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이 될 때 까지 의미 있는 말을 하지 못하던 진복이가 최근 들어 말을 마구마구 하기 시작했다.
말을 하지 못했을 때는 '이 자식이 어디에 문제가 있나.. 왜 '엄마, 아빠 '소리도 못하나'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 의미 있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또꼬또꼬또꼬또꼬...라는 이상한 의성어만을 하던 녀석이 어느날 오후 내 손을 붙잡고 식탁옆에 서더니 스티커를 가리키면서 '떼'라고 했다. 뽀로로 스티커를 떼어 달라는 것이다.
할머니 집에 놀러갔더가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려는 데 진복이가 할머니에게 말한다. '타'라고. 차에는 우리 가족 셋만이 탔었다.
내가 기억하기에 진복이가 했던 의미 있는 말(1음절) 세 가지는 '떼', '타', 그리고 '빼'다.
내가 진복이에게 묻는다. '진복아... 우리 물놀이 갈까? 누구랑 갈까?'하면 진복이는 나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다음 손가락으로 두 개를 만들어 보이고 아빠를 가리키면서 '빼'라고 했다. 아빠는 놀이에서 빼란다. 아빠가 들으면 서운한 말이다. 진복이는 한 참 오이디푸스 시기인가 보다. 나를 연애 대상자로 생각한다. 할머니나 아빠와 내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신경질을 팍팍낸다. 제 눈을 마주보며 저랑만 이야기 해달란다. 그렇다고 늘 그런건 아니다. 주로 내가 퇴근 후 집에 오면 한 두 시간은 나한테 딱 달라 붙어 있으려 한다.
1음절 시절을 끝으로 이제 2음절 시절로 접어들었다. 2음절을 말하기 시작한 건 한 보름전인가 싶다.
어느날 일어나더니 나를 보고 '듀뜨'라고 했다. 처음에는 뭐라 하는 지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쥬스'라고 발음한 거다. 내가 무슨 쥬스 줄까? 하고 물으니 '포포'한다. '포도쥬스'를 달라는 뜻이다.
'쥬스'를 시작으로 '좋다', '싫다', '많이', '타탕(사탕)', '따기(딸기)', '우유', ' 엄마', '아빠', '할부지', '할므', '택(책)'. '이야기(자기 전에 꼭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특히 재크와 콩나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진복이랑 단 둘이 노는 시간이 많은데 둘이 있으면 재밌다. 가끔씩 내가 좋다고 기습적으로 내뺨을 때린다거나(쪼끄만한 녀석이 떼리는 데도 아프다. 찰삭 소리도 난다.) 이빨을 닦지 않겠다고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지만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다.
태어나서 삼 년동안 기쁨을 주고 삼 십년 동안 근심걱정을 준다는 데 이제 삼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쉽다면 아쉽다. 진복아 건강하게 쑥쑥 자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