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문화정치] ‘무엇이 끈적이는가’라는 질문

월요일 아침부터 내 <감정의 문화정치> 페이퍼에 <좋아요>로 발작 눌리게 하는 *철학 책 읽는 미소지니 남*에게 감정 한뭉탱이 섞어서 인용 문장 가져온다. (트랙백 참조)



가방 끈. 때로는 독립 연구자. 지식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이론에 특별히 재능이 있었던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살게 된 것이던가. 이론이라는 리그 안에서 이론으로 다투면서 세상을 덜 망칠 해석을 얻기 위해 반지성주의라는 용어를 써 왔다는 거 이해했음. 지성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끼리는 더 치열하게 다퉈야지. 그래야 하는 게 맞고.


내가 아직도 좀 화나는 거는. 사회 전반의 미소지니가 너무 힘들다고, 살겠다고 뛰쳐나온 여성들한테 대고 본질주의, 반지성주의, 혐오주의라는 규정부터 잽싸게 들고 와서 분석하려 하던 종래의 여성주의자들 포함한 분석, 평가하고 싶어서 안달났던 종류의 지식인들이었다. 그래 결론은 그들이 하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때 만들어진 앙심은 결국은 정말로 나 같은 대중을 반지성주의로 만든다. 쉬운 규정의 말. 언어(지식)를 가진 사람들이 가장 조신하게 돌아봐야하는 태도였을텐데도... 


더 신경질 나는 건. 

그 사람들이 규정한 지식에 기대서 결국 *하고 싶은 미소지니를 정당화*해야겠는 여성혐오자들의 탄생이겠지만. 


내가 페미니즘이라는 게 너무 아파서. 이건 아닌가? 저건 아닌가? 생각하는 방법을 잘 몰라 휘청일 때. 이미 여성주의 지식으로 알고 있던 잘 배운 한남은 나한테 물어보더라. 너 스까야? 랟이야? 난 그 말이 뭔지도 몰랐다. 그래서 내가 랟이었으면 너는 내가 무서워~ 아무말도 안 했겠지. 그때 나는 워마드다!!! 그랬어야 했는데. 그냥 몰라서 그건 뭐야? 헤헤 웃었다. 랟은 아니라며 딴 이야기 계속 하더라. 난 또 열심히 들었지. 하. 아마 내가 들어줬으니까 했겠지. 옳다고 안했는 데. 궁시렁.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대체. 책은 왜 읽냐. 라는 말을. 정말 해주고 싶다. 그래. 한국 사회에서 책 읽기야 말로. 식민화 된 영역이라는 걸 이젠 안다. 여성주의 고맙고 탈식민주의도 땡큐입니다. 이 모든 걸 하나 하나 볼 수 있게된, 그 동안의 나의 무지성과 반지성 위치성도 땡큐다.    


계속해서 하고 있는 말이지만 나의 (젠더화된) 감정에 평가와 걱정과 우려는 필요 없다. 진짜 해악인 건. 그런 감정을 가진 대중과 섞이지 못하는 섞일 생각 조차 없는. 지 혼자 잘난 지식이라는 거. 근데 지식이 권력이야. 나도 그건 이제 알아. 그거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걸 내려 놓을 생각이 없다는 것도 오케이. 요컨대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 거지? 


그래서 아메드의 <감정의 문화 정치>가 탁월한 거고. 내 페미니즘 선생님 이민경, 정희진 만세입니다!  


(139) 대리자 없는 발화, 매개 없는 이해와 표현은 언어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법이 아닌 회화에 해당하며, 이 능력은 무조건 연습으로부터만 나온다. 특정한 언어를 갓 접한 입문자가 문법적 지식을 학습하는 건 유창성에서 철저히 부차적이거나 혹은 능력을 갖추는 데 도리어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규범보다는 그것을 활용하여 말하고 싶은 내용을 갖는 게, 누군가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고 모방할 준비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여러 번 듣고 여러 번 말하면 오류는 줄어든다. 

강남역 살인이 일어났을 때 여성들은 전부 동요했고 상처 입었다. 그 흔들림으로 의식의 장막에는 틈새가 생겼다. 그 틈을 타 뱃속 깊이 눌러두었던 기억들이 혀뿌리까지 타고 올라왔다.

누군가는 여자들이 진실을 말하면 세상은 터져버린다고 했다. 세상이 터질 기미를 불안해한, 대학에서 만난 철학과 남자 선배는 ‘비이성적으로 구는’ 주변 여성들을 진정시키겠답시고 ‘우리의 적은 남자들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벼운 에세이가 아니라 이론서다’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다 올렸다. 리베카 솔닛의 페미니즘 에세이가 인기를 끈 무렵이었다. 몸속에서 울컥 올라온 물질을 글자로 담아 남자에게 전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틀렸으니 조용히 계세요.*  


분명히 처음이 맞을 것이다. 짧은 한 줄에도 그는 아주 놀라 내게 따로 연락을 해 왔으니까.

이날 시작한 응수는 보름쯤 지나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라는 내 책 첫 제목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론서가 아니다”라는 설명 문구에 담기게 되었다. 실용 회화 매뉴얼!


- <꼬리를 문 뱀>, 이민경


틀렸으니 조용히 계세요.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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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1-20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후 시원해!

공쟝쟝 2023-11-20 20: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ㅋㅋㅋ 모처럼 사이다.

yamoo 2023-11-2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야 말로. 식민화 된 영역...이라고 하셨는데..
몰라서 그러는데 말씀하신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공쟝쟝 2023-11-20 13:33   좋아요 1 | URL
서울대 나온 검사가 공부를 못해서 이런 대통령이 되었겠습니까? 책을 어떻게 읽느냐의 문제이겠지만.
‘언어-지식-상징계 질서‘가 이미 권력이라는 소리고, 그 권력에 진입하려고 미친 듯이 공부하고 있는 게 한국 사회 아닙니까? 한국에서 지식인으로 알려지기에는 서울대 아니면 미국박사 학위 말고 필요한 인정, 권위가 또 있나요? 그런 책들 읽다보면 그런 사람들 생각을 내면화 하겠죠.
야무님의 질문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읽었던 아시스 난디의 <친밀한 적>을 권합니다.
˝난디는 그들에게 내재된 식민주의, 곧 서구 지배자에게 봉사하거나 인정받은 서구 방식의 개념, 문화적 우선순위, 계층화, 지배적 자아를 ‘우리 안의 적‘ 곧 ‘친밀한 적‘이라고 불렀다. 난디의 논리를 따르면 ‘친밀한 적‘을 다정하게 껴안은, 식민지배를 경험한 나라의 엘리트들은 정신의 식민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뭐 그렇다고 제가 서구를 벗어나서 우리나라 최고여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열심히 공부해서 얻게 된 지식을 간단한 문장들로 한꺼번에 정확하게 설명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열공하세요~

2023-11-20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0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11-20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리를 문 뱀....이 마침 집에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랍니까. 제가 함 읽어볼게요!

