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느긋하게 지내볼까 합니다 - 몸의 감각을 되찾고 천천히 움직이고 필요 없는 것은 내려놓고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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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에서 토크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런 장면을 봤다. 4~50대를 맞은 중년 여자 연예인들이 나와서 얘기를 나누다가 
"누군가 나한테 만약 20대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난 그 사람 때리고 싶어요. 전 지금 나이가 좋아요. 여유와 안정감 같은, 나이를 먹어야만 얻게 되는 것이 분명히 있어요." 
그 얘기를 들은 몇몇 패널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20대의 앞만 보고 달리는 열정과 패기, 싱그러움이 물론 부러울 때도 있지만 역시나 30대가 되고서야 알게 된 삶의 여유라는 걸 절대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난 지금의 내 나이가 좋다. 4~50대는 아직 돼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는 그 무엇이 또 분명 있으리라 본다. 

이 책은 50대가 된 저자 히로세 유코가 자신이 추구하는 느긋한 삶의 방식을 나른한 오후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듯 조곤조곤 풀어놓은 에세이집이다. 글 내용은 어쩌면 다른 곳에서도 흔히 읽을 수 있는 뻔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살면서 직접 깨닫고 느낀 일들을 담은 글이라 그런지 좀 더 와닿게 가슴에 담아두기 좋다.

사람은 나이에 따라 생각도 성격도 변하나 보다. 나의 20대는 뒤돌아보지 않는 오직 직진에 저돌적인 시간들이었다. 내 몸이 부서지더라도 뭔가를 이루는 게 좋았고, 주변에 친구가 많을수록 즐거움이 컸다. 나를 돌보기보다는 오로지 목표에 충실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생각이 훅 바뀌었다. 결혼을 하고 안정을 찾으면서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20대의 충만했던 욕심이나 승부욕이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유로운 시간과 생활이 더 중요하고, 많은 수의 친구보다는 진짜 마음을 나눌 한 명의 친구가 더 소중해지는 그런 것들. 심지어 좋아하는 계절도 바뀌는 것 같다. 지금껏 여름과 겨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무조건 '여름'을 외쳤던 내가 이제는 '겨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름의 익사이팅 한 활동성보다 겨울에 따뜻한 집안에서 군고구마를 까먹으며 따뜻함을 느끼는 게 더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느긋해진다는 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눈 기준으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체로서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나를 돌아보기 시작하면 내 주변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쓸데없는 것에 힘을 빼는 일이 줄어들면서도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게 되고, 그만큼 내 시간은 느긋해지는 것이다.      

「마음이 심란하다. 그렇게 느낄 때는 천천히 움직입니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녹차를 내립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천천히 얘기합니다. 그것만으로 마음의 심란함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중략)
한동안 그런 식으로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슴 언저리에 있던 어수선한 무언가가 아래로 쓰윽 내려가고 어느새 신경 쓰이지 않게 됩니다. 그럴 때는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저절로 깊은 호흡을 하게 됩니다. 사람의 몸속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p. 84~86>

나도 느긋하게 지내보련다. 수시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마음이 심란하면 천천히 움직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주변을 깨끗이 하며 나 자신을 사랑해보련다. 

결국 진짜 여유와 느긋함은 스스로 찾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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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24시 - 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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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을 별로 즐겨읽는 편이 아닌데, 이건 뭐 읽다 보니 글로 읽는 액션 영화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께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인데 막상 책을 펴서 읽고 보니 눈만 감으면 불바다 되기 직전의 긴장감 넘치는 장안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한자 표현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 처음엔 좀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것도 조금만 익숙해지니 금세 가독성이 쭉 상승했다. 버릴 인물 하나 없는 촘촘한 이야기 구성과 소설 구석구석에 뿌려놓은 떡밥들을 기막힌 타이밍에 주워 담는 실력을 보아하니 보통내기 작가가 아닌듯하다. 역사 소설이라고 해서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귀재라는 작가 마보융의 타이틀답게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독자랑 밀당하는 느낌이라 독서가 즐거웠다. 

