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시니스트(김선웅)는 <시사인> 만화가다. 그는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저서에 대한 비판을 만화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예컨대 인터넷 <시사인> (제441호, 2016년 2월 29일)의 <아주 쉬운 상식>이 그런 경우로 보인다. 그가 내 책 <아주 낯선 상식>을 직접 거명하며 이 만화를 그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명백히 내 책의 주장을 비판 조로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글로 내 주장을 반박하면 나도 글로 반박하면 된다. 한데 만화가가 만화로 내 주장을 반박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략 난감한 일이다. 만화가가 아닌 나는 그림을 그려 그의 반박에 대응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쨌든 그의 그림 속 글을 바로잡는 일뿐이다.

 

그런데 굽시니스트(김선웅)는 패러디한 만화에서 심각한 인격적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그는 (자신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 영남에서 호남을 '홍어'라고 비하한다는 것을 핑계삼아 만화 속에서 호남을 마음 놓고 '홍어'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런 비하적 용어('홍어'뿐만 아니라 예컨대 과메기, 원숭이, 낙타, 니그로, 조센징 등 유사한 용어는 아주 많다)를 한두 컷도 아니고 전체적인 기조 속에서 키워드로 활용하고 있다면 상식적으로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나마 거기까진 변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중간의 한 컷에서는 호남인(대변자)이 "으음… 호남의 자원으로 영남 짝뚱 홍어들이 저리 나대는 건 좀 거시기한데… 누가 저런 끔찍한 혼종을 만들어냈단 말인가…!"라고 탄식하는 글을 적어 놓고 있다. 내 상식으론 호남인이 호남인 스스로를 '홍어'라고 비하하는 경우는 없다. 더군다나 "끔찍한 혼종"이라니?! 이는 명백히 굽시니스트(김선웅)의 인종주의적 자의식의 발로다.

 

그의 "끔찍한 혼종"이라는 표현은 얼핏 <아주 낯선 상식>이 무슨 인종주의적 영남배척을 주장하는 것처럼 오해를 야기시킨다. 이는 명백한 모함이다. 아니 개인적 모함 여부를 떠나 어떻게 이런 인종주의적 발상으로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하는가? 나는 굽시니스트(김선웅)뿐만 아니라 그에게 지면을 줘 활약케 하는 <시사인>도 이런 식의 인종주의적 표현에 대해 함께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굽시니스트(김선웅)의 수준에서 이해한 <아주 낯선 상식>의 주제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그는 <아주 낯선 상식>의 주장을 기껏 "호남당 잡아먹은 영남놈들 극혐!!! 저기 붙어먹은 호남놈들은 배신자다! No more 퍼주기!!" 하면서 기관총을 갈기는 수준이다. 그리고는 "영남 스파이들을 제거했습니다!"라고 환호한다. 그의 눈에는 "이것이 [<아주 낯선 상식>이 주장한] 영패주의 척결!"인 것이다. 내 상식으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정파적 이해력이다.

 

글이 아닌 만화를 글로만 설명하며 반박하려니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서로 답답한 노릇이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굽시니스트(김선웅)가 패러디한 <아주 쉬운 상식> 속 만화 그림을 재활용해 다시 패러디로 돌려주려 한다. 그래서 그가 지어내고, <시사인>이 널리 퍼뜨린 명백한 왜곡과 모함을 바로잡고자 한다. 다음이 내가 <아주 낯선 상식>에서 담아내려 했던 왜곡 없는 주장이다.

 

김욱, http://blog.aladin.co.kr/kimwook/, 2016. 3. 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