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저임금 논쟁(이른바 소득주도성장논쟁)을 보면서 울고 싶은데 뺨 때린다(울려는 아이 뺨 치기)’는 속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는 이유가 뺨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인가를 가지고 각자의 진영논리를 동원해 유리한 사실만을 강조해가며 일방적으로 우기는 부질없는 사태가 속출한다.

 

 

어쨌거나 문재인 정부는 정부대로 여기서 밀리면 안 되는 거고, 반대당은 반대당대로 오히려 정부가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면 허탈해 할 것 같은 느낌까지 준다. 그렇다면 한참 후의 막장을 확인할 때까지(어느 한편이 항복선언을 할 때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당찬 포부도 그렇고, (지지율 분포를 보면) 국민도 아마 그러기를 원하는 듯싶다. 따라서 이제 대한민국이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다.

 

우리 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말하는 건 뛰어난 경제학자라도 겸손해야 할 일이지만, 우리가 처해 있는 최저임금 상황을 이해하는 것 자체는 경제학자가 아니라도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통계적 사실 자체에 관한 다툼도 크지 않다. 말하자면 문제 해결의 어려움은 통계적 사실 인식의 차이가 아니라(물론 통계청장이 의심스런 이유로 바뀐 탓에 앞으로는 통계적 사실 자체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통찰 혹은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

 

통계를 보면, 우선 우리나라의 2016년 기준 노동소득분배율은 63.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7.0%보다 3.7낮은 하위권(28개국 중 21번째) 수준이다.(고용노동부,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부록)>(2018).) 그렇다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도록 뭔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는 건 어떨까? 하지만 '(2017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2018년) 최저임금(7530)’으로 계산하면 이미 OECD 4위다.(인터넷 <매경 이코노미>, 2018727.)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은 9045원으로 3위가 된다.(인터넷 <중앙일보>, 2018419.)

 

그럼 이렇게 높은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어떨까? OECD는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일렬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값인 중위임금3분의2 미만을 받고 일하는 사람을 저임금 노동자로 정의하는데, 한국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23.5%나 된다. 미국에 이어 2위다.(고용노동부,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부록)> (2018).) 형편없는 상황이다.

 

이런 사태를 작심하고 극복하려는 듯, 고용노동부는 중위임금 대비 68.2%(경총 추산)의 내년 최저임금(8350원, 주휴수당 포함 시 10020원)을 확정 고시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인터넷 <중앙일보>, 201883일.) 한마디로 최저임금으로 우리 경제의 약점인 저임금 노동자 문제를 모두 일거에 해소해버리겠다는 의미다.

  

이제 마지막으로 살펴 볼 통계치다. 어쩌면 통찰에 가장 중요한 통계치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어떨까? 중요한 사안이므로 인터넷 <중앙일보> 기사를 직접 인용한다.

 

내년 최저임금 대상자는 국내에서 일하는 근로자 4명 가운데 한 명인 501만명이다. 이런 영향률(25%)은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높은 선진국을 크게 웃돈다. 프랑스의 영향률은 10.6%. 일본 11.8%, 미국 2.7%, 네덜란드 6.6%. 선진국에는 없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영향률은 40%에 달한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국가가 정한 임금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생산성과 회사의 수익 등을 따져 결정되는 임금의 시장논리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셈이다.”(인터넷 <중앙일보>, 201883.)

 

위 통계치만 꼼꼼히 살펴보더라도 왜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이렇게 큰지 대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위에서 최저임금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일 실업자 증가 부작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법에 정한 최저임금을 받지 못 하는 최저임금 미만율’, 말하자면 노동 암시장부작용도 거론하지 않았다. 앞으로 최저임금 충격이 초래할 이런 핵심적 부작용이 어떤 식으로 폭발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아울러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2,052시간으로 OECD 20개국 중 2번째로 열악한데, 이를 올해 7월부터 주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크게 줄였다. 당연히 개선해야 할 노동시간이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탈출구없이 진행돼버린 셈이다. 법적 강제만 있으면 시장을 일거에 지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왜 차제에 최고임금제도까지 함께 창설해 소득격차를 원하는 만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생각은 않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이제 우리는 나라의 미래 명운이 갈릴 퀴즈를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하위수준의 허약한 경제체질과 복지부재를 안고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25~40%에 직접 영향을 주게 될 최저임금을 법적 강제를 통해 GNI 대비 OECD 최고수준으로 충격적으로 밀어올림으로써 분배율, 소득격차, 실업자, 그리고 산업구조조정 등 문제까지 그럴 듯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다행히 경제학자가 아닌지라 출구를 배려하지 않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 대한 법적 문책의 결과가 어떨지 경제학적으로 추론할 책무가 없다.

 

호랑이는 대한민국을 등에 태우고 이미 내달리기 시작했다. 올해에 더해 내년 최저임금도 급격한 인상이 확정됐으니 올해 상황은 아마 예고편에 불과할 것이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면 그 과실은 누구보다 중하위 계층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실패하면 그 포퓰리즘의 대가는 전 국민이 치러야 할 것이다. 두려운 일이다. 어쨌거나 국민 스스로 호랑이 등을 선택했으니 이런 저런 뒷북들이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에 그저 행운 있기를 바란다.

 

김욱, https://twitter.com/GhimWook, 2018. 0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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