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 자존감이란 몸으로부터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디아 지음 / 웨일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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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내 아팠다. 아프다는 핑계로 일을 놓을 수 없는 나이라는 것을 알았다. 찌는 듯한 더위의 시간들을 후끈한 파스로 겨우 버티었다. 일이 다 끝난 후에야 통증들을 돌 볼 수 있었다. 엑스레이니 CT니 했다. 부담스러웠다. 그 흔한 실비보험 하나 들어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험을 든다는 것은 어쩐지 현실에 정박한다는 느낌이었다. 그 보다는 이자며 생활비도 빠듯한데, 보험들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사고나면 그냥 죽는 거지 뭐. 쉽게 여겼다. 젊었으니까.
아프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무사해야 한다.
무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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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더위와 저림으로 뒤척이고, 낮에는 약먹으면서 모니터 앞에 앉았고 이삿짐을 날랐다.
쉴때도 고개를 숙이기 어려웠다. 거실 에어콘 앞에 정좌하고 앉아 아무생각도 없이 있을 수 있는 마블 영화를 마스터했다. 이 상태가 영원하지는 않겠지. 더위만 물러가도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나를, 내 몸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여름을 보냈다.
어느 날부턴가 폭우가 쏟아졌고, 가을이 성큼 와있었고, 드디어 일을 줄였고, 병원에 갔고, 체육관에 갔다. 열심히 다녔다. 그 일만이 내 일인 것 처럼 몸에 몰두했다. 나는 무사해야하니까. 건강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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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안좋을 때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p.7) 몸은 단지 머리를 이고다니는 도구가 아니다. 그 자체로 완벽한 지성을 갖고 있다. 몸은 마음이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살면 좋은지 속삭여준다.˝

몸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던 걸까. 삶의 세팅을 다시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삶에서 감각하는 삶으로.
발산하는 삶에서 응축하는 삶으로.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보고, 자신 부터 존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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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읽었고, 천천히 읽었다.
영화 <잠수종과 나비>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엉엉 울었다. 무한히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안했다.
방치한 내 몸에게, 잊어버린 내 몸에게 많이 미안했다.

˝(p.44) 몸은 내가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마땅히 희생을 치러야 하는 도구인가?
몸은 내 감정의 배출구인가?
그렇다면 몸이 존중받을권리가 있는가?˝


몸을 나에 속한 어떤 소유나,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지성‘을 가진 어떤 인격체(?)로 대하는 저자의 관점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내 것‘이라고 여기면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처럼, 몸도 그러했다.
따로 떨어져있는 존재로 내 몸을 바라보니 - 저질체력이라고 원망하고, 호르몬의 노예라고 못마땅해 하던 - ‘몸‘에게 사과부터 해야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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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떤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일 수도, 관계에서 오는 충만함일 수도 있다. 동시에 행복은 내 몸과 따로 떨어져있지 않다. 나의 ‘몸‘이 감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행복이다.
“(p.56) 행복은 몸을 훑고 지나가는 감각이다. 몸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식물이 햇볕 쪽으로 온몸을 향하듯이, 행복한 감정을 일으키는 쪽으로 몸을 돌려가며 산다. 행복에 대한 센서는 살아 있는, 더 생생하게 살고자 하는 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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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9) 일상에서 숨을 자주 의식하면 고요해진다. 고요한 순간에는 나를 보고 있는 또 다른 나에 대한 시선을 얻을 수 있다. .. 숨으로 자주 고요를 불러오면, ‘나‘가 넓어진다. 나를 포함한 풍경이 곧 나임을 볼 때,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책에는 몸을 의식하는 법, 숨을 잘 고르는 법 등 일상에서 응용할 수 있는 작은 팁들과 그 배경이 되는 원리들이 빼곡하다. 가벼운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몸 자체에 대한 사색과 설득력있는 정보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나는 책에 따라서 몇가지 루틴들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호흡하기, 의식하기, 움직이기.(그 전에 잘못 잡혀있는 일상의 습관을 몇가지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 싶다.) 쭉 잘해왔는데~ 요즘 또 바쁘다는 핑계로 좀 지지부진 해졌다. ˝많은 청정한 하루˝들을 쌓아야한다. 몸이 내지른 여름의 비명을 단단히 새겨듣자. 내 정신머리야, 라고 다그치기 위해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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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8 0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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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0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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