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소속으로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였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영토>를 펴낸 이래 9권의 시집, 7권의 수필집, 8권의 번역집을 펴냈고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수도자임에도 꾸준히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비결에 대해 그는 '일상과 자연을 소재로 하는 친근한 시적 주제와 모태 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과 소박한 언어 때문'일 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책날개에 소개된 작가-

조금은 평범하고 소박해 보이기도 하는 시이지만 그러기에 더욱 친근감이 느껴진다. 한비야님의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읽기만 해도 착한 사람이 되는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는것 같다."라는 말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에 대한 극찬이라 생각된다.

   
  가벼운 행복

산 너머 산
바다 건너 바다
마음 뒤의 마음
그리고 가장 완전한
꿈속의 어떤 사람

상상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나 내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

놓치지 말자
보내지 말자
 
   
   
  엄마를 부르는 동안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이 든 어른도
모두 어린이가 됩니다

밝게 웃다가도
섧게 울고

좋다고 했다가도
싫다고 투정이고

변덕을 부려도
용서가 되니
반갑고 고맙고
기쁘대요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쁜 생각도 멀리 가고
죄를 짓지 않아 좋대요

세상에 엄마가 있는 이도
엄마가 없는 이도
엄마를 부르면서
마음이 착하고 맑아지는 행복
어린이가 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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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26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늘 우리 큰딸이랑 한바탕 했어요.ㅜㅜ
우린 오래 붙어 있으면 꼭 싸워요~````````

같은하늘 2010-02-27 14:06   좋아요 0 | URL
모녀간의 애정이 끈끈하시군요.^^
싸움도 서로 관심이 있기에 발생하는 거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큰딸이 엄마맘 제일 잘 알아줄꺼예요.

꿈꾸는섬 2010-02-2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인 수녀님 시는 맑고 투명해요. 순수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닮았어요.^^

같은하늘 2010-02-27 14:0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요.^^

세실 2010-03-0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이 든 어른도 어린이가 됩니다.
제가 엄마에게 하는 짓 보면 정말 그러네요.
이해인 수녀님 글을 참 맑게도 하지요^*^

같은하늘 2010-03-02 01:12   좋아요 0 | URL
정말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맑고 깨끗해요.
보는 이도 웬지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박경리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에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했다. 1962년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비롯하여 <시장과 전장>, <파시>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6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하기 시작하여 25년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현대문학 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이 있다.   -책 날개에 소개된 작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하여 25년동안 집필하여 완성하였다는 소설 <토지>를 젊은시절(?) 읽다가 그만두었다. 그만두었다기 보다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느라 잠시 접어 두었는데 그 잠시가 너무 길었나보다. 하지만 이제사 다시 21권이나 되는 긴 책을 읽을 엄두는 나지 않아 그분의 유고시집을 집어 들었다. 물흐르듯 고치지 않고 써내려 가셨다는 시를 읽으니 복잡했던 마음이 잔잔해진다. 시집 뒷편에 실린 사진들도 참으로 자연스러워 좋다.

   
 

천성 

남이 싫어하는 짓을 나는 안했다 
결벽증,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내가 싫은 일도 나는 하지 않았다
못된 오만과 이기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반기지 않는 친척이나 친구 집에는
발걸음을 끊었다
자식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싫은 일에 대한 병적인 거부는
의지보다 감정이 강하여 어쩔 수 없었다
이 경우 자식들은 예외였다

그와 같은 연고로
사람 관계가 어려웠고 살기가 힘들었다

만약에 내가
천성을 바꾸어
남이 싫어하는 짓도 하고
내가 싫은 일도 하고
그랬으면 살기가 좀 편안했을까

아니다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삶은 훨씬 더 고달팠을 것이며
지레 지쳐서 명줄이 줄었을 것이다

이제 내 인생은 거의 다 가고
감정의 탄력도 느슨해져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무덤덤하며
가진 것이 많다 하기는 어려우나
빚진 것도 빚 받은 것도 없어 홀가분하고
외로움에도 이력이 나서 견딜 만하다

그러나 내 삶이
내 탓만은 아닌 것을 나는 안다
어쩌다가 글 쓰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고도와도 같고 암실과도 같은 공간
그곳이 길이 되어 주었고
스승이 되어 주었고
친구가 되어 나를 지켜 주었다

한 가지 변명을 한다면
공개적으로 내지른 싫은 소리 쓴 소리,
그거야 글쎄
내 개인적인 일이 아니지 않은가

 
   
   
 

어머니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사별 후 삼십 여 년
꿈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메었다

고향 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서울 살았을 때의 동네를 찾아가기도 하고
피난 가서 하룻밤을 묵었던
관악산 절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전혀 알지 못할 곳을
애타게 찾아 헤메기도 했다

언제나 그 꿈길은
황량하고 삭막하고 아득했다
그러나 한 번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다

꿈에서 깨면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치 생살이 찢겨 나가는 듯했다

불효막심했던 나의 회한
불효막심의 형벌로서
이렇게 나를 놓아주지 않고
꿈을 꾸게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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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2-2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됨됨이 참 좋아요.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아 저는 인색한가봐요.....
읽어봐야 겠습니다.

같은하늘 2010-02-27 14:09   좋아요 0 | URL
좋은 시가 참 많아요. 꼭 보세요.^^

순오기 2010-02-2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를 돌아보게 하는 시예요.
이분의 삶도 존경스럽고...원주, 지난 여름에 갔다 왔어요. 바로 저곳에...

같은하늘 2010-02-27 14:11   좋아요 0 | URL
저도 원주에 있는 토지문학공원 꼭 가보고싶어요.^^

꿈꾸는섬 2010-02-2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아야겠다고 생각한지가 벌써 한참이나 되었는데 여직 못봤네요. 너무 좋아요.^^

같은하늘 2010-02-27 14:11   좋아요 0 | URL
저도 마음만 먹고 있다 눈에 띄길래 꺼냈어요.^^
정말 좋은 시가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