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음악만큼 사람을 순식간에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마법을 지닌 매체가 있을까. 단지 다양한 음들의 집합이 소리가 되어 귀에 들려올 뿐인데 사람을 기분좋게, 신나게, 감성에 젖게 만드는 걸 보면 무슨 마법이 숨어있는 것 같다. 학창 시절, 밤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하면서 어두운 책상에 스탠드 불 하나 켜두고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꽤나 행복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만 있으면 하기싫은 공부를 해야 하는 그 순간도 나에겐 꽤 견딜만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 무슨 공부를 했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무슨 음악을 듣고 있었는지는 아직도 기억 나니까. 대중음악은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기 다른 형태로 추억과 함께 갈무리 되어 남아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음악,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들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pop it up (팝잇업)은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꽤 성실하고 쓸모있는 기본 개념을, 일반 대중들에게는 흥미로운 음악 상식을 전해주는 독특한 음악 만화다. 골치 아픈 음악 이론을 만화 형식으로 전하려는 시도는 새로웠지만, 사실 재미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너무 재밌다. 우선 그림이 놀랍도록 센스있고, 유머감각이 펄펄 넘쳐서 계속 낄낄거리며 보게된다. 만화로서의 재미와 정보의 깊이를 둘다 놓치지 않아서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음악 공부하는 사람들이 기초를 다지기에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사실 좀 어렵기도 했지만 교양 차원에서 알아두어도 좋을 정도의 내용이라 앞으로 음악 감상할 때 좀 더 풍부하게 느끼며 재밌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실용음악 전공하는 사람들이 어떤걸 배우는걸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이런걸 공부하는 거구나 알게 됐다. 음악은 예술보다는 과학에 가까운 학문인 것 같다ㅠ

pop it up 팝잇업

책을 읽으며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만화 그림이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재주가 너무 뛰어나서 깜짝 놀랐다. 배철수와 손석희 아나운서를 그림으로 표현한 거 보소. 훅치고 들어오는 유머코드와 쉽게 풀이 된 설명들 덕분에 깔깔 웃으면서 즐겁게 읽었다. 책을 다보고 나서는 도대체 이 그림 누가 그린건가 찾아봤는데,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인 남무성 재즈 평론가가 직접 그렸나보다. 전문 만화작가가 그린줄 알았는데 이 분은 만화가로 전업해도 충분히 먹고 사실듯 ㅋㅋ 


좋은 음악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형식과 코드, 음의 반복과 변칙을 통해 과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음악 발전에 장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pop it up은 대중음악을 다루는 책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히트곡의 숨은 비밀도 속속들이 알려준다. 잘 모르고 어려운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 이상씩 들어본 유명한 대중 음악을 대상으로 설명해주므로 훨씬 이해가 쏙쏙되고 재미있다. 

앞으로는 음악을 들을 때 곡의 진행형식이라든가, 훅 hook 부분, verse와 chorus 같은 부분도 생각해가며 들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보면 예전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음악이 많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하루단위로 히트곡이 변하니 음악을 통해 지금을 기억할 수 있는 단서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자꾸 옛날 사람처럼 예전 노래를 찾아 듣고 또 듣고 하는걸까. 

유통기한이 몇 주도 안가는 인스턴트 음악 말고, 
오래오래 들어도 들을때마다 새롭게 심쿵하는 그런 음악이 앞으로 많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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