아름다운 등롱제가 펼쳐질 예정인 당나라 원소절 축제에 어두운 기운을 품은 돌궐인들이 몰래 잠입한다. 당나라에 원한이 있는 돌궐인들은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즐기러 나온 축제일에 맞춰 장안을 불바다로 만들려고 계획 중이다. 다행히 돌궐의 침입 소식을 미리 접한 정안사의 이필은 돌궐인들을 미리 붙잡아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돌궐인의 우두머리 조파연을 놓쳐버리고 마는데.. 축제까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은 아슬아슬한 시각, 돌궐인들이 일을 벌이기 전에 어서 그들을 찾아야 한다. 넒은 장안 시내에 소리 없이 숨어있을 그들을 무슨 수로 찾을까 싶은데, 막막한 상황에서 뜻밖에 나타난 묘수는 바로 왕년의 장안 불량수 장소경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거기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장염라' 라는 무시무시한 별명까지 지닌 그는 곧 죽음을 앞둔 사형수였다. 사형수이지만 능력만큼은 장안 내 최고를 자랑하는 수준인 그는 과연 시간 내에 돌궐인들을 찾아내 재앙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양파 까듯이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네모 반듯하게 계획하여 지어진 장안 시내의 모습처럼 모든 등장인물과 스토리도 계산된 듯 딱딱 떨어지게 정확하고,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어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곧 중국에서 드라마로 상영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단 하루 24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챕터 하나당 1시간씩 부여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한참을 읽다가도 아직도 그 하루인가 싶어 아득해지기도 한다. 예전에 했던 미드 <24시>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한편 당 1시간씩으로 만들어 24편으로 24시간을 만들어낸 것처럼 이것도 그런 구성인듯싶다. 600페이지나 되는데 아직 이 장대한 드라마의 전편에 불과하다. 장안 24시는 상, 하로 나뉘어 있으니까 ㅋㅋ 

<상>편이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9시에서 끝나니 아마도 <하>편에서는 등롱 축제가 벌어지는 밤 동안 벌어지는 어마 무시한 진짜 사건들이 담겨있겠지. 특히나 상편이 너무나 궁금하게 끝나버려서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악' 해버렸다. 
숨 쉴 틈 없는 추리와 액션을 좋아한다면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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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아델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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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공쿠르 수상작 《달콤한 노래》로 작년에 레일라 슬리마니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113년 공쿠르 역사상 12번째 여성 수상작가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쥔 그녀는 심지어 나이도 젊었다.  '아이가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처음부터 강렬한 한방을 날리고 시작하는 스릴러 장르의 소설로 프랑스 문단에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달콤한 노래》를 읽었을 때 느낀 점은 쉽고 재밌게 잘 읽히는데 전체적인 줄거리의 관점에서 주제가 뭘까 하는 부분이 모호하다는 점이었다. 책을 다읽고 한참을 생각해도 중심이 잡히지가 않아서 찝찝한 기분을 안고 독서를 마무리했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나 우연히 이동진의 빨간 책방 팟캐스트에서 《달콤한 노래》 작품에 대해 다루는 것을 듣고 깨달았다. 내가 너무 전체적인 줄거리 위주로 생각했구나, 레일라 슬리마니 소설의 힘은 어쩌면 디테일한 장면 하나하나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 말이다. 

《그녀, 아델》은 레일라 슬리마니의 데뷔작이다. 그녀는 데뷔작 이후 2번째로 출간한 소설로 무려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데뷔작이 더욱 궁금했다. 《달콤한 노래》를 읽고 한참 헤맨 기억이 있어서 다른 작품은 어떨까 궁금했기에 더욱 그랬을지 모른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녀의 소설은 부드럽게 잘 읽히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진짜 이야기를 찾아내는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다 읽고 나서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아델이 끝없이 남편 외 다른 남자와의 쾌락을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누구보다 자기 가정을 지키고 싶으면서도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책을 다읽고 옮긴이의 말에서 비로소 아델이 님포매니악 환자라는 것을 알았다.(내가 너무 눈치가 없었던 것인가.) 아델은 여자 색정증 환자인 것이다. 아델은 돈많고 다정한 남편 리샤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불륜을 저지른다. 그녀는 리샤르가 자신의 곁에 있음을 감사하고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도 불륜을 멈출 수 없다. 절대로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차라리 모든 비밀이 드러나 마음편히 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아델은 자신이 접근하는 남자들에게 어떤 욕망도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갈망했던 건 그들의 살갗이 아니라 상황 자체였다. 장악당하는 것. 쾌락에 빠진 남자들의 얼굴을 관찰하는 것. 스스로를 꽉 채우는 것. 타액을 맛보는 것. 간질처럼 휘몰아치는 오르가슴을, 관능적 쾌락을, 동물적 유희를 흉내 내는 것. 손톱을 피와 정액으로 물들인 채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
에로티시즘은 모든것을 위장해주었다. 사물의 평범함, 덧없음을 에로티시즘이 가려주었다. 」 <p.166~167>  

얼마전에 신문기사에서 섹스중독자들에 대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여성의 경우, 정서적인 이유로 중독에 이르게 되기도 하는데, 어릴적 성폭행 관련 피해를 당한 여성이 그 충격으로 이후 자신은 성관계시에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며 그런 관계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여성이 동시에 다수의 남성들과 병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일종의 자학에 가깝다는 글을 보고는 아델을 떠올렸다. 그녀는 도대체 왜 님포매니악이 된 것일까. 

