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상과 백석이 이야기 하는 80여 년 전 여름의 낭만과 추억, 맛 이야기 


80여 년 전, 1935년 여름. 한 시인은 거듭된 실패와 세상의 몰이해에 좌절한다. 그리고 어느 날 자취를 감춘다. 자신을 몰라주는 세상과 사람들로부터의 도피였다. 몸도 마음도 이미 지친 터였다.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던 그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낯선 곳의 여름 풍경에 주목하고, 그곳에 한 달 동안 머물며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이상. 1935년 여름, 그는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직접 선보이며 의욕적으로 시작한 다방 <제비>의 참담한 실패를 맛본다. 급기야 연인 금홍도 그의 곁을 떠났고,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그의 낯선 작품에 관한 사람들의 시선은 냉대함 그 자체였다. 결국, 실의에 빠진 그는 한동안 자취를 감춘다.  


오랜 방황 끝에 그가 도착한 곳은 성천이라는 낯선 고장이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한 모더니스트였던 그의 눈에 비친 시골 풍경은 생경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실의에서 벗어난 그는 곧 자신의 산문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두 작품을 이곳을 무대로 쓴다. <산촌여정>과 <권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의 경험임에도 두 작품이 보여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산촌여정>이 시종일관 경쾌한 어조로 여름날 자연의 풍광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 반면, <권태>는 무미건조한 일상이 불러오는 허무와 우울, 권태 그 자체로 성천의 풍경과 여름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산촌여정>이 세상을 내다보며 쓴 글이라면, <권태>는 작가 이상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쓴 글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이상이라는 걸출한 작가로 인해 우리는 80여 전 여름의 추억과 낭만, 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작가의 서정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잔잔한 흑백영화처럼 펼쳐지는 80여 년 전 여름의 낡은 풍경과 아름다운 서정


[녀름입니다, 녀름]은 80년 전, 우리 문학을 화려하게 수놓은 작가들의 여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 속에는 이상, 백석, 이태준, 채만식, 이효석, 현진건 등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열여섯 명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여름 이야기와 잊을 수 없는 추억, 여름 별미에 얽힌 이야기가 달큼하고 진한 참외 향기처럼 오롯이 펼쳐지고 있다.  


첫여름을 맞는 기쁨과 즐거움부터 더위를 피해 잠시 연인과 바다를 찾았던 이야기, 입맛 없는 여름 자신을 사로잡은 별미에 얽힌 추억까지, 1930~40년대 여름의 낭만과 추억, 서정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으며, 80여 년 전 여름으로 우리를 이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여름 별미에 관한 이야기로, 소파 방정환은 서울 시내 유명 빙숫집 상호 및 위치, 맛의 비밀까지 숨김없이 공개하고 있다. 


경성(京城) 안에서 조선 사람의 빙숫집치고 제일 잘 갈아주는 집은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종로 광충교 옆에 있는 환대상점이라는 조그만 빙수 점이다. … (중략) … 삼청동 올라가는 소격동 길에 있는 야트막한 초가집은 딸깃물도 아끼지 않지만, 건포도 네다섯 개를 얹어주는 것도 싫지만은 않다.   

─ 방정환, <빙수> 


평양냉면을 두고 벌이는 김남천과 이효석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이가 나기도 전부터 냉면을 먹었다는 평안도 출신 김남천과 멀건 육수의 평양냉면의 진미를 도저히 알 수 없어 냉면 먹기를 끊어버렸다는 강원도 출신의 이효석. 두 사람의 이야기 다툼은 글을 읽는 이들의 입가를 흐뭇하게 하다못해 입맛을 다시게 하기에 충분하다.  


불현듯 냉면 생각이 나서 관철동이나 모교 다리 옆을 찾아갈 때가 드물지 않다. 모든 자유를 잃고, 음식 선택의 자유까지 잃었을 경우, 항상 애끊는 향수같이 엄습하여 마음을 괴롭히는 식욕의 대상은 우선 냉면이다. 

─ 김남천, <냉면> 중에서 


평양에 온 후로는 까딱 냉면을 끊어버린 까닭에 평양냉면의 진미를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육수 그릇을 대하면 그 멀겋고 멋없는 꼴에 처음에는 구역질이 납니다.

─ 이효석, <유경 식보> 중에서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쓰인 <산촌여정>과 <권태>를 비교해서 읽는 재미 못지않게 ‘수박’이란 과일을 두고 최서해와 계용묵이 쓴 <수박> 역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듯 진한 향수와 페이소스, 그리움이 담긴 그들의 글을 읽노라면 때로는 연민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넘치는 재치와 발랄함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진한 여운이 남지 않는 것이 없어,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적지 않은 감동에 빠지게 된다.   


