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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기념 모처럼의 노트정리. 세어보니 총 10권의 노트를 동시에(!) 쓰고 있었다. 
왜 이렇게 노트가 많아진 거지?
몇 년 전까지는 문구점에서 파는 3천원 짜리 양지노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적었다. 스케줄, 계획, 공부, 메모, 이따금 가끔 쓰는 일기까지도. 실용적인게 좋았다. 서른 이후부터 였나.. 좀 좋은 것을 사볼까? 하다가 만원 내외 하는 가죽재질의 노트들을 사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노트의 카테고리가 세분화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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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필사노트가 생기면서 ‘시 분야’의 노트도 생겨버렸다. 
드디어 동시에 쓰고 있는 노트 10권 달성! (두둥) 주제별 분야별로 저마다 나름의 용도가 있지만 대표사연을 소개하자면 맨 아래부터 대략

*기형도 시집에 딸려온 필사노트 : 가 생겼으니 앞으로는 이 노트에 좋아하는 시들을 필사해 볼 생각이다. 첫번 째로 적을 시를 뭘로 할까 하다가 역시 ‘질투는 나의 힘’(은 내 인생의 모토 아니겠는가)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한숨을 쉰다. 두번째는 허은실 시인의 ‘이마’로 할까 싶다. 본인은 이처럼 양가적이다.

*앨리스 노트 : 소설 읽다가 좋아하는 구절 필사 + 왜 그 부분이 좋은지 간단하게 정리 해둠. 보자 (뒤적뒤적) 첫번째 구절이다. “전에 나는 거짓말 하는 남자들을 경멸했어.” ㅋㅋㅋㅋㅋ 아... 나여, 나여, 나여!!!

*책 읽는 마음노트 : 친구에게 선물 받은 독서록 컨셉의 양장 노트. 140권 책 목록이 들어가고 간략한 감상들을 적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올해는 이 노트를 꽉 채워보자 마음 먹었는 데, 이런! 잘쓰고 싶어했더니 안쓰고 말았네? (난 역시 뭔가 잘하고 싶은 마음을 먹으면 안된다..) 방금 깨달았다. 정말로 올해 안에 다쓰려면 한달에 열다섯권씩은 완독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것을... 잘 쓰는거 포기하고 일단 써야겠다. 하하.

*가운데 두꺼운 재생지 노트 : 17년 초봄에 구매한 것으로 500페이지 넘을 것 같은데 거의 다써간다. 고통노트(라고 쓰고 이불킥 노트라고 읽는다).
3년 전부터 괴로울 때 마다 썼다. 거의 배설이었다. 이 두꺼운 노트에 글을 휘갈기면, 아픔이 덜어지진 않았지만 상처가 정확해졌다. 신형철님은 정확한 사랑을 위해 쓰신다는 데, 난 정확한 고통을 위해 적었다. 아무리 많이 아파도 온몸이 다 아픈 건 아니었다. 이걸 쓰면서 고통의 원인이 되는 환부를 정확히 들여다 보는 노력을 해온 것 같다. 고통을 분해하면서 겨우겨우 고통에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아파서 부어서 비대해진 나에게서 조금씩 빠져 나왔다.
이 왕노트는 다시 읽어본 적 거의 없었는 데, 방금 쓰윽 훑어보니 인생어렵다는 이야기 30% 남욕 30% 돈걱정 30% 그리고 진짜 ‘욕설’이 10%네?ㅋㅋㅋㅋㅋㅋㅋㅋ 빨리 다 쓰고 불태우잨ㅋㅋㅋ

*분홍 다이어리 : 평소에 가방에 넣고 다니는 2019년 다이어리. 예쁘다.. 홉스가 이빨로 줄만 안 끊어놨다면 더 완벽했을 텐데... 올핸 그림좀 그려보려고 무지로 샀는 데 그림 한장도 못그렸고, 값을 돈/받을 돈/쓸 돈 그리고 지키지 못할 저축계획 등등 재무재표만 가득함.... 아앀ㅋㅋ 의미없엌ㅋㅋㅋ 이것도 불태우자.....ㅋㅋㅋㅋ