《그녀, 아델》의 원제는 《식인귀의 정원》이라고 한다. 무절제한 성욕이라는 무서운 식인귀에 잠식당한 아델의 모습은 처절하고 안타까우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모습 투성이었다. 그렇지만 그 고독한 속내를 누가알까. 레일라 슬리마니는 그런 아델의 모습을 소설 속 곳곳에 미묘하게 녹여놓았다. 

여성의 성욕과 쾌락은 대부분 남성에 비해 가려지는 편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중독에 이르는 질병과도 같은 수준이라면 더더욱 사회에서 안보이는 곳으로 숨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을 여성의 입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이기에 더 새로웠고 도발적이었던 것 같다. 

작가의 다음 소설은 어떤 이야기일지 또 한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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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8-10-0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더 읽어보고 싶어요 ㅎ~

다림냥 2018-10-06 18:28   좋아요 0 | URL
서평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용ㅋ 공장쟝님도 얼른 읽어보시기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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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인싸'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싸는 무리 안에서 잘 어울려지내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인사이더'의 줄임말로 반대말로는 '아싸'(아웃사이더)가 있다. 인터넷에 '인싸 되는 법'이라던가, '인싸 용어집'이 돌아다닐 정도로 사람들은 어딘가에 강력히 소속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임재희 소설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일명 '아싸'들의 이야기가 비슷한 변주를 반복하며 이어진다. 한국을 떠나 타국에 사는 사람, 타국에 살다가 한국에 귀환한 사람, 한국에 살지만 온전한 인싸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자의 말이 맞았다. 동희는 미국에 살아도 한국에 나와있는 지금도, 뭐가 하나는 쑥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뭘까. 그 커다란 빈 구멍은. 한국 국적을 재취득하면 좀 나아지려나. 동희는 자신도 모르게 상념에 빠져들었다. 」
< p.30, 『히어 앤 데어』 중에서>


처음에는 소설집인지 알지 못하고 한참을 읽다가 단편 세 편쯤 읽었을 때 뭔가가 이상해서 다시 책 표지를 봤다. 장편소설로 착각할 만큼 비슷한 상황의 주인공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단편소설이 이어진다. 저자는 왜 이렇게 어디에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들, 주변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토록 많은 소설을 썼을까. 작품 해설을 읽다 보니 저자도 하와이로 이민 간 이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이야기에 꾹꾹 눌러 담았으리라. 특히나 작가의 말에서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게 영어는 밥벌이와 생활을 책임진 '생존'의 언어였다고. 오랜 시간 외국에 살면서도 나는 줄곧 모국어로 사유하고 있었다고. 생존의 언어와 사유의 언어가 같은 사람들은 그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아득함을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이해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이지만 내게는 그 힘으로 뭔가를 쓰게 되었다고. 
아이러니하게도 '생존'의 장소들에 관한 얘기들을 내 '사유'의 언어로 쓰게 되었을 때, 그제야 나는 '쓰고' 있다는 위안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내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쓸 수 있었다. 
< p.270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속의 다양한 주인공들을 보며 이들을 하나로 묶으면 무슨 메시지가 남을까 한참 생각했다. 다행히 작품 해설을 읽으며 괜찮은 답을 찾았다. 성 빅토르 휴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고향을 달콤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직 미숙하고, 모든 곳을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은 이미 강하며, 전 세계를 타향으로 여기는 사람은 완벽하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 -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살다 미국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 한국인으로 미국에서 살다 한국에 돌아오게 된 사람들,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평생 사는 사람들은 고향으로 인해 촉발되는 세 가지 정동을 횡단한다. 그들은 때로 고향을 달콤하게 여기고, 때로 모든 곳을 고향으로 여기며, 때로 전 세계를 타향으로 여긴다. 이들은 미숙하고, 강하고, 완벽한 면모를 지닌 사람들이다. 」
<p.266 ,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 속해있는 동시에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며 한국이라는 나라에 속해있지만 나 외에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다. 고향을 떠나고 터전을 이동하는 것은 크나큰 정체성의 이동을 뜻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원래 인간은 유목하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조금 더 낯선 곳에서, 조금 더 낯설고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되는 것뿐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는 괜히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미숙하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완벽하다는 말일 수도 있으니까.  소설 속 미숙하고 강하고 완벽한 존재들을 하나하나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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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토지 투자 - 1,000만 원으로 시작해 100억 부자 만드는 실패 없는 토지 투자
이라희 지음 / 라온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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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애들이 심심찮게 있다고 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동산의 위상이 대단하다.  최근 경기도에 타운하우스를 구매하게 되면서 부동산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난생처음 가져보는 내 집이라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잘 구매한 게 맞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쿵쿵 내려앉는다. 주택이라서 땅과 집을 함께 구매했기에 처음으로 내 땅을 가지게 됐다. 실수요자로서 집을 구한 거긴 하지만 내심 살다가 집을 팔 때쯤 되면 땅값이 잔뜩 올라있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비싸디 비싼 서울 땅값에만 익숙해져 있었는데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땅값은 많이 저렴해진다. 부동산 투자나 토지투자 라는 말, 부자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 같은 보통 사람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사 가면 짝꿍과 부지런히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앞으로 개발될만한 괜찮고 저렴한 땅을 꾸준히 사서 땅테크를 해보자며 설레발치는 중이다. 그러던 중 토지투자에 관해 실질적인 조언이 가득 들어있는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난생처음 토지투자》를 읽다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어딘가 땅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000만 원으로 100억 만들기 플랜을 잡고 단계별로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데 꽤나 실질적이고, 쉽고 재밌다. 

