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쓰다, 그리다, 그리워하다
이상.이광수.김동인 외 지음 / 루이앤휴잇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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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십 평생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요, 벗이었던 너를 여의매, 내 슬픔은 끊일 줄 모른다. 네가 내 무릎 위에 있는 동안 나는 네게 좋은 것을 하나도 해주지 못하고 도리어 좋지 못한 꼴만 보이고 말았다."

춘원 이광수가 불의의 사고로 잃은 아들 봉근을 향해 일 년간 쓴, 부치지 못할 편지에는 그의 애끊는 심정이 절절하다.

그는 또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부인 허영숙을 살뜰히 챙겼다. 여름에는 '렌코트'(레인코트)가 필요하니 값을 적어 보내라며 부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훗날 도쿄 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온 허영숙은 국내 산부인과 1호 개업의가 된다.

"오늘 140원 부친 것 받았을 줄 믿소. 그리고 기뻐하셨기를 바라오. 그걸로 양복 지어 입고 40원으로는 3월 학비 하시오. 나는 학교에서 참고서를 많이 사줘서 그것만으로도 몇달 공부 거리는 될 것 같소."

시인 겸 소설가 이상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낸 유명한 연서도 실렸다. 

"지금 편지를 밧엇스나 엇전지 당신이 내게 준 글이라고는 잘 믿어지지 안는 것이 슬품니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이상이 스물다섯 살 때 소설가 최정희에게 쓴 것으로 추정된다. '정희'라는 여인이 보낸 편지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상의 고백체 단편소설 '종생기'와 관련성 탓에 문학사적으로도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사랑을 쓰다 그리다 그리워하다]는 은 한국문학사의 거장들이 남긴 편지를 엮은 것이다. 이에 이광수·김동인·이상·김유정·김영랑·이효석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가족과 친구, 연인에게 보낸 편지 40여 편의 편지를 실고 있다.    

빛바랜 편지 속에는 그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다. 특히, 차마 작품 속에는 쓸 수 없었던 내밀한 개인사와 가족사를 다수 담고 있어, 그들의 민낯 뿐만 아니라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빛나던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깊은 감동과 오랜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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