*심리학 공부 노트 : 재작년에 한참 심리학이랑 정신분석 꽂혔을 때 함께 모임하던 친구들이랑 공부하면서 개념정리하려고 산 건데, 페미니즘으로 관심사 바뀐 이후 어쩐지 프로이트 미워져서(ㅋㅋㅋ) 당분간 그에 대한 내 화가 풀리기 전까지는 공부 안할 것 같다. 응?? 내가 마지막으로 노트한 문장은 이러하다. “고통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거다. 왜 견딘거냐, 무엇을 이루려고????” 이 진리를 서른하나에 겨우 깨달았다.

*가장 많이 쓰는 노트(?):는 맨 위의 A4 이면지다. 보통은 필사/메모/책정리 다 그냥 저기에 하고 분리수거한다. 🙃 어린시절 할아버지께 더러움 정도별로 사용할 수 있는 휴지 칸수를 교육받아 실천해온 저로 말하자면 학창시절 A4용지가 너무 아까워 다단 8개, 폰트 4로 팬픽을 뽑아 읽었으며, 그때 버릇 개 못주고 대학시절에도 모든 프린트는 네쪽 모아찍기 양면으로.. 그리하여 a4 한 면에만 10pt로 써진 글은 지금도 읽기 어색해하며.... 때문에 사무실 등에서 버려진 이면지를 주워와 다시쓰는 지지리 궁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이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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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10권의 노트가 사치 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 정말 좋아서 잊고 싶지 않은 부분들만 비싼 노트들에 적는단 이야기. 노트는 끝까지 쓴다.

얼마전 술자리에서 ‘진짜 좋아하는 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고 있다’는 요지의 이야길 나눴는데, 난 쓰는 걸 정말 좋아했나 보다. 사실 서른 살 전까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좀 오글거리고, 사치같고, 자의식 과잉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아하니까 참지 못해서 썼다. 쓰고 지우고, 쓰고 버리고, 쓰고 삭제하고는 했다. 글은 남으니까. 남아서 나와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도 있으니까... ‘쓰면 안돼, 쓰지 말자!’라고 마음 먹으면서도 누군가의 글을 읽고 또 내 글을 쓰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 마다 너무 자의식 과잉인 건 아닌가 자기검열을 했다. 무언가를 쓰지 않고 못배기는 나를 미워했다.

요즘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 글쓰는 내가 좋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 스마트폰으로 sns용 글들을 적을 때도 좋지만, 공들여 고른 좋은 양장 노트에 날카롭게 깎은 연필이나 촉이 얇은 펜으로 서걱서걱 좋은 문장을 베껴쓰고, 그 구석에 내 느낌을 적는 기분은 행복이다. 노트에 쓰는 글들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내가 지금을 기억하기 위해 적는 것들이라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하고.

이렇게 보니 서른 이후부터 적기 시작한 열권이 넘어가는 비싼 노트들은 서른 이전에는 없었던 ‘자기애’의 흔적 같다. 그렇다. 자기애가 생긴지 이제 겨우 만 3년이라는 소리다. 내가 나를 인식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일 테지만, 그것을 모르고 매우 어려워하는 나같은 종류의 인간도 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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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들은 좋아하는 것들을 더 실컷하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나를 더 많이 좋아하고 싶다. 아직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보통 나는 무언가를 쓸 때 가장 강렬하게 내 존재를 느끼는 편이고 지금은 ‘나는 있다’는 감각 자체가 중요해서 당분간은 계속 쓸 것이다.

행복이 아니라 고통 노트가 모든 노트의 시작이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고통을 통해서야 겨우 나를 인식했다니 아픔이 새삼스럽다. 신기한 일이다.

