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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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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 눈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아는 것이 많지 않다. 그나마 아는 사실을 풀어쓸만큼 재주가 있지도 않다. 그래서 간단한 소회만 남긴다.


  우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편 건,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지 정확이 200일이 된 날이었다. 연인들이 그토록 챙기는 200일 기념일과는 달리, 아픈 소식을 기리는 특별한 날을 머리에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날 저녁, 티비에서 흐르는 영상을 쳐다보지 않고 꾸역꾸역 밥을 넘기기에 바빴다.


  사실 외면하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눈물 흘리기 싫다고, 지겹다고, 그리고 무섭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외치며 눈을 감고 귀를 막기 일쑤였다. 이제 무엇이 주(主)가 된지 모를 정도로 무관심해졌다. 사실, 그랬으면 안됐는데 말이다. 사고가 나서 자신들이 위험에 처한줄 뻔히 알면서도, 아이들은 미안하다고, 했다. 살기 위한 이기심이 아닌, 남겨질 자들을 위한 위로의 한마디였다.


  미안하다는 영상을 봤을 때도 그랬지만, 소설가 황정은이 쓴 글 속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 봤을 때 눈물이 흘렀다. 기숙사 휴게실에서, 다 큰 남자가, 그것도 눈물 몇 방울 찔끔 흘린 게 아니라 울음을 참기 힘들어 꺽꺽거렸다니, 이런 추태가 다 있는가. 울음은 그칠 수 없었다. 십여 분이 지나서야 감정을 추스르고 가까스로, 글을 계속 읽었다.


  표제작인 소설가 박민규의 ‘눈먼 자들의 국가’는 문학동네 팟캐스트에서 낭송되었다. 일부러 찾아듣지 않았기에(바로 위 문단의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았음이다) 어떤 분위기였는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차분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박민규의 전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어떤 의미로 평이하다. 감정을 거의 배제하고 사실관계(라고 추정되는 사실)로만 쓰인 글이기에 더욱 가슴 저민다. 이번 일을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표현하는 순간 이 글이 빛을 발한다. 차분함을 가장한 슬픔과 분노 사이에서 통킹만 사건을 언급하며 중의적 표현을 하는 위트도 발휘한다.


  니체를 인용한 시인 진은영의 글도 생각해볼 만하다. 니체는 고통받는 이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대신 그 고통 앞에서 수치심을 느리라는, 상식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말을 한다. 슬픔을 같이 이해해주는 것이 연민 아니던가? 하지만 고결한 자와 비교했을 때 연민의 정을 가진 선한 자는 자기 역량의 최소치만을 사요한다. 니체는 이런 도덕주의자들을 “마비되어 더이상 힘을 쓸 수 없는 그런 무기력한 앞발을 갖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이 선하다고 믿는 그런 겁쟁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바로 이 점에서 미디어를 통해 사건을 보고 느끼고(사실 느낀다고 믿는) 눈물 흘리는 이들이 무능력함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황종현은 사고 이후 한참 유행했던 노래 ‘천개의 바람이 되어’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내보인다. 이 노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사멸하지 않았음을, 오히려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노래다. 모종의 순진성을 띈 이 노래를, 임형주는 미성으로 순수하게 부르지만, 사실 세월호에 탑승했던 학생들이 당한 사고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불분명해서 당혹스럽다고, 황종현은 말한다. 우리는 이 노래를 함께 듣고 대중의 슬픔에 동참하여 그들을 편안히 보내주려고 자신을 설득하는 건 아닌가? 니체가 말한 연민을 갖고 말이다.


  책의 앞은 작가들로, 뒤는 학자들로 구성되었다. 다소 읽기 쉬운 글들로 몰입시키고 감정을 고조시킨 뒤, 머리를 식히고 차분한 시각으로 세월호를 보는 형식을 취한다. 250여쪽이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안에 담긴 무게는 세월호에 마구 적재된 짐들과, 아팠던, 그리고 아픈 이들의 마음에 비하지 못한다.


