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사생활 -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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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을 그리 예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즘 그 정도가 스스로 심해지고 있다고 느낄 정도까지 예민해지고 있는 듯 하다. 뭔가 걱정거리가 생기면 식욕이 떨어지고 머리도 좀 아픈 것 같고 잠을 푹 자는 것도 쉽지않다. 가끔은 스트레스때문에 더 피곤하고 피곤하니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더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늘 피곤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던 생활패턴이 어떤 측면에서는 보편적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 책의 저자는 잠을 자다가 다치게 되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몽유병 환자인 그는 단순히 잠을 자다가 무의식중에 움직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병원에 찾아가 검사를 받아봐도 별다른 해결방법이나 대안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잠'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물이 '잠의 사생활'인데, 처음 읽기 시작할때는 나와는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더 강했는데 읽어나갈수록 내용이 흥미로워지고 나의 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청소년기와 중년, 노년의 수면 상태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러한 변화에 따라 일상생활도 조금씩 달라질수밖에 없다. 그런 차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불면증이 심해지고 다들 수면제를 먹으면서 잠을 자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사람마다 본인에게 필요한 숙면의 시간과 잠자리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굳이 잠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자는 것도 숙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졸음이 쏟아질 때에는 잠깐 낮잠을 자는 것이 하루의 생활을 더 가뿐하게 해 주며 일의 효율성도 더 좋아지게 한다. 그에 대한 내용은 야구선수들의 원정경기와 훈련도중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게 하며 운동을 한 선수들의 시합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 신체리듬을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미리 가서 준비를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점심을 먹고 한참 졸음에 겨워 정신을 못차리고 오후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십여분 정도 낮잠을 자게 된다면 오후의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실제로 한동안 점심 식사 전이나 후에 잠깐 책상에 엎디어 잠을 자곤 했었을 때 개운한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잠의 사생활,이라고 해서 조금 가볍게 흥미거리로 생각하고 글을 읽었는데 실제로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사실들뿐 아니라 미처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했던 '잠'에 대한 여러가지를 알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불면증으로 죽음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말이었는데, 불면증이 그리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는 뜻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불면증은 무엇이 되었든 원인이 있는 것이고 원인을 제거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원인을 찾고 제거하는 것이 난제이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 나이를 먹어가면서 렘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숙면을 취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도 그렇지만 원시시대부터 몸에 밴 습성처럼 사람은 원래 빛이 있으면 깨어 활동하고 어둠이 있을 때는 잠을 자야하는데 전구의 발명으로 현대인의 생활양식이 바뀜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뒤바뀌고 영향을 받게 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생활의 변화뿐만 아니라 노동에 영향을 미치며, 야간 노동자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잠에 얽힌 역사,문화, 심리, 과학, 진화생물학, 인지과학, 신경학, 정신의학, 수면의학을 파헤쳐 알게 된 신비로운 잠의 면모"가 무엇인지 엄청나다는 실감을 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나니 이제는 초저녁에 잠들면 새벽에 깨어나 또렷한 정신상태로 있는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게 된다. 어제도 뭔가 걱정거리가 있긴 했는데 새벽에 뒤척이며 잠이 깨어도 더 불안해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잠을 청했다. 평소같으면 하루에 두세번 잠에서 깨어난다면 제대로 잠을 못 잤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피곤했을텐데 잠에서 깬것과 상관없이 다시 잠들고 하다보니 긴시간 이어지는 숙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피곤함이 덜하다.

그러니 오늘은 특히 더 "잠은 삶에서 단절된 순간이 아니다. 그것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전체 퍼즐에서 빠져 있는 3분의 1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더 깊이 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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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1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17-09-01 09:25   좋아요 0 | URL
네. 뭐. 나쁜일에 쓰이는것만 아니면 저야 영광이지요.
서울시민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서울에 가면 누군가 커피 한 잔 주신다고했다는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