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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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에 의하면 20~69세 남녀 중 빨리 감기로 영상을 시청한 사람은 34.4퍼센트로 조사됐다. 20대는 49.1%, 30대는 34.1%의 비율이다란다. 표본수가 적지만 대학교 2~4학년생은 87.6%가 빨리 감기를 한다고 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로 영상을 시청하는 셈이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다.

2. 유튜브 영상을 1.5배속으로 본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1.25배도 아니고 1.5배. 영상을 빨리, 또 많이 보려고 그런 건데, 종종 음성이 잘 들리지 않아 앞으로 돌아가 다시 듣기도 한다. 때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자막을 켠다.

3. 1.5배속 재생을 한번 경험하니 다른 영상도 자연스레 배속으로 보게 된다. 처음에는 간단한 정보성 영상에서 시작된 1.5배속이,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 심지어 인물간의 감정을 다룬 영화까지 퍼졌다. 이제 정속의 영상은 너무 느리게 느껴진다. 사람이 원래 이렇게 말을 천천히 했나 싶을 정도다.

4. 우리가 1.5배속뿐만 아니라 2배속으로 영상을 보고, 때로는 10초, 15초 건너뛰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에는 볼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TV 쇼, 드라마, 영화 같은 컨텐츠는 많았다. 마블 영화나 영드 닥터후 시리즈, 애니메이션 심슨 시리즈도 맘먹고 보려면 몇 주를 지새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유튜브나 틱톡에서 유저들이 업로드하는 영상까지 더해지니, 넷상에는 영상과 컨텐츠는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넘친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의 영상이 업로드된다고 한다. 2019년 기사 내용이니, 지금은 400시간보다 훨씬 많지 않을까 싶다.

5. 하나 더. 기존에는 서사와 드라마를 즐기기 위한 영상이 많았다. 천천히 이야기를 즐기며 소화하면 됐다. 인터넷의 발달과 UCC의 출현, 거기에 유튜브라는 거대 공룡이 출현한 후 영상은 유행을 주도, 사회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간혹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잘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농담, 소재가 있다. 찾아보면 유튜브에서 유행한 밈과 유행어, 인물들이다. 덕분에 한참 펭수, 빵송국, 숏박스, 스낵타운의 영상을 쭉 본적이 있다. 물론 이것들을 모른다고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는다. 주변에 발맞추기 위해 우리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온갖 컨텐츠를 소비한다. 빨리빨리, 빨리 감기로 말이다.

> 고전적 명작 《로마의 휴일》(1953)에도 ‘샤레이드’가 사용되었다.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앤 공주가 각국 중요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하며 인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녀는 시종일관 지루해 보인다. 다만 “아, 지루해”라는 대사는 없다. 대신 카메라가 그녀의 드레스 속 발끝을 비춘다. 그녀는 지루한 나머지 발을 꼼지락거리며 한쪽 구두를 벗어둔다. 발끝이 신발을 잃어버리고 급기야는 자리에 앉을 때 구두를 놓쳐버린다. 이 장면은 앤 공주가 지루해하고 있음을 대사 한 줄 없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이 시나리오 기술이다.

6. 영상을 빨리 보면서 우리는 그 안에 담긴 분위기와 내러티브보다 ‘내용과 소재’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된다. 수많은 컨텐츠 속에서 우리가 중요시 여기는 것은 컨텐츠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조금 낮아지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컨텐츠는 그것이 가진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위 인용과 다르게 인물의 기분을 보여주지 않고 지루하다고 직접 대사를 내뱉는 것이다.

7. 길이가 1분 미만의 숏폼 동영상도 비슷한 결로 바라볼 수 있겠다. 세부 줄거리 흐름이 중요하지 않은 숏폼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보다보면 논리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긴 호흡의 영상은 점차 소화하기 힘들어지고, 텍스트는 당연지사, 자극이 적으니 읽기 지루하다. 컨텐츠의 주인이 아닌 노예가 되는 셈이다. 이건 100% 내 경험이다. 유튜브 쇼츠를 중독된 듯 볼 시기에, 책은 고사하고 한 시간짜리 드라마 한 편도 보기 조금 힘들어했다.

> “디테일한 부분이야 상관없어. 스토리만 알면 돼.”
> “건너뛸 수 있는 작품을 만든 게 잘못이지”
> “어떤 식으로 보든 그건 내 마음이야.”

8. 저자는 빨리 감기를 시대적 필연이라고 말한다. 가급적 적은 자원으로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거의 절대적 정의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도 한다. 충분히 이해는 하나, 이런 의문이 남는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본다니 대체 어찌 된 일일까?

