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토끼 식당 차림표 : 6시 20분의 고기감자조림 눈토끼 식당 차림표
고미나토 유우키 지음, 박유미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눈토끼 식당 차림표, 라는 제목을 봤을 때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예상처럼 요리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눈토끼 식당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책을 읽는 내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게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오랫동안 문을 닫고 있던 눈토끼 식당을 손자 다이키가 이어받아 운영을 하게 되어 처음 문을 여는 그 날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첫 손님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픈 시간 직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다이키를 찾아온 것은 길고양이 한마리. 배가 고픈지 꼼짝않고 있어서 다이키는 대구 토막 하나를 데쳐 고양이에게 갖다준다. 드디어 가게 문을 열었는데 오랜 단골 손님이 반가워하며 식당을 찾고 이어서 왠 길고양이에게 열쇠를 뺏겨 쫓다보니 눈토끼 식당이었다며 찾아 온 손님...

그렇게 눈토끼 식당에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가게 앞에 쓰러져 있던 아오이를 돌봐준 계기로 아오이는 눈토끼 식당에서 알바를 하게 된다. 그렇게 아오이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또 동네 푸딩 가게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우리 동네 골목길에 가정식 식당이 하나 생기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면 쌓이게 되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처음엔 그냥 식당 주인과 손님, 알바생, 동네 상가 이웃.. 그런 표면적인 관계였겠지만 세월이 쌓이면서 점차 서로에 대해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이웃사촌의 느낌이 생겨난다.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한다면 너무 가볍게 따뜻한 이야기만 담겨있는 가벼운 소설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갑작스럽게 아무런 준비 없이 아내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부재가 가족을 피폐하게 만들어버릴수도 있고, 요즘 시대가 원하는 스펙이 없고 경험도 없어서 취업이 어렵다거나 어렵게 들어간 직장생활을 견뎌내는 것도 힘든 현실, 지역상권이 죽어가고 대형점포가 들어서는 현실에서 지역의 작은 상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표현은 서툴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보듬어가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 속의 이야기처럼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행복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야기를 읽는 순간은 모든 것을 다 잊고 행복해진다.

"누군가의 기분이 침울할 때는 마음을 담아 요리를 하자. 그리고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자."(2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