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문득 일기장을 들여보고서 문서를 정리했다.


년도별로.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서 그의 생애에 대해 잠깐 들추어 볼 기회가 어제 있었다. 그의 삶을 보면서 그가 죽고 나서 남긴 유작들과 작품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문학에 대한 욕망...

영화 ‘질투는 나의 힘’에서 나오는 문학에 대한 짤막한 언급으로 말미암아 들었던 ‘카프카전집 1권’…변신…
그것은 아마도 인간존재의 상실과 인간성의 상실과 소외를 다룬 작품일 것이다.
문학은 언제나 인생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한다.
그것은 인생에 미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카프카가 1913년 쓴 그 작품이 지금의 시대의 모든 것들을 반영해주고 있지 않은가?
사람을 도구로 생각하고, 사람의 물질의 도구와 메커니즘으로 생각하면서 돈을 벌어오지 못하고
오히려 짐승처럼 변해버린 아들, 오빠인 그레고르를 통해서
카프카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할만한 여지를 남겼고,

그것은 오히려 ‘변신’이라기 보다는 ‘변질’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인간이 변해버린, 인간성이 말살되어진 상태는 하나의 변질이다.
가족이며 공동체의 구성원이었고 사랑하는 아들이자 오빠인 그레고르가 하루아침에 짐승처럼 변해서 일도 못하고,
가족을 위해 뼈빠지게 6년 동안 일을 한 그가,
군대도 소위계급까지 달았던 그가 이제는 이상하게 변신 아니 변화되어져 버리자, 가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불안해하며 두려워하더니만 차츰 그를 소외되게 하고 심지어 벽과 천장을 기어 다니는 그의 행태를 보면서 인간 취급 조차하지 않는다.


그레고르는 이제 가족이 떠 안아야할 하나의 짐이고 ‘거추장스러운 부담’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의 방을 청소해주고 음식까지 챙겨주던 동생,
바이올린을 켜던 여동생 그레타는 이제


‘그가 없어졌음 좋겠다. 그는 더 이상 그레고르가 아니다’


라고 발언하면서 작품의 막바지에 도달하기에 이르른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그레고르,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몇 개월동안 그가 맛 본 육체적, 정신적, 영혼의 타격과 상처와 아픔과 데미지는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자본주의 거대한 틀 안에 갇힌 인간은 이처럼 인간이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하나의 물질적 메커니즘으로 전락, 변질하기에 이르른다.


오빠인 그레고르 때문에 더 실용적인 집으로 이사가지도 못하는 가족들의 처지.
왜냐하면 그레고르를 어떻게 이사할 때 숨겨서 간다는 말인가?
그런 여러가지 복잡한 걱정을 곧 떨쳐 버리게 되는데
왜냐하면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눈 후에
그레고르는 차디찬 시체로 변해 버려 파출부에 의해 쓰레기더미 치우듯이 버려져 버렸다.
그리고서 결근계를 내는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그들은 그들만의 자유와 후련함과 시원함으로 전철 여행을 즐긴다.
부모는 하나뿐인 딸이 이제 성숙한 처녀로 변해가는 것을 흡족해 하며 좋은 사윗감을 골라 짝을 지어 주어야겠다는 아주 현실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채 ‘변신’의 막은 내린다.


문득 <필경사 바틀비>의 마지막장면이 스치고 지나간다.
더 이상 희망없는 바틀비의 깊은 절망, 그리고 그의 마지막 최후. 코끝이 시큼했다. 바틀비의 고개 떨군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


카프카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는가? 하는 대단한 도전을 받았다.
카프카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내가 이전에 읽다가 만 ‘화부’라는 단편소설부터 읽기 시작하여 ‘변신’까지 읽게 되었는데 정말 Kafka는 대단한 상상가이다.


반 유태계 독일인으로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카프카의 흩어진 원고들을 모으고 그리하여 겨우 조금씩 조금씩 그의 작품은 세상에 고개를 내밀었다.
카프카는 죽기 전에 몇몇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원고들과 습작들과 기록들을 불태우라고 말했다.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문학비평가인 막스 브로트가 아니었더라면
그의 글은 세상의 조명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은 지독히 넓고,
인간의 지성은 대단히 탁월하며,
문학의 세계는 그로테스크하다.

---2003년 7월 5일 토요일 새벽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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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23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프카의 단편소설과 아포리즘은 보면 볼수록 매력 있어요.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

카알벨루치 2018-06-23 12:06   좋아요 0 | URL
제가 사이러스님을 따라갈수가 없죠^^ 체호프 단편 아껴가며 읽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