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건축가의 서울 산책
윤희철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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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볼 때 그냥 가볍게 건축가가 그린 펜화 감상,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펼쳤을 때도 그냥 그림만을 보면서 책장을 휘리릭 넘기면서 대충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색을 입힌 그림은 생각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건축가이기에 기본적으로 그림은 잘 그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저자는 미대의 드로잉 수업을 받으며 꾸준히 드로잉을 연습하고 미대 교수의 조언으로 건축학 전공이니 건축물을 그려보라는 이야기에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자연히 자없이도 투시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니 정말 성실히 드로잉을 했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런만큼 그가 그린 세밀화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사실 드로잉이나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말이다.

 

예전에 본 펜화는 세밀하고 대작이라는 점에서 감탄했었는데 이 책의 펜화들은 - 물론 세밀하게 그려진 대작임은 다를바없지만 - 뭔가 좀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보니 구도나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그림은 사진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각이라며 그림으로 그리기에 가능하다는 말에 좀 더 뚫어져라 보기는 했지만 솔직히 잘 가늠은 안된다. 요즘은 사진 기술도 좋아져서 현실적으로 평면적인 각도로 표현될 수 없는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잘 모르는 것은 일단 그냥 넘겨본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그려내고 있는 그림의 아름다움과 현실속 건축물의 실제 아름다움, 그 의미에 대해 알고 지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그리고 이 책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단지 건축물을 그린 것만이 아니라 그 건축물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라거나 의미에 대해 그리고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개인적인 감상을 풀어놓는 경우도 있지만 그 이야기마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이어서 나는 좋았다. 아무래도 신문의 칼럼을 통해 썼던 글이라 그런지 이해하기 쉬운 문체와 가독성 있는 이야기 구성이어서 더 그런것일지도.

더구나 저자가 음악에도 꽤 큰 관심을 보인다고만 생각했는데 성악을 전공하여 학위까지 받았다는 것을 알고나니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뭔가를 해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해 그림에 대해 더 신뢰가 느껴진다. 이건 내 느낌일뿐이겠지만.

 

세밀한 펜화도 좋은데 사실 흑백의 펜화보다는 색연필로 컬러링을 한 그림에 더 눈길이 간다. 가을의 화사한 단풍과 봄의 따뜻한 느낌이 들어가있는데 당연히 그렇지 않겠는가. 건축 에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이 책은 에세이로서도, 우리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펜화집으로서도 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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