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쉬는 날 오일장이 열리고 어머니가 오일장 가신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주차장을 지나치는데 트렁크 문을 열어놓은 차가 보여서 쳐다봤더니 개가 묶여있....다고 느낀 순간 동물학대?인가 싶어 가까이 가서 살펴봤더니. 




정말 편한 자세로 배는 의자 등받이에 올려놓고 머리는 머리 받침대에 올려놓고 편하게 졸고 계시는 개님이다. 


이런 신박한 구경을 하며 오일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사람들도 많고.

생각보다 먹거리가 많이 생겼고.

생각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싼 느낌이다. 


얼마 전 동문시장에 가서 찬거리를 좀 사볼까 싶어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이제 동문시장은 시장의 역할이 아니라 관광객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버린 느낌이다. 물건이 싸지도 않고. 점점 늘어나는 건 기념품 가게, 관광객을 위한 먹거리 포차.

호떡 가게 앞에서 망설이는 모녀에게 - 아마도 크루즈 여행을 하는 중에 잠시 자유시간으로 동문시장에 온 것이리라 - 맛있다고 주인대신 호객행위를 해 주던 것도 벌써 몇년 전이고. 이제는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사람들 틈에서 내 볼일도 제대로 못보고 그냥 지나치고 말아버리기도 하는데. 뭐, 아무튼. 개님팔자상팔자.



빙떡은 바로 그 자리에서 먹어야 맛있다며 앉아서 드시겠다는 어머니 손에 빙떡을 쥐어드리고 있으려니, 손님이 하나도 없던 그 집에 갑자기 줄이 늘어났다. 조금만 늦었어도 한참을 기다릴뻔,이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아니, 손님이 없다가 우리가 줄 서서 빙떡 사고 앉아서 먹고 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 사실 어머니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멈추고 줄 선 손님도 몇 봤으니, 우리가 또 호객행위를 한 셈이 아닐까.



아무튼. 이제 튀김 하나도 호떡 하나도 동전이 아닌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이 있어야 사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거.

그러고보니. 어제 대형마트에 가서 5만원 넘게 썼지만 사들고 온 건 겨우 간장, 기름, 칼국수 한봉, 포도 두 송이.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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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안되는 이유에 대한 짧은 생각... 뭐, 이런 제목을 쓰다가 말았다. 정확히는 '단상'이라고 쓰다가 뭔가 거창해보이는 느낌에 이건 아닌데, 싶은 것이다.


생각,이라는 것 자체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 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많은 일에 대해 유기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절대 독이 될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 생각에 대한 기록만 남아있다라는 생각을 하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언젠가부터 기쁘고 좋은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이 낙하산이 들어온다거나 - 돈 없어서 월급 못올려준다면서도 새로운 직원은 끊임없이 들이고 있다. 돈이 없다면 그 잉여인력에 대해 줄이는 것이 최우선일텐데 늘 그 기준은 달라지는 것이니. - 일도 못하는 직원 자를수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늘 그 직원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자처하며 어딜가나 똑같은 일잘하는 사람에게는 일을 몰아주고 일 못하는 직원에게는 월급도둑의 역할을 준다는. 


썼다 지운다. 널.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아.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넘쳐나서 그런거겠지. 뭔가 새롭게 시작해봐야겠다.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글수다를 떨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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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 아직 납득가지 않네요. 임산부의 상서로운 길몽속에 이 정도의 독이 깃들 수 있다는 게요. 저분은 어떻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걸 알 수 있었나요?"
꿈에서 퇴장하기 전에 예니가 그 말에 대꾸했다.
"가족이 생긴다는 건 한 인간에게 새로운 지옥이 생기는 일이라는 걸 아니까요."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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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솔 박미희의 김치 이야기 : 제주 김치
박미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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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치,를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동지 김치'이다. 어릴적에 늘 먹었던 동지 김치를 성인이 되면서 먹어보지 못했다. 유채로 나물을 해 먹곤 했었는데 관상용이 되면서 유채는 나물이 아니라 꽃이 되어버린 이후 시장에서 유채나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처럼 마트에서 김치를 사 먹게 되면서 동지 김치는 가끔 식당에서 별미로 만나곤 했다. 집에서 만들었다면 푹 익혀서 먹어도 묵은지 이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텃밭에 배추를 심지 않은 이상 동지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동지'는 배추에서 올라온 꽃대를 일컫는데 꽃대가 올라올때까지 배추를 밭에 두고 있을 수 있는 집이 흔치않게 되어 그렇다.


이 책 제주김치는 도미솔식품의 박미희 대표가 쓴 책인데 제주에서 자라며 만들어 먹은 제주지역 김치의 옛 레시피를 살려 정리했다. 김치 양념을 잘 붙게 하고 숙성시키기 위해 풀을 넣는다고 알고 있는데 밀가루나 찹쌀을 주로 쓰고 밥으로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알았지만 제주 전통은 메밀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메밀 생산량 1위가 제주라고 들었는데 역시 그래서인지 김치에도 메밀풀을 쓰는 것 같다. 


각종 김치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본 재료의 설명과 제주산 재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날씨가 따뜻해 메밀이나 감자도 그렇지만 무도 두번 수확을 하고 특히 겨울무는 단단하고 수분이 많고 달아 무엇을 해 먹어도 맛이 있다. 제주 돌게, 갈치, 멜 뿐만 아니라 귤로도 김치를 만들어 먹는데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해조와 패각류 김치는 처음 들어보기도 하고 먹어본적도 없어서 어떤 맛일까 좀 궁금해지기도 하다. 날씨가 따뜻해 겨울 김장을 많이 해 놓고 먹지는 않아서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로 김치를 만들어먹기도 하고 굳이 저장을 오래하지 않으니 김치에 젓갈을 많이 쓰지도 않는다. 


각종 김치의 레시피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간결하게 설명을 하고 있어서 재료 준비를 하고 소량으로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하는데 더 알아보기를 통해 제주산 재료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김치 생각'을 통해 저자가 어린시절에 체험했던 이야기나 어머니 이야기, 욕심이 많아 큰 달래밭을 발견하면 친구가 볼까봐 옷으로 덮어두기도 했다는 등 제주이야기에 대해 아주 짧은 에세이를 읽는 것 같은 재미도 있어서 김치만들기와는 별개도 한번 쓰윽 읽어보게 된다. 

아아, 그리고 시장에 가게 되면 할머니들이 동지를 팔지는 않는지 살펴봐야겠다는 결심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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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인문학은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우리 시대는 기술 혁신에, 저 모퉁이만 돌면 가장 시급한 문제의 획기적인 해결책이 있다는약속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러나 우리는 정체성 충돌, 이해관계 충돌,
상반된 신념을 둘러싼 케케묵은 문제들에서 비롯되어 오늘날 가장 해결하기 힘든 갈등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갈등을해결하려면 이것이 과거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이 제공하는 도구를 이용해야만 한다.
과거의 문화는 새로운 문화가 자라나는 터전이다. ‘문화culture‘라는말이 농업agriculture에서 비롯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과 먼 조상을 연결하고 우리 서로를 연결함으로써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의미를 만드는 작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미래 도서관이 대비하는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이주나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파괴 등 불확실한 미래와 직면할 순간을 위해 찾을수 있는 모든 문화자원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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