공쟝쟝 2023-11-20 21:13   좋아요 2 | URL
저를 영어공부의 길로 떠민 (그리고 붙잡지는 못한...ㅋㅋㅋㅋ) 아주 훌륭한 책입니다. 페미니즘이 키우고 페미니즘을 키운 또래의 동료 여성의 거침없는 행보에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큰 일은 여자가 합니다!! 참, 단발머리님 저도 그 병 앓고 있어요. 너무 좋으면. 너무 좋아서. 책 읽고 독후감 못쓰는 병.

단발머리 2023-11-20 21:23   좋아요 1 | URL
그거 불치병이고 난치병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가장 심하게 앓았을 때는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고 나서였죠. 한 문장 쓰고 멈추고 또 한 문장 쓰고 멈추고.... 치료제 찾아봅시다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1-21 07:32   좋아요 1 | URL
그거 치료제는요,
이책 너무 좋아 별 오십 개야. 꼭 꼭 읽어, 라고 리뷰로 친구들 꼬셔서 전염시키기 뿐이에요. 근데 잠시 낫다가 (친구랑 그 책 얘길 할 수 있다면) 재발함.

2023-11-20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11-20 21:14   좋아요 0 | URL
어떤 질문은 통제가 목적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지만. 잘난 척 하고 싶으니까 한다 ㅋㅋㅋ

2023-11-21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2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의 약속>과 같은 질문 방식이다. 감정은 무엇인가. 가 아니라 감정은 무슨 일을 하는가. 

(41)

감정은 단순히 ‘나’ 혹은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다. 감정을 통해서 혹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우리가 대상이나 타자에게 반응하는 과정을 통해서 표면과 경계가 만들어진다. 즉 ‘나’ 혹은 ‘우리’는 타자와의 접촉으로 형성되고 더 나아가 접촉의 모습을 취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몸의 표면surfaces은 타자가 남긴 인상의 효과로 인해서 ‘이루어진다surface’. 나는 타자가 남긴 인상을 통해서 개인의 몸의 표면뿐만 아니라 몸으로 형상화된 집단의 표면이 어떻게 모습을 갖추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다만 감정이 안과 밖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해서 감정이 그저 심리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라거나 개인적인 동시에 집단적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제시하는 감정의 사회성 모델은 ‘동시에’라는 말로 에두르는 것과 거리가 멀다.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정신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대상으로 구성되는 과정에서 감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신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라는 ‘객관적 실재’가 [감정의] 원인이 아니라 효과임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서 감정은 개인이나 사회의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마치 대상인 것처럼 구분해 내는 표면과 경계 자체를 생산한다. 나는 감정이 여러 대상을 서로 구분해내는 경계와 표면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분석할 것이다.

(45)

서로 다른 전통을 지닌 이론을 함께 엮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이들 이론을 연결하는 단 하나의 열쇠는 ‘무엇이 끈적이는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바로 이 질문이 책 전체에 녹아 있다. 이 질문은 어떤 면에서 더욱 익숙한 질문, 그러니까 ‘왜 사회적 변화를 성취하기 어려운가’ ‘왜 권력관계는 집단적인 저항에도 완고하게 지속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존의 심리학 모델과 감정 사회학 연구에서 부지불식간에 ‘감정을 우리가 소유한 것’으로 전제하게 되는 관점에 대해 아메드가 거리를 두며 내놓는 분석 틀은 감정이 지닌 ‘방향성 + 대상과의 접촉(관계맺음)’이다. 감정이 표면과 경계 자체를 만들어내며 그것은 ‘끈적인다’라는 말을 곰곰 생각했다. 나의 관계를 바꾸고 나의 몸을 바꾸고 나의 감정 반응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딱 달라 붙어 있어 끈끈하고 어려운 지에 대해서. 어쩌면 아직도 과정 중인 나는 그것을 쓰면서 가두기 위해, 사후적인 해석으로 끝낼 수 있기를 바라며. 다만. 책들을 읽다가 내가 만나는 어려움일지도 모르겠는(기존의 독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던) 부분은. 나였던. 나인. 나였을. 나일. 고립되고 싶지 않아서 더욱 열렬히 동조하고 싶어했던 관계들과 온기들. (언제나 헤어지는 게 어렵다. 애초에 너무 붙으려고 하지 말라는 사람들의 만류를 나는 한가하게 여긴다. 현재의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눈꼽 만큼도 없어졌다는 상태와는 별개로.)

프랑스 엘리트 지식인들의 위선과 도덕적 이중성을 문제삼으며, 그들의 사유가 지닌 내적 타당성에까지 타격을 가하는 신자유주의(우파)자들의 수법은 ‘반지성주의’다 라는 지적(그렇다. 나는 기 소르망의 페도필리아 공작 때문에 푸코를 읽으려다 때려치운 전적이 있다. 그렇게치면 페미니즘도 그랬고. 나는 언제나 대중을 더 알게하려하지 않는 자들의 획책(?)에 놀아나는 무식한 독자인 것이다! 어쩌라고? 매번 말하지만 계속해서 인식을 깨트려야 하는 데 있어,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적응 안될 때가 많아. 하여튼 개소리🐶를 경계하는 참다운 지성인의 태도를 연마하려면 폴 벤느의 책 개정판 후기를 읽으세요.)을 읽으면서는 되물었었다. 그렇다면 나의 도덕적임-_-;;은 프롤레타리아의 도덕이란 말인가?🤔 (흠흠. 한참 루틴 뭉개고 있던 반백수 주제에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는 마음이 올라오지만 패스.) 

아무리 어떤 계기로 인해 정치적으로 각성하더라도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어쩌면 독서의 양과 질은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내가 길고 긴 그 역자 해제를 꼼꼼 읽은 까닭은 푸코를 옹호하고 싶었으니까.다. 애당초 별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푸코가 소아성애했냐고 안 했느냐고 만 궁금하고 그래? 아니면 말고. 하게 되었을 거란 소리. 이러한 의미에서 나의 지성을 연마시켜준 푸코는 나의 사랑. 트루 럽. 사랑은 나를 공부시킨다!! 😤 때문에 사랑에서 대상을 잘 만나야 한다는 언니의 지적은 백퍼 옳다. 사랑은 아아무나 하나. 아니 사랑은 아무와 하면 안 됨... 기왕이면 전 세계 엘리트 지식인들이 밀어주는 남자를 사랑하...(그만햇!) 

그러니까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는 일련의 주장들을 머리로. 머리로만 이해하면서 와닿지 않았던 까닭.은 결국. 이론이 가진 정확성 보다는 이론이 보여주는 맥락 안에서의 마음🧡🩷. 마음으로. 어떤 정체성들은 정말로 나를 살려주는 것 같았으니까. (동시에 나를 질식시키며.)

깊고 복잡하게 사유하지 못함을 반지성주의라고 말하는. 나와 같은 (읽을 여력이 없었던) 대중들에 대한 어떤 <괴로움 없이> 논의 되는 듯한 ‘(너무 잘난)이론의 글’들이 조금은 아팠었다. (내게는 대략 짜증스러움으로 표현된다.) 받아들이기 싫은 감정을 일으켰다. 

그래서 “(45)무엇이 끈적이는가” 라는. 아메드의 정동에 관한 문장들은. 