시대적 상황과 글쓴이만의 글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원문을 그대로 실었지만, 내용 이해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 괄호 속에 현대어를 함께 풀어써서 가독성을 높인 것 역시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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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산다는 것 - 나는 아직도 글쓰기가 힘들다
이상.김동인 외 지음 / 루이앤휴잇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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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산다는 것]은 이상, 백석, 김동인, 나도향 등 우리 문학을 빛낸 큰 별 18인의 매우 솔직한 고백이다.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고, 그로 인해 수많은 독자에게 영감을 준 주인공들이지만 ‘글을 쓴다는 것’ 앞에서는 그들 역시 한없이 겸손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감자>, <배따라기> 등을 쓴 김동인은 1934년 12월 《신인문학》에 기고한 <나의 문단 생활 20년 회고기>에서 작가로서의 고달픈 삶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문학청년에게 보내는 메시지치고는 매우 직설적이고 서늘하기 그지없다.

“붓으로 밥을 먹고 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때문에 나는 문학청년들에게 생활의 토대가 없거든 문인 되기를 바라지 말고 혹시 문인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문필로서 밥을 먹고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벙어리 삼룡이>의 작가 나도향 또한 글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을 ‘죄악’에 비유한 바 있다. 

“아직 수양해야 할 내게 어떤 요구를 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만큼 무리한 일이 없을 것이요, 나 자신이 창작가나 문인을 자처한다면 그것만큼 건방진 소리가 없을 것이다. 어떻든 무엇을 쓴다는 것이 죄악 같을 뿐이다.”

<운수 좋은 날>의 작가 현진건은 또 어떤가 그는 1925년 5월 《조선문단》에 기고한 글에서 글을 낳을 때의 고통을 털어놨다.

“낳을 때의 고통이란! 그야말로 뼈가 깎이는 일이요, 살이 내리는 일이다. 그러니 펜을 들고 원고지를 대하기가 무시무시할 지경이다. … (중략) … 뜻대로 그려지지 않는 무딘 붓끝으로 말미암아 지긋지긋한 번민과 고뇌가 뒷덜미를 움켜잡는다. ‘피를 뿜는 듯한 느낌’이란 아마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책은 이상, 김동인, 나도향, 현진건, 이효석 등 우리 문학사의 큰 별 18명이 처음 책을 접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부터 문학청년 시절을 거쳐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겪은 숨겨진 일화 및 동료 문인과의 추억, 자신의 작품과 삶에 관한 솔직한 고백을 담고 있다. 

마치 한 편의 흑백 영화처럼 펼쳐지는 그들의 지난한 삶과 추억은 그들이 글을 쓰면서 느꼈을 절절한 고뇌와 아픔을 전달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를 통해 그들이 한 편의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의 힘겨움과 고통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다. 또한, 그런 절차탁마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작품 및 자신에게 엄했던 그들의 민낯과 마주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근대 우리 문학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작은 문학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붓으로 밥을 먹고 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때문에 나는 문학청년들에게 생활의 토대가 없거든 문인 되기를 바라지 말고 혹시 문인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문필로서 밥을 먹고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 김동인, <나의 문단 생활 20년 회고기> 중에서

"아직 수양해야 할 내게 어떤 요구를 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만큼 무리한 일이 없을 것이요, 나 자신이 창작가나 문인을 자처한다면 그것만큼 건방진 소리가 없을 것이다. 어떻든 무엇을 쓴다는 것이 죄악 같을 뿐이다."
- 나도향, <쓴다는 것이 죄악 같다> 중에서

"낳을 때의 고통이란! 그야말로 뼈가 깎이는 일이요, 살이 내리는 일이다. 그러니 펜을 들고 원고지를 대하기가 무시무시할 지경이다. … (중략) … 뜻대로 그려지지 않는 무딘 붓끝으로 말미암아 지긋지긋한 번민과 고뇌가 뒷덜미를 움켜잡는다. ‘피를 뿜는 듯한 느낌’이란 아마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 현진건, <쓸 때의 유쾌함과 낳을 때의 고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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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사랑》은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의 사랑에 대한 소중한 기억과 단상을 담고 있다.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열여섯 명의 생애 첫 고백!

기억의 갈피 속에 넣어뒀던 아름답고 애잔한 사랑 이야기


"나는 이제 너를 떠나는 슬픔을, 너를 잊을 수 없어 얼마든지 참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언제라도좋다. 네가 백발일 때도 좋고, 내일이라도 좋다. 

만일 네 ‘마음’이 흐리고 어리석은 마음이 아니라 네별보다도 더 또렷하고, 

하늘보다도 더 높은 네 아름다운 마음이 행여 날 찾거든 혹시 그러한 날이 오거든, 

너는 부디 내게로 와다오─. 나는 진정 네가 좋다. 웬일인지 모르겠다. 

네 작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때기도 좋다."


