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지혜의 시대
변영주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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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는 평생 잘 안(못)보던 영화를 일주일에 한편이라도 보려고 노력하는 데, 그건 전부다 <방구석1열> 정확히는 변영주 감독 때문이다.

등장하는 패널들, 소개되는 영화들 다 좋지만 특히 감독님이 무슨 말 할때마다 진심 귀 쫑긋 해서 듣게된다. 그의 다듬어진 피씨함에 한번, 감독은 영화를 저렇게 보는구나 하면서 두번 감탄한다. 요즘은 별로 재미없던 영화들도 다 재밌다. 신기한 경험이다. 그나저나 방구석 1열 엄청 챙겨봤는데 감독님 이젠 본업이 충실하러 가신대서.. ㅠㅠㅠㅠ 아쉬워하며 올레 티비로 재탕해서 또 봐야지(ㅋㅋㅋㅋ).
방구석1열을 함께 보고 셋째가 말하기를 “와, 우리나라 같은 영화 선진국이 출발비디오여행 영화 소개로 지금까지 만족해 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그러게 말이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라기엔 시사 같고 교양 같은데 또 시사교양이라기엔 예능 같고.. 이번주엔 박찬욱감독 출연이라는 데 더 잼나게 봐야지😘~! 케케

여하튼 변감독님의 짱짱팬이 되어서 책을 읽었고 역시 그가 더 좋아졌다. 창작의 원칙과 태도 -어떻게 살고자하고, 무엇을 사랑하는 지 -에 대한 강연록인데 두께에 비해 생각할 거리들이 참 많았다.



“(112) 어떤 건 나 때문에 힘들어요. ‘내가 무능력해서, 내가 잘 몰라서, 내 재능이 부족해서’ 그래서 힘든 게 있어요. 그런 것과 ‘내가 여성이라서 힘든 것, 내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힘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내면 승리할 수 있어요. 능력이 부족한 건 공부하면 되고, 여성이라서 힘들면 옆의 친구와 손을 잡으면 돼요. 다른 게 힘들다고 하면 그 나름대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우리가 왜 매번 지냐면 이것들을 하나로 뭉뚱그려서보기 때문이에요. ‘아, 나 진짜 힘들어.‘ 이렇게만 보면 집니다. 그러면 어느 누구와도 연대하기 힘들어요.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힘든지가 분명해야 연대가 되는 데, 그냥 힘든 걸로는 연대가 안 돼요.
차별에 대처하는 방안은 없지만 고난을 이겨내는 방안은 이것입니다. 언제나 그 고난들을 분리해내는 거예요. 나의 고통이 뭉텅이가 아니라 제각각이라고 생각하면이겨낼 수 있습니다.”



난 편견이 많고 내 방식으로 생각하길 좋아한다. 미리 재단하기도 하고 왜곡해서 보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 싶은 데, 사실 무엇을 볼 것인지부터 이미 왜곡의 시작이라, 덜 편견쟁이가 되기 위해 이 강연의 팁을 머릿속 저수지에 깊이 던져 놓는다.

뭉뚱그리지 않을 것. 구체적일 것. 해상도를 높인 섬세한 시야로 바라볼 것. 그것이 나를 침해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할 것!
언제나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고마워요, 변영주 감독님!🙏🙏



(6)
지금 우리는 한때 모두 같은 전선에 선 동지였는데, 네가 배반했다거나 내가 변절했다며 각자의 그 작디 작은 깃발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애초에 같은 전선에 섰던 적이 없으며, 조심스럽게 우리의 교집합을 조금씩 확인해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자의 깃발을 흔드는 이들에게 누가 당신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아직은 교집합의 크기가 외로움과 욕망에 비해 작을 뿐이라는 그런 말을 하고 싶다. 나아가 결국 우리가 교집합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할 단 하나의 일은 ‘너’의 이야기를 수줍게 듣는 것밖엔 없다는, 그런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또다시 강연에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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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멋진 문장을 만나면 그 문장이 어디서 나온 누구의 말인지 기억하고 그 문장을 정확하게 외우려고 노력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일부러 그걸 안 외워요. 그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대신 그 말을 내가 왜 좋아하는지를 생각해요. 내가 왜 이 문장에 반했지? 내가 왜 이걸 계속 읽고 있지? 내가 왜 다시 찾아보고 있지? 그 이유를 계속 생각해요.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그 문장이 제 입에서 조금 다르게 나와요. 저는 그 달라진 문장을 기억합니다. 그럼 그 말은 제가 한 말이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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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3-16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구석 1열은 애청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번주도 박찬욱특집도 봤어요^^

공쟝쟝 2019-03-16 23:41   좋아요 1 | URL
저 오늘 봤는데 후어어 역시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