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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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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극탐험을 떠난 계기, 남극에서 겪었던 일들, 전부 말이 안 됩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되는 헛소리 입니다. 

( 우리의 남극탐험기, p.280 )



그들의 남극탐험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소설 속 이 사람은 그들의 탐험담을 듣고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며 길길이 날뛰고 있는걸까? 


소설 속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가벼운 말장난과 헛소리로 이루어진 듯해 보인다. 

내 생각에 저자는 아마도 그걸 노린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헛소리로만 이루어진 소설을 써보자. 

그렇지만 그 헛소리가 책 전체에서 여러번 반복되어 나오면서 끝에 가서는 단순한 헛소리는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주인공인 '나'는 중학교때까지 야구부 유격수로 열심히 운동만 해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능력의 한계치도 느꼈거니와, 재능의 부족으로 인해 야구로 부터 내쳐졌다. 자신의 의지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 내쳐졌다는 것에 느낌표 땡땡을 붙이고 싶다. 그렇게 운동만 하면서 살다가 고등학생이 되서야 처음 시작한 공부는 너무나 힘들었고, 그는 그 이름부터 삼류에 딱 어울리는 무광(無光)대학교라는 삼류대학에 들어간다. 거기서 수업하기 싫으니 나가 놀라며 교탁 앞에서 장을 청하는 괴짜 교수도 만나고,  '나'에 비해서는  무척 똑똑하고 집도 부자인 잘난 여자 친구도 만나게 되지만 어쩐지 "나"는 이자리가 영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 



영국의 귀족가문 출신인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은 선천적인 병으로 인해 태어난지 2주만에 장님이 되었다. 남달리 똑똑하고 학문에 욕심도 많았던 섀클턴은 전용 책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해서 밥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에 할애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지만, 남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죄 때문에 학교에서도 항상 차별을 참아내야 했고, 어디에서도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자기 자리가 아니라고 느낀다.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 둘을 이어주는 누군가가 있다. 바로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과 이름이 완전히 똑같은 19세기의 남극 탐험가인데, 남극점을 찾으려고 분투했지만 결국 실패한 인물이다. 이 탐험가는 두 사람의 머릿속에 마음대로 나타나 자주 헛소리를 지껄인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와 섀클턴'은 한국의 한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섀클턴 박사는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그래, 마침내 우리가 남극으로 떠날 떄가 온거지." 

매우 급작스러운 전개 같지만, 그렇게 그들은 함께 별다른 훈련도 없이, 간단한 먹을 것들과 이동수단으로 스노모빌을 챙겨 몰래 둘 만의 남극횡단에 나서게 된다. 



30대의 몸만 건강했지, 남극탐험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나와, 이미 70이 다되어 가고 거기다 장님이기 까지한 섀클턴 박사 둘만의 남극탐험은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조합이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시종일관 "말이 되는 일만 일어나는 세상이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날수도 있는거라"며 소리치고, 그 헛소리에 같이 만족하며 탐험을 한다. 두사람이 떠난 남극 여행의 장면은 정말 여름철 장마의 후덥찌근함과 찐득함을 한큐에 날려보낼 정도로 차갑고, 판타스틱하고, 오들오들 떨리는 일들 투성이다. 그들은 "실패하지 않을거라면 도전하지도 않았을거라며, 실패하기 위해 도전한다"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모토로 함께 실패를 위한 여정을 보낸다. 



탐험 중 일어난 믿을 수 없는, 그렇지만 믿고 싶은 환상적이고 신기한 일들은 남극이라는 세계가 마치 아직 인간에게서 개척되지 않은 판타지 세계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19세기의 섀클턴 경이 남극점 탐험에 어떻게 실패했는지 자세한 과정도 소설 중간중간 교차되어 나타난다. 현재의 두사람의 탐극탐험과 100여년 전의 섀클턴 경의 남극탐험이 겹쳐지며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한다. 

