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인드 (10만 부 기념 코멘터리 북) - 무의식이 이끄는 부의 해답
하와이 대저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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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하와이 대저택

제목: 더 마인드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출간 연도: 2023.11

페이지: 344쪽(반양장)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읽은 책이지만, 내 솔직한 후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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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에 근무하며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직장 내에서 성공을 추구했던 저자, 하와이 대저택(이하 하대)은 어떻게 부를 쌓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의식 속 깊이 박힌 마인드가 모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수년 전 <시크릿>에 등장한 끌어당김의 법칙을 다시 한번 언급한다. 간절히 원하면 꿈이 실현된다고 말한다. 상상만으로도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목표를 굳게 설정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되새긴다. 무의식을 단련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매일 100번씩 소리내어 말하기, 100일 동안 매일 100번씩 손으로 쓰기, 상상으로 시각화하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을 꾸준히 수행한다면, 그것을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마인드를 바로잡는 것, 긍정적인 확언으로 자신감을 키우는 것,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사람을 현혹하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이 성공한 사람들만 알고 있는, 세상 대부분이 모르는 비밀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목표를 말하고 쓰는 행위만으로 성공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실질적인 행동과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서는 저자가 마인드 셋 외에 부를 쌓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공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알려주지 않는다.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에 한 발짝도 내딛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이는 상식적인 사실이다. 저자는 이를 명확히 해야 했다.


실패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그것은 목표를 간절히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뚝심 있게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명백한 모순이다. 책의 후반부는 다른 자기계발서에서 가져온 이야기들을 짜깁기하여 분량을 채운 것에 불과하다.


자기계발서를 선호하지 않으며,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자기계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엄청난 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동기부여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추천한다.


추신)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집중하고 열심히 공부한다. 그 분야의 관점에서 일상을 바라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단순히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고 정진해야 하는 것이다.


목표를 백 번 말하고 쓴다고 해서 그것이 실현되지 않는다.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간절히 원하고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이 법칙 없이도 당신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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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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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든 것을 말하는 세상이다.
나의 사회적 지위는 아파트, 자동차, 통장 잔고, 주식 평가액, 소유물로 대변되는 시대.
물론 현재가 이전에도 돈은 중요했다.
지금 시대는 오로지 돈만이 내 가치를 정해준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숫자 사회>를 통해 돈, 즉 숫자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세상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모두가 돈의 중요성을 안다.
<숫자 사회>는 돈과 자본을 무시하자거나 개인의 욕망을 무조건적으로 자제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가 천천히를 외쳐야 하는 이유, 숫자만을 좇는 현상을 외면하면 안되는 이유는 아래 문장으로 갈음한다.

> 찢어지게 가난했던 20세기 중반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절대 아니다. 무언가 삐그덕거리고 있다면 우리가 완전히 선로를 벗어나기 전에, 그래도 아직 시간과 기회가 있을 때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다. 그리고 점검하고 정비하고 균형을 맞춘 후 다시 출발하면 된다. 그동안은 경제성장이라는 명분이 이러한 단점들을 압살했다. 경제성장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과실이 분명히 실재하는 만큼 이러한 삶의 양식이 갖는 긍정적인 면모를 인정하되 이제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그리고 외면했던 부분들을 둘러봐야 한다. _49, 50쪽



저자의 분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뢰의 부족이다.
국가가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는 사회에서 주변 집단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그건 농경 사회와 근현대사 시절, 하나의 마을이 공동체 역할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고 개인화된 사회에서는 기댈 수 있는 공동체가 사라져 간다.
신뢰할 수 있는 영역이 일부 주변인에 한정되고, 그 범위에서 벗어나는 존재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돈, 즉 객관적으로 보이는 숫자는 신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함께 공유하던 시대적 과제가 사라진 점도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게 된 하나의 이유하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독립 후 반공, 산업화, 민주화, IMF 등 큰 이슈들이 많았다.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이슈는 그 존재 자체의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그게 무엇이 됐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진 공통의 시대정신이랄 게 없다.

