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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가 막을 내렸다. 새삼, 지금까지의 내가 1990년대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때 그 감성과 풍경, 익숙하면서도 애틋했다. 그때 내 곁에 머물면서 내게 감흥을 줬던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그리고, 아마도 지금 읽고 있는, 나를 흔드는 책들이 또 미래의 나를 만들 것임을. 이 책들이 2014년의 문을 열어젖힌다면 참 좋겠다.  


1. 인천상륙작전

윤태호. 믿고 보는 윤태호다. 한겨레 연재를 보고 있는데, 단행본으로 만나면 또 다를 것 같다. 지금의 한국은 분단이라는 상황이 만든 트라우마의 총합이다. 한국 사회에서 분단만큼 크게,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있을라고. 과연 우리는 제대로 인천에 상륙한 것일까. 역사 왜곡과 거짓이 비일비재하게 펼쳐지는 지금, 버릴 대로 버려진 안구와 달팽이관을 정화할 때다. 



2. 한국 식물 생태 보감

이런 책은 국가에서 상을 주거나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 국정원에서 댓글 다는데 펑펑 쓰는 돈, 이 책에 지원했으면 우리 사회가 이모양 이꼬라지는 아닐 터. 댓글 폭탄 터뜨리지 말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식물에 눈을 돌리는 게 훨씬 낫다. 382종, 비교 대상까지 합쳐 760종이란다. 이들을 제대로 아는 것, 삶을 제대로 꾸릴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아닐까! 




3. 혁명의 영점

이젠 실토해야 한다. 가사노동이 모든 노동의 근원이다. 가사노동의 인정하는데서 진짜 혁명은 가능하다. 인류는 그 근원을 소외시킴으로써 탐욕을 채우는 길을 걸었다. 이 책이 제시한 가사노동과 복지의 관계는 지금 한국 사회의 복지담론에 적극적으로 대입해야 한다. 복지의 축소는 단순히 국가의 임무 방기뿐 아니라 '무급' 가사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 가사노동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이 공장과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생산만큼 가치가 없다는 거짓말! 입에 침 좀 바르시지, 요!



4.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사랑은 결국 타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타자에 대한 책임을 우선시하는 윤리학을 전면에 내세우는 타자성의 철학. 레비나스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염된 단어 중의 하나가 사랑이다. 사랑, 사랑,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는 그것에 사랑은 발에 채이는 돌멩이가 돼 버렸다. 그리고 '진짜' 사랑은 실종됐다. 사랑의 부재가 지금의 현상이다. 과연 우리는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까. 밀양, 쌍용차, 그리고 안녕하지 못한 모든 사람들이 안녕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의 회복이다.



5.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서울, 재미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서울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모른다. 서울의 일상을 미시적으로 탐사한 이 책이 갈증을 풀어줄 것이다. 아니 갈증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것이 갈증이었고, 동시에 해갈됐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벤야민식 서울 읽기. 공간을 알아야 삶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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