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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 아니다. 난 혼자 일해서 365일 중 300일은 혼자 있다.. 부연하면 내겐 반려묘, 두달에 한번씩 만나는 친구들, 한달에 한번 만나 맥주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는 동네 친구,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가는 상담, 두달에 한번 데이트하거나 넷플릭스 몰아보는 동생들, 가끔 병원 때문에 오시는 엄마, 1년에 세 번 정도 만나는 독서 모임(더덕단), 2년에 세번 정도 만나는 후배들이 있다. 그리고 관계의 대부분은 알라딘 서재… (sns안하고 일상적인 단톡방도 없다 유튜브를 한다...) 이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것도 월요일 아침에만 열심히 하는 편인 듯ㅋㅋㅋ)

물론 이 외에도 드문드문 내게 만남을 신청하면 나가서 만나는 (내 쪽에서 연락하는 법은 없는… 코로나 이후로 다 정리된..) 느슨한 관계들이 있긴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게 다다. 손으로 꼽을 만큼 가뿐하다. 한 때 관계 중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놀랍다. 나는 최소한의 관계들 속에서 충분히 충족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모두를 감사해하며, 그들도 나를 좋아하고 아낀다.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의향이 없는 것도, 더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의 하루는 일 - 집안 일 - 휴식 - 산책이나 운동 만으로도 꽉 차버려서 그냥 잘 지낸다. 사람들 만나면 좋고 또 좋은 만큼 피곤하고 그렇다.

물론 고독한 와중에 외로울 때가 있다. 종종 일에 집중하다 밥먹는 것을 까먹을 때. 무서운 영화를 보고 싶거나 무서운 책을 읽고 싶을 때. 어떤 상실이나 고민 앞에서 혼자 울어야 할 때. 자기 연민이 좀 생겨난다. 그런데 그럴 때가 자주 오진 않기 때문에 또 금세 아무렇지 않다. 외로운 게 너무 당연해져서 어떤 상태로 진입하는 것이 더 에너지가 드는 것도 같다. 요는 더 좋은 관계가 온다면 그것을 튕겨낼 생각은 없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이 더 많이 든다. 영감없는 형식적인 관계는 20대 시절로 충분했다.

외롭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나는 외롭다. 그런데 뭇 사람들은 자신들의 외로움을 나에게 투사한다. 아닌데요? 나 그거 아닌데? 각자의 외로움이 있고 외로움에도 인간 고유의 질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분노 섞인 외로움을 느낀다.

내게 필요한 만큼의 친밀함과 내가 원하는 만큼의 소통에 대한 욕구는 내가 정한다. 그리고 내가 만든다. 관계에서 내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 자신에게 묻는 것은 시작이고, 그걸 당신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지는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해도 상대에게 의향이 없다면 주고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노력하겠지만 당신이 주지 않는 것을 달라고 강제하거나 구걸하지 않는다. 그것을 인정하고 물러서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갸웃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쓰고 있지만 나도 잘 모른다. 헤깔리고 더 많이 원하고 원하지 않는데도 주고자한다. 모르면 해봐야지. 하다가 아니면 그만두면 되고.

여튼 사람들은 여전히 혼자있는 사람 곁에는 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나는 그게 환상같다. 내 곁에 있어야하는 누군가 정해져 있었을 때, 나는 지금보다 더 외로웠기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누군가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언제나.



