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와 모순, 부조리가 만들어낸 위기의 대한민국!      

그 안에 투영된 불의하고 부패한 세상을 바로잡고자 했던 이들의 올곧은 삶  

 

작금의 우리 사회는 온갖 불의와 모순, 부정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 매일 같이 새롭게 드러나는 진실 속에 더는 상식과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법하다. 있는 자가 없는 자의 권리를 억압하고, 권력이 국민을 감시하며, 불의와 모순, 부조리가 정의를 굴복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절망해야 했다. 그리고 정의를 부르짖으며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한 시대가 불의하고 부패할수록 개혁과 변혁에 대한 국민의 바람 역시 커지게 마련이다. 또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그런 꿈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설령, 그 자신이 주인공은 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앞장서서 개혁의 기치를 올리기를 바란다. 


조선 5백 년의 역사 속에도 불의하고 부패한 세상에 저항해 이를 바로잡고자 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는 백 년, 아니 천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천재도 있었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과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제 몸을 스스로 던진 이도 있었다. 하지만 임금을 위시한 유교 국가 조선에서 임금의 권위에 도전하고, 개혁을 말하는 것은 곧 목숨을 내놓는 것과도 같았다. 그 결과, 그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패배자 혹은 낙오자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이 어지러운 세상, 어찌 가만히 앉아 있으랴!”

불의와 부조리, 시대의 모순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조선 선비들의 질곡 많고 신산했던 삶의 기록   


《오직 정의》는 불의하고, 불평등하며, 부조리한 시대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조선 선비들의 질곡 많고 신산했던 삶을 오롯이 담고 있다. 그들은 상식이 통하며, 부정부패와 부조리가 없는 세상을 위해 정의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역적이라는 오명 아래 죽어야만 했다. 나아가 그 자손들은 멸문지화 당하고, 가문은 패가망신해야 했으며, 그들의 불꽃같은 사상과 신산했던 삶을 기록한 글 역시 모두 불태워져 사라졌다. 그 결과, 그들은 잊힌 존재가 되어 역사의 먼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조선 건국을 주도했던 비운의 혁명가 삼봉 정도전, 개혁정치를 통해 이상 정치를 추구했던 조선 선비의 사표 정암 조광조, ‘천하공물론’을 주장하며 반봉건주의를 제창했던 조선 최초의 공화주의자 정여립, 스스로 시대의 서자가 되어 조선 사회의 절대 권위에 도전했던 이단아 허균, “과거 공부나 하는 쩨쩨한 선비는 되지 마라”며 조선 사회의 허위의식을 고발하는 데 앞장섰던 연암 박지원, “법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며 백성의 편에 서서 애민의 삶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다산 정약용, 선한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을 열고자 농민들과 함께 혁명을 꾀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김개남, 비록 삼일천하로 끝나고 말았지만,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하여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조선의 풍운아 김옥균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시대의 어둠 앞에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앞장서서 몸을 내던졌다. 부귀영화를 위해서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리는 대신 백성의 편에 서서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떳떳한 삶을 택한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이 어지러운 세상, 어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으랴.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 모순을 변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말라.”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분노와 함께 슬픈 자각이 밀려들 수도 있다. 조선이라는 나라와 대한민국의 현실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자각, 나아가 세월이 격동 치며 흘러갔지만, 이 땅의 민초들을 옥죄는 부조리하고 불의한 문제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서 오는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광장에서 다시 촛불을 든 이유일지도 모른다.



과연, 역사는 진일보하는가? 라는 물음에 의문을 제기하며,

분노와 함께 슬픈 자각이 밀려드는 책!  


“그윽이 생각건대, 털끝만큼 작은 것이라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으니, 당장 이를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하고 말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말마따나, 오늘의 시대는 어디 한군데 성한 곳이 없을 만큼 깊은 병폐에 찌들어 있다. 그 결과,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우리를 혼란 속에 몰아넣곤 한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러나 만일 ‘역사는 점진적으로 진보한다.’ 라는 것이 정설이라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 역시 조금씩 진보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는 정의를 부르짖다가 목숨을 잃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수많은 이들의 힘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으리라. 그런 점에서 역사 속의 진정한 승자는 한 시대를 변혁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했지만,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꿈을 접은 채 크나큰 좌절과 절망 속에서 숨져 간 그들일 것이다.  