이상은 두 살 연하의 소설가 최정희를 연모했다. 당시 최정희는 스물셋의 젊은 이혼녀로 잡지사 《삼천리》를 경영하고 있던 시인 파인(巴人) 김동환과 사귀고 있었는데, 시인 백석에게도 연서(戀書, 연애편지)를 받는 등 빼어난 외모와 지성으로 당대 청년 문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편지를 건넬 당시 이상은 연작시 <오감도>를 발표한 직후로 문단에서 한창 이름을 알릴 즈음이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운영했던 제비다방이 경영난으로 인해 문을 닫았고, 연인이었던 금홍과도 이별하는 등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최정희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만의 바람이었을 뿐.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정희가 끝내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상은 편지를 쓰고 2년 뒤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로 일본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고 만다.


사랑의 열병을 한 번쯤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누구나 사랑 때문에 설레고, 안타까워하며, 가슴 아파한다. 그것은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그들은 풍부한 감성으로 인해 다른 이들에 비해 더 깊은 사랑의 열병을 앓곤 했다. 그리고 이를 섬세한 표현력으로 자신의 작품 속에 그대로 담곤 했다. 허구가 아닌 자신의 경험을 직접 이야기로 쓴 것이다. 예를 들면, 이상의 <봉별기>는 그가 스물세 살 때 요양차 갔던 황해도 백천온천에서 만난 스물한 살 먹은 기생 금홍이와 만나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날개>, <단발>, <동해>, <실화>, <종생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천재 작가 이상의 가슴 아픈 사랑은 물론 변화무쌍했던 삶을 엿볼 수 있다.


채 휘발되지 않은 그리움과 기억을 담아 절절하게 써 내려간 사랑의 속살!


《소설가의 사랑》은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열여섯 명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랑에 대한 소중한 기억과 단상을 담고 있다. 사랑의 열병을 앓게 했던 여인을 향한 이상의 분홍빛 연서부터 어린 시절 단 한 번 만났던 여인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써 내려간 이광수의 첫사랑, 남녀의 삼각관계에 얽힌 이야기를 이등변삼각형에 빗댄 이효석의 로맨스까지…. 저마다 기억의 갈피 속에 곱게 접어 넣어뒀던 아름답고 애잔한 사랑 이야기가 마치 흑백영화처럼 고요하고 담담하게 펼쳐지며 감성을 자극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사랑의 스펙트럼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마냥 아프고 설레었던 첫사랑의 추억을 되돌아보며 그리워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폭풍처럼 몰아친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다. 또한, 가슴 먹먹하게 했던 이별 뒤의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이도 있고,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이도 있다.


이렇듯 아직 휘발되지 않은 그리움을 담아 절절하게 써 내려간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번잡한 일상에 무뎌진 우리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줄 뿐만 아니라 가슴속에 오래가는 잔향을 남겨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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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린 한 폭의 그림처럼 오롯이 펼쳐지는 

1930~40년대 서울의 아름다운 봄날 풍경과 서정!


"밤섬이 싹을 틔우려나 보다. 

걸핏하면 뺨 얻어맞는 눈에 강 건너 일판(한 지역 모두)이 

그냥 노랗게 헝클어져서는 흐늑흐늑(나뭇가지나 머리카락 따위의 얇고 긴 물체가 자꾸 느리고 부드럽게 흔들리는 모양)해 보인다."


이상의 <서망율도>라는 글의 일부분으로, 지금의 여의도 근처에 있던 밤섬을 바라보며 봄이 오는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얼큰한 달래 나물에 한 잔 술을 마시며 밤섬을 지켜보던 그는 다시 봄을 이렇게 묘사한다. 


"강으로나 가볼까. 

울면서 수채화를 그리던 바위 위에서 나는 도(도수) 없는 안경알을 닦았다. 

바위 아래 갈피를 잡지 못하는 3월 강물이 충충하다(맑거나 산뜻하지 못하고 흐림). 시원찮은 볕이 들었다 놨다 하는 밤섬을 서에 두고 역청(흑갈색)을 

풀어 놓은 것 같은 물결을 나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내려다보았다."


다시, 봄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봄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노란 꽃이며 연둣빛 나무, 푸른 하늘까지. 모두 봄을 맞는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봄이 되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에세이스트가 된다. 새롭게 약동하는 봄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머지 글을 통해 그것을 묘사하고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이는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문인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봄꽃처럼 따뜻하고 화사한 언어를 통해 봄을 맞는 기쁨과 설렘, 그리움을 수많은 작품 속에 담았다. 



이상, 이태준, 김유정, 김영랑, 이효석 등 

근대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스무 명의 작가가 전하는

봄 햇살처럼 생기발랄하고, 꽃향기 가득한 봄 이야기!