365일 중 절반쯤은 혼자 있다. 나는 혼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이메일 답장을 하고,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원고를 쓰고, 영상 기획을 하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촬영을 하고, 영화를 본다. 사람을 만나는 날은 대개 미팅이나 강연이나 교습이 있는 날이다. 점심을 같이 먹어야만 하는 회사 동료와 상사도 없고 집중할 만하면 이름을 부르는 가족이나 놀아 달라고 보채는 반려동물도 없다. *나는 자유를 느낀다. 행복을 느낀다. 고독을 느낀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달랐던가?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잘못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건 범죄도 아니고 질병도 아닌데 측은한 시선 속에서나의 소중한 행복은 이기심이 되고 소중한 고독은 부작용이 된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고 누군가가 말한다.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어서 우리 세대가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나는 웃는다. 적어도 이 집에서 고독은 행복의 전제 조건 같은 것이다. *나는 고독해서 행복을 느낀다. 고독함에도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다.*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것도,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서 내가 부여한 우선순위의 목록이 조금 다른 것뿐이다. 물론 언젠가 이게 다 부질없는 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들과 자주 만났어야 한다고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오히려 고독의 시간을 가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법이니까.
이런 삶의 방식이 가능한 건 온라인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기때문인 것 같다. 그건 직접 만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또 완전히 다르지도 않다. *개방과 고립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삶.*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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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5-24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난 안 외로워서 쟝쟝에게 외로움을 투사하지 않았나 보오... 나 주말에 늦은 어버이날 챙기느라 가족들 만났는데 정말 혼자 있고 싶었다..ㅋㅋㅋ

공쟝쟝 2022-05-24 23:23   좋아요 1 | URL
네 이젠 설명하기 지쳐요. 그냥 외로운 척 합니다… 흑흑 … 이러면서 ㅋㅋㅋ
제 관계중에 제가 선택하지 않은 관계는 가족들인데… 사실 저는 정말 가족들을 친구처럼 대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친구가 아니기에 언제나…😮‍💨 (지난 주엔 모처럼 즐거웠어여 ㅋㅋㅋ 겁나 맛난거 먹어서 ㅋㅋㅋ)

새파랑 2022-05-24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의 마지막 문장은 명언이네요~!! 혼자있어도 같이 있어도 외로운건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외로움의 해답은 고양이? 😅

공쟝쟝 2022-05-24 17:15   좋아요 2 | URL
어쩌면 진짜 외로워봐야 아는 걸지도. 저는 외로움을 잘 직면해요. 외롭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으므로. 제게 해답은 고양이가 맞아요. 즈이 반려묘는 엄마가 울면 꼭 붙어있어 줍니다. 아아 ㅠㅜ 고마워 ㅠㅠ

다락방 2022-05-24 17:2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누가 옆에 있다고 해서, 그게 나를 너무나 사랑하는게 분명한 누군가라고 해서 외롭지 않은건 아닌데요. 외로움에 대한 지식이 단편적이기 때문에 ‘너는 지금 외로울 것이다‘ 라고 멋대로 생각하는게 아닐까요. 저 같은 경우에도 당연히 외로울 때가 있지만, 그건 제 옆에 누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외로움이 아니라, ‘이런 나를(나의 이 감정을) 이해할 사람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외로움이거든요. 이걸 설명하려면 좀 복잡한데, 저는 사실 혼자여서 외로움보다는 혼자여서 느끼는 자유로움이 더 크거든요. 어떤 종류의 외로움만을 알고 그래서 그것만 극복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편협함에 대해 내 감정을 설명하는 건 몹시 지치는 일이예요. 그래서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걸러지는 게 되는것 같아요. 굳이 내게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 굳이 설명해도 딱히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저절로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외로움의 정의가 좀 다르다 해도 말이죠. 우리는 다른 사람으로 충족될 수도 있지만, 계속 다른 사람으로 충족된 상태로 살아갈 순 없으니까요. 종종 비죠, 제 안의 어딘가는.

단발머리 2022-05-24 17:32   좋아요 2 | URL
우아... 이 댓글.... 이달의 당선작!!!

저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하고요. 그걸 늦게 알아챌수록 계속 외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많이, 더 절절하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거 같아요. 그런 친구들에게는 규칙적인 외부 활동을 권합니다. 그게 좋은 거 같아요.