저자는 숫자만을 좇는 현상의 원인을 과거의 역사에서 찾기도 한다.
농경사회에서 두레처럼 함께 일하는 문화는 ‘중간만 하자’는 생각을 만들었다.
지금은 그 ‘중간’의 기준이 한참 올랐다는 게 문제.
(하지만 난 이 농경사회 분석은 새로운 분석 방향이라는 데에는 긍정하나 전체적인 논조에는 동의하제 않는다.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이 너무 원론적이고 이상적이어서 책의 결론부는 다소 아쉽다.
현재 대한민국만의 공동체 문화를 새롭게 발굴하여 키워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
기존 문화는 농경, 산업화 시절에는 맞았으나 현대에는 맞지 않으므로, 굳이 예전의 문화를 끌어내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으로, 작은 단위(아파트 단지)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창출하자는 것.

하지만 이게 맞을까?
너무나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이야기다.
이상을 추구해야 실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과연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당근마켓이 하나의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중고 거래를 넘어, 사람들이 만나고, ‘우리동네 탭’을 통해 이웃 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터를 마련하는 것.
메타버스마저 구식 단어가 된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이 시대에, 기술과 원론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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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씽 The One Thing (리커버 특별판)
게리 켈러 & 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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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들을 돕는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의 가짓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번주에 이 세 가지 일만 할 수 있다면……”, “이번주에 이 두가지 일만 마무리 짓는다면…….”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자 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당신이 이번주에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일들을 제쳐 두고서라도 꼭 해야 할 단 ‘한가지 일’(The ONE Thing)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지경에 이르렀다. _17쪽

250여 쪽의 책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라!”

우리가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일은 아주 많다.
우리는 이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지만, 단순히 할일 목록에 채워진 일들을 지워나가는 것은 그저 행위로서 의미가 있을지언정, 성공과 효율 측면에서는 나쁜 일일 수도 있다.

저자는 정말 중요한 일 하나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모든 일은 다 중요하지 않고, 멀티테스킹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쏟는 것이다.

평소 자기계발서 읽기를 선호하지 않지만, 나를 돌아볼 때는 매우 유용하다.
<원씽>은 일상과 가정의 내가 아닌, 직장에서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먼저, 이 책의 주요 메시지인 ‘한 가지에 집중하라’.
사회 초년생 때 이 문장을 읽었다면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싶었을 거다.
주어진 일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라는 거지?
연차가 쌓이고 일을 하다보니 이 문장은 아래의 의미로 다가왔다.

> 하나의 일을 잘개 쪼갠다.
> 그 일들을 하나하나 끝낸다.
> 한 가지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쌓이면, 결국 그 총합은 큰 일의 성공으로 다가온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마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말한 ‘일을 잘게 쪼개라’에서 은근슬쩍(?) 교훈을 얻었던 것 같다.

하나 더.
일을 잘게 쪼개는 것은 단순히 머리로 생각한다고 되지 않는다.
손이든 키보드든, 그것을 직접 써봐야 뭐든지 되더라.
목록을 만들고, 중간중간 빈 내용이 없는지 점검하고, 그 순서를 재배열하면서 일의 개요가 다시 머리에 새겨지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잘게 쪼개서 일하라고 많이 조언한다.
쪼개는 데에서 멈추지 말고 작은 일의 기한을 세워서 목표 일자를 명확히 하라는 말도 자주 한다.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일하는 내 업의 한계 때문에 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말이다.


