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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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흔히 그의 다작을 읽으며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기도 하고 뛰어난 작품이라기보다는 평작이 많으며 심지어 누군가는 미스터리 작가로서는 형편없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 나름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위한 변명을 해 보자면 그의 모든 작품을 장르소설로만 읽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나는 그의 미스터리 작품을 읽으면서도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보다 그 범행에 더 관심을 갖는다. 말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범행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그 방식에 대해서가 아니라 '왜' 그런 범행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는 말이다. 오래전에 읽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방황하는 칼날' 역시 최근 몇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우리 사회의 범죄와 그에 파생되는 사회문제 혹은 사회문제와 그에 따라 파생되는 범죄에 대한 생각을 더 깊이있게 해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한다는 인어가 잠든 집, 역시 엄밀히 말하자면 장르소설로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면서 독자로 하여금 삶과 죽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서로에 대해 소원해진 가즈마사와 가오루코 부부는 별거를 하며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딸 미즈호가 수영장에 빠져 의식불명이 된다. 잠시 호흡이 멈췄던 미즈호는 병원에서 뇌사 진단을 받고 장기기증을 위한 뇌사판정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미즈호의 움직임을 감지한 부부는 장기기증 의사를 번복하며 미즈호의 치료를 결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첨단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가즈마사는 회사에서 개발중인 기계장치를 미즈호를 위해 사용한다. 그렇게 되면서 미즈호는 인위적인 생명연장을 하게 되고 결국 가오루코는 기계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미즈호를 집으로 데려가 간호하게 되는데...

 

단순히 줄거리만을 이야기하면 결국 뇌사와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어지지만 이야기전개를 읽어가다보면 좀 더 깊이있는 '죽음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굵은 줄거리에 더해지는 곁가지들이 그 많은 생각들의 단편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여러개의 생각의 가지를 펼쳐나가게 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딱 끄집어 내어 뭔가 하나를 말하기는 쉽지가 않다. 결론은 각자의 몫이며 나 역시 그 의미와 상징에 대해 결론을 내려보려고 하지만 또한 그 역시 쉽지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지 '죽음'에 대한 생각만이 아니라 그 정의에 대해 나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10년 전 돌아가시면서 쓸 수 있는 모든 장기를 기증하시고 의학연구를 위해 육신까지 모두 기증하고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떠오르는데, 신앙인으로서의 부활을 믿는것과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그분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분은 죽음의 상태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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