토지 투자는 어쩌면 100% 정보력 싸움이다. 어느 지역에 어떤 개발이 일어날지, 또는 그 개발로 인해 어떤 지역이 호재를 입을지 미래의 땅 모습을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그 땅의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다. 땅은 부동성으로 인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소성을 지닌다. 그렇기에 그 땅의 개발가치가 증명된다면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서 치솟는 중이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로 계속해서 몰리고 있고, 인구가 몰린다는 것은 계속해서 개발될 여지가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미 너무 높아진 땅값 때문에 일반인들의 소액 토지 투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지방에 자리한 토지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지 않을까? 

저자는 땅을 구매하기 전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계속해서 정보를 얻고 좋은 땅을 찾고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준다. 지역 뉴스와 경제뉴스를 꾸준히 구독하고, 각 지역의 개발 계획도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이 개발될 것인지 보는 방법이다. 또한 같은 지역의 땅이라도 용도지역에 따라 땅 가격은 몇 배나 차이가 날 수 있음도 알려준다. 요즘은 토지 투자하기 참 좋은 시대라고 한다. 정부에서 도시개발계획과 토지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 무료로 오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트에 들어가서 주소만 쳐봐도 해당 지역의 지도와 용도, 공시지가, 개발 가능 법률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먼저 가능한 구체적인 정보를 먼저 수집한 다음 실제 방문해서 살펴봐야 헛걸음하지 않고 알 수 있는 정보가 더 많다고 한다.  

세계에서 개인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나라는 의외로 몇 안된다고 한다. 중국 같은 경우 국가가 모든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개인은 임대하는 개념으로 쓸 수밖에 없어 그들이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 제도를 매우 부러워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발전으로 서울 땅값 가치만 한없이 올라가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가는 기본적으로 지방 균형 발전을 추구하기 때문에 결국엔 지방의 토지가치도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고 나서 세종시의 일부 땅값은 약 100배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 모든 개발 일정은 이미 정부의 도시개발계획에 발표되어 있었고, 그 정보를 통해 분석하고 투자한 사람은 막대한 이익을 올렸을 것이다. 

토지 투자는 투자 후 짧아도 3~5년, 길게는 10년 이상 두고 봐야 이득이 날 수 있는 투자다. 그렇기에 당장의 이득을 바라고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이 땅 어딘가에서 쑥쑥 몸값을 불리고 있을 내 땅이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겠는가. 

나의 노후를 위해, 혹은 내 자식을 위해 마음 든든한 자산 하나쯤 만들어놓고 싶다면 토지 투자에 도전해보자.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당장 땅을 사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들썩할 것이다. 
사촌이 땅 샀을 때 배 아파하지 말고, 내 땅을 사자.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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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9 1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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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9 2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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