나의 반지성주의를 (조금은 흔쾌하게) 인정하게 하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도 어루만져 준다. 사람이 마음(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아메드 식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것. 그러니까. 내 몸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닌 물성을 지닌 것이라는 사실. 내 감정은 오랜 기간의 내 삶의 역사가 축적된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무엇이며,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보다 언제나 더 구체적으로 ‘나임’이라는 사실에 대해 (그것이 우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옹호받는 느낌. 그의 연구는 계속 나를 훌쩍이게 한다. 하~ 완전히 투항한다. 정체성을 정당화하고 싶어서 안주하려 했던 나의 읽기는 반지성주의 맞다. (흥!!)

“(46) 감정에 주목하는 일은 개인이 특정한 구조에 투자하게 되는 문제에 답하도록 이끈다. 주체는 특정 구조가 해체되는 일을 자신이 죽는 것과 다름없는 일로 느끼기도 한다.” 

나는 죽었고. 다시 살아난다.

짠!!! 다시 살아났다~!! ㅋㅋㅋ 

아니 근데 사라 아메드 이야기하면서, 관습적 이성애 각본을 차마 다 못 버려서... 게이 남자 철학자만 사랑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쓰고 나니. 퀴어는 내가. 내가 퀴어다. 혼종은 내가 혼종이네. 어후. 한숨. 푹~


아마 올해의 책이 될 듯. <감정의 문화정치> 강추!👍🏻



퀴어 정치와 페미니즘 정치에서 애착에 주목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 [권력관계를] 초월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감정은 ‘끈적이며’ 우리가 투자를 철회하려고 할 때도 우리는 끈적이는 감정에 달라붙을 수 있다. 다만 끈적임이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은 당연히 존재한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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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틀렸으니 조용히 계세요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11-20 12:48 
    월요일 아침부터 내 페이퍼에 <좋아요>로 발작 눌리게 하는 *철학 책 읽는 미소지니 남*에게 감정 한뭉탱이 섞어서 인용 문장 가져온다.가방 끈. 때로는 독립 연구자. 지식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이론에 특별히 재능이 있었던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살게 된 것이던가. 이론이라는 리그 안에서 이론으로 다투면서 세상을 덜 망칠 해석을 얻기 위해 반지성주의라는 용어를 써 왔다는 거 이해했음. 지성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끼리는 더 치열하
 
 
공쟝쟝 2023-11-20 11: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기 추풍오장원씨 좋아요 반대합니다. 당신은 여성주의자들의 반지성주의 조롱하는 행태가 본인의 초월적이며 우월한 무의식 자랑의 발로임을 정말로 모른단 말입니까? 책 그딴 식으로 읽지 말고, 미소지니 반성문 백 장 쓰고 오세요. 아 진짜. 저자의 지적 권위 뒤에 숨어서, 자기가 사유한 줄 아는 지가 철학하는(줄 아는) 남자들 다 쥐어 패고 싶다...

건수하 2023-11-20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뭔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나 봅니다. 쟝님 멋짐!

공쟝쟝 2023-11-20 20:31   좋아요 4 | URL
그러게요. 한국에 여성주의 정체성의 정치가 제대로 있었던 적도 없는데, 그거가 생기기도 전에 정체성의 정치 넘어서야함을 걱정해주시는 분들의 의견. 이제는 그래. 이마저마한 역사적, 이론적(그리고 현실에서 실제로) 맥락에서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하게 되는 시점이고요. (사실은 이미 외국의 여성주의 운동에서는 <페미니즘의 도전(2005)>나오기 이전부터 페미니즘 이론이 도전하고 있었던 것이었을 테고요. 아마도 아카데믹한 강단 내의 여성학에서는 진지하게 다루고 있었지 싶습니다만. 여튼. 저는 잘 모르는 데다 시간도 부족했으니까.) 내가 가진 해석의 부족함을 공부해서 반성하고, 넘어서는 것은 제 읽고 쓰기가 넘어서야 하는 거지. 자기 미소지니에 논리를 부여해주는 걸로 확대 해석해서 <좋아요> 누르면 제가 너무 화나죠. 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알은 체 하고 싶은 모양인데. 바로 그런 식의 읽기가 문제 적이란 것을 철학책 백날 읽어봐라. 너는 모르겠지.

단발머리 2023-11-20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화끈하고 너무 시원하네요. 글, 댓글 모두요.
잘난 척, 비아냥, 수근거림을 모두 헤치고 찬찬히 읽어가 봅시다. 앞으로 재미있을 일만 남았네요!!

공쟝쟝 2023-11-22 10:43   좋아요 2 | URL
제가 우치다도 이퀄리스트라 패가면서 읽는 상여자입니다 ㅋㅋㅋ
남성 독자를 <여성이라는 제도에 묶여본 적 없이 한가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이라고 퉁치고 싶지 않은데, 편한 몸에서는 저토록 편한 평가의 자세가 나오게 마련인가 봅니다.
아. 그 말이 하고 싶었구나. 네가. 전 세계의 반지성주의를 한탄하고 싶은 그 미소지니 남이 읽는 책들을 그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아요>였습니다. 모르는 게 부끄러울 일은 아닌데, 그의 모름은 악의적 모름이기에 부끄럽기를 바라며.
 
감시와 처벌 - 감옥의 탄생, 번역개정 2판 나남신서 1857
미셸 푸코 지음, 오생근 옮김 / 나남출판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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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문단 각주) ˝나는 여기서 이 책을 중단하겠다.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규범화 권력과 지식의 형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의 역사적 배경이 될 것이다.˝ - 푸코의 예언은 실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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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16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우리집 창문에 붙일 현수막 제작하러갑니다 “이 집 사는 사람 감시와 처벌 읽은 친구 보유함”

잠자냥 2023-11-16 00:46   좋아요 3 | URL
교도관이랑 산다고 소문 남.

은오 2023-11-16 00:49   좋아요 1 | URL
이 집 사는 사람 수갑플레이 안좋아함
...

잠자냥 2023-11-16 00:51   좋아요 2 | URL
엥 건수하 왜 아직 안 자요?!

은오 2023-11-16 00:57   좋아요 1 | URL
그새 자러가셨나?!

건수하 2023-11-16 01:18   좋아요 3 | URL
전 일찍 자야 하나요? ㅋㅋ

잠자냥 2023-11-16 01:18   좋아요 4 | URL
건수하 /바른 생활 이미지가 있어서…

건수하 2023-11-16 01:20   좋아요 2 | URL
엇 그랬나요 쭉 이어가기로…

은오 2023-11-16 01:22   좋아요 2 | URL
이미 망하셨습니다..
바른생활 이미지는 매일 꼬박꼬박 5시기상하시는 괭님에게로..

건수하 2023-11-16 08:38   좋아요 2 | URL
괭님 그런 사람이었단 말인가.... 하긴 책누름도 잘 하시는 분.

근데 이 댓글 어디에 달린 글인지 위로 올라가보니
쟝님 뭔가 허무할 듯...

