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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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펼쳐지는 실감 나는 사건과 액션들로 이루어져 이 소설은 흡사 글로 이루어진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 일본에서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가 개봉을 했고, 2018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단다. 《고독한 늑대의 피》는 무서운 야쿠자와 경찰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다소 복고적인 분위기로 이어지는 소설의 초반 부분을 읽다 보니 옛날 영화 '투캅스'가 생각났다. 양아치 기운을 풍기는 선배 형사 안성기와 기합 바짝 든 신참 형사 박중훈의 좌충우돌 콤비 이야기가 떠오른다. 소설에는 야쿠자보다 더 야쿠자 같은 오가미 형사와 이제 막 폭력계 신참으로 들어와 군기가 바짝 든 히오카 형사가 등장한다. 이 둘의 티격태격 브로맨스가 전체적으로 복잡한 야쿠자 이야기 속에서 주요 흥미 포인트다. 히오카의 눈에 보이는 오가미 선배는 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마음을 졸이게 하지만 범죄 검거율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능력 있는 형사다. 하지만 일부 야쿠자와는 깊은 친분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야쿠자에게 돈을 받고 뒤를 봐주기도 하는 오가미 선배가 히오카는 불안하기만 하다. 

소설에는 실제를 방불케하는 복잡한 야쿠자 조직과 관계들이 등장한다. 소설 앞 부분에 야쿠자와 경찰 조직 관계도를 미리 그려놓은 것을 보고 살짝 각오하긴 했지만 읽으면서 눈이 뱅글뱅글 돌 정도로 많은 조직과 야쿠자 인물들이 나와서 복잡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 특히나 일본 이름을 어려워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좀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사건이 또렷해지고 무게감 있는 인물들로 이야기가 좁혀지면서 읽는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소설에서 가장 많은 매력을 뽐내는 존재는 단연 오가미 형사다. 능글능글하고 야쿠자같이 거친 면이 있지만, 오래전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아픔을 지닌 고독한 사내임과 동시에 후임 히오카를 챙기는 따뜻한 면을 지닌 사람이다. 반면에 히오카는 소설 내에서 관찰자 또는 화자의 역할 외에 별다른 역할이 없어 보인다. 그것은 소설 끝부분을 보면 왜 소설이 그렇게 이루어져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독한 늑대의 피》는 딱 영화로 만들기 좋은 이야기 구조를 가졌다. 복잡한 야쿠자 세계의 다양한 액션 장면과 매력적인 원탑 주인공,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영화 플롯으로 딱 좋은 흐름을 가진 이야기인듯하다. 《고독한 늑대의 피》 작가 유즈키 유코는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의리 없는 전쟁>이라는 야쿠자 영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 소설도 그 영화가 없었다면 결코 나오지 못했을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남성성 짙은 소설의 저자가 여자라는 것이다. 저자는 야쿠자 세계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껴서 이만큼이나 그 세계를 깊이 파고들어 제대로 누아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일까.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악당은 악당대로 멍청이는 멍청이대로 개성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쯤 되니 영화가 매우 궁금해진다. 
영화 속 오가미와 히오카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졌을지 조만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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