정치의 소임은 세상의 정의를 바로잡는 것이다. 사서오경을 달달 외우고, 입으로 공맹의 말씀을 달달 외운다고 해서 군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의 고통을 모르고, 무의를 모른다면, 머리에 똥만 가득 찬 밥버러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새 시대를 설계한 비운의 혁명가, 정도전 


진실로 의와 이를 분별하고,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안다면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부담함이 없을 것이다.” 

- 불의한 세상을 바로잡으려 했던 조선 선비의 사표, 조광조


선비가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백성뿐이다. 무릇, 관리는 백성을 하늘처럼 떠받들어야 하고, 선비는 출처(벼슬에 나아갈 바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를 확실히 해야 한다.

- 의가 아니면 죽음도 불사했던 강직한 선비, 정인홍


과거 공부나 하는 쩨쩨한 선비는 되지 마라. 선비는 궁하더라도 진리를 떠나서는 안 되고, 출세하더라도 정의감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 조선 사회의 허위의식을 고발한 신지식인, 박지원 


온 세상이 썩은 지 오래다. 부패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졌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 

- 애민의 마음을 실천한 조선 최고의 개혁주의자,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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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아련함과 추억, 설원의 아름다움을 담은 
영화 <러브레터>에 대한 오마주!

하늘과 땅사방의 경계가 사라진 새하얀 설원 위에 한 여자가 서 있다한겨울에 핀 붉은 동백꽃처럼 빨간 스웨터를 입은 여자는 하얀 공간 위의 한 점이 되어 방향 없는 인사를 건넨다. 

잘 지내고 있나요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홋카이도의 새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러브레터>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와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흘렀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겨울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러브레터>를 첫손에 꼽는다가슴 한자리를 <러브레터>에게 내줬기 때문이다. 

잘 지내나요겨울은 <러브레터>에 가슴 한자리를 내준 채 또다시 가슴 시린 겨울을 맞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때로는 눈물로때로는 웃음으로 우리의 가슴을 훔쳤던 내로라하는 문인들의 겨울첫사랑추억그리움러브레터…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관한 추억과 진한 향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영화와는 또 다른 감성과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춥고 가슴 시렸던 우리의 겨울을 따뜻하게 감싸줬던 영화 <러브레터>에 대한 오마주(hommage, 프랑스어로 존경’, ‘감사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사랑과 추억, 그리움에 설레는 모든 이에게 
우리의 가슴을 훔친 열여덟 명의 문인이 전하는 
가슴 떨리는 겨울 이야기!

문인들은 과연 겨울을 어떻게 그렸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 책은 문인들의 소소하지만따뜻하고 행복했던 겨울에 관한 추억을 담고 있다. 이에 첫눈첫사랑그리움추억설렘러브레터새해연하장…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관한 문인들의 진한 향수를 자연스레 끄집어낸다물론 거기에는 항상 기쁘고 즐거웠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잊지 못할 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혼자서 감내해야 했던 짙은 고독 역시 숨어 있다
   

눈 오는 날은 마음이 고와집니다먼 데 있는 사람이 그리워집니다아무라도 껴안고 싶게 다정해지는 눈 오는 날퍼붓는 눈 속에 저무는 거리를 혼자서 걸어가는 재미아아나는 어릴 때부터 얼마나 눈 쏟아지는 북극의 거리를 그리워하며 컸는지 모릅니다.”
방정환, <눈 오는 거리중에서
  
"겨울은 외로운 계절이다무척 마음을 상하게 하는 밤이 이어진다그럴 때 여자를 만나 크리스마스이브 종소리를 들으면 잠들지도 못하고그러면서도 고요한 거리…… 반드시 눈이 내려야 하는 거리를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박인환, <크리스마스와 여자중에서

겨울이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퍽 쓸쓸하다그 이유는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눈은 이 땅 위에 흩어진 모든 보기 싫은 것들추한 물건을 하얗게 덮어서 우리의 시야를 아름답게 해줄 뿐만 아니라마음속의 어지럽고 미운 것들까지도 곱게 덮어주는 것이니실로 눈이 오는 날엔 누구에게나 천사가 되어주고 싶다
노천명, <겨울밤중에서
  
눈이 없다면 겨울은 얼마나 삭막할까눈이 있기 때문에 겨울도 다른 시절에 밑지지 않게 아름다운 것이다눈송이 날리는 아침과 저녁눈 쌓인 상록수하얀 거리신발 밑에서 빠작빠작 울리는 눈 쌓인 길기온이 낮아졌다가 별안간 차가워진 아침수림의 휘추리(가늘고 긴 나뭇가지)에 만화(萬華)의 그림을 그려 놓는 수빙(樹氷나뭇가지에 응결된 얇은 얼음 층─ 이 모든 아름다운 것으로 인해 겨울은 다른 시절에 비해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다.
이효석, <계절의 낙서중에서
  
