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님의 "무슨 과를 갈까?"

마태우스님과 가을산님께 좀 미안한 얘기지만...

진료과에 관한 안 좋은 기억 하나.

제가 어머니한테 효도한 건 무병 무사고 뿐입니다. 그런데 20대를 넘기며 향 알레르기가 천식으로 들러붙었고, 마로를 가진 뒤 의외로 태가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태로 인해 가슴아팠던 이야기를 뒤로 한다면, 일상생활에 확연히 지장을 주는 건 천식입니다. 자연 집이나 회사 주변의 병원을 두루 파악하고 살게 되었죠. 이건 수지에 살았을 때 얘기인데요, 이사가자마자 호흡기 내과나 알레르기 클리닉이 있나 찾아봤더니,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호흡기 내과 전문의와 소화기 내과 전문의가 공동으로 개업한 개인병원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호흡기 내과 의사선생님이 유독 진료시간을 안 지킨다는 겁니다. 원래 9시 진료 시작이고 1시~2시가 점심시간인데, 아침이면 30분~1시간씩 지각하는 건 예사요, 점심시간이 12시 30분에 시작하여 2시 30분까지 늘어지기도 종종. 애당초 강의나가느라 빠지는 시간도 있으니, 이쯤 되면 진료시간 맞추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밤새 가벼운 발작이 와서 회사에 병원 들렀다가 출근하겠노라고 양해를 구한 뒤, 첫번째로 진료받기 위해 8시 반부터 미리 가 기다렸는데, 10시 반이 되어서야 오는 겁니다. 너무 속이 상해 진료 끝난 뒤 항의를 했더니, 시간 없으면 다른 선생님(호흡기내과)께 진료받지 뭐하러 기다렸냐는 겁니다. 굳이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정해 다녔던 저로선 황당했지요.

의사는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존재인데, 진료시간을 지키는 기본부터 환자에게 믿음을 줘야하는 게 아니냐 시시콜콜 기간의 불만을 다 따졌더니, 내 돈 주고 차린 내 병원인데 진료시간은 자기 마음대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며, 티꺼우면 앞으로 이 병원 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당시 너무 속이 상해 진료시간에 관한 법규정이나 의사협회 내규 같은 게 있는지 한참을 뒤지고 다녔다지요.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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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8-26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누구나 병원은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일이 있고, 그럴 때 안 좋은 추억들은 있게 마련이지요. 그나저나 그 의사, 살아가는 자세에 문제가 있네요. 그쵸? 만일 심한 발작이라도 왔음 어쩔 뻔했어요?

마립간 2004-08-26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께서 제가 의사가 된다고 하니 점심시간도 아닌데, 식사하고 다니는 것 보기 안 좋으니 (환자는 아파서 기다리는 데 의사는 배고픈 것 해결하는 것) 그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의사가 되니 식사시간에 맞춰 식사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것이 병원입니다.
저의 경우를 예를 들면 7시 40분 부터 아침 업무가 시작되는데, 시작전 준비를 위해 7시 까지 출근합니다. 저는 그래서 서둘러 아침을 먹지만 다른 분들 아침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점심까지 먹지 못하면 하루에 한끼 먹고 살게 됩니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지 못하는 이유는 게을러서 안 먹는 것이 아니고 (아침도 안 먹어 배도 고파 제 시간에 먹고 싶지만) 아침하던 일이 점심시간까지 연장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 진료 하는 것이 12시 30분에 정학하게 끝내고 또는 중단하고 1시 30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아침 시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원 환자의 회진을 진료전에 돌게 되는데, 입원 환자는 회진 시간만 의사를 보는데 얼굴만 보고 도망간다고 합니다. 진료를 봐야하는데, 기회는 이때다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면 다른 환자의 회진이 짧아지거나 외래 진료시간이 늦어지게 됩니다.
외래시간예악을 지키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5분 간격으로 예약을 해 놓으니 앞에 환자가 5분 이상 진료가 필요하면 뒤의 환자는 예약시간을 지킬 수 없습니다.
해결방법은 의사 일인당 환자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왜 그것이 안 될까요. 그것은 의사가 어는 정도의 수입을 유지하려고 하는 성향을 현 의료 수가 내에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의사는 오전에 6명 (저는 이것을 사실로 생각하지 않음) 환자를 진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환자를 최소한 30분 정도 진료하기 위해지요. 물론 미국 의료비는 우리나라 보다비싸고, 10분 진료, 20분 진료, 30분 진료 마다 진료비를 차등하여 지불합니다. (이것은 사실임.)
참조) 마립간 페이퍼 2004년 5월 16일 병원괴담

가을산 2004-08-2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 말씀이 다 사실이고, 다 일리가 있습니다. (저, 조상중에 황희 정승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 )
마립간님은 종합병원의 의사 이야기였고, 조선인님은 전문과로 개업한 개원의 이야기였어요.

종합병원의 의사들, 바쁘게 일합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요즘 세상에 진료 시간 안지키고 환자에게 저렇게 큰소리 칠 수 있는 의사는 거의 없다고 보는데, 아마 조선인님께서 종합병원에 오래 근무했던 상당히 (나름대로) 저명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었나보지요?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네요.
진료시간은 환자와의 약속인데, 그럴 경우에는 점심 시간이나 진료 시작 시간을 지킬 수 있는 시간으로 공지해 놓아야 했을 것 같습니다.

조선인 2004-08-2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이 말씀하신 종합병원의 의사 착취구조는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은 정말 가학(!)적인 삶을 살더군요. 그런데 가을산님이 말씀하신 대로 전 '한' 개인병원 진료시간에 관해 말씀드린 거니, 마립간님 절 미워하지 마시길.

아, 그리고 제가 글솜씨가 없는게 한탄스럽군요. 전 진료시간을 어긴 것보다 의사선생님이 진료과의 구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에 더 분개했던 거거든요. 저의 경우 기관지 확장제 부작용이 심해서(흑흑흑 이건 진짜 비극이에요 ㅠ.ㅠ), 되도록 전문의만 찾아다니는 겁니다. 예전에 급해서 아무 병원에나 들어갔다가 정신이 없어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았고, 선생님도 미리 묻지 않아 정말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거든요. 물론 어느 과에서 진료를 받든 의사선생님이 세심하면 챙겨줄 수 있는 사안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문의는 관련 환자를 많이 접해서 그런지 꼭 미리 확인을 하시더라구요.

ceylontea 2004-08-2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조선인님...빨리.. 그 천식이 조선인님으로부터 확 달아나버렸으면 좋겠네요..

마립간 2004-08-2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미워하다니요. 단지 정확한 지식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저의 생각때문에 또 다른 한편의 상황을 설명드린 것입니다.

털짱 2004-08-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식이 위험하다는 것을 "요람을 흔드는 손"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아무튼 빨리 좋아지셨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