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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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불쌍하다고 여기지 않지만 옆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아주 오랫동안 자연과 접한 기억이 없다. 계절 변화를 느낀 적도 없고 공기 냄새가 바뀌는 것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인간 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과학 문명이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일을 한다는 자긍심이 있었다. 자연 보호가 필요한 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고, 자연과 친해지거나 마음을 빼앗기는 일은 인생 낭비라고 생각해왔다"(302)

 

미등록자, 라는 제목만 들었을 때 이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전혀 짐작할수가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에게는 익숙한 주민등록과 비슷한 개념으로 그런 등록이 아닌 미등록이라는 것을 깨닫고 제목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런 바보라니.

 

어제 아침 뉴스에 실종아동찾기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데, 어렸을 때 잃어버린 아이를 이십여년이 지나 길에서 마주친다해도 알아볼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어린시절의 사진 데이터를 통해 성인이 되었을때의 얼굴을 형상화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DNA 유전자로 가족을 찾는다거나 또 범죄자를 찾아내는 것은 우리에게는 익숙해져 있는 것인데 이렇게 발전해가는 과학기술에 근거하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범인검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소설 '미등록자'이다. 우리가 주민등록을 당연시 여기는 것처럼 모두가 DNA를 당연히 등록하여 범죄를 예방하고 혹시 범행이 발생하더라도 범인 찾기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하지만 언뜻 듣기에 문제될 것이 무엇이겠나, 싶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바로 그것에 집중을 하여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한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형사 아사미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가보지만 증거가 될만한 것은 발견된 체모 몇가닥. 그것만으로는 범인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평소처럼 현장조사를 하고 발로 뛰는 정보수집을 하려는 아사미를 특수분석연구소로 보내는데, 그곳의 연구원 가구라는 체모만으로 범인의 혈액형, 나이뿐만 아니라 인상착의와 거의 실물에 가까운 얼굴까지 특정해주고 있다. 이것으로 범인을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되면서 국가는 모든 사람의 DNA 등록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일어난 살인사건. 그곳에서 찾아낸 증거로 DNA를 분석하지만 특정할 수 있는 범인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알 수 없는 데이터가 생겨나고, 한편으로는 DNA 데이터 분석을 해내는 시스템 개발자 사키 남매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을 분석한 결과 범인은 연구원 가구라를 지목하고 있는데...

 

이야기는 범인 찾기에 집중하는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옳은 방향으로만 향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플래티나 데이터,라는 것은 미래에서만 볼 수 있는 권력자들의 특권일까. 항상 언급되지만 바뀌지는 않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만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겠는가.

물론 이 책은 그 의미만으로만 읽는 것은 아니다. 특정된 범인이 어떻게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나가게 되는가의 과정 자체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 인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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