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동이 보는 그림책 말고 이른바 '책-문학'이라고 할 만한 아동문학도 그 목록이 상당히 두툼하다. 어떤 것이 있을까. 북유럽의 이 작가, 많이들 꼽지 않나.

 

 

 

 

 

 

 

 

 

 

 

 

 

 

비교적 여유로운 환경에서 책을 많이 읽고 자란 아이들(제자들)은 보통 인생 최고의 동화책으로 이런 것도 많이 꼽았다.

 

 

 

 

 

 

 

 

 

 

 

 

 

 

 

보통 이 정도면 장편동화인데, 이런 책을 읽고 이해하고 느끼고, 심지어 그것에 대해 쓰는 수준이 되려면 평균 지능의 아이를 생각했을 때 초등 3, 4학년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 무렵 아이들이 주로 읽는 책들, 뭐가 있나. 

 

 

 

 

 

 

 

 

 

 

 

 

 

 

 

 

 

 

 

 

 

 

 

 

 

 

 

 

 

목록은 얼마든지 더 길어질 수 있겠다. 내 입장에서 위의 책들의 공통점은,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ㅠ.ㅠ 앞서 지적한 그 나이, 즉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나의 독서범위는 너무도 한정적이었다. 도무지 책이라는 것이 없어서, 학교의 문고나 친척집이나 잘 사는 친구집에서 빌려보는 수준이었다. 그럼 그 전에는? 그림책 단계인데, 그때는 그나마도 없었다. 그림책 없이 곧장 글자책으로 돌입한 것이다.  문자의 세계는 그렇게 갑자기 나타났지만 엄청 빨리 친해졌다. 이런 책, 기억에 남는다. 그때 학교에서 강매(^^;;)한 정채봉의 동화집. 집에 책이 없어서 몇 번씩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보니 <오세암>이 대표작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아동(어린이)문학의 단계를 사실상 건너 뛰고 중학교 무렵, 바로 <세계문학전집>으로, 즉 <데미안>, <생의 한가운데>, <부활>, <노인과 바다> 등으로 간 듯하다. 이미 다 지난 세월이지만, 그 틈새의 시간을 아동문학과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좀 좋지 않았을까, 하는 회한이 조금은 있다. 그래서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함께 읽으려고 미리(!) 사둔 <창비> 동화책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을 만한 수준의 '머리'를 갖추게 될지,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울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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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아이와 공연을 보러갔다. 아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연 관람(혹은 견학)을 가지만, 엄마 아빠랑 같이 간 건 처음이다. 우리가 본 건 뮤지컬 <보물섬>인데, 원작은, 다들 아시리라, 스코틀랜드 작가 스티븐슨이 쓴 동화이다.

 

 

 

 

 

 

 

 

 

 

 

 

 

 

 

다 아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책 역시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것이다. 앗, 줄거리, 너무 신선해! 뭐야, 주제는 우정이었나? 아니면 적은 내(-배) 안에 있다? 아니면 다 용서하라~ 아무튼 나는 너무 재밌었다. 그러고 보니 뮤지컬 공연 본 것도 난생 처음이었다오 ㅠ.ㅠ

 

아이는 어떤가. 한 30분 정도 지나니 엉덩이가 들썩들썩, 혼자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한다. 다른 아이들(심지어 더 어린)과도 확연히 다름이 여실히 드러났다. 다행히, 공연장 안을 뛰어다니는 불상사는 없었으나(그럼 쫓겨남 - 옆에서 '형아'가 째려 보고 있음을 수시로 의식하고 자제하는 듯했다) 주의집중력도 짧고 내용 몰입도, 나아가(당연하지만) 이해도도 무척 떨어졌다. 왜 동굴이 무너져내리는지, 저 친구들이 왜 갈라져서 싸우는지 등 골조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배에 '영국국기'가 걸렸던 것만 계속 얘기했다 -_-;; 에공, 어쩔 수 없지.

 

좀 더 어릴 때는 이해방식의 독특성(?)이라고 생각했는데, 핵심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독해(나아가 모든 학습)의 출발점이지 않나. '불수능'(^^;;) 끝난 다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1점의 중요성, 다들 이걸 욕하지만 점수 따는 단계에서는 이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그 1점 속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들어있는지는 그것을 위해 노력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 물론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아주 무의미한 차이지만 -_-;; 

 

*

 

"지난 주 알림장 내용은 일취월장이었고, 무슨 뜻이야?"

"매일 매일 발전한다~~"

"이번 주 알림장 내용은 뭐야?"

"이번 주는 수박껍데기야."

"어?"

"이번 주는 수박껍데기라고, 뭐를 대충 알고~"

"서준아, 수박껍데기가 아니라 수박 겉핥기 아니야?"

- 잠깐 띵~ 이건 무슨 말이지? 하고 생각하는 듯.

"엄마 생각에는 수박 겉핥기가 맞는 것 같은데?"

- 다시금 생각을 가다듬는 표정, 약간 자존심도 상한 듯.

"내 생각에는 수박껍데기가 맞는 것 같은데?"

 

*

 

"오늘 동화 특강은 뭐야?"

"파블로야."

"걔는 뭔데?"

"파블로는 돼지야, 수퇘(돼)지."

"여기 친구 베라도 있다고 돼 있네? 베라는 뭐야 암퇘지야?"

"아니, 베라는 수퇘(돼)지, 암퇘(돼)지도 아니고, 그냥 사람이야."

"그럼 둘이 뭐해?"

"어, 어, 그건 동화 특강 종이를 봐야지(만) 알 수 있어."

에공,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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