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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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동물 - 그것도 만나게 되면 생명의 위험을 느낄만한 곰이라거나 늑대 혹은 다른 동물 친구들 말고 이웃을 만나려면 그냥 5시간 정도만 걸어가면 되는 그런 숲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저널리스트 실벵 테송이 시베리아의 숲 속 바이칼 호숫가에서 지낸 6개월의 기록을 그래픽노블로 만든 책이다. 저자는 이 에세이로 메디치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편집하여 그래픽노블로  표현한 것도 꽤 좋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몇년 전 자급자족의 삶과 미니멀리즘의 실현을 추구하며 외딴 숲속 오두막에서 혼자 생활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방송으로 본 기억이 난다. 휴대폰이 없고 인터넷이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외부와의 통신이나 외부인과의 소통조차 없이 오롯이 혼자 먹거리를 만들며 하루 24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신선했었는데, 6개월의 시간이라고 하지만 계절의 변화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자급자족의 일상은 충분히 경이롭다. 물론 기본적인 인스턴트 식품과 그곳에서 읽을 책을 잔뜩 들고 들어가기는 했지만. 

사실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가늠되지 않는 나로서는 눈신발을 신고도 무릎까지 빠져들어가는 눈속을 헤치며 가야하는 시베리아 숲속에서 하루도 버티기 힘들 것 같지만 그 영하의 추위속에서 풍경을 즐기고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나 역시 한번쯤은 그런 곳에서 살아보는 체험을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내게 왜 이곳까지 들어왔느냐 물으면, 나는 밀린 독서를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면의 삶이 곤궁하게 느껴질 때는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면 언제든 가난한 마음을 채울 수 있다"(12)


"용기란 상황을 직시하는 것일는지 모른다. 나의 삶, 내가 살고 있는 시대, 그리고 타인들. 나는 무엇인가? 세상에 질려 숲속 깊은 곳 오두막에 틀어박힌 겁장이가 아닌가. 이 시대의 모습을 직시하지 않고 모래 사장을 서성거리다 자신의 양심을 마주치지 않으려 잠자코 술이나 마시는 비겁자"(70)


"오두막에서는 반혁명적으로 살아간다. 오두막에 어떤 정치적 의미가있을까? 이곳에서의 삶은 인류공동체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 은둔자로서의 경험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는 공동체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곳에서 이데올로기는 개들처럼 은둔자의 집 문턱에 머물러 있다"(77)


문명과 동떨어진 곳에서의 인간의 삶이란 어쩌면 무의미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일 것이라 짐작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똑같은 하루는 똑같으면서 또 다를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겨우 통신 연결이 된 무전기에 뜬 메시지는 여자친구의 이별통보였으며 잠시 키워주기로 해 받은 두 마리의 강아지는 애서 잡은 물고기를 훔쳐가고 어미 오리를 쫓아내 아기 오리를 사냥해버리는 말썽꾼이지만 강아지들이 주는 위로는 그 이상이다. 


철학적 사유가 넘쳐나는 '시베리아 바이칼에서의 은둔의 기록'인 이 그래픽노블은 실뱅 테송이 6개월을 지낸 기록이지만 순간순간들의 이야기는 6년 이상 아니 전체의 삶 속에서 생의 의미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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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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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삶이 곤궁하게 느껴질 때는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면 언제든 가난한 마음을 채울 수 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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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잎처럼 싱그러웠던 날들이 지나고 이제 나도 인생의 가을을 맞게 되었다. 이 계절, 내 모습은 어떤 빛깔로 물들어 있을까.
여전히 오늘이 처음인 내게 또 하나의 빛깔을 만들어낼 하루가시작되었다. 주어진 하루하루 작은 조각들을 모아 아름다운 단풍처럼 물들어가고 싶다.
수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는 살아온 날만큼 알록달록 다양한 빛깔을 품고 마침내 삶이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빛깔이 조용히 나를 토닥여준다. 가을 숲이 아름다운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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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지켜낸 잎도 스스로 놓아야 할 때가 있다. 계절을 거듭하며 나무들은 잎을 움켜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놓아야 할 때 미련 없이 놓아야 새로운 다음을 맞을 수 있다는 걸깨달은 것이다. 짐작도 할 수 없는 혹독한 야생의 삶을 나무들은고비마다 지혜로운 방법으로 묵묵히 견디고 살아낸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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