잠자냥 2022-05-24 17:33   좋아요 2 | URL
오늘 다부장 댓글 지성미 넘치네… 백치 다락방이라고 놀리려다 취소. ㅋㅋㅋ

공쟝쟝 2022-05-24 17:39   좋아요 2 | URL
저는 다락방님의 이 댓글을 온몸으로 이해합니다. 아직 덜 살아봐서 이 감정을 설명하려 들었네요, 제가.
나는 외로운 데, 덕분에 나랑 너무 잘지내게 되었거든요.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 자꾸 너 외로우니까 사람 만나라고 해요. 그런 사람들 만나면 더 외로워져벌임 ㅠㅠ 만났는데 당신 같으면 어떡해?? ㅠㅠ
무튼 너무 말을 안해서 약간 정신이 이상해질까봐 정신건강 관리 차원에서 상담도 하는 건데.. 그것도 내가 너무 고립을 좋아해서ㅠ인것을 너가 너무 외로워서라고 생각해버리면 미춰벌임 ㅋㅋㅋㅋ
그럼 나는 내돈주고 한시간 동안 전문가에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무엇인가 깊게 파는 대화하고 그들이 더 외로운 사람이라는 확신을 하고ㅠ뭐 그렇습니다…

공쟝쟝 2022-05-24 17:43   좋아요 2 | URL
잠자냥 이사람아 백치라니요. 다락방은 대천재여. 자신이 천재인 거 모를까봐 초조하기까지한 대천재ㅜ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4 17:44   좋아요 2 | URL
쟝님 그 페이퍼가 너무 인상깊었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 2022-05-24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그러니까 너도 그럴거다 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람은 다 다른데... 그나저나 쟝님, 저보다 인간관계와 만남이 서너배 정도 많으십니다 ㅎㅎ

공쟝쟝 2022-05-24 17:41   좋아요 1 | URL
대천사님… 고독 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정 ㅋㅋㅋㅋ 전 가족이 많아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인기도 많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ㅜ)

잠자냥 2022-05-24 17:43   좋아요 2 | URL
천사는 원래 혼자 다님 ㅋㅋㅋㅋㅋ

쟝쟝, 엇 나도 인기 많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4 17:45   좋아요 2 | URL
대천재도 혼자 다녀요 😉

라파엘 2022-05-24 17:47   좋아요 2 | URL
아... 뭔가 한순간에 인기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2-05-24 17:48   좋아요 2 | URL
괜찮아요, 라파엘님. 내가 좋아해요. 🥰

공쟝쟝 2022-05-24 17: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인기 많아지려면 우리처럼 고독해야함 ㅋㅋㅋㅋ 하아 ㅋㅋㅋ 우린 모두 고독한 도시의 여자들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5-24 17:53   좋아요 2 | URL
라파엘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고독한 도시의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빠져 나올 수 없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 2022-05-24 17:53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ㅜㅜ 솔직히 너무 감격스럽고 좋은데 ㅠㅠㅠㅠ 달아주신 댓글에 좋아하면, 진짜 인기없는 사람으로 확정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24 17:54   좋아요 2 | URL
맞네요? 그렇게 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5-24 17:56   좋아요 1 | URL
라파엘님 인기없는 사람 확정짓고 다락방의 좋아함을 얻는 것이 장기적 안목에서는 좋은 투자입니다. ㅋㅋㅋㅋ 미래의 인기를 위해 지금 기투하세요!!

라파엘 2022-05-24 18:04   좋아요 1 | URL
인격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에 따라, 저는 다락방님의 호의를 결코 다른 것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습니다!! 다락방님은 그 본성이 강렬하고 진지한 도덕관념으로 꽉 차 있는 존귀한 분이십니다!! 😃

공쟝쟝 2022-05-24 18:07   좋아요 2 | URL
이 인기없는 자가 한 순간에 나를 도덕없는 자로 만들었다… 🫠

다락방 2022-05-24 18:0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뭐에요 ㅋㅋ 서로 뭐 없게 만들기 경쟁입니까? ㅋㅋㅋㅋㅋ

라파엘 2022-05-24 18:12   좋아요 1 | URL
쟝님, 인기도 많은데 도덕까지 완벽하면 어떡해요... 사람이 뭐 하나는 부족해야 인간미가 느껴지죠 😅