나는 담요 접던 손으로 찌르르한 가슴을 부둥켜안았다그렇게 멍하니 내려앉은 내 마음은(시간)라는 층계를 밟아 멀리멀리 옛적으로 달아났다나는 끝없이끝없이 달아나는 그 마음을 그대로 놓쳐버리기 너무 아쉬워 그대로 여기에 쓴다
최서해, <담요중에서
  
겨울다시 겨울이 왔다세상 만물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계절겨울그러나 겨울만큼 낭만적이고 사람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계절이 또 어디 있으랴그 이면에는 이 있다그렇다겨울은 눈으로서 비로소 완성된다

이렇듯 흰 눈으로 가득 덮인 세상은 문인들의 창작욕을 한층 더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주었다이에 향수 어린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전하는 문인들의 이야기에 취하다 보면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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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7-02-0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따뜻해 지는 책인 것 같습니다.
 

1937년 4한 젊은이가 일본 도쿄에서 돌연 사망한다그의 나이는 고작 스물일곱갑작스러운 비보에 그의 지기들이 충격에 빠진 것은 당연했다곧이어 그의 벗들은 그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글을 속속 발표한다.


상은 오늘의 환경과 종족의 무지 속에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천재였다상은 한 번도 잉크로 시를 쓴 일은 없다그는 스스로 제 혈관을 짜서 시대의 혈서를 쓴 것이다그는 현대라는 커다란 파선에서 떨어져 표랑하던 너무나 처참한 선체 조각이었다.”


그는 온건한 상식인 앞에서 기탄없이 그 독특한 화술로써 일반 선량한 시민으로서는 규지(엿보아 앎)할 수 없는 세계의 비밀을 폭로한다그는 술을 사랑하고벗을 사랑하고또 문학을 사랑하였으면서도 그것의 절반도 제 몸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에 앞서, 20여 일 전에도 스물아홉의 젊은이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짧지만 신산한 삶을 살았던 그의 죽음 앞에 그의 벗들 역시 글로써 울분을 토했다.


유정은 단지 원고료 때문에 소설을 쓰고수필을 썼다. 4백 자 한 장에 대돈 50전야라를 받는 원고료를 바라고그는 피 섞인 침을 뱉어가면서도 소설을수필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렇게 해서 쓴 원고의 원고료를 받아서 그는 밥을 먹었다그러다가 유정은 죽었다그러나 이것이 어디 사람이 밥을 먹은 것이냐버젓하게 밥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지!”


세상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유정임을 절절히 느꼈다공손하되 허식이 아니요다정하되 그냥 정이요유정에게 어디 교만이 있으리오그는 진실로 톨스토이(유정의 마지막 일작 <따라지>의 등장인물로 누이에게 얹혀살며 글을 쓰는 무기력한 존재)였다될 수만 있다면 나 같은 명색 없는 작가 여남은 갖다 주고 다시 물러오고 싶다.”


이상과 김유정혜성같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짧은 삶이었지만그들은 우리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하지만 살아생전 그들과 그들의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다미친 사람의 헛소리라거나 어린아이의 말장난혹은 촌스럽고 수준 낮은 잡설이라고 치부되었기 때문이다그러다 보니 그들은 가난과 고독과 싸우며 신산한 삶을 살아야 했고결국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이상김유정박용철 등 가난과 고독 속에 신산한 삶을 살다 간

당대 문인들의 삶과 작품에 관한 벗들의 회억




이상과 김유정혜성같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짧은 삶이었지만그들은 우리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하지만 살아생전 그들과 그들의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다미친 사람의 헛소리라거나 어린아이의 말장난혹은 촌스럽고 수준 낮은 잡설이라고 치부되었기 때문이다그러다 보니 그들은 가난과 고독과 싸우며 신산한 삶을 살아야 했고결국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모든 죽음은 큰 슬픔을 머금고 있다. ‘라는 존재의 부재가 가져오는 허전함과 공허함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그래서일까자꾸만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그와의 끈을 가능한 한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문인들 역시 마찬가지다그들은 벗의 죽음 앞에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눈물과 슬픔을 애써 참으며 글로써 벗에 관한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다짐짓태연해 보이지만그 안에는 온갖 감정이 녹아 있다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더욱 슬프다