상처와 더불어 행복도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연마해야겠다. 열권의 노트에 아직 “행복노트”는 없다. 그래도 요즘은 #나의행복포인트 라는 태그로 인스타에 종종 짧은 글을 적는다. 행복은 아주 순간적으로 다가왔다 휘발되기 때문에, 남겨두지 않으면 기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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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4-21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말대로 행복은 순간 찾아오다 보니 저같은 경우엔 기억을 못할 때가 많아서 아쉬울 때가 있었거든요.
‘아 언제가 행복했더라...˝라고요.
저도 언젠가(응?) 한번 해봐야겠어요.

사실 뭔가 기록한다는 거 학교다닐때 노트에 쓴거 빼곤 어릴때 만화그린다고 끄쩍일때? 그정도였네요..
그나마 하는거라곤 독서기록 어플로 내가 읽었던 책 별점매기고 정리하고 한달에 얼마 일년에 얼마 읽었다 이런거 기록해두니 한번씩 보면서 재밌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이런게 기록의 재미일까요? 그래서 어플에 기록을 하기위해서라도 (많이는 읽지 않지만.;;)책을 손에 못 놓는 이유중에 하나지요.^^

쟝쟝 2019-04-21 17:44   좋아요 1 | URL
^_^ 그 나만 아는 뿌듯함! 이 계속해서 읽고 쓰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덧붙여 글과 책으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행복 포인트 인 것 같아요 :) ㅎ 겟타님의 댓글은 행복!

블랙겟타 2019-04-21 17:52   좋아요 1 | URL
(๑•̀ᴗ-)

AgalmA 2019-04-28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로잉 노트 굿즈로 나오면 안 살 수가 없더라고요ㅜㅜ

쟝쟝 2019-04-30 01:25   좋아요 1 | URL
아..... 저두... 좋아하는 책들과 함께나온 양장본 굿즈 노트들 몇개 샀어요.. ㅡㅜ 노트와 책 한정 지름신...

제발제발 2019-05-19 0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운데 두꺼운 재생지 노트 어디서 사셨나요? 어디서 구하셨나요..? ㅠㅠ 저노트 꼭 사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쟝쟝 2019-05-19 10:44   좋아요 0 | URL
광화문 교보문고 할인 노트 무더기 속에서 샀던 걸루 기억해요

쟝쟝 2019-05-19 10:46   좋아요 0 | URL
윽 바코드 사진 찍엇는데ㅜ안올려지네요 아트박스고 6500원 3-006003 이라고 무른 넘버가 적혀잇어요 ㅎㅎ

제발제발 2019-05-1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감사합니다 교보쪽에서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설 이후 부터 식습관을 좀 바꿔 보고자..
적게 먹으면서 과일+야채 먹고,
뭐 안사먹고 집밥 열심히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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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머리가 너무 아파서
(당중독 때문인가?) 초콜렛을 먹었다 -> 아픔
(카페인이 부족해서?) 커피를 내렸다 -> 두잔 먹었는 데도 아픔.
_
설마....설마 하면서 (특단의 조치로)
면과 술을 함께 투입 -> 두통 씻은 듯 사라짐
😥😥😥
아... 내 몸아.... 나 자신이 널 이렇게 길들였구나..
미안해... ......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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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2-12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이 딱 맞아서.... 그래서 두통이 나은것 아닐까요? ㅎㅎㅎㅎ

쟝쟝 2019-02-12 21:17   좋아요 0 | URL
컵라면 맥주는 정말.... 🤓

단발머리 2019-02-12 21:18   좋아요 1 | URL
환상의 짝꿍^^

딸기홀릭 2019-02-12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
웃어도 되죠?