참고로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일시적으로 에어컨을 껐다. 에어컨이 없어도 남극의 차가운 눈바람과 온도가 느껴져 잠시나마 주위 온도가 1~2도는 내려간 것 같았다. 

이보다 즐겁고 놀라운 피서가 있을까?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이들의 즐거운 헛소리와 말도 안되는 여행을 지켜보며 문득 남극의 귀여운 펭귄을 안아들고 백만번 뽀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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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클래식 - 김용택의 필사해서 간직하고 싶은 한국 대표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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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나에게도 필사책 이란 것이 생겼다. 한때 힐링열풍의 일환으로 컬러링북이 한참 유행을 하다가 요즘은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글을 써보는 필사책 들의 인기가 높아졌다. 책을 읽다가 가끔 좋은 구절이 나와서 줄을 쳐놓거나 다른 공책에 옮겨적어 본적은 몇번 있지만, 책에다 직접 따라써 본적은 한번도 없어서 사실 나의 누추한 글씨체로 책이 더러워질까봐 무척 조심스러웠었더랬다. 그치만 생각해보면 필사책은 거기 쓰인 시와 별개로 나만의 글씨로 채워넣어 또 하나의 나만의 책을 만드는 개념이라 삐뚤삐뚤 못난 글씨라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왔던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클래식 시리즈 책이다. 오래전부터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노래되어 오는 아름다운 시들을 김용택 시인이 엄선해서 예쁜 필사책으로 내놓았다.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다는 것은 그 만큼의 이유가 있는 것이니까 클래식하다고 해서 촌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세월의 흔적을 이겨낸 대단히 힘있는 시들이라고나 할까. 


책속에는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시들도 다수 실려있었다. 그 때는 시에 들어있는 함축적인 의미를 알아내고 외우는 게 주로 했던 공부라 "시"가 무척 어렵고 싫었다. 물론 지금도 시가 산문보다 어렵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치만 시인이 무슨 뜻으로 쓴건지 꿰뚤어보려는 눈빛이 아니라, 그냥 읽어지는 대로 그 말의 아름다움을 느끼려고 하다보면 말 자체가 아름다운 글들이다. 그런 기분으로 오랜만에 시를 읽고, 또 따라써보기 까지 하는 깊은 독서를 했다.    






 

이 책에는 윤동주를 비롯해 김영랑, 한용운, 김소월, 백석 시인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한 시인들의 좋은 시들을 추려서 실어놓았다. 왼쪽에는 시 전체가 적혀있고 오른쪽 편에는 여백이 있어 시를 따라 써볼 수 있다. 이 광대한 여백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채울 수 있을 것인가. 예쁘게 채우려고 하니 사실 손재주가 없는 나는 너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해서 그냥 맘먹고 편하게 써보기로 했다. 

책을 뒤적이며 아무쪽이나 펴서 마음에 드는 시를 하나 고른다. 내가 좋아하는 펜을 고른다. 시를 한번 읽고 따라 읽으면서 천천히 꼭꼭 눌러 글을 써본다. 한쪽 빽빽히 채워져 내 글씨로 이루어진 시를 감상한다. 사실 필사라는 것이 읽고 따라쓰는 것이 전부인, 어찌보면 무척 단순한 행위라서 그것이 무슨 힐링이 되랴 싶겠지만, 어떤 글을 정성을 들여 또박또박 읽어보고 따라써보는 과정에서 잡념이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집중이 된다. 읽는 글이 아름다울 수록 그 필사는 더욱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클래식하면서도 너무나 유명한 시들을 따라써보는 과정은 왠지 아주 고급진 힐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클래식한 시에는 클래식한 필사법이 따라줘야 하는 법! 특별히 나의 딥펜을 꺼내서 잉크를 찍어 정말로 클래식한 필사를 했다. 아직 딥펜으로 글씨 쓰는 연습을 많이 안해서 잉크양 조절도 어렵고 글씨도 그다지 예쁘지는 않지만 사각사각 거리는 펜촉 소리를 들으며 한자한자 채워나가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잉크로 쓰니 뒷면에 잉크가 살짝 비쳐서 뒷면에 쓰여있는 시가 피해를 보는거 같아서 딥펜으로 필사하는 시는 A4 반을 접어서 그 위에 썼다.  A4 용지에 써서 그부분만 잘라서 마스킹 테이프로 예쁘게 붙여도 되고, 또는 글씨 연습을 더해서 더 예쁘게 써볼 수도 있으니 좋을 것 같다. 이 시는 학창시절에 배운 기억이 있는 "여승" 이라는 시다. 오랜만에 읽어봤더니 이렇게 슬픈시였나.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가버려 여인은 눈물방울같이 머리오리를 자르고 여승이 되었다... 애달픈 시라는 생각이 든다. 