  박민규의 글 마지막을 곱씹으며 마치자.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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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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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근래에 근사한 영화관련 도서가 두 권이나 출간되었다. 하나는 소설가 김영하의 <보다>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하 실험)이다. <보다>는 책 소개에는 써있지 않지만 보고나니 글의 출저가 대부분 영화잡지 씨네21인 듯했다. 이에 나는 출판사(문학동네)와 홍보담당자에게 엄청 분노한 바 있다. 물론 김영하의 글은 그 자체로 매우 좋다. 다만 씨네21 구독자로서 왠지 모를 화가 날뿐이다. (사실 전작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한 실망과 분노도 한몫 했다) 다행히 <실험>은 <보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소개부터 씨네21발 글임을 알린다.


굳이 두 책의 만족도를 말하자면, 나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겠다. 다시 말하지만 김영하의 글이 싫었다는 뜻이 아니다. 김영하도 나름대로 재밌는 글을 썼다. 직업이 소설가여서 그런지 전에 봤던 산문과는 언뜻 다르게 다가온다. 이전에 읽었던 산문은 보통 생활이나 문학, 문화을 말했지만 <보다>는 익숙한 영화에 대한 글이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반면 신형철은 그와 전혀 반대의 글을 써냈다. 씨네21을 구독한 지 벌써 4년이 다되어가는데 신형철의 글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아마 조그마한 아이패드 미니로 조그마한 글씨를 보자니 눈이 아파서 멋대로 페이지를 넘겨버렸는지도 모른다. 김영하에 비해 축 처지고 무거운 글이다. <보다>가 영화를 다소 다르게 읽었다면 <실험>은 깊게 파고든다. 자신은 문학평론가기에 영화의 서사를 주로 다루겠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야기와 서사의 흐름, 인물 사이의 상징에 대해 쓴다.


(저자는 평론이 아니라고 했지만)평론집에 대해 독후감을 쓰자니, 저자가 이미 헤쳐놓은 영화에 대해 딱히 분석할 거리도 없고 능력도 없기에 더 이상 글을 길게 쓰기란 무리다. 어쩌겠는가, 나는 이리도 바보멍청이인 걸...  여튼,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진도가 빨리 나간 책이다. 어렵다고 한 독자들이 많은데 아마 소개된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몰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말이 나와서, 책에 소개된 영화를 말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부 - 사랑의 논리 : <러스트 앤 본> <로렌스 애니웨이/가장 따뜻한 색, 블루> <시라노; 연애조작단/러브픽션/건축학개론/내 아내의 모든 것> <케빈에 대하여> <아무르>

2부 - 욕망의 병리 : <피에타> <다른나라에서> <뫼비우스> <우리 선희> <멜랑콜리아> <테이크 셸터>

3부 - 윤리와 사회 : <더 헌트> <시>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늑대소년> <설국열차>

4부 성장과 의미 : <스토커> <머드> <라이프 오브 파이> <그래비티> <노예12년>

5부 - 부록 :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사랑니>


(책이든 영화든)메타북을 재밌게 보기 위해선 그 주제에 대한 관심이 커야 하고, 소개된 작품들을 많이 감상할수록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 선택은 매우 좋았다. 반 정도의 영화를 봤으며 나머지는 스토리 요약이나 평론이라도 보아서 흥미를 가졌던 작품들이었다. <케빈에 대하여>나 <아무르>, <스토커> 글은 내가 생각한 것을 더 보강시켜주다. 영화를 보고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피에타>나 <다른나라에서>, <멜랑콜리아> 글은 영화를 깊게 해석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보지 못한 영화라도 글을 읽다보면 마치 영화를 모두 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저자가 워낙 스토리 소개를 잘하기도 했거니와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분석을 해줬으니, 사실 새끼 새마냥 입만 벌리고 먹이가 입에 들어오기만을 바라면 될 정도다. (사실 이는 메타북의 최대 단점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영화를 가지고 거들먹거리는 일은 이 세상 거의 없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보다>와 함께 읽을 만한 책이다. 색다른 시선을 원한다면 <보다>를, 조금 더 깊고 심각한 시선을 원한다면 <실험>을 추천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당신이 이 두 책의 존재를 안 순간 한 권을 취사선택할 수 없음을. 결국 두 권다 볼 것임을, 내 장담한다.


