남자 운동권 선배들이 무서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제 세대에는 그렇게까지 느껴지진 않았는데, 고모 세대에는 그런 게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 시절의 운동이 사실상,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는 그걸 완전히 포함하진 않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을 썼어요.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복자에게라는 소설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어떤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수신에 관한 소설이 아닐까 해요.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누군가들의 마음이나 그런 것들, 받아 안고 싶지만, 받아 안을 수 없었던 편지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걸 내가 사실은 받아 안은 거였네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요. 우리가 삶을 살면서 지금 이 순간이 엔딩이 아니라고 믿는 거,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거. 그런 마음에 대해서 다룬 이야기 같아요.

 

결말에서 제가 확실하게 재회 장면을 그리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열려서 결말을 짓는 거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메시지가 가닿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다행히 독자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제가 이 소설을 통해 얘기하고자 했던 바가 너무 훌륭하게 잘 전달이 된 것 같고, 제가 몰랐던 부분을 오히려 말씀해주시기도 하고 그래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이 소설을 준비하며 알게 되었던, 가장 재미있는 제주어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많은 단어들을 봤는데요, 말 하나하나가 왜 그런지 처음엔 모르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 이런 뜻이구나 이해가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떡꼿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선인장이라는 뜻인데요, 어느 날 보니 선인장이 정말 떡하니 꼿꼿하게 서있는 거예요. 아 이거였구나, 이건 당연히 떡꼿이겠구나 생각이 됐어요. 말을 먼저 보고, 사물을 보며 하나씩 말을 맞춰가는 느낌들이 있었어요. 그 말이 되게 재밌었어요.

 

가파도에도 풀처럼 선인장이 있는 거예요. 강아지풀이 있는 것처럼 선인장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어요. 우리는 화원에 가서 일부러 사와서 기르는 건데, 거기선 작품인 거죠. 그런 풍광의 차이 같은 것들도 말에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책으로 배우는 제주어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제가 사전에서 가져온 말은 어느 정도의 빈도로 쓰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원고에도 제가 쓴 단어가 엄청난 고어라 이런 말 안 쓴다고 감수를 받고 뺀 게 있어요. 감수자가 너무 필요했는데, 출판사에서 조력을 해주셔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감수 없이는 너무 불안에서 책을 못 냈을 것 같아요.

 

 

 

작업 마무리 후 독서할 여유가 있으셨는지, 요즘 어떤 책을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라이브 때는 <말하기를 말하기>를 말씀해주셨어요.

 

,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김연수 선생님 책(<일곱 해의 마지막>) 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지금은 추천사를 쓰려고 원고를 읽고 있는데요, 버지니아 울프가 정원을 가꾸면서 살았거든요. 그 정원을 현재 버지니아 울프의 친척이 아직도 관리를 하고 있대요. 그 사람이 울프의 정원에 대해 쓴 책이 있어요. 울프가 정원에서 보낸 시간이 치유를 위한 시간이었대요. 버지니아 울프가 이 집을 경매로 샀다고 하는데요, 낙찰받으려고 엄청 긴장해있는 모습 같은 게 상상하면 생활인으로서의 버지니아 울프가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도판도 너무 예쁘고요. 제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듯해서 제목은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봄날의책에서 11월에 출간될 듯해요.

 


 













 

독자분들을 실제로 못 뵌지 오래되었습니다. 알라딘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단은 거의 다 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의 이 고난도 거의 다 왔다사실 이런 힘든 상황이 일상화되면 우리가 가지게 되는 지혜, 노하우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지혜를 익혀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고, 사람들을 잘 만날 수가 없고, 혼자 있어야 되는 시간이 많아지면 생각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 순간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게 대체로 건강하진 못한 방향으로 생각이 옮아가더라고요. 책을 읽으면 또 다른 길을 보여주잖아요. 그럴 땐 소설도 좋고요, 책으로 그 다른 길들을 모색하면서 팬데믹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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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여섯번째 만남은 최제훈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페이지 보러 가기 :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10901










Q. 모든 것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은 2020년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대부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책과 영화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가 격리라면 누구보다 익숙한 직업임에도 답답한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집을 나설 때 마스크부터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코로나 사태 이후 어떤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코로나가 원격 수업이나 각종 비대면 서비스 등 근미래의 모습을 강제적으로 앞당겨놓기도 했고, 사람 사이에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은 우리의 생각과 정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거리 두기’라는 말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권장되는 상황이 아직까진 많이 어색하네요.




Q. (장르소설적인 글쓰기라고 칭해도 무리가 없다면) 최제훈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는 장르적인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순간이나 계기가 있다면 언제였을까요?


‘장르적인 구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플롯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 적합한 표현은 하나밖에 없다는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처럼 하나의 이야기에 적합한 플롯은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고민을 거듭하는 편입니다. 소설에서 플롯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만으론 전달할 수 없는 미학을 창조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내용과 형식이 우아하게 융합된 작품을 좋아하는 제 기호 때문이겠죠.




Q. 최제훈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야기의 연쇄가 무척 흥미롭게 읽힙니다. 이번 소설의 키워드인 '모방 살인'도 일종의 연쇄라고 볼 수 있을 듯한데요, 이 이야기를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질문해주신 대로 이야기의 연쇄는 제 소설들을 관통하는 모티프이고, 모방 범죄 역시 오래전부터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었던 소재입니다. 타인을 모방하는 행위에는 드러내놓고 싶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강렬한 개인의 내밀한 욕망들이 얽혀 있다고 봅니다.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말이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모방 범죄는 자기 내부의 악의를 창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그 과정을 직시하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추리소설, 혹은 추리소설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워낙 유명해서 추천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추리소설’ 하면 가장 먼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을 바탕으로 역사적 배경, 다양한 인간 군상, 범죄와 추리 과정의 상징성 등이 유기적으로 얽힌 웰메이드(이자 소화하기 까다로운)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코는 미래에 남을 소설 형식은 추리소설뿐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바로 이런 거 말이야’라는 수긍할 수밖에 없는 거드름이 느껴집니다.

또 한 편을 꼽자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보험 사기를 시도하는 범죄소설에 가까운데, 나보코프 특유의 언어유희를 만끽하며 꼭꼭 씹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Q. 최제훈 작가의 소설을 따라 읽는 알라딘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인내와 적응이 필요한 시간이 아무래도 좀 더 이어질 것 같습니다. 책 읽기가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즐거운 방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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