이 책은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김기림박태원채만식김영랑 등 당대를 풍미했던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가까운 벗이자 동료 문인이었던 이상김유정박용철 등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슬픔을 억누르며그들의 삶과 작품을 되돌아보고함께 했던 추억을 회억하는 것과 동료 문인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바라본 문인들의 삶과 작품에 관한 허물없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그러다 보니 차마 그들 앞에서는 쉽게 할 수 없었던 내밀한 이야기도 많다


이를 테면김동인은 두 번이나 무시했던 김소월을 잊을 수 없는 이유가 당시 동성동명의 기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또 소설가 김남천은 춘원 이광수를 가리켜 영리하게 살아갈 줄 아는 처세의 대가라고 했고시인 오장환은 백석을 일컬어 스타일만 찾는 모더니스트라고 했으며변영로는 오상순을 일컬어 불가사의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했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문인들의 동료 문인에 관한 내밀한 고백이자 에스프리라고 할 수 있다.




시는소설은 어찌 잊고 갔을까


일찍 처를 여의어 보고아들도 놓쳐 보고엄마도 마저 보내 본 나로서는 중한 사람의 죽음을 다 겪어본 셈이지만내가 가장 힘으로 믿었던 벗의 죽음이라 아무리 운명이라 치더라도 너무 과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김영랑이 평생의 벗 박용철의 죽음에 부쳐 쓴 글이다그는 여기서 인생 최고의 충격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있다그만큼 지기를 잃은 그의 슬픔은 컸다그러기는 채만식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는 김유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애써 눈물을 참으며 이렇게 외친다.


될 수만 있다면 나 같은 명색 없는 작가 여남은 갖다 주고 다시 물러오고 싶다.”


이보다 더 슬픔과 그리움안타까움을 아울러 표현한 말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일찍 떠나야만 했을까또 자기 몸보다 더 사랑하던 시는소설은 어찌 잊고 갔을까누구보다도 가슴 아팠을 벗들의 절절한 슬픔이 그들의 굴곡진 인생사와 함께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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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쓰다, 그리다, 그리워하다
이상.이광수.김동인 외 지음 / 루이앤휴잇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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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십 평생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요, 벗이었던 너를 여의매, 내 슬픔은 끊일 줄 모른다. 네가 내 무릎 위에 있는 동안 나는 네게 좋은 것을 하나도 해주지 못하고 도리어 좋지 못한 꼴만 보이고 말았다."

춘원 이광수가 불의의 사고로 잃은 아들 봉근을 향해 일 년간 쓴, 부치지 못할 편지에는 그의 애끊는 심정이 절절하다.

그는 또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부인 허영숙을 살뜰히 챙겼다. 여름에는 '렌코트'(레인코트)가 필요하니 값을 적어 보내라며 부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훗날 도쿄 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온 허영숙은 국내 산부인과 1호 개업의가 된다.

"오늘 140원 부친 것 받았을 줄 믿소. 그리고 기뻐하셨기를 바라오. 그걸로 양복 지어 입고 40원으로는 3월 학비 하시오. 나는 학교에서 참고서를 많이 사줘서 그것만으로도 몇달 공부 거리는 될 것 같소."

시인 겸 소설가 이상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낸 유명한 연서도 실렸다. 

"지금 편지를 밧엇스나 엇전지 당신이 내게 준 글이라고는 잘 믿어지지 안는 것이 슬품니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이상이 스물다섯 살 때 소설가 최정희에게 쓴 것으로 추정된다. '정희'라는 여인이 보낸 편지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상의 고백체 단편소설 '종생기'와 관련성 탓에 문학사적으로도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사랑을 쓰다 그리다 그리워하다]는 은 한국문학사의 거장들이 남긴 편지를 엮은 것이다. 이에 이광수·김동인·이상·김유정·김영랑·이효석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가족과 친구, 연인에게 보낸 편지 40여 편의 편지를 실고 있다.    

빛바랜 편지 속에는 그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다. 특히, 차마 작품 속에는 쓸 수 없었던 내밀한 개인사와 가족사를 다수 담고 있어, 그들의 민낯 뿐만 아니라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빛나던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깊은 감동과 오랜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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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내밀한 문장, 수줍은 봉인을 풀다!


빛바랜 편지 속에 담긴 작가들의 삶과 희로애락!

