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chika > 책이 무거운 이유

14년전,.의 글인데. 내가 변한건 없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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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9-01-1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토우 마리토는 시집 <입국>에서

책이 무거운 이유가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책이 나무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시험을 위해 알았을 뿐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그 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무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나무만을 너무 생각하느라

자살한 노동자의 유서에 스며 있는 슬픔이나

비전향자의 편지에 쌓인 세월을 잊을지 모른다고

때로는 겁났지만

나무를 뽑아낼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기준으로 삼아

몸무게를 달고

적성검사를 하고

생활계획표를 짜고

유망 직종도 찾아보았다

그럴수록 나무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채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었다



내게 지금 책이 무거운 이유는

눈물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뿌리박고 서 있는

그 나무 때문이다



맹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