공쟝쟝 2022-05-24 18:37   좋아요 2 | URL
네 전 도덕없습니다!! 그건 사실 레알 참 트루입니다. ㅋㅋㅋ 도덕이즈 내가 발명하는 것 ㅋㅋㅋ

다락방님은 인간미 없는 걸로.. 완벽… 긍대 다락방님은 인간미 빼면 시첸데… 아 다부장 다코타 대천재 다락발… 부족함이 없는.. 분…

그리고 조용히 묻힌 잠자냥도 인기 많다는 반전 ㅋㅋㅋㅋ

잠자냥 2022-05-24 19:31   좋아요 1 | URL
난 다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5-25 0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 읽다가 아침부터 미친듯 웃었네 ㅋㅋ

공쟝쟝 2022-05-25 08:45   좋아요 1 | URL
굿~모닝~💕

독서괭 2022-05-27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도 댓글도 훌륭한데 대댓글이 장르를 코미디로 바꾸었네요 ㅋㅋㅋㅋ 넘 재밌습니다 ㅋㅋㅋ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 다 제각각이기 마련인데, 함부로 투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을 외롭다고 단정하며 결혼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지니.. 사실 저는 요즘 싱글 여성들 보면 손을 꼭 잡고 계속 그대로 멋지게 살라고, 결혼 따위는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답니다 ㅎㅎ

공쟝쟝 2022-05-27 20:14   좋아요 2 | URL
비혼 여성의 삶이란게… 화려함도 있고 멋짐도 있고 비루함도 있고 안들키고 싶은 속상함과 외로움도 있지만, 그저 혼자이기에 불완전한 존재처럼 여겨지는 그 시선에 대해서 (뭐 사실 그런갑다하는 데) 그 불완전함을 내가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강인해지고 싶은 건데… 결국은 그래서 불완전하잖아? 누군가가 그래도 옆에 있어야지! 해버리면 맥이 너무 빠져요…. 누가 그걸 모르냐고….
 

읽고 또 읽어서 닳아 헤진 다 알 것 같은 진부한 책이라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시선을 준다. 내가 획득한 삶 만큼이 또 다시 읽히기 때문이다. 삶을 투하해서 써낸 책들을 내가 감히 평가할 수 있었나 싶다. 동시에 얄팍한 생활 기술을 우려서 만드는 삶과는 상관없는 책들도 많다. 더는 그런 책들에 심취할 수 없어진 것이 (읽을 수는 있다) 와따시의 비극이다. 역시… 시간 빈곤러에게 확실히 독서란 위험한 취미다.



‘자신이 쓴 글에 심취되어 밤을 지새울 수 없다면 그 글은 결코 다른 누군가의 밤을 지새우게 할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 글이 진정 우리를 울게 하지 못한다면, 이 책은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을 것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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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2-05-2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유머도 삶을 투하해서 써낸 유머였는데... 🥺

공쟝쟝 2022-05-22 14:46   좋아요 2 | URL
유머엔 스킬이 필요하지 삶이 필요하지 않다는 비극 ㅋㅋㅋ 더 학습하세요! 다락방 글을 더 많이 읽으세요!!! 잠자냥 댓글을 세 번씩 살펴보고!!! ㅋㅋㅋ

라파엘 2022-05-22 14:52   좋아요 2 | URL
쟝님이 제 유머 노잼이라고 한 댓글에 자냥님도 좋아요 눌렀어요 😭
그럼, 이제부터 다.잠.공. 글들은 세 번 이상씩 읽어보기!!! 🙆‍♂️

공쟝쟝 2022-05-22 15:12   좋아요 1 | URL
아휴 그러시면 또 뭐 ㅋㅋㅋ 내 웃기게 써드리리다 ㅋㅋㅋ 아 근데 라님 저희는 셋다 술 좋아해요 ㅋㅋㅋ 뇌를 좀 썩히는게 유머의 비결일지도 ㅋㅋㅋㅋㅋ
 

