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로서 내가 한 일은 원래 거기 있었던 사람들의 요구를 공간으로 번역한 것이다. 


- 정기용 지음, 《김응의 건축》, 현실문화, 2011


건축은 건축가와 건축주와 건축물이 일체를 이루어야 한다. 어느 것이 우위에 있고, 어느 한 가지만이 살아남아서는 안 된다. 

건축은 삶을 위한 것이다. 인간은 정착하면서 주거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동굴이든 움막이든 주위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살 곳은 안전과 편리함이 요구되었다. 


삶의 문제가 건축의 방향을 결정한다. 

과연 그럴까? 

건축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양자의 상호 영향과 수용은 어떠할까? 


건축가 정기용이 행한 무주프로젝트는 삶과 공간의 상호 작용이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꽤 긴 기간에 걸쳐 진행한 이 작업은 건물 몇 개 짓고, 공간 조성하는 차원이 아니다. 

특히 공공건축이거나 농촌의 문제라면 어떨까? 그리고 그 건축이 땅의 풍경과 필연적으로 만나야 한다면 어떻게 형상화시켜야 할 것인가. 


개인 건축이라면 또 어떨까. 누구나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를 바란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도 자신이 살 곳이다. 개인의 문제이지만 또한 공동체의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 여기에서 생겨난다. 그래서 생긴 말이 "따로 또 같이"이다. 


모든 문제의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자신들이 몸담고 살고 있는 곳에 있다. 거기에서 문제를 던지고 답을 구해야 한다. 정답이든 오답이든 모든 답은 현재에 있다. 현재의 모습이 형편없을지라도 거기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건축가의 숙명이기도 한 '공간으로의 번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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