 한용운 시인의 나의 꿈이라는 시는 말랑말랑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인 것 같다. 맑은 새벽에도, 여름날에도, 가을밤에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작은 별이 되고, 바람이 되고, 귀뚜라미가 되어서 지키겠다는 이 시. 한용운은 대표적인 저항시인이라는데, 이 시는 너무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것 아닌가 ㅋ 

 


 


매일 매일 비가 오락가락 내리고 높은 습도 때문에 찝찝한 여름이라 "장마 개인날" 이라는 시도 필사 해봤다. 장마가 지나가고 푸르게 개인 파란 하늘과 행복함이 느껴지는 시다. 사실 시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더더욱 몰랐다. 내 글씨로 한번 써보고 지금 글을 쓰면서 한번 더 읽어보니 우리 말이 참 아름답고,  시라는 것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심심할때마다 이 페이지,  저 페이지 펴서 마음에 드는 시들을 열심히 따라써보고 그 아름다움을 더 느껴봐야겠다. 필사를 하면서 클래식한 시를 좀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지적 만족감도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이왕 필사를 할거라면 요런 클래식한 시들을 따라써보며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필사책을 찾는 다면 한번 훑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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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본 살림법 - 집안일에 속도와 재미가 붙는 생활밀착형 살림교본
박정선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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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살림이 쉽다고 누가 그랬던가.  어릴적 엄마가 척척 해내던 청소와 집안 정리, 음식들을 나는 왜 못한단 말인가. 나는 살림 무식자이면서, 약간의 두려움까지 가진 사람이다. 블로그를 찾으면 무수히 나오는 똑소리 나는 주부들의 깔끔한 정리정돈과 똑부러지는 음식물 보관, 각종 청소법들을 보면 난 왜 이모양이냐며 자책하기도 한다. 결혼하면 자연히 그렇게 되는건가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었더랬다. 이 책을 쓴 저자 박정선씨도 처음 결혼해서 자신만의 살림을 시작했을 때는 나 못지않은 살림무식자였던 듯 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살림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지런히 정보를 찾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면서 나날이 살림 스킬을 발전시켜나가며 재미를 찾았다고 한다. 살림 노하우를 공유해 놓은 블로그가 포털 메인에 소개되는 일이 많아지고, 각종 TV 출연도 하게 되는 둥 살림 업계에서 나름 명함을 내밀 수 있을만한 프로 주부이자 저자가 되었다.




살림도 스킬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진짜 기본 살림법" 은 저자가 그 동안의 생활 경험을 모두 녹여 필요할때마다 사전처럼 찾아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꿀팁을 가득 담았다. 생활하면서 시도해 본 많은 방법들을 하나하나 다 사진 찍어 블로그로 공유하고, 그 중에서도 꼭 필요하고 좋은 정보를 추려서 책으로 냈다. 