베유는 마조히스트인가? 아니. 그는 고통을 선명하게 인식하는 게 정의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신앙은 구원에 관심이 없고-그것은 판타지로 기능할뿐- 차라리 천형(천벌)의 고통으로 신의 은총을 사유한다. 천형 앞에 찢겨나가는 인간의 주권 없음. 차라리 신이 필요해지는 언어가 박살나는 그 지점은 견딜 수 밖에 없는 것. 견뎌지지 않는다. 인간이 아니게 되는 상황. 공감을 회의한다. 고통에 공감을 끼얹지 말 것. 가당치 않게.
그리고 그는 “(104)수난의 기제만큼이나 회피의 기제에 관심이 있었다.” 

나는 나의 고의적 무관심이 권력에 취한 자기기만이었음을 알게된다. 
그렇다면 나는 정의로운가? 아니. 마조히스트였던 걸로.



베유는 자기기만의 기제를 탐구한다.
자기기만은 굳이 선택한 길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의지의 행위다. 자기기만에는 두 가지 양상이 있다. 두려움과 유약함에서 오는 자기기만은 자동적이고 자기방어적인 회피 기제를 창출하며, *허장성세와 권력에 도취되어 나오는 자기기만은 잔인한 고의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행위를 낳는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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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말 나온 김에… 내가 좋아하는 푸코.
호기심. 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호기심.
다르게 생각해야지만 나의 존재가 덜 위협 받는 상황-위치-자리에 대한 선연한 인식.
그리고 시도, 사고에서의 고행, 자기의 훈련.

“(26) 애를 쓰는 것,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 시도해 보는 것, 틀리는 것,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하는 것, 그리고도 여전히 발걸음을 머뭇거릴 방도를 생각해 내는 것…”

나는 필요하다.
그런 나를 해명하는 것에대해 멈추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시선이나 이론이나 권위가 필요하지 않은. 스스로에 대해 확정짓지 않는 확신에 찬 언어가.



나를 충동질한 동기로 말하자면, 그건 아주 간단했다. 몇몇 사람들이 보기엔 그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호기심인데, 어쨌든 유일하게 약간은 고집스럽게라도 실행될 만한 가치가 있을 그런 유類의 호기심이다. *알아야만 하는 것을 제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호기심이 그것이다.* 삶에 대한 열정이 지식의 획득만을 보장할 뿐어떤 식으로든, 그리고 되도록이면 아는 자의 일탈을 확실히 해주지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삶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하고, 사람들이 보는 것과 다르게 인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문제가, 계속적인 인지나 생각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순간들이있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 같은 자기 자신과의 유희는 뒤에 숨어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내게 말하리라. 그리고 그 같은 유희는 기껏해야 효력을 발생하고 나면 스스로 사라져버리는 준비작업의 일부라고말하리라.
하지만 그렇다면 오늘날 철학은 ㅡ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철학적 활동인데 ㅡ무엇인가? 그것은 사고에 대한 사고의 비판작업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신에 어떻게, 그리고 어느 만큼까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가능할지를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철학적 담론이 밖으로부터 타인들을 지배하고 그들에게 그들의 진리가 어디에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찾는가를 말해주고자 할 때, 혹은 순수하게 실증적으로 그들의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다고 자부할 때, 그 철학적 담론은 얼마간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보다 바로 그 철학적 사고 속에서 철학과는 무관한 지식의 훈련에 의해 변화될 수 있을 것을 탐구하는 것이 철학의 권리인 것이다. 시도 —이것은 의사소통의 목적에 맞게 타인을 단순화시키는 것으로가 아니라 진실의 작용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변형시키려는 시험으로 이해되어야만 하는데 —는 철학의 살아있는 본체이다.
적어도 철학이라는 것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예전과 같은 것이라면, 다시 말해 그것이 사고에서의 ‘고행‘, 자기의 훈련이라면 말이다.
다음의 연구들은 내가 이전에 시도했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다루는 영역이라든가 취하는 출전들로 볼 때 ‘역사‘에 관한 연구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가‘의 저작은 아니다. 이 연구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을 수도 있을 작업을 요약하거나 종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의 ‘실용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건대 이 연구들은 오랫동안 모색된, 그리고 종종 새로 시작하고 정정할 필요가 있었던 훈련의 원형이다. 그것은 철학적 훈련이었다. 이 *철학적 훈련의 관건은그 자신의 역사를 사고하는 작업을 통해 사고가 어느 정도나 무언중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얼마만큼이나 다르게 사고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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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5-18 2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푸코를 좋아하는 그대, 난 묵호를 좋아한다오…. 미안해요, 내가 술 좀 마셨어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5-18 23:46   좋아요 2 | URL
님하.. 나도 드렁큰… 나 많이 마셨다? 우히히히