잠자냥 2023-11-16 08:45   좋아요 2 | URL
괜찮아요. 쟝은 이미 잠은의 만행에 단련되었음 ㅋㅋㅋ

공쟝쟝 2023-11-16 09:38   좋아요 1 | URL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들 또 나 빼고 놀고 있었네!!! (어제 감처 마치고 지쳐서 잤어요!!!!) 앞으로는 출몰하기 전에 연락 좀 주세요!! 제 번호는 010...8

공쟝쟝 2023-11-16 09:42   좋아요 1 | URL
그리고 은오님. 그 현수막 정말 좋고요. <제2의 성>과 <젠더 트러블>에 이어 <감시와 처벌>을 기어코 다 읽어낸 저는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내가 나를 보는 인식이 바뀌었어요... 이 영광을 알라딘 내 여성주의 독서 모임과 정희진 선생님과 ...... 말과 활 아카데미에...
 

이번 달에 선물 받은 책, 노트, 텀블러, 과자, 초콜릿. 물성으로 표현되지만 그 안에 든 마음. 

그러니까 내가 받은 인정, 이해, 존중, 배려, 사랑.



그러고 보면 올 봄에 읽은 <행복의 약속>은 나의 시간관념과 관계의 포인트를 바꿔버렸다. 오랫동안 나는 감정을 억압해서, 감정과 따로 노는 몸의 반응을 가지게 되었고… 거기서부터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나에게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이 그 사람의 속성인 것처럼 규정해버리고픈 욕망에 시달리곤 했다. 그러니까. 내게. 그런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읽고 써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게 권력이구나.

감정은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재배치되기도 했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있는 감정을 나에게 투척하는 데에 스스럼이 없었고, 연대엔 서툴고 자원이 별로 없는 나는 나를 해명하는 데 기운을 쓰느니 나를 옹호하는 지식, 언어라는 무기를 더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보다는 비교적 정확하게 글을 쓸 수 있으며 이것이 무기임을 안다. 쓰거나 말하지 않아도. 그것이 있다는 기운을 풍기는 것만으로도. 타인들은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세상과는 조율해야 하는 몫이 있을 것이며. 모든 것을 써낼 수는 없다.

우리 집 냥에게는 없지만 인간이 인간이기에 행하는 억압이 있다면. 나의 감정(몸의 반응)을 말(언어)로 함부로 재단하는 것이다. 그게 일상에서 언어가 없는 사람이 고통받는 이유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억압자가 될 수 있다. 그 긴장. 그걸 안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말과 글이 세상에 넘쳐난다.

이 책 <감정의 문화정치>를 읽고 나면. 올해의 발견은 사라 아메드가 될 지도. 하게 된다. 아마 나는 그의 연구에 깊이 감응할 수 있는 몸을 지닌 주체로 스스로를 만들어온 것일 테다. 속으로 짜릿해하며 외친다. 잘했어. 쟝쟝. 멋지다 쟝쟝아.

“(5) ‘감정의 문화정치는 타자를 주체가 느끼는 부정적 느낌의 원인으로 지목함으로써 그 타자에게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속성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부정적 감정을 타자 탓으로 돌리는 원인은 주류 집단이 주변부 타자들에게 가한 폭력과 차별의 역사 및 불평등한 권력구조이다. 감정의 문화정치는 바로 이러한 역사와 권력구조를 은폐한다. 이 은폐의 지점에서 타자가 부정적 감정의 원인으로 생산된다. (이것을 아메드는 《행복의 약속》에서 ˝정동적 전환˝ 개념으로 발전시켜 논의한다.) 예컨대 주류 정치가 타인의 고통을 ‘우리의 고통이라고 말할 때 타인의 고통은 ‘우리를 묶어주는 고통으로 전유 될 뿐이다. 타자의 고통에 대해 느끼는 ‘우리의 감정이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적 인정과 보상을 대신하며 그 고통을 야기한 역사에 대한 반성은 사라진다. 이것이 문화정치가 하는 일이다.”

바쁜데 감사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1일 1 페이퍼하고 있네.
이런 짤퉁한 글들도 괜찮나요? ㅋㅋㅋ







정동 경제 개념이 핵심인 아메드의 정동 이론은 감정이 권력의 규율기제이자 사회적 접착제임을 규명한다. 감정은 타자를 위협, 공포, 불안, 증오를 유발하는 주체로 생산함으로써 ‘우리’를 방어해야할 주체로 모아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아메드는 공포와 혐오감의 정치 역시 정동 경제의 틀에서분석한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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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일러는 되고 힐러리는 안 되는 이유 (feat. The Man)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11-22 12:40 
    지난 콘서트 무비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난밤(토요일)의 공연은 ‘싱어롱’ 컨셉이라 걱정이 많았다. 나는 테일러 노래 4-5개밖에 모르는데. 그것도 가사 없으면 부르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위치에 오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내가 말했다. 지난번에 다녀와서 글 쓰려고 했는데 못 썼어. 제목은 정했는데. <테일러는 되고, 힐러리는 안 되고>.
 
 
건수하 2023-11-15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일 1페이퍼 바람직합니다!

공쟝쟝 2023-11-15 13: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페이퍼는 괜찮은데 댓글 놀이 하고 싶어지는 게 문제 ㅋㅋㅋ (유혹과 부름에 약함)

건수하 2023-11-15 20:43   좋아요 0 | URL
저도 댓글놀이 안하면 더 많이 읽을텐데…. 🤪

수이 2023-11-15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또 되면 1일 3페이퍼 (아침점심밤) 어떠십니까? 🥰

공쟝쟝 2023-11-15 13:51   좋아요 2 | URL
보통 운동하고 점심 먹으면서 폰으로 씁니다 ㅋㅋㅋ 점페!! 알라딘 하려고 로또사는 사람 나 뿐일 듯! 이번 주 부터 살 거다 진짜루!!

독서괭 2023-11-15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오 선물에 마음이 가득가득! 사라 아메드 읽으시는군요. 앞으로 계속 정리 부탁드립니다 ㅋㅋ

공쟝쟝 2023-11-15 22:32   좋아요 1 | URL
아... 너무 좋은 책이라서 ㅜㅜㅜㅜㅜㅜ 괭님.... 이 책 꼭 사세요... 꼭 누르지말고 사라!!

초원 2023-11-15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방문자가 3만명이 넘네요. 공쟈쟝님은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계시네요. 로또는 사셨어요?

공쟝쟝 2023-11-15 22:34   좋아요 0 | URL
띠용? 놀래서 들어왔자나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ㅋㅋㅋ 혹시 초원님이 삼만번 들어오신거 아녜여? ㅋㅋ 이런 로또 복이 그리로 가면 안되는 데... 이놈의 인기는... 😩 예전부터 인기가 많아서 말이죠...

난티나무 2023-11-16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라 아메드 저도 벌써 샀어요. (아직 손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노랑이 밑줄 부분, 계속 읽게 되네요. 저도... 그랬던 듯...ㅠㅠ

공쟝쟝 2023-11-16 09:16   좋아요 0 | URL
헤헤. 우리는 감정을 가진 존재니까요. 돌려서 말하면 사라 아메드도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테니 이런 연구가 나온 것 입니다. 내가 다 옳지는 않잖아요 ^^ 나를 바꾸는 인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일단은 지금까진 쾌감 최대 입니다. 아메드 = 푸코 + 현상학 + 마르크스 + 정신분석)

초란공 2023-11-16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짤퉁한 글, 좋습니다! ㅋ 1일 1페이퍼 역시 정말 어렵습니다~ 대단하세요!

