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인 (1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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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자기 온갖 소란 속에서 분노와 공포와 고통에 사로잡혀 침묵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깊이를 모를 슬픔의 심연,그 밑바닥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 너무도 익숙한 그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아름답고 고귀한 거인 안탈라의 머리가 보이고, 깊이를 모를 슬픔의 심연 그 밑바닥에서 감미로운, 그 익숙한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한것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마치 내가 그들을 죽인 것만 같은, 그런 두려움이 느껴진 것이지요.  


나,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부두를 산책하던 어느 날, 늙은 뱃사람에게서 이상한 그림이 조각된 커다란 이 하나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것이 거인의 이라는 말을 뻔한 속임수라 여겼지만 그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렸습니다. 그냥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른의 어금니와 똑 닮은 그 이를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하다가 드디어 그림속에서 지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곳이 바로 거인족의 나라가 틀림없음을 확신하고 기나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며 속임수를 당해 경비의 반이 털리고 귀중한 시간까지 허비해버린 후 배를 타고 검은 강을 거슬러 오르며 거인족의 나라를 찾는 탐험을 떠나게 된 것이지요. 험난한 여정 끝에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결국 거인족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는데....


작가 프랑수아 플라스의 그림은 이야기 속 장면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고 아름다운 색채로 광활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네요. 작가님의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뭔가 낯익은 듯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얼마전에 읽었던 모비 딕의 그래픽 노블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그런것이었을까요? 뱃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지만 두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이스마엘도 아니고 루스모어도 아니었음을 여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같은 거인족의 나라는 옛 이야기에 나오는 아틸란티스의 거인보다는 가깝고 현대의 실화보다는 거리가 멀지만 이 신비로운 모험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와는 다르지만 거인족의 나라에서 거인들은 너무도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 자연스러움을 이상하게 받아들이고 이용하려고 한 것은 이기적인 인간들뿐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런 이기적인 인간들 속에서 '나만은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의 생각을 여지없이 깨버렸습니다.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 슬프지만 미래에는 결코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 위한 다짐을 하게 하는 마지막 거인의 이야기는 깊고 큰 울림을 주고 있어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합니다. 그ㅡ리고 아이들과 그림을 보며 함께 읽으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지켜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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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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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술의 발전은 애초에 군사작전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는 그런 생각의 연장으로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사실 노벨이 만들어낸 다이너마이트가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사용되면서 세간의 지탄을 받았지만 노벨은 엄청난 상금을 수여하는 노벨상을 만들어 과학기술이 또 다른 방식으로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2차세계대전의 끝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폭탄이 투하되며 결국 일본의 항복 선언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내가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은 어쩌면 그런 극적인 세계사 속의 전쟁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이었다. 과학보다는 세계사에 더 중심을 둬서 그런지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리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 국가의 위상과 경쟁력은 대체로 경제적 부와 군사력에 의해 좌우된다. 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결정짓는 공통분모가 바로 그 나라 '과학기술의 힘' 이라는 점 또한 현대 국가의 특성이다."(65) 근대까지 과학은 자연철학으로 불리며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이어져왔고 기술은 생산이나 장인문화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은 현대의 의사가 같은 기술자라 하더라도 과학기술자보다 의료인으로 좀 더 우대를 받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점차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이 바로 '부와 군사력'인 것 아닐까.


공기 중 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추출해 유기화학비료의 생산으로 식량난 해소에 큰 기여를 했다는 과학자 하버는 1차 세계대전에 최초로 사용한 독가스를 개발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과학자는 인류의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수천만명의 목숨을 뺏는 전범이 될 수도 있다"(110)는 글은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이 아무런 철학이 없으면 과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생각해봐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독가스와 지뢰에서 핵폭탄으로 이제는 더 강력한 수소폭탄까지 만들어지며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정말 지구의 반이 날아갈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적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다는 최신기술의 스텔스 전투기는 훈련중 긴급한 상황에서 전투기를 찾으려해도 아군에게조차 그 위치파악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 알았다. 전시상황이 아닌 훈련 중 스텔스기가 도시에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 상상된다. 