 


이 책은 총 5가지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진짜 기본 먹거리 관리법 , 진짜 기본 세탁법, 진짜 기본 수납&리폼, 진짜 기본 위생관리법, 진짜 기본 청소법. 
이렇게 5가지의 큰 주제 안에서 실생활에서 부딪치는 무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깨알같이 나눠 주제별로 살림법을 소개하고 있다. 세어보니 총 322가지의 살림 꿀팁이 실려있다. 저자가 직접 생활하면서 찾은 방법도 있고, 인터넷이나 TV에 소개 된 방법들을 직접 체험하고,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구분해준다. 궁금한 정보가 생길 때마다 블로그를 찾아보는 나로써는 그 정보가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직접 체험하고 인증된 방법만 소개해 주니 믿음직 스러웠다.  




 



진짜 기본 살림법 은 각 챕터의 세부 주제마다 모든 과정을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해준다. 사진만 봐도 이해가 쏙 되도록 쉽게 나와 있어서 심심할때마다 들춰보며 나도 이런 방법은 좀 활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실생활에서 많이 생겨나는 페트병이나 유리병 같은 것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 할 수 있는 꿀팁이 가득해서, 나또한 집에 가득 쌓여있다 재활용 쓰레기로 직행하던 페트병을 다시 보게 되었다. 특히 뚜껑 부분만 잘라서 비닐 밀봉 뚜껑으로 사용한다던가, 잘라서 뚜껑 달린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건 별거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창의력이 돋보이는 굿아이디어 같다.  








 

그 외에도 집에서 많이 쓰는 물티슈 뚜껑을 뜯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법도 있다. 쓰레기 봉지 냄새를 차단하는 뚜껑으로 활용하거나, 봉지과자에 붙여 뚜껑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정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쓰레기에 불과한 것들도 모두 실생활에 유용한 상품으로 변신한다. 



 



 


화장실에 항상 꽂아두는 칫솔도 항상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위생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인데, 베이킹 소다만 있으면 일주일에 한번씩 베이킹소다를 녹인 물에 담궈놨다가 건조하는것 만으로도 소독효과를 발휘한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서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수소 등의 천연 세제를 활용해서 각종 기구와 집안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준다. 나도 예전에 천연세제에 갑자기 꽂혀서 이 3총사는 집에 구비해놨더랬다.  빨래할 때 헹굼 칸에 구연산을 넣어 소독하듯 헹궈주고, 찌든 때를 빼주는 표백이 필요할 때는 산소표백제인 과탄산수소를 사용하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완전한 무식자는 아닌건가?ㅋ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곳까지 꼼꼼하게 분리해서 닦아주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 에어컨과 방충망, 키보드나 모니터 등등 집안에서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분리해서 닦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식구들은 집에서 먼지 먹을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실생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어쩌다 한 번 하게 될 청소라도 제대로 알고 따라할 수 있도록 청소의 모든 메뉴얼을 제공한다. 

몇년에 할까말까한 구석 청소도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문제 없을 듯 하다. 



살림은 확실히 과학이다. 사실 내 한 몸 부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가족을 위해서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몸에 건강한 음식을 차려주고, 아늑한 집안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대단하고 멋진 능력인 것 같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살림은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독립해서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림은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초보들도 책으로나마 살림을 배워 자기 집을 잘 가꾸고 꾸려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와서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든다. 