공쟝쟝 2023-11-16 09:17   좋아요 1 | URL
오늘은 놀아야하기 때문에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또 수다 떨고 싶어 등장할지도) 1일 1 페이퍼!!!! ㅋㅋㅋㅋ 초란공님 힘냅시다!!!
 
성의 변증법 -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하여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지음, 김민예숙.유숙열 옮김 / 꾸리에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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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컴백한 기념 1일 1페이퍼 할까… 말 꺼내기 무섭게 ‘사랑’에 대해 글을 쓰라는 요청을 받았고. 나는 나의 사랑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에 대해 쓰기로 한다. 불돌 언니. 너무 좋아하게 될까 봐(급박한 동일시를 한 나머지 저도 삶을 병동에서 보내게 될까 봐… 아무리 정상성의 폭력을 의문시한다 한들 난 거기까지가고 싶지는 않…) 읽기를 꺼렸던. 나의 최애 페미니스트.


일찍이 여성들에게 *임신과 출산 없는 유토피아*(아니, 그렇다면 모든 남성은 이미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는 뜻 아닙니까?ㅋ 남자한테 열폭하지 말라고 자주 지적 받는데. 태어나자마자 유토피아 사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박탈감을 니들이 아냐?)를 제안해 주신 성림의 책 <성의 변증법>은 왜 섹스가 계급인지를 세 가지 층위에서 분석 하신다.


지난주에 1장까지만 읽었고. 다 까먹기 전에 써두기.



1장 노트. 제 멘트 보이나요? “큰일 났다. 너무 재밌다. 망함.”


나는 너무 재밌으면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재밌는걸, 읽으려면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한데. 집중하고 나면 체력이 떨어져서 잠을 많이 자야 하기 때문이다. 잠을 많이 자고 나면, 텐션이 쳐져서 근로 의욕이 사라지기 때문에… 돈 버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너.무. 재밌으면 안 됨. 누가 책 실컷 읽으라고 방에 가둬주고 밥 주고 돈 주면 좋겠다. 이따가 로또 사야지.


자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설명 가겠다.


불돌 언니는 이 저서를 통해


1. 엥겔스가 경제 환원주의(남자라서) 때문에 다 못 본 것 !!

2. 보부아르가 넘나 철학자(명예 남..읍읍)여서 못 본 것 !! [**이 부분은 뒤에서 설명]

3. 프로이트가 (변퇴라서…) 남자라서 못 본 것!!


을 자기는 봤다고 주장하고 계신다.


거칠게 한마디로 정리하면. 생식단위 👨‍👩‍👧 즉 생물학적 가족(인간 종의 착취와 폭력의 재생산 구조)의 압제…. 당신은 웃을 것이다. 압제라고? 오바육바칠바. 그리고 묻겠지. 그렇다면, 공쟝쟝 너는 이게 보이냐? 당연한 거 아닌가. 그래서 이 압제와 구속을 찢고 자유-해방을 위한 대의적 결심으로 혼자 삽니다. 절.대.고.독… (은 뻥!)


누누이 말하지만 처음에 결혼 때려치울 때 섹스까지 끊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페미니즘 읽다 보니. 섹스가 클라스여. sex class 성적 계급. 철폐 만세. 어어, 이거 아닌데?ㅋㅋ 이거 아닙니다. 으아아, 지금 내가 뭘 쓰고 있냐. 이런 거 안 써야 하는 데. 나도 모르게 내 손꾸락이 이걸 쓰고 있…으아아악. 섹스 철… 으아악 아니, 나는 불돌 언니를 사랑하고요. 울 언니, 힘죠!!


간단한 도식화를 해보자.

엥겔스의 가족[노동]분업은

남편(소유자) - 아내(생산수단) 그리고 그사이의

                    ||

자식(노동)에서


일어나는 이들 사이의 (섹슈얼리티 실천과 따로 떼 놓을 수 없는) 생식reproduction을 생산 수단과 구별되는 경제 체계로 보았다. 보긴했는 데. 노-자간의 계급 분석하느라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못 봤다. 자궁은 인간 생산 수단. 노동자 계급을 재생산하는 것은 여성. 계급 모순 보다 일차적인 *성적 계급 모순*. 일단 아직까지 생식 없이 태어난 존재는 없으니까 ㅋㅋㅋ 생식 단위🥹가 사회의 기본 구성이라고 치고요. 섹슈얼리티까지도 경제환원주의로 봐 버려서 생기는 자본주의 분석의 오작동들은 아마도 분석자인 맑-엥의 몸은 생식에 매여(그들의 성욕은 난 모르고요) 본 적이 별로 없었을 남자 몸이라서란 것이 내 생각.


엥겔스 님하. 나도 일 년 365일 중에 60일 씩 피를 흘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에라이. 쓰지도 못할 거. 왜 이리 아프고 귀찮은가. 퉷퉷.) 근데 인류 절반은 그래요. 성인 남자 몸을 기본 값으로 한 분석은 아무리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해도 ‘부분적 분석’이라고요. 여성 노동자가 단결하느라 바깥일 하면 밥은 누가 차리나? 그러니. 페미니즘 개 무시하는 좌파들. 닥쳐랏. 아, 옆으로 새지 말자.


여기 서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생식단위.

여-남 그 사이에 생겨버린 유아.

이 세 사람에게서 자본가-노동자 보다 더 원초적인 ‘근본적 압제’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또 정리를 해보자.


1. (피임의 등장 이전까지) 여성은 생식에 종속

2. 유아는 성인에게 종속

3. 여성(엄마)- 아이의 상호 의존적인 심리의 형성(여기는 프로이트 필요)

4. 여-남 생식의 차이는 최초의 분업


멀리 윤석열 팰 필요 없이(아, 근데 패고 싶네). 우리가 최초로 경험하는 부조리는 바로 (가부장적) 가족이라는 사랑(이라고 온 사회가 주입한)의 제도. 대체로 가족 안에서 임금을 벌어다 주는 남성이 여성 위에 군림(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으신 분. 페미니즘 운동에 동참합시다)하며, 아이는 여남 모부에게 종속(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충이 곧 효이며 효가 곧 도리인 유교 걸로서는 매우 어려운 인식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된. 이것은 너무도 당연해 마치 생물학적 조건처럼 보이지만 생식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발전되어온 사회적 조건이기에 곧 정치적인 조건인 것이며. 파이어스톤의 말대로 계급. 그것도 성적 계급sex class이다.


기존의 계급class을 타파하자는 것이 혁명이라면. 그 클라스의 원천인 클라스(가족)를 부수자는 파이어스톤식 급진 페미니즘 주장은 “(13) 만약 혁명보다 더 포괄적인 말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 …


ㅜㅅㅜ 저 문장 읽는 데. 제가 영화 <레미제라블> 정말 좋아하는 데. 갑자기 그 노래… 뒤에서 들려왔음. (그러고 보면 가족의 압제는 세상의 그토록 많은 혁명들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신자유주의가 박살내 주고 계신 듯.)