※ 나 혼자였으면 읽지 않았을 책인데(신형철이라는 저자의 무거움과 제목의 불가해성이 가장 큰몫을 했다) 책 모임에서 한번 읽어보자 했더니, 오 웬걸, 나에게 이렇게 잘 맞는 책이 있는가 했다.덕분에 평론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도 심어주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쓴 첫 글이 이따위 수준의 독후감이라니! 오호 통재라) 신형철에 반해 저자의 전작 <몰락의 에티카>를, 평론과 비평에 반해 노스럽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나 비평집(이번에 산 백지은 비평집 <독자시점>)을 읽을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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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1,2, 김훈, 문학동네

김훈 산문의 정수라 할 산문 <자전거여행>이 재출간되었다. 언젠가 그는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바 있다. 그의 언어는 그렇게, 언제나, 사실에 가까우려 애쓴다. "꽃은 피었다"가 아니라,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쓰는 그의 언어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멀리하고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그의 언어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는 그의 언어는, 바로 그 때문에 오히려 한없이 아름답다.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의 글 속에는, 그러나 어떤 이의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그의 문장 속에서,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들은 만났다가 갈라서고 다시 엉기어 하나가 되었다가 또다시 저만의 것이 된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이혜정, 다산에듀

서울대는 과연 어떤 인재를 키우고 있나? 한국의 대학은 지금 어떤 능력을 최고라 평가하고 있나?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 재직했던 이혜정 박사는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특징과 공부법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년에 걸쳐 진행해 왔다. 최우등생들 인터뷰를 포함하여 1,100명의 서울대 학생들 대한 심층조사가 이루어졌고 미국 명문대 학생들과의 비교연구도 행해졌다.

이 책에 담긴 프로젝트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서울대 최우등생들은 대학과 사회가 기대하는 공부가 아닌, 초중고 방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수용적 학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서울대는 비판적 창의적 능력이 아닌 수용적 능력에 높은 학점을 주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최고라 인정하는 대학, 각종 평가에서 언제나 1등을 도맡아하는 대학인 서울대가 도대체 어떤 종류의 인재를 키우고 있는 것인지 저자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은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 한국 최고의 명문대라 일컬어지는 서울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에 경종을 울리고, 대학 교육을 포함해 한국의 교육 문화 전체를 점검해 보자고 제안한다.



위기의 국가, 지그문트 바우만, 카를로 보르도, 동녘

근대국가의 성립부터 신자유주의 시대까지, 정치와 권력을 잃은 무능한 국가에 대한 날카로운 대담집. 오늘날 국가에게 닥친 ‘위기’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해 변화하는 현시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들의 다양한 양상들을 하나하나 검토해간다. 이를 위해 저자인 카를로 보르도니와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 사회를 분석한다. 

이 책은 오늘날 서구 사회가 직면한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체제와 얽혀 있는 변화, 앞으로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게 될 심대한 변화의 징후라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오늘날 위기와 관련된 문제의 기원에 권력과 정치의 분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말하자면, 정치인은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권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의 역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권력’은 일이 되게 하는 능력이고, ‘정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능력인데, 현시대는 이 둘이 이혼한 상태이고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열린책들

프랑스 현대 문단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의 장편소설. 다리외세크가 이번 소설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십대 소녀의 성(性), 육체적 성장기다. 2011년 프랑스 출간 당시, 문학계에서는 '너무 외설적이라 메시지를 알 수가 없다', '감히 다루지 못했던 주제를 다리외세크가 떠맡아 제대로 해냈다' 등 분분한 논쟁이 벌어졌다. 

프랑스 사회를 뒤집어 놓았던 다리외세크의 데뷔작 <암퇘지>가 한 여인이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 속에서 점점 암퇘지로 변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가시내>는 순진한 소녀가 여인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입체감 있게 그렸다. <암퇘지>부터 시작된 다리외세크의 문학적 실험은 <가시내>에서 절정에 올랐는데, 여성의 신체에 관한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1970~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가상의 소도시 클레브에 사는 솔랑주라는 소녀의 삶 중, 생리를 시작하는 때부터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를 조명한다. 솔랑주의 부모는 파경 직전이고, 부모 대신 돌봐주는 '보모' 비오츠 씨는 사회에 잘 융화되지 못하는 인물이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는 솔랑주 곁에는 의지할 만한 어른이 아무도 없다. 