공쟝쟝 2022-05-19 00:14   좋아요 3 | URL
뭐야ㅋㅋㅋ 아 ㅋㅋㅋ 이 귀여운 꽐라 언니님들 ㅋㅋ 나도 마실 걸 ㅋㅋㅋㅋ 나는 달렸어 ㅋㅋㅋ ㅋㅋㅋ 그 달린 거 아니고 진짜 달리기 🏃🏽‍♀️🏃🏽‍♀️🏃🏽‍♀️

유부만두 2022-05-18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아하는데 … 미셸, 이라고 이름으로 불러요.

공쟝쟝 2022-05-19 00:45   좋아요 3 | URL
좋아하긴 하지만 싫어하기도 해서 풋코라고 부르겟사와요 ㅋㅋㅋㅋㅋㅋ
 

무학/독학
잡생각/사유
자아분열/아이러니
과계몽/지적 모험


그리고. 또.

언어가 중요하고 말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게 생기면 상처가 인식되고 다룰 수 있는 형태로 변한다고. 절반만 맞았다. 나는 예쁘고 좋은 말도 필요했구나. 나를 표현하지만 나를 비난하지 않는 말들이. 이제 어떤 단어들은 빵처럼 나의 일부가 되겠지. 

내가 나쁜 말에만 귀가 솔깃했던 건지, 아니면 정말은 내게 예쁜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언어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기왕이면 나쁜 말보다 예쁜 말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나 자신과 그런 말들로 놀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여전히 의미없는 예쁘기만 예쁜말엔 머가리가 꽃밭이라 좋겠다며 썩소하지만. 자갈만 드글드글한 허허벌판 구석에 나도 쪼끄만 꽃밭…음 꽃🤔(물 자주 줘야해서)싫은데… 선인장 밭을… 예쁜 선인장으로… 가끔 천년에 한번 꽃도 피는 선인장… 뭐 그래야지. 그렇게 살자.




하지만 진짜 문제는 경험이 얼마나 중재되었는가, 당신이 그것을 얼마나 알아보는가였다.
당신은 연습을 통해 대화를 잠시 멈출 수 있다. 머릿속으로든 실제 행동에서는 그런 정지는 가능하지만, 대화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 대화가 당신이며, 만약 운이 좋다면 당신이 대화가 되어, 우리 주변에 혹은 당신 내부에 존재하고는 있지만 형체가 없는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
당신은 스스로 힘들게 찾아내고 선택하여 손에 넣은 재료를 가지고 당신의 정체성과 신념, 인간관계, 애정 관계, 가정(家庭)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 모든 일에서 다른 이보다 선택의 폭이 훨씬 넓기도 하다. 당신은 빵을 소화하듯 어떤 생각이나 가치를 받아들이고, 그 역시 빵처럼 당신의 일부가 된다. 이 모든것을 통해 당신은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자기 몫의 기여를 하고, 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에서 당신이 맡은 대사 같은 것이다. 수감자, 실업자, 선거권이 없는 사람 그리고 주변인의 비극은, 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에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사들이 만들어 내는 교향악은 세상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방법이기도 하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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