다시 돌아가서. 성적 계급 타파하기 위한 최후의 파업은 섹스 파업인데.

네? 뭐라고요? 2020년대의 한녀들은 그걸 걍 한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자, 그렇다면 2. 보부아르는 뭘 못 본 것일까요?


이건 앞으로 계속 등장하니까 개념 정리 한번 하고 가겠습니다. 철학이 까탈스러운 것은 개념으로 사유하기 때문인 데 철학자들은 개념을 다시 자신의 개념화 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예용. 철학자마다 개념의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지만… <아 프리오리 a priori>라는 서양 철학 고유의 개념은. 이렇게 이해를 해보아요. 푸코에도 등장하고, 뭐 칸트에서도 등장하는 데. 우리에게는 BTS 정국이가 있다.



"너는 내 삶에 다시 뜬 햇빛 어린 시절 내 꿈들의 재림

모르겠어, 이 감정이 뭔지 혹시 여기도 꿈속인 건지

꿈은 사막의 푸른 신기루 내 안 깊은 곳에 a priori

숨이 막힐 듯이 행복해져 주변이 점점 더 투명해져"

- 정국의 노래 <유포리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 모를 정국이 안의 깊은 곳의 아 프리오리를 한국말로 하면 ‘선험’. 경험 이전에 있는 것.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인 데… 푸코는 그런 건 없다고 봤고, (역사적 아프리오리는 있음. 해당 시기의 사람들이 미리 합의하는 지도와 달력 안에서 질서 지어진 조건들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자!!) 우리의 불돌 언니는 ‘선험적인 것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아프리오리에 적대적인 변증법적 유물론자(빨갱이…)!! 임ㅋㅋㅋ 그녀의 기본적인 렌즈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모든 것은 사회, 역사적 조건에서 발생했다.인 것입니다.


불돌 언니의 변유 렌즈로 보기엔. 철학자 보부아르가 상정한 기본적인 ‘동일자-타자’라는 개념조차 개념화가 가능하게 된 역사적 조건에 기인한다는 거죠. 어쩌면 이 근본적 이원론은 생식에 대한 분업을 원천으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까지 생각을 밀어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단순하게. 더더 단순하게. 전 그런 추상화 작업이 철학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철학의 나쁜 점이죠 ㅋㅋ)


근데 프로이트 마저도 인간 무의식의 역동을 타나토스(죽음충동)-에로스(생,성충동)라는 일종의 아프리오리 적 도식으로 해결 봤다고 까는 것이 서문까지 (제가 이해한) 파이어스톤의 주장인 것 같고. 이 세 가지에 대한 자세한 분석 내용들이 이 책 <성의 변증법>의 주되는 내용일 것이라고 사료되는 가운데.


2019년에 도전했을 당시에는 도저히 읽을 수 없었던 책을

다시 펴보니 이제는 좀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 글을 통해서 제가 하고 싶었던 자랑이었습니다. 헤헷. 나 많이 읽을 수 있어졌다.


점심 먹고 잠시 짬 내서 휘리릭 뚝딱뚝딱 썼는데.

사실 저는 사랑에 대해서 쓰라는 요구를 받은 바 ㅋㅋㅋㅋㅋ


그래서 불돌을 왜 사랑하냐고요?


천재니까. 이걸 25살에 썼으니까.


… ….


전 사랑은 내 안에 있으나 아직 발현되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무의식적으로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근본적으로는 자기애적인 거죠. 그런데 대상이 가지고 있다고 여깁니다.)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을 너무 많이 사랑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이해하면 쉽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싫지만. 늙고 있을 거 다 있는 아재들이 젊은 여성에게 느끼는 사랑도 일정 정도 그런 부분(사실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란 트로피…이기 때문인데. 지들은 사랑이라고 생각하겠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홍상수-김민희에 대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ㅋㅋㅋㅋ


자, 여기서 라캉 도식을 추가해 볼까 했는데.

벌써 두시 반.


사랑할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무엇인 지에 집중하는 사람이 사랑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데, 사실 사랑은 대상에 푹빠져 나를 잊어버리는 경험이기도 한 것 같고요. 나를 잊고, 나를 변화시키면서 살아가는 삶이. 나를 갱신하지 않기 위해 타인들을 멋대로 억압하는 삶 보다 훨씬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내가 원했던 변화이니, 그러니 간절한 사랑만큼. 내 안에 많은 것을 넣어주는 경험도 없죠.


앞서서 보부아르도, 엥겔스도, 프로이트도 못 본 것을 파이어스톤은 봤다고 제가 써잖아요. 아무리 위대한 철학자도 그 스스로는 그 스스로를 못 봐요.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사랑을 느끼는 타자는 중요합니다. 내가 삶에 치여 보지 못했던 던 것을 보여주는 나와 다른 세계니까요.


다른 사람은 못 보는 데 내게 만 보이는 것. 사랑하는 대상에게서 내가 보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성분이라 내게‘만’ 보여요. 다양한 고정관념들로 개별 인간의 고유한 부분을 지워버리는 세상에서. 사랑에 빠지면 그런 것도 있잖아여. 나는 왜 나 인가. 너는 왜 너 인가. 하는 고유해지는 질문. 그건 질문일 뿐. 대답할 수 없어서 그래서 사랑은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반한 너가 왜 하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너이고, 그게 왜 지금 이 순간인가 하는 건. 어쩌면 그건 내 준비와는 상관없이 우연이고. 그런 우연은 인간의 의식으로는 규명, 해명되지 않는 것이라.


분명한 건.


2023년의 나는. 불돌을 사랑하고.

내 안에 있으나 아직 발현되지 않은 그것은.

나의 천재임….


내 안의 천재. 🔥


오늘의 페이퍼 끗.


제가 이해하고 있는 내용에 혹 틀린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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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14 17: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쟝아 사랑 해! (여기서도 알 수 있는 띄어쓰기의 중요성)

공쟝쟝 2023-11-14 18:04   좋아요 3 | URL
제가 천재만 사랑하는 병에 걸렸어요…. 주변에 천재 없음.

잠자냥 2023-11-14 20:48   좋아요 1 | URL
쟝 은바오 사랑하잖아?!

공쟝쟝 2023-11-14 21:40   좋아요 0 | URL
누구만큼은 아닙니다! 그 누구는…

우끼 2023-11-14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마음에 드네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3-11-14 19:19   좋아요 1 | URL
책을 손에 쥐는 순간 바로 사랑에 빠짐ㅋㅋㅋㅋㅋㅋ 내 안의 천재 자극 ㅋㅋㅋ

우끼 2023-11-14 19:22   좋아요 0 | URL
천재 쟝쟝님은 천재로서 뭘 제일 하고 싶나요?