솔랑주는 넘쳐 나는 호기심과, 의혹들을 잡지와 친구들과의 수다에 의존해 해결해 나간다. 작가는 솔랑주의 내면으로 들어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사춘기 소녀의 사고(思考)를 독자들에게 날것 그대로 전달한다.



지붕 - 우주의 문턱, 티에리 파코, 눌와

건축을 읽는 눈 시리즈 3권. 우리에게 은신처가 되어주는 ‘지붕’이라는 건축적 요소에 중점을 맞추어 접근한다. 지붕을 매개로 건축의 세계를 넘어 역사적, 인류학적, 문화사적, 실존적 관점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자유롭게 발상하고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여 독자의 사유를 자극한다.

지붕이 품고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붕과 관련된 상징·신화·기술·문화 등의 다양한 이야기와 영화·그림·문학 등 예술 분야에서 드러나는 지붕의 예술적 이미지를 돌아본다. 땅이 아닌 하늘로 이어진 지붕을 따라 떠나는 인문학적 여행은 건축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것이다.



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한국경제신문

히틀러가 현재 다시 깨어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사회풍자 소설이다. 2012년 독일에서 출간 즉시 140만 부, 오디오북은 52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편협한 히틀러의 분노와 광기는 기득권에 대한 풍자로 재해석되어 마침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과정을 유머와 풍자를 통해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이다.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절대적인 카리스마와 강한 추진력으로 주도면밀하게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히틀러의 모습 그리고 그에게 열광하고 추종하는 다양한 인간상을 통해 1940년대나 2000년대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미디어에 선동되는 군중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히틀러의 목소리로 현재의 대중문화와 정치, 언론을 비판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 있어 출간 당시 히틀러에 대한 미화인지 단순한 정치 풍자인지를 두고 많은 언론과 독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났을 정도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책의 말미에는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와 <히틀러의 성공시대>로 유명한 김태권 작가가 60페이지의 특별 만화를 그렸다.



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웅진지식하우스

재기 넘치는 문체 속에 사랑과 삶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깊이 있게 녹여낸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가 존 그린.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으로 유명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장편소설로, 막 사랑을 배워가는 이들의 예민하고 풋풋한 정서를 존 그린 특유의 위트와 통찰로 담아낸 작품이다. 

머리는 똑똑하지만 사랑에는 서툴기 그지없는 한 소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과 자아를 찾아가는 이 유쾌한 여정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국도서관협회가 최고의 소설로 선정하고, 북리스트, 혼북, 커커스 등 공신력 있는 수많은 서평 매체들이 앞다투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존 그린의 대표작이 드디어 한국의 독자들을 찾아왔다.

열아홉 살 콜린은 오늘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다시' 가열차게 차였다.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여자만 보면 사랑에 빠지는 천재 소년 콜린은,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여자들에게 매번 차였고, 오늘로 무려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것이다. 어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랐지만 어째서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영 신통치가 않은 것인가. 

콜린은 더 이상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사랑을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버리기로 결심한다.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친구 하산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하며 실연의 아픔을 잊고, '사랑의 공식'이라는 일생일대의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길을 떠난 콜린. 그의 사랑은 정말 그래프와 공식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철학 한입 더 - 철학자 편, 데이비드 에드먼즈, 나이절 워버턴, 열린책들

철학 팟캐스트 <철학 한입philosophy bites>에서 방송한 250여 편의 대화 중에서 서양 철학을 이끌어 온 위대한 사상가에 대한 대화 27편을 엮은 책으로, 지난 2012년 국내에 출간된 『철학 한입』의 뒤를 잇는다. 

소크라테스적 대화법부터 데카르트의 코기토, 흄이 서양 철학사에서 가지는 의의, 칸트의 형이상학, 헤겔의 변증법, 비트겐슈타인, 존 롤스, 자크 데리다까지 그들의 생각 중 가장 짜릿한 부분만을 골라 보여 주고 있다. 출연자들은 쉽고 구체적인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전달하며,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진행자 나이젤 워버턴은 대화가 활력을 잃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질문을 이어 간다. 