둘째.
중요한 것을 하라는 메시지는 아이젠하워의 시간 매트릭스와도 줄기가 비슷한데,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이 처리하게 함으로써, 긴급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해 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좋은 결과를 도출해낸다.
언뜻 보면 하찮은 일은 남에게 떠넘긴다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2년차 직장인이자 한 그룹의 서브리더가 된 나로서는 출근 직후에 시간 매트릭스에 업무를 배분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창업, 성공, 돈, 부자… 이런 쪽 말고, 업무 효율 관련된 자기계발서에서 알려주는 일 잘하는 법, 요런 걸 읽어보니, 내가 해오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나도 은근히 이쪽 분야 글을 많이 읽어왔고, 업무에 꽤나 적용시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 생각보다 일잘러이었을지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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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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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로 유명한 김겨울의 새 책이다.

단독 저서로만 보면 일곱번째 책이다.

이전에 출간된 책들은 뚜렷한 소재가 있었다.

책, 유튜브, 피아노, 떡볶이 같이 말이다.

이번 책은 중심 소재 없이, 오로지 김겨울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겨울 날씨에 출간된(11월), 김겨울이 쓴 <겨울의 언어>인데, 나는 이 책을 태국에서 읽었다.

덥고 습한 공기를 느끼면서.

수영장 선베드에서 뜨거운 햇빛을 쬐면서.

책이 가리키는 모든 방향과 반대인 상황에서 책을 읽자니, 그 상황이 조금 재밌었다.


나는,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에세이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소설가, 시인, 그리고 에세이스트가 쓴 에세이.

우열을 가리기 위함은 아니고, 각각의 글에서 나타나는 분위기 때문이다.

저자가 시를 써왔기 때문일까, <겨울의 언어>는 시인이 쓴 에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책은 총 3부 구성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1부에서 3부로 가면서 글의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진다.

1부는 진지하고 어두운 색채로 쓰였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인 ‘겨울서점’에서 보여주는 즐겁고 활발한 모습과 대비된다.

그렇기에 1부는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각 부는 물론 연속된 글의 분위기가 다소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글 솜씨와 별개로 구성과 편집이 아쉽다.


1부의 ‘완벽한 삶-책’은, 자기계발서를 다룬 에세이 중 GOAT급이다.

비-자기계발서를 선호하는 독서가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다른 글은 제쳐두더라도 이 글 한 편을 읽기 위해서라도 <겨울의 언어>를 펼쳐보는 것이 가치있다.

아래는 ‘완벽한 삶-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 자기계발서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성취할 것을 주문한다. 이곳은 변하지 않는 너의 세계라고 확신시킨다. 바로 이곳에서 살아남아 적응할 것.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것. 땅을 바꿀 생각을 하기 전에 나무를 크게 키워낼 것. 그러나 그러한 요구는 때로 다음과 같은 말들로 들리기도 한다. 노래하지 말 것. 부정하지 말 것. 속삭이지 말 것. 땅에 붙은 것들을 무시하고, 뛸 수 있을 때 걷지 말 것.

(중략)

그러므로 지금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라고 말하는 책보다 나를 멀리 데려가는 책을 원한다. 내가 아닌 사람, 여기가 아닌 곳, 지금이 아닌 때로 나를 데려가주기를. 그래서 나의 오래된 시야도 생각도 감각도 재편해주기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겪어본 적 없는 일을 하게 허락해주기를. 이곳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74~76쪽)


유튜버가 아닌 인간 김겨울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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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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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정보

  • 지은이: 장류진
  • 제목: 연수
  • 출판사: 창비
  • 출간 연도: 2023.06
  • 페이지: 336쪽(반양장)



오늘은 조금 가볍게, 장류진 작가의 <연수>의 분위기에 어울리게 써볼까 합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달까지 가자>로 큰 사랑을 받은 장류진 작가가 새 단편집 <연수>를 출간했습니다.

전작들은 모두 일상에서 있을법한 일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큰 화제였죠.

특히 첫 단편집의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2018년에 창비 홈페이지에서 발표되자마자 여러 커뮤니티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준다는 IT 기업,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를 육교 등 웃픈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재밌는 소설이었습니다.


장류진 작가는 꾸준히 글을 썼고, 여섯 편의 단편을 모아 <연수>를 선보였습니다.