공쟝쟝 2023-11-14 19:23   좋아요 0 | URL
이걸 읽고 싶습니다 ㅋㅋㅋ

우끼 2023-11-14 19:24   좋아요 0 | URL
음??? 이걸..??? 이미 읽지 않으셨나요

공쟝쟝 2023-11-14 19:25   좋아요 0 | URL
1장 읽고 쓴건데요 ㅋㅋㅋ 이미 사랑에 빠짐 ㅋㅋ

우끼 2023-11-14 19:28   좋아요 0 | URL
아하 ㅎㅎ

건수하 2023-11-14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장이 전체를 총괄하는 내용이었던 것만 기억이 나는데….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보부아르가 그걸 몰라서 안 썼을까요?

(내 사랑 보부아르 언니… 물론 파이어스톤 언니도 멋지지만)

파이어스톤 언니가 엄청 당차고 똑똑한 사람인 건 인정!

공쟝쟝 2023-11-14 21:39   좋아요 1 | URL
ㅋㅋㅋ파이어스톤은 보부아르를 이해하고 보부아르는 파이어스톤을 이해할 겁니다. 실제로 보부아르 말년에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 빡세게 하셨으니까요. 저도 몰라서 안쓴게 아니라 보부아르는 이미 다 알고 결혼안함ㅋㅋㅋㅋ이라고 생각해요!

수이 2023-11-15 07: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쟝님의 페이퍼를 읽다가 문득 꽂힌 구절은 ‘대상에 푹 빠져 나를 잊어버리는 경험‘입니다. 자신을 잃고 자신을 잊어버린다는 건 뭘까요. 저는 결혼을 하고난 후 자신을 잊어버리는 경험을 꽤 오랫동안 했습니다. 문제는 ‘대상에 푹 빠‘지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이 사람은 내 이상형이 아닌데_로 시작해서 어쩌다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면사포를 바로 입어야 할 그날 새벽에 온통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그건 길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지 못하다_라는 느낌 (또 나오네 촉) 때문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낯선 지방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내면서도 왜 자꾸 이 길이 아닌데_라는 생각이 멈춰지지 않는지. 예상보다 아이가 일찍 찾아왔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대상에 푹 빠져 나를 잊어버리는 경험‘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이 생명체를 위해서 나의 목숨 따위 가볍게 내놓을 수 있지만 육아의 길은 생각보다 너무 낯설고 거대하고 프로페셔널함을 요구하더군요. 머뭇거리면서 인내심의 한계를 맛보았고 그저 엄마들이란 모조리 위대해보였던 시기였습니다. 사춘기 아가를 키우는 것도 역시 낯설고 어마무시해 여전히 인내심의 한계치가 어디인지 체크당하지만 뭐 예전에 비하면야.

수이 2023-11-15 07:54   좋아요 5 | URL
‘대상에 푹 빠져 나를 잊어버리는 경험‘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근사합니다. 나 자신을 온통 잊어버린다는 건 내가 지닌 상황들과 처지, 바운더리가 어디쯤인지 내가 쌓아온 성벽의 크기와 질감이 어떤지 체크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사랑이라는 걸 너무 대단한 걸로 치부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저는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 더 명확하게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던 거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바운더리가 가능한지 그걸 알아보고자 페미니즘 뿐만 아니라 낯선 이들의 책을 뒤적거리고 있다고 여깁니다. 사랑을 믿는 사람들이나 사랑을 비웃는 이들이나 사랑 그건 뭘까 라고 살아가면서 가끔 묻곤 합니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고 쟝님이 말씀하셨죠. 전 한참동안 이 말을 똑똑하지 못한 머리로 저기로 굴렸다가 여기로 굴리고 다시 저기로 굴려보곤 했습니다. 대상은 중요하지 않은데 왜 난 엑스와 사랑할 수 없을까, 라고 묻곤 했습니다. 사랑해달라고 구걸해본 적은 없다고 여기지만 어쩌면 구걸해보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잘못된 길을 간다고 해도 사랑이 있다면 무관하다고 여겼기에, 자존심 따위. 하지만 엑스는 그저 비웃거나 장난을 치거나 애엄마로서만 저를 바라보았지, 더 이상 사랑의 대상으로 봐주지는 않더군요. 지금 나를 바라보지 않으면 네 기회는 영영 날아가는 거라고_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을 때에도 장난만 쳤죠. 그 즈음 해서 저는 이제 현재 내가 갖고 있는 바운더리를 싹 갈아엎어버리자_라고 다짐 아닌 다짐을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사랑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제 이 바운더리는 내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혼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 말을 하는 입이 나의 입술인가 싶어 낯설어서 제 입술을 더듬으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수이 2023-11-15 08:15   좋아요 5 | URL
이 사람이 없이 내가 살아가는 일이 가능한가_라는 질문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이 사람이 없이 살아갈 수 없다고 여겼으니까요. 엑스가 당연히 제 하나뿐인 숨구멍이라고 여기며 살았어요. 마찬가지로 저는 제 존재 역시 엑스에게 하나뿐인 숨구멍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이르게 서로를 비웃고 서로를 황당한 존재로 여기고 서로를 냉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메마르고 건조한 인간이 되어 시간을 보내다보니 중년이 되었습니다. 한 번도 원한 적 없는데 꿈에서 그린 적도 없는데 그런 시니컬하고 평화로운 중년이 되고보니 저는 좀 이른 노인이 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어쩌면 추하고 어쩌면 낯설어_ 지하철이나 버스 안이나 길을 걷다가도 좀 기운이 있는 노인이 된 기분에 사로잡혀 나이든 여성들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래서 더 ‘대상에 푹 빠져‘버린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더 나이가 들면 더 기운이 빠지면 더 주름이 짙어지면 더 이상 내 생에 사랑은 없겠구나 그런 걸 마주하고 있었는데 어설프게 젊고 어슬프게 나이든 나를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더 오래 나를 바라보게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어요. 이 나이에 욕망을 품고 새롭게 다시 인생을 리셋하겠다는 건 크나큰 욕심일지도_ 그렇게 번민에 사로잡혀 오랜 시간을 앓고 생각하다가 문득 그랬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나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계속 살아가야 한다, 가면을 쓰고_ 너무 오래 가면을 쓰고 얼굴을 잃어버린 채 살아서 마치 그 가면이 제 얼굴인 줄 알고 살았는데 그 가면을 바라보면서 호기심에 사로잡혀 나를 응시하는 시선 아래 깨달은 건 가면을 벗고 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_였어요. 그게 시작인 거 같습니다. 내 욕망을 응시하고 내가 갖고 싶은 게 무엇인지 깨닫고난 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고난 후에는 머뭇거릴 까닭이 없더군요. 사랑은 판타지일지도 모릅니다.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죠. 사랑이 판타지라는 설정 아래 종종 새벽 세시_ 소설이 떠올랐어요. 대상을 명확히 마주하지 않고 실체가 어떤지도 모르면서 몇 번의 온라인 대화를 통해서 서로에게 갖는 느낌이 더 커지면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소설 속에서 여자는 갈등합니다. 이렇게 온라인상에서만 느낌을 주고받는 것이 더 행복할 거 같은데. 남자의 간곡한 부탁에 그들은 만납니다. 만남 이후에 그 판타지는 어떤 식으로든 파편화되어버리고 그들은 또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수이 2023-11-15 08:32   좋아요 5 | URL
혼자서 할 수 있는 사랑은 없습니다. 나를 잊고 대상에게 돌진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돌진하고픈 대상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죠. 나이가 들면 더더욱. 더구나 가진 것들이 적고 세상사 잣대로 따져보자면 너무 (사랑을 하기에) 그릇된 것들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는 쟝님 친구로서 쟝님이 어떤 형식으로든지 사랑을 해본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쟝님만을 바라봐주고 쟝님이 온전하게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그 둘의 관계에서 파생되어 새롭게 나오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그 경험은 쟝님을 더 온전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런 식의 사랑이 우리가 알고 있는 어설픈 상식들 중 하나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벼락은 맞을 수 있을 때 맞는 게 존재 형식에 있어서는 이롭다고 여깁니다. 파멸시키면? 파멸된다면 또 그 파멸대로 하나의 과정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내가 불이어서 모든 것들이 불타버린다면? 그래서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야? 라는 질문에 기꺼이 불타서 소멸하겠습니다_ 라는 대답에 아득함을 느끼고 모든 것들을 새롭게 시작하겠어_라는 마음이 들었기에. 홍상수와 김민희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건 다음 기회에. 사랑에 대해서 글을 써줘_라는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요. 불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릴 때 언니의 사랑에 집중해, 언니에게 집중해_라고 당신이 말해줘서 눈물을 그칠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땡큐.