2007년 영국에서 시작된 철학 팟캐스트 <철학 한입>은 인터넷 시대에 철학이 대중과 만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그 방법은 단순했다. 매회 흥미로운 철학적 주제를 하나 정하고, 그 주제의 전문가를 초청해 대화를 나눈 것이다. 

마이클 센델, 피터 싱어, 마사 누스바움, A. C. 그레일링 등 현시대 최고의 철학자들이 15분 정도의 짧고 밀도 높은 철학적 대화에 흔쾌히 응했다. 이들은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신은 존재하는지, 정의란 무엇인지 등 온갖 철학적 주제들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문자로는 전하기 힘든 생생한 현장감과 유머 감각, 철학에 대한 열정을 청취자들에게 전달했다. 청취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으로 답했다.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식공작소


20세기 유럽 최고의 인문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회고록.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일부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아 출간하는 개정판이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 책에서 1914년, 유럽에서 설마설마했던 전쟁이 어떻게 어이없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는 "이성에 맞는 단 하나의 이유, 단 하나의 동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20세에 시집 <은빛 현>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1920년대와 1930년대에 걸쳐 전 유럽에 수백만의 독자를 가지고 있던 유명 작가였다. 그가 활동하던 오스트리아 빈은 1900년을 기점으로 이 무렵까지 프랑스의 파리와 함께 문화와 예술의 용광로 같은 역할을 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작가 로맹 롤랑,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휘자 브루노 발터 등 다양한 예술가, 학자들과 친교를 맺으면서 그의 정신세계를 심화시켰다. 그는 이 회고록에서 그 세계적 거인들과의 만남의 순간을 상세히 기록하며 시대의 풍경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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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에릭 슈미트, 김영사


구글맵 사용자 10억 명, 스마트폰 80퍼센트 구글 안드로이드 탑재, 한류 확산의 일등공신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타임〉선정 최고 발명품 구글글라스, 이메일 중심의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막을 알린 지메일과 구글드라이브, 스마트 TV 시대를 연 구글 TV와 크롬캐스트, 개시 5년 만에 7억 명이 사용하는 웹.모바일 통합 브라우저 크롬 등 세계를 열광시킨 혁신의 아이콘 구글. 

비즈니스 리더 에릭 슈미트가 세상을 바꾸는 구글의 힘, 그 숨겨진 원리를 마침내 공개한다. 이 책에서 에릭 슈미트는 구글이 지금까지 어떻게 일해왔는지, 왜 기술혁신이 놀라운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의 핵심가치인지, 전문성과 창의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글의 혁신적인 활동 현장을 통해 역설한다. 구글의 성공과 실패의 측면뿐 아니라 다양한 이론과 통계, 폭넓은 증거자료로 주장을 뒷받침한다.

10년 만에 인류의 삶을 바꾼 기업, 직장인이 꼽은 일하기 좋은 최고 기업, <포춘> 선정 기업 브랜드 가치 세계 1위인 구글의 모든 것을 담아낸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출간 전에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해 영국.독일.중국.일본 등 17개국에서 판권을 계약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의 동시 출간으로 다른 어느 나라에서보다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이봄


마스다 미리 에세이. 국내에도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한 마스다 미리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여자 작가'인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 마스다 미리에게 있어서 분야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그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언제나 일관되게 하나다. 바로 '여자.' 그리고 이야기는 마치 대하드라마처럼 조금씩 성장한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인기 에세이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의 계보를 잇는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의 마스다 미리나 만화 '수짱 시리즈'에서 수짱은 '혼자 살며 나이는 먹는 일', '아이를 낳지 않는 일', '남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 고민은 "목욕이나 하자"라는 간단한 말을 통해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할 시간에 현재에 충실하자는 강한 의지로 해결되었다.

