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엔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을 전후로 하여 ‘욕망과 폭력의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이미 민족적 한은 개인과 집단의 욕망과 투쟁의 소용돌이가 집어삼켰다. 국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 대한 기억은 훗날까지 이 시기에 대한 비판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라는 추궁을 낳게 했다. 그런 점에서 아직 우리는 1940년대의 연장선상에서, 그것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로 살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1948년에 확실하게 그 진면목을 보여줄 ‘반공의 종교화’는 향후 수십년간 대한민국을 사실상 지배하는 유일 신앙으로 군림하게 된다. 다른 정통 종교들도 그 유일 신앙에 합류하거나 그걸 받아들임으로써, 대한민국은 사회적 갈등의 비용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면서 국가주의적 경제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지금도 여전한 이러한 현실을 목격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적, 정신적 발달의 지체 현장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