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적엔, 우리 집이 찢어지게 가난 - 아, 물론 그렇다고 지금 찢어진 곳이 다 기워질만큼 풍족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튼. 내 학창 시절에 '용돈'이란 개념은 커녕 어린이 시절에 어린이 날이라는 것조차 없었던 그 어린 시절에도 우리집에는 항상 풍족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도넛과 튀김과 만두.

어머니가 이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명절이 되면 반드시 만두를 빚어 먹었고, 어떻게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튀김과 도넛을 자주 해 먹었다. 어머니가 원체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셨기 때문에 자주 만드셨을수도 있지만 솔직히 손이 많이 가는 도넛 만들기를 즐겨하셨을 것 같지는 않다.

내 초등학교 소풍이 있던 날, 김밥을 싸야 하는데 김을 살 돈이 없어서 고민하시다가 집에 있는 달걀을 전처럼 부쳐서 달걀말이밥을 만들어주셨었는데 - 그 밥은 나도 기억한다. 그때 한반이었던 친구가 나중에 커서 만났을 때, 우리집은 정말 부자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는 말에 그 모양이 바로 기억에 떠올랐다. 어머니의 달걀말이 김밥은 나중에 진화를 해서 달걀위에 김을 얹어서 부친다음 밥을 말았던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상반된 기억들이지만 어쨌거나 현실은, 내게는 용돈을 전혀 받지 못하는 형편으로 학창시절을 보냈을뿐이고.

간식거리가 없어서 유일하게 먹었던 맛있는 도넛이 지금은 '홈메이드'를 뒤집어쓰고 고급 간식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할뿐이고.

이 모양을 보니 정말 어릴때 먹었던 어머니의 도넛이 그립다. 명절이면 모두 둘러앉아 만두를 빚어대던 시간들도.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여유롭게 살 권리'에 대한 인문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오늘도 출근해서 해야할 일이 많지만,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나의 일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주장하기보다는 - 그렇게 했다가는 당장 사표를 쓰기도 전에 사무실을 나가야 할지도 모르니. 뭐, 그냥 대충 눈치보면서 종일 땡땡이를 쳤다. 정말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할일이 아주 많지만, 이걸 오늘 내로 하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하루쯤 그냥 제끼고 싶은 그런 날.

그래서 오늘은 별 소득 없이 종일 그냥 빈둥거렸다. 물론 막상 퇴근하려고 보니 수북이 쌓인 서류가 나를 조여대고 있기는 하지만, 뭐. 어떻게 되겠지.

아, 그래서. 놀고 있는 동안 북파우치를 사려고 했는데 얼렁뚱땅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아무래도 맘 편히 다음주에 책 주문하고 받을 생각으로. 그렇게 여유롭게.

 

 

 

 

 

 

 

 

 

 

 

 

 

 

이 책은 받을 수 있었는데. 아니, 받아야겠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요즘 다시 드로잉 연습을 시작했는데, 이 책이 자꾸 아른거려서 그림 그리기에 성의가 없다. 사실 뭐 내가 그리는 것을 '그림'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지만.

 

 

 

 

 

 

 

 

 

 

 

 

 

 

 

 

 

 

  데빌스 스타는 읽어주셨고.

크리스티 여사의 글은 이제 읽어주실것이고. 언젠가부터 서평 쓰기가 싫어지더니 - 그러니까 뭔가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싫어져서 주구장창 책만 읽어 제끼고 있으려니 글을 쓴다는 것이 더 싫어졌다. 아니, 싫어졌다기보다는 글을 못쓰니까 두리뭉실 책만 읽고 넘어가는 것인지도. 아무튼 그래서 여러권의 책을 읽었지만 서평을 올리는 것이 줄어들어버렸다. 데빌스 스타는 써야할텐데. 그때의 그 강렬한 느낌을 슬쩍 적어놓기라도 할것을. 책이 출판되면 다시 읽어봐야한다는 것이겠지 뭐.

요즘은 재미있는 소설이 마구 땡겨. 근데. 읽어야 할 책들은 - 알라딘에서 온 두 권의 에세이를 포함해 에세이가 많구나.

 

도넛에서 시작해 결론은 에세이로. 아니, 그리고 다음주에는 이 중에 북파우치를 구입해서 받을 책을 선별하는 것,에 대한 결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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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4-0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영복교수님 `담론` ..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주문 했습니다. 같은 책을 읽는 분을 보면.. 마음이 움직여요..

chika 2015-04-10 18:3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간혹 지나치다가 내가 읽은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반갑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신영복쌤의 책은 꽤 오랫만에 보는 느낌이예요. `엽서`도 참 좋았는데...저도 곧 주문합니다 ^^

비로그인 2015-04-1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냈는데 도넛이 제일 먹고 싶더라구요.
시장만 가면 침을 꿀꺽 삼켰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지금도 도넛을 좋아한답니다.
살 찌는데 말예요. --

chika 2015-04-10 18:41   좋아요 0 | URL
약간은 촌스러운 맛과 모양이지만 정말 그냥 기름향이 살짝 나는 그런 도넛...이 막 먹고 싶을때가 있어요.
살찌는게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냥 어린 시절의 추억에 푹 잠겨서... 먹어도 괜찮을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