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
니시다 데루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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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손잡고 벚꽃 구경을 하러 갔던 날, 시기를 못 맞춰 채 못다 핀 벚꽃을 보고선 내년엔 꼭 벚꽃이 활짝 피었을 때 오자며 약속했던 남자는 불과 3~4달 뒤, 아내의 몸속에서 무서운 병이 자라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내는 자궁 경부암 진단을 받고 9개월 동안이나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결국엔 다른 장기에 암이 전이되어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 남자의 나이는 70세다. 저자 니시다 데루오는 언제나 아내보다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아내의 죽음 앞에서 절망감과 함께 그를 덮친 것은 어이없게도 집안일이었다. 그는 평생 아내가 챙겨주는 옷을 입고, 챙겨주는 밥을 먹으며 은행 업무나 집안 정리정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안과 전문의로 정신없이 일에만 매진하는 사이 극진히 그를 챙기고 보살펴 준 아내 덕분에 그는 아내를 잃고 나서야 70세 나이에 집안일 전선에 처음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그는 아내를 잃은 고통으로 죽고 싶은 와중에도 아내의 마지막 가르침과 당부를 떠올리며 스스로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스스로의 생활을 꾸려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아내 잃은 남자가 느끼는 고통과 허탈감보다는 아내를 잃은 70대 남자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챙기며 다시 일어서는지 보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책의 내용도 전반적으로 남자가 처음 접해보는 살림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쩌면 이렇게까지 집안일을 모를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아내가 정말 대단한 분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조리하고 완성되자마자 입으로 가져가는 생활을 하다 보면 식탁에서 껍질 까기가 귀찮아서 무심결에 껍질 까진 새우를 구입하게 됩니다. 새우도 게도 아내는 전부 살만 발라내 그저 입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되도록 준비해줬습니다. 참 많이 나를 아껴줬음을 사무치게 깨달았습니다. 」 
< 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 p.128>

남자는 집안 곳곳에 남겨진 아내의 살림 흔적을 보면서 그녀를 추억하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의사로서의 직업적 명성을 잘 쌓아둔 상태라 사회와의 접점도 활발히 있는 상태이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힘을 얻어 가고 있는 듯하다. 이 글은 저자가 아내를 잃은지 1년 반 정도 되는 시점에 쓰인 글이다. 그는 여전히 아내를 그리워하며 고통스러운 듯하다. 하지만 자신을 그 상태에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연말에 과감하게 뉴욕행 비행기 표를 끊어 크리스마스 여행을 다녀온다거나 꾸준히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가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점점 평균수명이 늘어 시간이 지날수록 노년에 아내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남게 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이는 한 남자의 아내에 대한 사랑고백이자, 자기와 같은 처지의 노년의 남자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도 삶은 계속된다.  
자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꼿꼿하게 지켜내야 먼저 떠나간 사람도 마음이 편할 것이다. 
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다고 말하는 이 남자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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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ingy 2018-11-20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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