그렇게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간 여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실 전작에서 고민에 대한 정확한 답은 주어지지 않았다. 마치 고민만 명확해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의 정답은 사실 '현재'에 있음을 마스다 미리는 꾸준히 이야기 해왔고, 그것은 그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담긴 에세이를 통해 설득력을 갖는다.

서른 싱글 이후에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먼저 가서 경험한 것들을 들려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른의 싱글들보다 좀더 단단해지고 재미있는 진짜 어른의 일상, 지속가능한 여자의 일, 아이 없는 싱글 입장에서 부모님과 관계 맺기부터 어린 시절 성인 남자들에게 당했던 성적 희롱을 공유하는 배포까지.



푸코 효과, 콜린 고든 외, 난장


1991년에 출간되자마자 여러 인문사회학 연구자들로부터 수없이 인용되며 곧장 ‘전설’로 회자된 현대의 고전이다. 지난 2011년 6월 3~4일에는 전 세계의 관련 학자들이 영국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에 모여 『푸코 효과』 출판 20주년을 기념하는 컨퍼런스를 열었을 정도이다.

『푸코 효과』가 출간 당시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푸코 효과』는 ‘현재들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수많은 통찰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통치성에 관한 연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푸코의 ‘통치성’ 개념에 근거해 정치학· 사회학뿐만 아니라 경영학· 범죄학· 통계학· 보험학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19~20세기를 ‘발명’해낸 수많은 지식/앎들의 계보학을 분석한 논문들로 이뤄져 있다.




얼리전트, 베로니카 로스, 은행나무


SF 디스토피아 3부작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3부 《얼리전트》가 출간되었다. 오늘날 젊은 층이 처한 경쟁 사회 구도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현실적 서사가 스릴러, 액션, 로맨스, 판타지와 절묘하게 배합된 이 시리즈는 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폭발적 인기를 누려왔다.

가까운 미래, 다섯 개의 분파 체계로 이루어진 하나의 도시 국가. 1·2부에서는 도시를 둘러싼 비밀을 밝히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의 전쟁이 그려졌다면, 이제 3부에서는 주인공들이 도시 밖의 새로운 현실과 마주한다. 지금까지의 공고한 구조를 모조리 무너뜨리는 동시에 다시 완전하게 쌓아올릴 비밀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위기의 국가, 지그문트 바우만 외, 동녘


근대국가의 성립부터 신자유주의 시대까지, 정치와 권력을 잃은 무능한 국가에 대한 날카로운 대담집. 오늘날 국가에게 닥친 ‘위기’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해 변화하는 현시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들의 다양한 양상들을 하나하나 검토해간다. 이를 위해 저자인 카를로 보르도니와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 사회를 분석한다. 

이 책은 오늘날 서구 사회가 직면한 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체제와 얽혀 있는 변화, 앞으로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게 될 심대한 변화의 징후라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오늘날 위기와 관련된 문제의 기원에 권력과 정치의 분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말하자면, 정치인은 존재하지만 과거처럼 권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의 역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권력’은 일이 되게 하는 능력이고, ‘정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능력인데, 현시대는 이 둘이 이혼한 상태이고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베스트셀러의 역사, 프레데리크 루빌리아, 까치글방


1964년 출생의 헌법학자로서 2014년 현재 파리 제5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프레데리크 루빌루아가 쓴 책. 2011년 간행 직후에 프랑스 독서계에 큰 화제를 불러온 책이다. 「르 피가로」, 「렉스프레스」, 「미디어파트」 등의 유력 미디어에 서평과 저자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었으며, 2011년 말에는 문예지 「리르」에 의해서 '올해의 최우수 서적' 중 한 권으로 선정되었다. 

16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출판 혁명이 일어난 유럽과 미국을 축으로 하여 400여 권의 풍부한 사례를 들어 500여 년 동안의 베스트셀러의 정체와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데, 그 조건의 역사적인 변천 그리고 특정 베스트셀러가 나타난 시대상 및 사회상을 고찰함으로써 베스트셀러 탄생의 비밀을 '책', '저자', '독자'의 세 관점에서 분석한다.




사랑에 빠진 여인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을유세계문학전집' 70권. <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유명한 작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의 문학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문학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작품들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이 이 같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어슐라와 구드룬 자매가 보이는 페미니즘적인 시각 때문이다. 