차마 작품 속에는 적지 못했던 사랑과 그리움, 우정, 존경과 당부의 글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어느 날, 한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죽은 일곱 살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띄운다. 


“아직도 문소리가 날 때마다 혹시나 네가 들어오는가 싶어 고개를 돌린다. 

큰길가에서 전차와 자동차를 보고 서 있지는 않은지, 

장난감 가게에서 갖고 싶은 장난감을 못 사서 시무룩하게 서 있지는 않은지, 대문간에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딱지치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금방이라도 네가 “엄마, 엄마, 엄마”하고 뛰어 들어올 것만 같구나. 

… (중략) … 

하지만 아침 상머리에 네가 없음을 알고 아빠는 눈물이 쏟아진다.”


춘원 이광수는 몹시도 사랑하던 아들 봉근이 죽자 큰 충격을 받는다. 이에 아들이 살아 있을 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자신을 못난 아비라 부르며 일 년여에 걸쳐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쓴다.


소설가 이상이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사랑에 애태우고 있는지 알 수 있다.또한, 여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를 원망하며 야속해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말하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간 당신은 내게 커다란 고독과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을 주었습니다. 

나는 다시금 잘 알 수가 없어지고, 

이제 당신이 이상하게 미워지려고까지 합니다. 

혹 내가 당신 앞에서 지나치게 신경질을 부렸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점점 당신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느 날 확실히 알게 되었고……. … (중략) … 

당신이 나를 만나고 싶다니 만나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 맘도 무한히 흩어져 당신 있는 곳에는 잘 가지지 않습니다.”


편지는 내면의 고백이다. 즉, 편지는 글쓴이의 내면을 가장 직접 드러내는 거울과도 같다. 이 때문에 편지를 읽는다는 것은 그들의 가슴 속에 꼬옥 숨겨둔 또 하나의 ‘비밀’을 읽는 것과 같은 흥미와 쾌감을 준다. 

이상, 이광수, 김동인, 박용철, 김영랑과 같은 우리 문학사의 내로라하는 작가들 역시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들이 쓴 편지를 보면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은 물론 상대에 대한 존경과 진심이 묻어 있다. 



이상, 이광수, 김동인, 박용철, 김영랑, 박인환…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빛나던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마주하다


<사랑 쓰다, 그리다, 그리워하다》는 이상, 박용철, 김영랑, 이육사를 비롯하여 소설가 이광수, 김동인, 이효석 등 교과서에서만 만났던 유명 작가들이 직접 쓴 편지와 그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 앞에 홀로 애태우는 이상의 연서에서부터 일곱 살 난 아들을 잃은 후 일 년여에 걸쳐 글을 쓰며 자신이 못난 아비였음을 고백한 춘원 이광수의 눈물 어린 편지, 아들을 잃은 아내의 건강을 걱정하며 아내에게 보낸 김동인의 애잔한 편지, 생활고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시인 박인환의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까지. 


그 동안 교과서 속 작품으로만 만났던 작가들의 삶과 희로애락을 작품이 아닌 그들이 직접 쓴 편지로 만날 수 있다. 빛바랜 편지 속에는 그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다. 특히, 차마 작품 속에는 쓸 수 없었던 내밀한 개인사와 가족사를 다수 담고 있다.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이를 통해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빛나던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나아가 편지를 받는 대상과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작가들의 미묘한 내면세계와 그것을 알아봐 주는 사람과의 교감 및 당시의 시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꼭꼭 눌러 쓴 글씨 위에 묻어나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마음


춘원 이광수는 훗날 한국 최초의 여의사가 된 허영숙과 재혼한 후, 아내가 공부를 더 하겠다며 일본 유학길에 오르자 학비는 물론 옷까지 살뜰히 챙겼다. 



“이렇게 혼자 건넛방에 앉아서 당신께 편지를 쓰는 것이 

나의 유일한 행복이외다. 

… (중략) … 

오늘 140원 부친 것 받았을 줄 믿소. 그리고 기뻐하셨기를 바라오. 

그걸로 양복 지어 입고 40원으로는 3월 학비 하시오. 

여름에는 렌코트(레인코트) 같은 것이 있어야 할 터이니 

모두 값을 적어 보내시오.”


이처럼 작가들의 빛바랜 편지 속에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본연적인 모습이 깃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작품으로는 알 수 없었던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그것을 읽는 재미 역시 소설 못지않게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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