사랑은 책으로 배우는게 소용없을 지 몰라도, 살림은 책으로 배워도 충분히 쓸모가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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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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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얼마전 어쩌다어른 에서 자신만의 책 읽는 방법을 밝히며, 책덕후로써의 면모를 더욱더 제대로 보여준 이동진 작가의 책이다. 
재미없는 책은 꼭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며 전국민적인 위로(?)를 건내고,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책을 읽고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우리를 안심시켰다.   책을 읽는 것은 의무가 아니기에 읽고 싶은데로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고 말하는 그는 조곤조곤한 말투로 사람을 쫙쫙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전작 "밤은 책이다"를 읽으며, 그가 읽은 수많은 책의 제목으로 이루어진 차례를 보고 책에 대한 추천이나 코멘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용보다는 책을  읽으며 본인이 생각했던 내용이나 관련된 주제에 관한 다른 이야기 위주의 책이어서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책을 읽을 때 그 내용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보다는 책 을 읽으며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떤 절대적인 책이 모두에게 좋은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내가 재미있는 책, 나에게 와닿는 책이 좋은 책인것이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는 것을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들과 책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할일이 없어서 스마트폰을 뒤적일 때에도 온라인 서점 어플을 켜고 들어가 재미난 책이 없는지, 살만한 책은 없는지 둘러보는 것이 나의 취미이자 버릇이다. 아직 읽지 않은 새책을 책장에 꽂아놓고 정기적으로 뽑아서 훑어보며 이 책도 곧 읽어야겠다 다짐하는 시간들도 즐겁다. 내가 쓸데없는 물욕만 많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최근 나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을 알고 동질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고, 이동진 작가는 그것마저도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며 따뜻하게 말해준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이따금 내가 원하는 순서와 종류대로 다시 정리하기도 하고, 앞으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은 큰 맘먹고 꺼내서 처분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난 점점 구입할만한 책, 빌려서 읽어도 되는 책,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을 보는 눈이 서서히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집에 만 7천여 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 이동진작가의 서재는 나의 로망이다. 그만큼의 책을 가지고 있지만 다 읽었냐는 질문에는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하며, 지금부터 죽을때 까지 책을 안사고 집에 있는것만 읽는다고 해도 아마 다 못읽을 거라고 말하는 이동진 작가. 그래, 그도 그렇다고 하니 나도 우리집에 있는 책을 다 못읽었더라도 너무 죄책감 가지지는 말자..(?)ㅋ 

그가 선보이는 그의 책읽는 방법은 넓게, 그리고 동시에 여러권을 읽는 방법이다. 그는 10권에 달하는 책을 그것도 전혀 서로 관련이 없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생활하는 범위 여러곳에 두고 그때그때 끌릴때마다 읽는다고 한다. 나도 사용하는 방법이라 반가웠다. 내가 워낙 이래저래 싫증을 잘 느끼기도 하고, 끈기도 부족한 편이라 한가지 책만 가지고 끝까지 다 읽고 다음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아마 읽다가 재미가 없으면 다시 그 책을 잡기 까지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 욕심과 관심이 다양한 분야에 뻗쳐있는 나는 자기전에 침대맡에 놓인 책과, 책상옆에 놓여있는 책과 거실 소파옆에 놓여있는 책들이 여러 권 다 제각각이다. 그런 책들을 기분에 따라 흥미에 따라 끌리는데로 읽곤 하는데 이런 독서법이 정신없어 보일지는 모르나 나에게는 오히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책들을 집중력 있게 읽도록 해준다. 그래서 최근 독서량이 전에 비해 확실히 많이 늘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넓은 분야의 독서를 권하기도 한다. 이동진작가 자체가 지식의 넓이를 추구하는 유형이라 자신이 모르고 낯선 분야는 무조건 알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나도 최근들어서는 읽는 분야의 책을 좀 넓히려고 노력중이다. 예전에는 읽기 편한 소설이나 실용서, 자기계발류의 책들도 많이 읽었는데, 요즘에는 문학적인 고전소설이나, 인문학,자연과학 책들도 같이 읽으려고 노력하는 일환으로... 엄청나게 사서 책장에 꽂아놨다(?)ㅋㅋ 책장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흡족해하는 시기가 지나면 언젠가는 뽑아서 집중적으로 읽을 수 있는 상태가 되겠지, 하고 생각한다. 

책읽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책덕후 이동진작가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도 하면서, 그로 인해 돈도 벌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는다. 그야말로 성공한 책덕후 아닌가. 
책 뒤쪽에 이다혜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는 학창시절부터 엄청나게 책을 많이 읽고, 독서모임도 많이 하고, 책과 지식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이 엄청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열정이 있었기에 그는 영화평론가 임에도 불구하고 책 관련 된 쪽으로 어쩌면 더 유명인이다.