소설 속의 두 여인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기대보다는 남자에 대한 불신과 결혼에 대한 불안을 더 크게 보인다. 결혼은 어쩔 수 없이 한번쯤 거치지 않으면 안 될 경험일지도 모르고, 그나마 괜찮은 남자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며 불안한 속내를 웃음으로 감추는 이들 자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는 이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초인수업, 박찬국, 21세기북스


우리가 살면서 던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10가지 질문과 이에 대한 니체의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찬국 교수는 수십 년간의 연구와 강의 활동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니체 철학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인생론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냈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라고 푸념하는 우리에게 니체는 “안락한 삶을 경멸하라”고 이야기하고, “인생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라고 고민하는 우리에게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그런 물음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여야만 해결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가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남의 평가에 민감한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노예근성 때문이라고 니체는 충고한다. 남의 시선과 평가에 연연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노예의 지위로 하락시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니체가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은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일까? 니체는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어버린 시대에 초인의 이상이 들어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필요한 일을 견디며 나아갈 뿐 아니라 그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약점이나 자신이 겪은 고통과 고난까지도 자기발전의 계기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다.



2016 미국 몰락, 톰 하트만, 21세기북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주의자로 알려진 톰 하트만은 이 책에서 2016년 미국의 몰락을 확신하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이고, 현재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는 역사의 순환, 즉 80년 주기설이다. 억압, 반란, 개혁의 반복 속에서 현재 미국은 제4의 대폭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쿠데타를 은밀하게 꾸미고 있는 소수의 ‘경제 왕당파’가 부와 권력, 미디어 등을 독점하면서 이미 중산층은 급감했고 몰락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사실적인 인용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실상을 폭로하고 비판하면서도 이 책은 미래를 낙관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몰락 이후의 해법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성소녀, 쿠라하시 유미꼬, 창비


'창비세계문학' 37권. 일본 현대문학에서 '제3의 신인' 이후 등장한 젊은 작가군 중에서도 강렬한 개성과 실험적인 작품세계로 독자적인 위치를 점했던 쿠라하시 유미꼬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편소설. 

쿠라하시 유미꼬는 메이지 대학 불문학과 재학 중인 1960년에 모교의 총장상 공모에 <파르타이>가 입선하며 데뷔했는데 평론가 히라노 켄이 이례적으로 「마이니찌신분」의 문예시평을 할애하여 '오오에 켄자부로오를 발견했을 때의 흥분'을 느꼈다는 호평을 실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줄곧 오오에 켄자부로오를 비롯한 동시대 작가들과 한 그룹으로 거론되면서도, 구체적인 질서와 시공간에서 벗어난 세계, 섬세한 감성과 묘사가 강화하는 몽환적인 비현실성, 일본 사소설 전통에 대한 거부반응 등, 일본 문단에 예외적이고 논쟁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독특한 작가로 평가받아왔다. <성소녀>는 독보적인 신인 작가로서의 문학적 재능이 번득이던 초기의 작품으로, 자극적인 주제를 인상적인 필치로 매끄럽게 다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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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 아마존 ‘킨들’ 개발자가 말하는 콘텐츠의 미래
제이슨 머코스키 지음, 김유미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090.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제이슨 머코스키


  세상은 점차 디지털로 바뀌어간다. 음악은 LP에서 CD로, 다시 mp3로 탈바꿈하였다. 영화는 큼지막한 필름통에 들어 있다가 비디오로, 그리고 수많은 확장자를 가진 무형의 파일로 바뀌었다.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들은 점차 데이터화돼간다. 데이터가 진짜 ‘작품’을 대체하지 못한다며 옛것을 찾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이미 그 흐름은 단지 몇 메가- 또 기가로 바뀐지 오래다.


  많은 부정이 뒤따르지만 책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내놓은 전자책리더 킨들은 미국의 독서 습관을 서서히 바꾸었다. 수많은 책들이 디지털로 변환되었고, 전자책으로 먼저 소개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말그대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불티나게 팔렸다. 이미 많은 소설류가 활발하게 킨들로 읽히고 있다.


