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을 찾아서 - 숫자의 기원을 찾으려는 수학자의 모험
아미르 D. 악젤 지음, 김세미 옮김 / 담푸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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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수학을 좋아하는 조카가 있다. 순수한 열정으로 미래의 취업과 상관없이 수학자가 되겠다는 녀석이다. 어렸을 때는  그 수학적 지식과 지혜가 미미했을뿐이지만 지금은 나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 조카와 오랫만에 수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만 빠져있었기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관심과 나의 지적 수준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제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했을뿐이다.

하지만 0을 찾아서,라는 건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흥미를 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적 탐구라는 허영과는 전혀 상관없이 나 역시 0이라는 숫자의 발견은 대단한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0을 중심으로 마이너스라는 숫자가 있고 십진법이 있고..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숫자의 탄생은 처음부터 그렇게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숫자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저자의 여정이 그랬다는 의미도 있지만 내게 있어서도 이 여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저자가 수학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선장인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라씨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그 라씨의 이력도 독특하며 저자의 어린시절 역시 평범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게 수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수학자가 된 저자는 숫자의 기원을 찾는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되기까지 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숫자가 '아라비아' 숫자이고, 인도의 수학이 최고의 수준이라 할만큼 발전했다는 것도 새삼 떠올리게 되고 그랬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는 이야기들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어서 내가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었나, 싶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k-127 비문에 실려있는 글은 0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단지 0의 기원을 찾는 여정에서 숫자의 세상을 만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여정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k-127, 이라고 하면 뭔가 미래의 프로젝트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에 실려있는 글이 얼마나 우리의 세상을 풍요롭게 했는지 - 물론 수학의 세상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수학 세계의 확장은 우리의 논리와 철학적 사고를 확장시키기도 했으며 그것은 곧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데 일조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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