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흠모할만한 인간적 매력과 신적인 기풍이 우러나는 인물이다.

다윗을 떠올리면 언제나 내 머리 속에 연상되는 것은 ‘로망스Romance’적인 분위기이다.
이 글을 적는 가운데 나는 ‘로망스(로맨스)Romance’라는 단어를 적으면서 나는 ‘로마서Romans’라는 영어단어를 떠올렸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것은 나의 순간적인 착각이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이런 단어선택에 있어서도 이런 착각을 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면 이 ‘다윗: 현실에 뿌리 박힌 영성’이라는 책의 분위기를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다윗’에 대한 성경적인, 신학적인 분위기에 대한 색채가 이 책을 통해 문학적인, 현실적인 분위기로 아주 심도있게 유진 피터슨이 이끈다는 것이다. 푸른 초원 가운데 양 떼들을 방류해놓고 자신은 시냇가 에 앉아 수금을 연주하며 풍류를 즐기는, 시인의 자질과 음악가의 자질들을 충분히 그리고 유감없이 발휘하는 면모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다윗에 대한 상상은 교정이 필요하다. 자연이 펼쳐져 있기에 한 소절의 노래와 시가 노닐만한 구석과 공간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는 목자(양치기)의 일을 하면서 늘 경계심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는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양들을 지켜내야 할 목자의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다윗의 소년시절의 단면은 그의 인생을 다분히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기에 다윗에겐 ‘로망스’적인 요소가 다분하면서도 동시에 끊임없는 ‘유혹자’의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윗의 삶은 신적인 여가relax의 축과 인간적인 열병sickness의 축이라는 구도로 잡아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두 가지 축에 대한 조망은 어쩌면 우리 인생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다윗이라는 인물에 대한 탐색과 아울러 내 인생에 대한 자잘한 반성들reflections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다윗의 신적인 여가relax의 축을 살펴보자.
다윗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무릉도원에 누워 풍요를 노래하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한없이 여유로운 인물이었다. 그는 낭만적인 인물이었고 정열의 사람이었고 믿음의 사람이었다. 삶의 자잘한 기쁨들을 발견할 수 있는 여유가 존재하였던 인물이었다. 그러한 다윗의 다윗됨은 모두 신적인 경유를 가진다. 그의 삶은 바로 ‘하나님과의 끊임없는 대면함’ 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의 삶은 ‘신적theistic’이라 명명할 수 있겠다. 다윗의 하나님중심적인 삶의 정점을 보여주는 대목은 바로 ‘골리앗’사건이다. 다윗은 ‘상황적인 광야’로 늘 내몰리지만 그 가운데 그가 더욱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하나님을 추구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다윗을 더욱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다른 성경의 위인들과는 대별되는 ‘시와 음악’이라는 예술적인, 문학적인 요소를 소유하였다는 것이다. 시편의 무수한 시들이 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다윗은 ‘시와 음악’은 말 그대로 ‘현실에 뿌리박은 시와 음악’이다. 고통가운데 신음하면서 그는 찬양하였고 시를 적었던 것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시편 57편이다. 다윗은 하나님의 하나님되심을 강력하게 선포하며 찬양하고 있다. 이 모습은 바로 ‘하나님을 향해 살아있는 다윗’의 모습이다. 도망자의 구질구질한 신세 가운데서도 ‘주의 이름은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는’ 송축의 장면은 잊을 수 없다.

또한 다윗의 삶은 인간적인 열병sickness의 축을 가진다.
그는 맹렬한 짐승들의 공격을 육박전으로 벌일만큼 인간적인 두려움과 불안의 열병이 가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소년시절의 경험은 후에 사울로부터의 피난길에서 수없이 앓았고 사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후로는 밧세바와의 간음 사건이나 사랑하는 아들, 압살롬의 사건으로 불거진 왕권문제 등이 그러한 삶의 흔적들이다. 이러한 삶은 ‘일상적earthy’이라 명할 수 있겠다. 말 그대로 다윗의 삶은 ‘역동성’ 그 자체였다. 현실안주와 안락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왕의 자리에서 하나님은 그를 ‘인생은 하나의 모험’임을, 그 모험으로 사는 인생에 주를 경외하는 법을 혹독하게 가르치신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인 법, 하나님은 다윗을 결코 고인 물처럼 놔두지 않으시고 콸콸 흘러, 굽이 굽이 흘러 시내를 채우고 강을 가로질러 바다를 향해 쭉쭉 뻗어가게끔 인도해가신다. 그것은 다윗의 삶의 생리일 뿐만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 아니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고전 1:24)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삶의 패턴이다.

평생 피로 얼룩진 전쟁터에서 세월을 보낸 다윗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의 삶은 영적 전쟁터, 정신적인 전쟁터의 전사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영적 전쟁터’이다. 다윗의 인생은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유진 피터슨은 문학적인 상상력을 성경적인 텍스트에다 불어넣어 성경의 인물들이 텍스트라는 땅을 딛고 일어서서 움직이게끔 하고 있다.이 책은 삼상, 삼하, 시편 그리고 신. 구약을 넘나들며 다윗의 삶을 테마 별로 조망해가는데, 그 글 솜씨와 글맛이 압권이다. 이전에 다윗에 대해 이야기 할 일이 있어 이 책을 자주 인용. 참고하면서 얼마나 흥분하였던지…그 감격과 흥분은 이 책을 들추어 볼 때마다 되살아 날 것이다. 다윗의 시적 감각과 문학적 소양과 음악적 기질을 나름대로 음미할 수 있는 특권과 그의 삶의 리얼리티를 묵상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 우리에게 유진 피터슨이라는 영적 거장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오랫동안 부여잡고서 씨름했다. 읽지만 진도가 좀체 나가지 않아서 늘 조급해하다 이 책도 소화해내지 못했던 시간들.
이제서야 ‘다 읽었구나!’

다윗에 대한 유진 피터슨의 관찰과 해석과 글은 정말 감동과 지적 해갈함과 다윗에 대한 인간적인 찬사와 신적 경이감을 불러 일으켰다.
탁월한 책, 삼상, 삼하, 시편 그리고 신.구약을 넘나들며 다윗의 삶을 테마별로 조망해가는 작가의 글 솜씨와 글맛이 압권이었다. 깨닫지 못했던 사실에 대한 인지와 도전은 나를 많이 흔들었다. 번역도 참 잘 된듯하다. 다시 이 책을 후에 참고하게 될 것 같다. 몰랐던 사실이 이 책에 많이 수록되어 있기에…. 2003.03…


-이 글은 IVP독서감상문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것으로 기억한다.

유진 피터슨 저작중 소장도서들이다!
유진 피터슨은 <메시지성경>쓴 저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그들은 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떠난다>와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를 추천한다. <그들은...떠난다>는 유진 피터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리더들의 글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글모음집인데,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는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에 대한 묵상연구서이다. 제목이 넘 멋지지 않은가!Run With the Horses! 말들과 함께 달려야 하지 않겠느냐!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도전시키시고 일으키시고 세우시고 업 그레이드시키시길 원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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