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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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이다. 청소년 문학을 읽어본 지도.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른인 척이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청소년 문학을 거의 읽지 않았다. 청소년 문학은 자라나는 중고생을 위한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학교',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 모두들 청소년의 문제에 집중한다. 집중만 한다. 그러는 동안 문제는 너무나 거대해져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정도다.

 

김선영 작가의 책 특별한 배달은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장래희망이 잉여인간인 '하태봉' 그리고 모의고사 전국 1등, 항상 공부를 잘해야 엄마에게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스트레스로 기면증을 앓게 되는 '윤슬아'를 통해서 청소년 문제를 그려낸다.

 

태봉과 슬아는 한 오토바이 배달원인 일구 아저씨가 빠져 실종되었던 웜홀이라는 구멍을 탐구한다. 일구 아저씨는 새롭게 원자가 조합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보기엔 달라진 게없지만, 분명 그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그들은 평행우주라는 호기심에, 조금 달라지고자 바람에 웜홀이라는 구멍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해간다. 그들은 웜홀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새로운 원자로 재조합되어 태어났다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웜홀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다. 날카로운 칼날에 심장이 베이는 듯한 죽음을 감수하는 자에게만 오는 것이다. 용기있는 자만이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과 맞대면 할 수 있는 거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인정해야지만 다른세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평행 우주와 같은 다른 삶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우주에서도 가능하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과 그 선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만날 수 있는 일이다. (P.210)

 

자신의 선택과 그 선택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일. 어떤 선택보다 그 선택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 힘들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어른들의 선택에 나 자신을 내맡겼고, 그 선택의 책임 역시 어른들이 져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결정을 인정하고 따랐던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였다. 누구의 탓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핑계거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중요한 삶의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어른이 되는 과정인 듯 하다.

 

삶에는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게 아니다. 내게 맞는 다른 방식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한 가지 기준에 부합하려고 애쓸수록 더욱 진창이지 않았던가. 그 기준은 내가 세운 게 아니다. 이제부터 나의 설계로 내 기준을 세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나는 고독할지언정 기어이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P.144)

 

웜홀이 있다면 나는 무엇을 보게 될까. '웜홀'을 통해서 태봉과 슬아처럼 삶을 점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 변한 것은 없었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을 점검했고, 좀 더 다른 형태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에게 '특별한 배달'이라는 책이 '웜홀'은 아닐까. 이 책으로 나는 내 삶을 되돌아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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