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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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감당할 수 없을만큼 비밀스러운 큰 돈이 생겼을 때 인간은 어떻게 변할까?" 

우연히 숲속에 추락한 작은 비행기를 발견한 세사람이 있다. 조종사는 죽어 있었고, 그 안에서 그들은 450만 달러의 돈뭉치를 발견한다. 3명이서 똑같이 나눠가지더라도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만큼 큰 돈이다. 우리 돈으로 45억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지만 심플 플랜이 쓰여진 시점이 93년도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시세로 따지면 450억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엄청난 주인없는 돈을 발견했을 때, 동요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이 설령 위험한 돈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들은 안전하게 돈을 나누기 위해 우선은 돈의 출처를 정확히 알게 될 때까지 돈을 숨기고 비행기가 저절로 발견될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한다. 하지만 가만히 기다렸다면 소설이 아니겠지. 돈에 대한 욕심은 서로에 대한 의심과 범죄를 낳고, 그 범죄를 숨기기 위한 또 다른 범죄와 함께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악하기 때문에 악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선을 추구하고 행복을 찾다가 그렇게 될 뿐이다. 

마냥 선량한 중산층 직장인이었던 주인공 행크는 돈에 대한 집착과 함께 점점 그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사실 처음에는 여차하면 돈을 태워버리겠다고도 생각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인생의 수많은 가능성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포기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아내 사라는 처음에 행크가 "만약" 이라는 단서를 달아서 돈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 그런 찝찝한 돈을 왜 가지냐며 자기는 경찰에 신고할 것 같다고 대답한다. 근데 그 돈의 존재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자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동안 꿈꿔왔던 모든 것들을 이뤄줄 수 있는 돈 앞에 점점 그것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 아닌, 없으면 안되는 무조건 적인 것이 되어가는 것이다. 

심플 플랜의 놀라운 점은 스펙타클한 전개 속에서 돈 앞에 미쳐가는 인간의 심리를 소름끼치게 잘 표현했다는 점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라고 상상했을 때 마냥 남의 이야기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 만큼, 어쩌면 그 상황에서는 진짜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당장 상상만 해봐도 길가다 50억이 든 돈자루를 주웠을 때, 그걸 그대로 경찰서에 가져다주며 신고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 것이며, 그 돈으로 인해 달라질 자기 인생을 상상해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 상상은 어느새 현실이 되어 그전에 평범하게 잘살고 있던 내 삶조차 회색의 무의미한 삶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평범하던 현재가 어느새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무섭다. 돈을 가지기 전의 마음 상태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우리는 한계를 넘어섰으며, 돌아갈 수 없다. 그 돈 덕분에 꿈꿀 기회를 얻었지만 그 때문에 현재의 삶을 경멸하게 되었다. 사료상의 일, 알루미늄으로 옆면을 댄 집, 주변 마을. 우리는 그 모두를 이미 과거의 것으로 보고 있었다. 백만장자가 되기 전의 과거, 형편없고,우울하고, 시시한 과거. 그러므로 어찌어찌하여 그 돈을 도려주어야 한다 해도, 의미 있는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듯이 다 잊고 옛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되었다. 옛 생활을 멀리 떨어진 것으로 보았던 때로, 옛 생활을 평가하고 값어치 없게 여겼던 때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회복할 수 없는 상처였다. 」 <심플 플랜>

그래서 내 힘으로 번 돈이 아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큰 돈은 (솔직히,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실 두렵다. 지금 내 힘으로 하나하나 쌓아가는 저축이 당장 의미없어 질 것이며, 내 능력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의욕도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그 돈으로 물론 물질적으로 잘먹고 잘 살긴 하겠지만 마음 한켠에 불안감과 공허감이 존재할 것 같다. 

심플 플랜은 아주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 말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 돈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어쩌면 현실은 이보다 더 무서울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어쩌면 돈에 대한 환상과 상상만으로도 악마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돈의 환상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마음을 단디, 아주 단디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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