쟝쟝 2019-02-13 00: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제가 웃겨서 쓴 글입니닼ㅋㅋㅋ

julie720919 2019-02-12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부터 대머리 될것처럼 머리가 빠져대서 빵 믹스커피 과자 안먹었는데 그저께 미칠것 같아서 몽숼 통통 6개 먹었어요ㅠㅠ

쟝쟝 2019-02-13 00:20   좋아요 0 | URL
몽쉘.....하아...냉동실에 얼렸다 살짝 녹여서...🤣🤣
다음 달엔 꾹 참구 세개만 드세요..ㅋㅋ

syo 2019-02-13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이 표정은 언제 봐도 그 심오함이...
으이그 니가 그렇지 인간이여- 혹은 내는 안 볼란다- 이런 표정이 아닌지요😣

쟝쟝 2019-02-13 14:43   좋아요 0 | URL
저희 고양이 맘속에 들어왔다 나가신 것.! 이 아이는 표정이 좋죠?ㅋ 성격도 아주 사랑스럽답니다.
 



게으름뱅이의 올해 목표는 쿨하게 딱 하나다.
매일 내가 먹은 나이개수 만큼만 스쿼트하기.
그래서 오늘은 성공했냐고?
너무 빨리 성공하면 안되니까 세번씩 나눠서 하고 있다.
_
아직 13개 남았는 데, 지금 잠들면 저녁에는 일어나겠지?
_
그나저나 졸린데, 이만 내 배에서 내려가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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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9-01-01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냐옹님왈 ˝스쿼트 다 하고 자란 말이닷˝ ㅋㅋ
올해의 목표 꼭 이루실겁니다. ㅎㅎ

쟝쟝 2019-01-01 19:09   좋아요 1 | URL
오늘은 결국 성공! ~ 올해엔 함께 조금씩 건강해지기로 해요 ❤️

카알벨루치 2019-01-01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표정이 시크해 ㅜㅜ

쟝쟝 2019-01-01 19:10   좋아요 0 | URL
정말 묘묘한 표정이지요. 뉘집고양이신지, 군림하는 왕자의 표정이랄까...

북프리쿠키 2019-01-01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왕 새해인사 드리는 거 고양이와 같이 묶어서 인사드립니다.
쟝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쟝쟝 2019-01-01 19:11   좋아요 1 | URL
이거 쓸때는 낮이었는데ㅜ 금새 밤되었네유~ 새해복많이받으셔요🎉🎉

단발머리 2019-01-01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오늘 1월 1일이니 냐옹님 말대로 하시는게 좋을 듯 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9년이 얼마나 기대되는지 몰라요. 리뷰 기다릴께요^^

쟝쟝 2019-01-01 19:22   좋아요 0 | URL
귀찮게 칭얼거려서 일어나서 13개 마저 했어요. 너무 기대하면 그르칠까봐 기대하지않는 척하는 새해 첫날입니당. 단발머리님의 올해에 건강과 복이 깃드시길~~

syo 2019-01-01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10개 하고 멈추셨다는 말씀 이신가요?/이시군요.

쟝쟝 2019-01-01 20:10   좋아요 0 | URL
헉 ㅋㅋ 엉겁결에 나이공개...... 힌트를 달아버리다니...

syo 2019-01-01 20:11   좋아요 0 | URL
쟝쟝님 창창하시네요ㅎㅎㅎ

쟝쟝 2019-01-01 20:30   좋아요 0 | URL
아 뭔가 안보여주던 패를 깐 거 같은 기분...
 

예전 출근길에 정말 깜박하고 지갑을 안가지고 버스에 탄 적이 있다. 타자마자 죄송하다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겠노라고 말했는데 버스 기사님이 그런 식으로 한정거장씩 타는 상습범 많이 봤다고 화내고 욕했다. 난 그게 그리 큰 잘못인가 내려서 집까지 왔다. 오해 받아서 화나고 불쾌했다. 어차피 먹은 욕 그냥 뻔뻔하게 타고 갈껄 조금 후회도 되었다.