공쟝쟝 2023-11-15 10:23   좋아요 5 | URL
제가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관습적인 가족, 이성애제도, 사랑, 국가… 세상에서 각본으로 만들어둔 대체적인 모든 것들을 흔들어본 건 사실이고, 내가 속았다는 느낌으로 번민한 것도 사실예요. 사회가 이게 삶이다 라고 말하는 삶에 충실히 따랐고, (모범생) 잘 못된 건 아니라고 해봤고 (반항), 남들 사는대로 그냥 살려고 해봤고 (결혼), 근데 다 아니었어요.

제게 필요한 건 자기만의 방, 생각할 시간, 생각을 생각한 사람들의 책 읽기 였는데… 그걸 안 주고 다른 걸로 채우려고 한 건, 내 안에 그런게 있다고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만큼 나를 모르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줄을 몰랐어요. 착한 딸로 살려다가 삶을 망칠뻔 했죠. 제가 살던 세상에는 딸을 위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어요. 마녀 창녀 엄마. 그리고 미친여자. 이제는 아니죠. 저는 저를 해방시키기 위해 페미니즘 읽었어요. 읽기 전에도 저는 저였고, 어느 정도 이 책들에 익숙해진 지금도 저는 저 입니다. 다만, 페미니즘 없었으면 저를 사랑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온 사회가 내가 착한 딸과 엄마로 살 것을 요구하니까. 일단 그 역할을 수행해야 사회의 성원이 되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걸 하고 나면 내 인생은 없구나. 근데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기에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버렸죠. 여남을 정상가족제도로 묶어주던 안전감이 여남 모두에게요.

저는 지금의 저를 좀 많이 사랑해요. 이젠. 생각해보면… 내가 맞아!! 씩씩 이렇게 되는 순간 진짜 열공했고 그게 사랑이었어ㅋㅋㅋ 저는 여성주의 공부에 빠져 나를 잊어버리고 ㅋㅋㅋ 우울증까지 왔다!!!ㅋㅋ 근데 나에게는 페미니즘 너무 중요한 사랑인데 그거 안 중요한 사람도 있는 거잖아요? (내게만 보인다 ㅋㅋㅋ)

제도로서의 여성, 가족, 모성에 대한 사유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정신병동에서 삶을 마감한 파이어스톤은 제게는 지동설 주장하다 화형된 브루노 같아요. 저는 그 사유에 빚지고 있고, 그녀가 맑시즘에 열렬했다는 걸 알아요. 그건 보부아르와도 다르고. 아렌트와도 다르죠. 불돌의 저서는 한 권. 이 책은 페미니즘 운동의 고전이 되었고요. 많은 여성이 아들과 딸은 다르다는 통찰을 얻었어요. 그전까진 내가 아들인 줄 알았던 거죠. 저도 비슷해요. 저도 혼기 꽉찰 때까진 제가 아들인 줄 알았음^^! 저의 극단적 남성혐오(ㅋㅋㅋ) 이번남에 대한 분노는 아들이 되지 못한 분노 맞습니다! 다만 이건 알아요. 아들에게 권력을 준 세상이 제게는 역했다는 것. 그런 엔번방, 일베 방식의 혐오를 냅둘 수는 없다는 것. 저는 끝까지 생각해보고 싶어요. 답은 없다는 걸 이젠 압니다.

언니들 이야기를 읽고, 듣고 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땡 제가 틀렸어요. 개인-개인 사랑에 대상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관계에서 서로 이해, 존중, 배려, 인정을 줄 수 있어야해요. (이건 우리 상담샘 출처입니다.) 여성의 주되는 미덕은 오랜기간 돌봄이었기에 그걸 습득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람은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같이 살 남성에게 같은 높이의 이해, 존중, 배려, 인정을 기대했던 건 제가 기대가 컸기 때문이죠. 그(대상)가 줄 생각이 없는 데 내가 달라고 해도 그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며. 안되는 사람도 있구나…ㅋㅋㅋ (거기엔 어떤 가부장 권력의 심급이 존재하나 이건 패스!) 그럼 헤어지면 되는 거더라고요. 내 기대가 잘못된거라 나를 자책하는 게 아니라. 하지만 생식(내 새끼)에 매여있음 ㅠㅠ 나라도 참고 살았습니다.

이 글에서 제가 가장 스스로에게 똑똑이라고 느낀 부분은 여깁니다 ㅋㅋ “나를 잊고, 나를 변화시키면서 살아가는 삶이. 나를 갱신하지 않기 위해 타인들을 멋대로 억압하는 삶 보다 훨씬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과거에 저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었다고 비난하는 짓을 그만두기로 했어요. 그냥 그 그릇이었건 거죠 내가. 나는 사랑했고. 제 때 헤어지지 못했을 뿐. 이제는 내가 달라지기 위해서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all about love읽고 아마 올 초에 쓴 독후감이 있습니다. 지금 제 사랑은 읽고 쓰고 그걸로 이야기 나누는 행위고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해요.

다시 태어나는 기분은 어떤 기분인가요. 더는 당신을 이해하거나 인정해주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주눅들지 마세요. 나를 포함해 당신을 근사하게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우리는 모두 깊이 상처 입었다. 우리는 부활이 아닌 갱생를 원한다.” 도나 해러웨이

공쟝쟝 2023-11-15 10:25   좋아요 4 | URL
나에게도 벼락같은 사랑이 찾아오기를! ㅋㅋㅋ 🙊🥰😁

수이 2023-11-15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도빨 어마무시한 그 분에게 제가 이미 부탁을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1-15 11:40   좋아요 1 | URL
그분 기도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목격해서 두렵다…🤣

난티나무 2023-11-16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

공쟝쟝 2023-11-16 09:31   좋아요 0 | URL
먼저 읽으신 선생님 하뚜하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