(언제, 어디에 실린 작품인지는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표제작 '연수'는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장류진 작가 특유의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관계 묘사를 통해, 상당히 좋은 인상으로 다가왔던 단편이었습니다.


표제작 소개만 간단히 해볼까요.

‘연수’의 화자는 주연은 굴곡 없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무엇 하나 거칠 것 없는 그녀지만, 운전석에만 앉으면 교통사고 생각에 결국 운전을 포기하고 말죠.

맘을 굳게 먹고 맘카페에서 실력 좋기로 소문난 운전 강사에게 운전 연수를 받기 시작합니다.

짧닥막한 아주머니 강사는, 좋으면서도 싫은 면이 공존합니다.

포인트만 딱딱 집는 훌륭한 티칭은 너무 좋은데, 남편 밥은 차려줬냐, 아니 결혼을 아직도 안했냐 등등 같은 여자로서 마음에 안 드는 이야기를 잔뜩 하는 강사.

우당탕탕 주연의 운전연수는 잘 마무리가 될까요.


<연수>의 가장 큰 장점은, 읽는 재미입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고, 인물 하나하나가 개성이 넘치고 살아 있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같은 시기에 출간된 소설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최은영),  <각각의 계절>(권여선)보다 문장의 밀도나 진지함은 다소 떨어집니다만, <연수>는 재치와 활력을 담았습니다.


여섯 단편 중 가장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단연 <라이딩 크루>입니다.

라이딩 크루의 리더인 ‘나’는, 새 크루원이 등장으로 독보적이었던 크루 내 위치를 빼앗길 위기에 처합니다.

크루에서 가장 능력이 좋은 사람은 자신이었는데, 능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자신의 위치를 위협받자, 이건 불공평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둘은 세기의 라이딩 대결을 벌이는데…

이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꼴사나운지는 책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장류진 작가는 경쾌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메시지를 은근히 전달합니다.

힘들고 아이러니가 가득한 일상에서, 나를 지탱하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 덕분에 우리는 우리로 살 수 있다고 말입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_31쪽, ‘연수’에서


작가가 말하는 아이러니는 무엇일까요.

인간을 선인 - 악인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연수’의 운전강사는 주연에게 남편 아침밥은 차려줬냐고 물어보죠.

여자는 응당 결혼을 해야 하고, 남편에게 밥을 차려줘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세계관에 사는 운전강사였던 겁니다.

딸의 성공을 위해서 죽어라 일하고 그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 믿는, 자신이 싫어하는 전형적인 부모의 모습까지.

주연은 드문드문 보이는 그 모습이 싫습니다.

하지만 주연은 연수 후반에 그 모습마저 이해를 하게 됩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100% 같은 가치관으로 살아가겠어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친하게 지내다가도, 내 가치관과 반하는 모습 때문에 정이 떨어질 때가 있겠죠.

단 하나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 사람을 배제해야 할까요?

용납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라면, 단점을 감안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물론 엄청난 악인인데 장점 하나는 있어~ 식의 반대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연수’의 운전강사, ‘펀펀 페스티벌’의 이찬휘, ‘공모’의 김상무, ‘미라와 라라’의 많은 인물들이 다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 하나씩 있는 사람들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 연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들을 실어주며 살아가는 모습.

가끔 연대가 깨지면서 서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거나 관계가 위태로워질 때도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동안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만 읽느라 소설을 멀리했습니다.

소설을 가장 좋아하는데, 하도 안 읽다보니까 읽기가 어려워지더라구요.

한편의 시트콤 같은 <연수>를 읽다보니 어느새 소설 불감증이 사라졌습니다.

다시 소설을 읽는 기쁨과, 주변을 돌아보며 함께 연대해나갈 의지도 생겼습니다.

일상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잘 표현한 이 작품을, 장류진 작가의 팬뿐만 아니라 소설을 사랑하는 분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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