오늘 퇴근길에도 깜빡했다. 쓰고 안까먹으려고 책상위에 올려둔 교통카드 겸용 신용카드. 새하얗게 잊고 버스를 탄뒤 지갑에 카드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지갑엔 오만원권이 있었는데.. 그걸 바꿔달랄 수도 없고 “죄송해요. 카드를 안챙겨왔네여. 바로 내릴게요.” 하고 얘기했다. 욕먹어도 어쩔수 없지만, 버스는 이미 타버렸는 걸. 그런데 기사님 왈 그냥 집까지 가셔도 된다고. 아니예요. 하고 난 다음에 내렸다. 오만원권을 바꿔서 버스비를 내고 다시 집가는 버스를 탔다. 실수를 오해하지 않고 실수로 받아준 그분이 고마웠다.

그냥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다음 버스에라도 돈 내고 타고 싶었다. 모르는 척 그냥 타버려서 진짜 상습범이 되긴 싫었다. 도덕적이라기 보다는 방어적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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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평균에 대한 기대치.

같은 실수가 누구에겐 실수로 누구에겐 의도로 보인다면, 거기에는 그 평균 인간에 대한 관점이 작용하는 것 같다. 투사.

기대가 없어서 의심하는 사람도, 기대 때문에 속게되어 손해보는 사람도 이해된다. 솔직히 내 평균은 조금 높았던 듯, 점점 사람에 대한 기대를 줄이자고 그러면 실망하지 않으니까-라고 언제부턴가 생각했었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하지 않는 다는 것이 조금 슬프지만, 기대를 줄여서라도 상처받기 싫었다. 그런데 오늘.

기대의 여부와 상관없이 내 말을 있는 그대로 믿었을지도 모르는- 알고도 모르고도 속기로한 그런 기사님을 만났다. 짧은 순간의 만남이었으나 난 어쩐지 조금 선량해진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인간 평균에 대한 기대치가 +1 상승했습니다.

속고 속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되는 것일지도. 그러니까 기대없이, 그냥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딱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을 베푼다면. 이해든 오해든 별 상관없이. 그런가보다 할 수있다면... 덜 억울한 조금은 선량해진 세상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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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가 보군요. 데면데면 해지기.
스스로를 투사하지않고, 기대하지 않고, 계산 없이. 그렇게 데면데면하게 누군가를 액면 그대로만 대하는 윤리가 필요할지도. 팍팍한 세상에서는 ‘무언가의 더함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나보다. 나 자신은 선량한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무심항 행위의 결과로 누군가가 맘을 바꿔먹기도 하나보다.

조금은 오묘한 세상살이의 이치. 인간에 대한 기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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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서 “택배왔습니다.” 라는 목소리가 들린건 저녁 11시가 다 되서였다. 알라딘의 총알배송은 매우 만족하고 있는 이용 이유이기도 하다. 추석기간 택배 물류가 밀리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일배송 결제를 해야 추석끝나고라도 빨리 오겠거니 했었다. 아, 잘못생각했던 거구나. 일이 있다면 일 할 사람은 얼마든지 많은 한국사회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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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 열차를 타려고 아침 6시반에 나왔다. 발에 택배가 차였다. 아는 분이 보내온 추석 선물이었다. 새벽사이에 또 택배가 왔다 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골목앞에는 택배상하차가 임시주차되어있었다. 우린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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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나 유통시스템, 택배기사님들의 처우 같은 것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어느 날 인가 부터는 인터넷이 더 싸고 빠르다는 생각으로 많이 이용해왔다. 편하니까. 쌓이는 포장 박스가 좀 낭비 같다고 생각했던 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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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총알배송과 로켓배송을 원한 것은 그냥 속도 때문이었다. 그냥, 과 속도, 가 문제였다. 그게 보이지 않는 노동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 까지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저녁과 새벽을 앗아가는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면 이건 너무 싸게 샀다. 미안한 감정을 느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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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른 더 싼 더 편한 서비스를 원할 수록, 우리 모두의 일하는 시간을 늘어나고 있었던 거였다. 몰랐다. 아니 알고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속상하고 무섭다. 무서워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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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9-21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의 삶의 착취에 대한 비용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많은 갑질이 사라지겠지요. 나부터 실천해야겠습니다. 따뜻한 글 잘 읽고 갑니다^^

2018-09-21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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