그가 한 말중에 인상적인 말이 있다. 


낮동안에 일하느라 힘들었으니까 오늘 저녁은 한번도 안가본 곳에 간다거나 그런게 우리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습관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오히려 쩔쩔매는 시간이에요.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거죠. 그런데 패턴화되어 있는, 습관화된 부분이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그 인생은 너무  행복한거죠. 시공간 속에서 매번 판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이 실존적으로 세상을 향해서 갑옷을 두르는게 습관인 거에요. 그런 면에서 좋은 습관을 가지는게 최상 의 행복의 기술인데 그 습관 중에 독서가 있다면 너무 괜찮은거죠.예를 들어 매일매일 이 습관으로 빼곡한데, 모처럼 이번 달 말일에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책을 한번 읽어보자, 그러면 책 읽는게 행복이 아니라 쾌락인거에요. 그런데 습관화되어 매일 책 읽는 사람이 있다고 쳐보세요. 저녁 먹기 전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있으 면 책을 자동적으로 펼치는 거에요. 그건 행복인거에요. 똑같이 책을 읽어도 쾌락이 될 수도, 행복이 될 수도 있는거죠. 다만 쾌락은 지속 불가능하죠.  

쾌락은 한게효용 체감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지만 좋은 습관은 안그래요.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고 쳤을 때, 내가 27세 때 4월 25일에 마셨던 커피보다 내가 53 세가 되었을 때 1월 7일날 마신 커피가 덜 좋을까요? 같거나, 나중에 마신 커피가 더 좋을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건 삶 전체를 놓고 볼 때 커피의 한계 효용이 체감되 지 않는 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그런 게 저는 행복인 것 같은거에요. 
[ 이동진 독서법 , 143~144쪽 ]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정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보다 더 재미난게 없다고 이동진 작가는 말한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일수록 빨리 재미있고, 빨리 질리는 것처럼, 독서는 재미가 생길때까지는 어느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임계점을 넘어가기만 하면 세상 무엇보다 재미있는 놀이이지 취미가 된다는 것이다.  
그 말에 공감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충만해지고 기분이 좋다. 그리고 세상에 내가 모르는 일들과 지식과 사건과 생각들이 이리도 많았다니 알수록 감탄한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더욱 더 닥치는데로 끌리는데로 독서를 할 것이다. 

습관이 행복해서 순간순간이 행복한 사람이 되기위해.. 








이동진이 나름 엄선했다는 500권의 책은 포스터로 받아서 책상뒤에 붙여놓았다. 나름대로 책에 관심이 많아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모르는 책이 7~80%는 되는 것 같다. 또 한번 세상은 넓고 책은 많다라는 것을 느끼며 여기있는 리스트 들도 하나하나 클리어 해나가야지.

책에 대해 관심많은 사람들이 읽기에 흥미롭고 공감가고 도움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정말 좋았지만, 
'어쩌다 어른' 프로그램을 봤다면 이 책은 굳이 안봐도 될 정도로 마치 그 강연의 대본인 것처럼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내용이 너무 많다. 
책의 반에 해당하는 내용이 방송에 나왔던 부분이라 좀 아쉬웠다.
방송을 못본 사람들 중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은 꼭 일독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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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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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 치매에 걸린 노인이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면서 필사적으로 붙잡고 싶어했던 사랑하는 이들과의 기억. 사람이 늙어서 죽어갈 때 자신이 살아온 모든 기억마저 다 사라지는건 어떤 의미일까. 


솔직히 누군가에게 보일 목적으로 시작한 원고가 아니었다. 나는 글로 적어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그냥 내 생각을 글로정리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쓰다보니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사람을 서서히 잃는 심정, 아직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내 아이들에게 그걸 설명하고 싶은 바람을 담은 짧은 글로 발전했다. (...)