물론 로봇 역시 전투력 상승을 위해 개발되기 시작했지만 여러곳에 응용이 되면서 지체장애인들의 일상에 도움이 되고 사람에게는 위험한 공간에 대체투입이 되는 등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역시 간과할수는 없다. 


냉전시대, 남북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과학의 발전도 중요하고 국력,이라 쓰고 군사력이라 읽는 국가의 위상 역시 무시할수만은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데 이 생각의 연결고리가 되는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는 흥미로운 주제가 많은 것에 더해 철학적 사유를 할 필요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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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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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은 소설가이면서 과학자인 곽재식님의 천문학 이야기이다. 그저 과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 쓴 이야기,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 이상으로 글 짜임새가 재미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가 나와 이게 뭐였지? 하고 있는데 그 옛 이야기가 개기일식이나 월식과 관련이 있고 서양의 문화와는 달리 우리의 옛 이야기에는 바닷가의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인도의 신화이야기에는 라후라는 괴물이 태양과 달을 뜯어먹는 것이 우리나라 전래동화처럼 바뀌어 개가 뜨거운 태양과 차가운 달을 번갈아 먹고 뱉어내는 이야기로 전해오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과거의 그 불길한 일식과 월식은 20세기가 되면서 한 과학자 에 의해 일반 상대성이론이 증명되면서 또 다른 과학의 세계를 열어주기도 한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며 조금씩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하는 이야기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해, 달, 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천문에 대한 블랙홀 이론과 초신성을 이야기하고 은하와 우주의 이야기까지 아우르며 설명하고 있다. 별자리라고 하면 서양의 신화이야기가 더 익숙한 우리에게 행성과 별자리를 연결한 우리 옛 선인들의 이야기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실 미의 여신 비너스의 탄생,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테지만 금성의 우리말이 개밥바라기라는 것은 금세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샛별이라고도 하지만 개가 저녁밥 먹기를 바라는 시간에 보이는 행성이라고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우리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은 천문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더 가까이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글 중간중간 김듀오 작가의 동글동글한 일러스트가 담겨있는데 그림 설명이 또 글을 더 정감있고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책읽는 재미를 조금 더 높여주는 것도 좋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과학과 우주에 대한 연구가 멀리 있는 남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한국 땅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의 일이라는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우리의 선조들이 비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적이고 오래전부터 과학 연구를 해 왔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하면서도 곽재식 작가님은 "책을 읽는 동안 별과 우주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와 신비로운 전설을 즐기는 휴식"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으로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님은 이제 그에 대한 보람을 느끼셔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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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카왕은 과거와 문화 접촉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제기한다. 한문화가 다른 문화에 선교사를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소카석주 같은 문화재를 본래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어야 할까, 새로운 장소로 옮겨야 할까? 피루즈 술탄은 석주를 가져다 자신의 목적에 맞게 이용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석주는 미래에 후대가 발견해서 이용하도록 만든 것이었다고, 아소카 왕이 정확히 그 목적으로 그곳에 세웠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문화 접촉에는 복잡하고 불안하게 뒤얽힌 파괴와 창조가 뒤따르고, 각 세대는 이를 헤쳐나가야 한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과거를 파내어 새로운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과정에서 문화를 단절시키고, 오해하고, 오독하고, 차용하고, 절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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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전해지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대부분 교육을 중요시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호소력을 갖는 것들이다. 이들의 유산은 이집트 사제들처럼 문자와 사원을 신뢰하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도서관과 사원은 파괴될 수 있고 문자 체계는 이집트 상형 문자가 그랬듯 잊힐 가능성이 있으니 문화의 저장에만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마저 화재로 불타서 수많은 그리스 문헌이 파괴되었고, 기독교 수도사들이 기독교 이전 시대의 문헌은 필사를 거부하는 바람에 또다시 수많은 작품이 사라졌다. 플라톤의 사상이 살아남은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그가 한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이 또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어 그의 철학이 널리 알려지고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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