《이상 씨, 봄이 그렇게 좋아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상을 필두로 이태준, 김유정, 김영랑, 이효석 등 근대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스무 명이 쓴 봄에 관한 산문집이다. 


책 여기저기에 1930~40년대 서울의 봄 풍경과 서정이 잘 그린 한 폭의 그림처럼 오롯이 펼쳐진다. 이를테면, 이른 봄을 맞아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생각한 것을 그림처럼 표현한 <조춘점묘>는 이상이 1936년 3월 3일부터 26일까지 《매일신보》에 총 7회에 걸쳐 연재한 것으로 당시 서울의 이른 봄 풍경과 작가의 서정을 엿볼 수 있다.


"얼음이 아직 풀리기 전 어느 날, 덕수궁 마당에 혼자 서 있었다. 

마른 잔디 위에 날이 따뜻하면 여기저기 쌍쌍이 벌려 놓일 사람 더미가 

이날은 그림자도 안 보인다. 이렇게 넓은 마당을 텅 비워두는 뜻을 알 길이 

없다. 땅이 심심할 것 같다. 땅도 인제는 초목(草木)이 우거지고, 

기암괴석이 배치되는 데만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다. … (중략) … 

그러나 역시 잔디밭 위에는 아무도 없고, 지난가을에 해뜨리고(버리고) 간 

캐러멜 싸개가 바람에 이리 날고 저리 날고 할 뿐이다."


책은 그야말로 봄 햇살처럼 생기발랄하고 따뜻하다.


작가 특유의 재치와 발랄함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관한 진한 향수와 그리움을 담은 이야기 및 간략하고 압축된 언어를 통해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봄을 맞는 기쁨과 설렘을 표현한 글도 여러 편 있다. 이에 책을 읽다 보면 그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치와 발랄함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진한 여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없어,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적지 않은 감동에 빠지게 된다. 

   

시대적 상황과 글쓴이만의 글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원문을 그대로 실었으나, 내용 이해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 괄호 속에 현대어를 함께 풀어서 사용해 가독성을 높인 것 역시 이 책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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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리지만, 행복한 삶을 위한 35가지 인생 질문 


삶에 있어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목표를 향해 남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빨리 도착한다는 건 그만큼 앞서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남보다 더 많이 성취한다는 건 그만큼 부유하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삶의 성공과 행복이 반드시 속도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도착점이 자신이 가고자 했던 최종 목적지라면 상관없지만, 그저 경쟁에 취한 나머지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렸다면 아무리 빨리 도착한들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왔는데, 그것이 자신이 가고자 했던 목적지가 아니라면 그보다 더 큰 불행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속도에 앞서 삶의 방향을 먼저 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야 한다. 그러는 동안 삶에 의문이 들거나,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럴 땐 한 번쯤 멈춰 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지금 행복한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좀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삶에 의문이 들거나, 마음이 조급해진다면

지금 당장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향해 질문을 던져보라!


《나는 천천히 가는 사람입니다》는 살면서 꼭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35가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얼핏 보기에는 하나같이 만만해 보이지만, 실상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곱씹을수록 생각을 거듭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지금 가고 있는 그 길이 확실한가?

- 그것을 꼭 해야 할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 교과서 같은 삶만 너무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가?

-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가? 

- 지금 손에 쥔 것을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는가? 


이를 통해, 책은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한 걸음 더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불안과 걱정, 조급함에서 벗어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는지 그 해법을 제시하고,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행복에 이르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나아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의문이 들거나 마음이 조급하다면, 지금 당장 발걸음을 멈추고, 책이 던지는 35가지 질문에 귀 기울 필요가 있다.


다른 이의 삶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을 살 것!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 자신의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혹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나아가 만일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원인과 처방 역시 정확히 알아야 한다. 


시간은 충분하다. 따라서 목표와 방향만 확실하다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목표를 잊지 않고 늘 가슴속에 간직하면서 실천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삶은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는 낯선 길을 걷는 것과도 같다. 누구나 그 길 위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깨진다. 그때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달리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삶의 목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라. 힘들면 잠시 멈춰 쉬었다 가도 좋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다.

- 법정 스님 


삶의 방향이 분명하면 온 삶이 다 분명해진다. 그러나 삶의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삶은 늘 문제투성이가 되고 만다.

- 숭산 스님 


목표가 확실한 사람은 아무리 거친 길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목표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 토마스 칼라일 

  

어디로든 가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부터 알아야 한다. 인생에서 바라는 걸 이루고 싶다면 자신의 목표를 가장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 티나 산티 플래허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큰 감동과 가르침을 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그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할 내 이야기는 아니다. 즉, 참고는 될지언정 절대적인 가치는 될 수 없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따라서 자기 자신에게 신념과 용기, 믿음과 사랑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전달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는데, 어찌 다른 사람에게 신뢰받고 사랑받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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