이것은 거의 한 쌍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과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무엇보다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 작가서문에서-

 

  

이 책은 동화같은 짧은 분량과 책 속 곳곳의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삶의 기억들, 기억들이 저장된 세계가 작아져 가고 있는 하루하루를 환상처럼 표현한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생각났다. 사랑하던 남녀가 헤어지고 그 이별이 너무 힘들어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에서 이별의 기억을 지운 남녀가 각자 떠난 여행지에서 다시 만난다. 기억을 지워 그들은 서로를 못 알아보지만 자석처럼 이끌려 다시 사랑하게 된다. 책 속에서 할아버지가 노아에게 "내가 기억을 잃어 너를 못 알아보게 되면 어쩌지?" 하고 묻자, 노아는 그래도 괜찮다고,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친해질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사랑은 단순한 기억을 넘어 이끌림에 가까운 걸까. 



머릿속의 어지러운 기억들 속에서 할아버지는 사랑했던 것 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고, 너무나 소중한 기억은 소멸의 빗속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꽁꽁 숨겨두고 아껴둔다.  할아버지는 점점 작아지고 있는 머릿속의 기억의 광장에 앉아 손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이 제일 좋을때지. 

노인은 손자를 보며 생각한다. 

세상을 알만큼 컸지만 거기에 편입되기는 거부할 만큼 젊은 나이


할아버지는 손자의 이름을 남들보다 두 배 더 좋아해서 이름을 두번 붙여서 꼭 '노아노아'라고 부른다. 두 배 더 좋아해서 '노아노아' 라고 부르다니 할아버지가 너무 귀엽다. 손자 노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몇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와 머릿속에서 사랑스러운 대화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자 노아의 아빠인 '테드'에게는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평생 숫자를 좋아해서 집 앞에 있는 버려진 배를 연구소로 개조해 하루종일 틀어박혀 숫자의 논리성에 푹 빠져있느라 아들과 놀아주지 못했던 할아버지는 어쩌면 그 미안함 때문에 손자에게 더 사랑을 주고 오냐오냐 하게 되는 것 같다고도 말한다. 



"선생님께서 어른이 되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

노아가 얘기한다. .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그렇죠? 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건 어린애들이랑 노인들 뿐이잖아요."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돌아볼 여유가 생기나보다. 당장 눈앞의 일에 치여 앞만 보고 달리던 그때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고 세상을 점점 알아갈 수록, 그리고 그 세상과 이별할 때가 점점 다가올 수록 더 잘 느껴지는 걸까. 할아버지는 평생 논리를 추구했기에 아내가 하느님을 믿어서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의 말이 '정말로 정말로' 사실이기를 바란다. 할아버지는 사후세계란 것이 있다면 거기서 아내를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은 아기로 태어나 점점 어른이 되고 늙어갈수록 다시 아기로 돌아간다는 말이있다. 무의 상태로 태어나 다시 무로 돌아가는 인간의 일생. 그 안에서 사람은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행복하기도, 불행하기도 하면서 나이들어 간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자신이 가진 일생의 기억과 추억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을 때 그 기억마저 뺏어가는 '치매' 라는 병은 참으로 신의 장난 같은 병인 것 같다. 

추억할 만한 기억이 사라지고,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을 못알아보는 것, 거기에 더해 점점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 그것은 죽기 전에 이미 완벽한 '무의 상태' 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건 아닐까?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은 슬프다. 더군다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런식으로 잃어가는 과정,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들은 아름답고도 지독히 괴로운 날들이기도 하다. 그래도 남겨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또 그런 슬픔들을 잊고 점점 자신의 생활을 찾아간다. 이렇게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이 가장 아려운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이 세상과 이별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낸 책이다. 기억을 잃어서 아침마다 이 곳이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 두려워할 때, 매일 옆에서 나에 대해, 내 추억에 대해서 반복해서 말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 그들과 매일 이별을 준비하며 죽기전까지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아주아주 축복받은 이별인 것이다. 



나도 나이가 들면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날카롭고 괴팍한 늙은이가 되는 대신, 내 생을 평화롭게 추억하면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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