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파크 슬로프에 있는 책만 가득한 작은 아파트로 돌아가는 긴 시간 동안, 베로니카는 무릎에 손을 얹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책을 읽었을 것이다. 가는 내내 한 줄 한 줄 신경쓰며 페이지만 넘기고 위로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을 찬찬히 살폈다. 저 사람들에게는 어떤 어둡고 말 못 할 사정이 있을까. 어떤 슬픔을 겪고 목격하고 만들어냈을까,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남은 삶을 견디고 있을까, 위안을 얻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똑같다고, 베로니카는 생각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에게 짧은 눈길을 주다가 눈을 들어 위쪽을 환히 비추는 광고판을 보았다. 광고판은 혼잡한 모퉁이에 선 크리스마스트리와 빨간 자선냄비를 받치고 있는 유니폼 차림 남자와 동전을 집어넣는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베로니카는 광고판에서 시선을 거둔 후 해리와 자신과 지하철을 탄 사람들과 도시와 우주를 생각했다.

그 모두가 크리스마스가 준 교훈인 것 같았다.

-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 중.

 

 

덧붙인다면.

해리와 베로니카는 똑같은 페이퍼백을 읽고 있으며, 해리는 월남전에 갔었고 그곳에서의 생생한 기억을 잊기 위해 매일 생각을 멈추게 하는 책을 읽고 있다.

 

 

 

조금 일찍 맞이한 크리스마스 시즌.

이제 올 크리스마스엔 어떤 책을 읽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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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9-22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hika님, 추석인사 드립니다.
즐겁고 좋은 추석 명절,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chika 2018-09-23 00:1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추석연휴보내시기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