  킨들 개발팀에 있었던 저자는 책이 디지털로 완전히 변하리라 확고히 믿는다. 100년 후면 전자책이 아닌 그냥 ‘책’이라 불릴 것이라 말한다. 킨들의 개발자이고 수많은 전자책을 다룬 개발자이기에 아무래도 우리 범인들보다는 디지털 컨텐츠의 미래를 더욱 자세히 전망한다.


  하지만 전자책을 보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것만큼 편하지는 않다. 전자책리더기가 아이패드가 됐든 킨들이 됐든 텍스트가 주는 느낌이 영 다르기 때문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들은 글은 모두 같은 내용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기에 뭐가 그리 다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한번 리더기로 책을 들여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책이란 텍스트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표지, 글자체, 종이질, 줄간격, 여백, 디자인이 모두 합쳐져야 책이란 하나의 ‘상품’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문장을 읽는 것은 전자책이나 종이책 사이의 인지적 차이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손으로 종이를 만지며 느껴지는 감촉과 책 자체가 주는 무게감은 심리적 안정감, 익숙함을 떠나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을 다르게 만든다.


  아직 종이의 해상도를 넘은 전자책리더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태블릿류 제외) 사진첩이나 미술책은 일반 책보다 네 배 정도의 해상도를 가진다. 패널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실제 책의 밝기를 따라오지도 못한다. 종이의 사각거리는 소리, 약간 오래된 종이 냄새도 구현하지 못한다. 영원히 새것인 것 마냥 플라스틱내를 풍길 뿐이다.


  분명 종이책은 아직 전자책보다 우월하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의 상황이다. 과연 100년 후에 종이책이 남아 있을까? 지금처럼 마구 소비되는 상품일까? 지금이야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지만 기술의 발달은 어떻게든 우리의 독서를 변화시킬 것이다. 1900년과 2000년의 간극을 생각하면 2100년은 정말 까마득히 오랜 후다.


  현재로써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우월한 것은 휴대성밖에 없다. 단 삼백 권의 책을 보관하려 해도 큰 책장 하나가 필요하지만 데이터로 변환된 전자책은 용량만 차지할 뿐 실질적인 부피는 전자책리더기만 하다. 물론 무게도 딱 기계만큼이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을 가도 수많은 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종이책의 최대 단점인 보관의 불편함을 한번에 날려버린다.


  위에서 언급한 전자책의 단점은 미래의 기술 발달로 점차 사라질 것이다. 패널이 종이의 해상도를 넘은지는 오래고 매끈한 겉모습은 표지의 질감을 갖게될 것이다. 종이책을 넘기는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조차 구시대적 기술의 산물이지만!)이 구현되리라. 종이의 냄새가 좋다는 이들에게는 심지어 그 냄새까지 재현할지도 모른다. 이런 기술의 발달에 초기 킨들 개발 시 한 페이지에 몇 개로 할 것인지 등의 고민한 ‘감성’까지 더해진다면 독서의 방향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아직까지 전자책은 종이책의 대체제가 아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다. 사람들은 전자책이 종이의 느낌을 100% 재현하지 못하기에 꺼려한다. 동시에 종이가 주는 익숙함 때문에 액정에 표시된 단순한 글자의 나열을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들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16세기의 부유한 독자들은 인쇄물이 필경사들이 손으로 직접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적인 감성이 부족하고 기계적이라고 멸시했다고 한다. 물론 글자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기 위해 뇌는 자주 멈춰야 했고 이는 독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 손으로 남긴 글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가?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취향의 이동은 과거를 답습할 것이다.


  역사가 이토록 디지털화를 증명하지만 전자책의 주류화는 멀고도 멀어 보인다. 전자책리더기의 하드웨어적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하이퍼링크로 모두 연결된 단 한 권의 책, 단순히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여러 감각을 아우르는 리딩2.0 등의 컨텐츠적 발전도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사실 기어다니기는 커녕 몸을 뒤집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무엇을 사랑해도 무방하다.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라는 고민은 디지털의 장점이 인쇄의 장점을 압도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을 때 해도 무방하다. 사실 ‘무엇으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이 중요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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