9. 책을 덮고 유튜브 영상을 정속으로 봤다. 못참고 다시 1.5배속으로 설정한다. 빨리 보기에 중독되면 벗어날 수 없다. 그래도, 배속과 건너 뛰기, 숏폼 컨텐츠의 부작용을 몸소 겪었으니 답답함을 꾹 참고 1.25배속으로 타협을 해본다. 넘치는 인터넷 밈을 다 알 필요 없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도 된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나만의 감정선을 찾으려고 노력해본다. 아, 영화는 배속으로 보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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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3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3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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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읽고 말았지. 매년 바뀐 게 없다, 똑같은 소재로 몇 년을 우려먹는다, 되지도 않는 키워드로 억지로 끼워맞춘다, 자신이 유행을 선도하려고 한다, 이렇게 욕을 들으면서도 연말이면 꼬박꼬박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트렌드 코리아>. 이맘때 즈음이면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습관처럼 읽고마는 책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훑어본단 말이지. 매년 사서 읽었지만 올해는 밀리의 서재에 일찍 올라와서 읽었다.

‘검은 토끼해’인 2023년의 키워드는 “RABBIT JUMP”이다. 부제는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의 해’. 매년 키워드와 부제를 만드느라 힘들기도 하겠다. 2014년에 <트렌드 코리아>를 처음 읽었을 때에는 동물에 맞추서 이렇게 뜻을 잘 맞춘 키워드를 만들지,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억지다. 뭐, 이것도 능력이다.

사회의 흐름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 아무리 고전이 좋다고 한들 고전만 읽으면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 현재에 맞게 재해석해야만 고전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트렌드, 이게 참 중요하긴 한데... 이걸 매년 챙겨봐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트렌드가 아무리 빨리 변한다지만 1년에 한번씩 사회 현상을 짚을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일개 소비자인 내가?

나는 온갖 유행과 밈에 민감하다. 30대 중반이 됐는데도 온갖 커뮤니티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유행을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트렌드 서적을 읽다보니 역설적으로 이 강박을 놓게 됐다. 트렌드를 모른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게 시류에 편승한다고 벌받는 것도 아니다. 유행을 좇기보다 내면을 가꾸는 게 더 중요하다. 진득하니 소설이나 읽고, 트렌드는 이삼 년에 한번씩 알아보기로 했다.

참, 트렌드 도서는 ’트렌드 코리아‘보다 ’트렌드 노트‘ 시리즈를 추천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책을 써서 근거가 명확하고 예시들이 피부에 더 와닿는다.

아래로는 올해의 키워드와 각 키워드에 대해서 간단히 느낌을 남겨본다. 제대로된 요약은 아니고 눈에 띄는 단어와 문장을 적어놓은 내 맘대로 노트다.


**R**edistribution of the Average : 평균 실종
**A**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Office Big Bang’ : 오피스 빅뱅
**B**orn Picky, Cherry-sumers : 체리슈머
**B**uddies with a Purpose: ‘Index Relationships’ : 인덱스 관계
**I**rresistible! The ‘New Demand Strategy’ : 뉴디맨드 전략
**T**horough Enjoyment: ‘Digging Momentum’ : 디깅모멘텀
**J**umbly Alpha Generation : 알파세대가 온다
**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 선제적 대응기술
**M**agic of Real Spaces : 공간력
**P**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 : 네버랜드 신드롬




**R**edistribution of the Average : 평균 실종
평균이 사라진다. 양극화(중간이 사라짐), N극화(N개의 소비자, N개의 취향), 단극화(한쪽으로 쏠림)의 경향이 커진다.
양극화는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부각되는 단어인데, 부익부 빈익빈이란 단어도 있고, 경제가 불안해지니 다이소 같은 저렴한 가게가 성행하기도 한다. 일례로, 경기불황 때는 천원샵이 유행이라고 하니, 확실히 경제에 찬바람이 불고 있긴 한 것 같다.
N극화는 워낙 예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 이 취향이 워낙 다분화되고, MZ세대의 개성 다양화와 맞물려 N극화가 더욱 가속화된다.
단극화는 플랫폼 경제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동영상은 유튜브, 쇼핑은 아마존(미국), 검색은 구글, 이렇게 사용자가 한쪽으로 쏠린다.

평균이 사라지면서 마케팅은 더욱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평균이라는 안전한 전략을 사용하면 시대에 도태될 수 있다. 거대하고 독점적인 플랫폼을 만들지 못한다면 소수의 팬/팬덤을 잘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A**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Office Big Bang’ : 오피스 빅뱅
이전부터 재택 근무, 공유오피스처럼 전통적인 오피스 업무에서 벗어난 시류가 있었다. 이것이 팬더믹 시대와 맞물려 새로운 업무 방식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다양해졌다. 재택은 기본이거니와, 메타버스에서 근무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는 회사도 있다(카카오).
또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다. 10년 전, 내가 입사하던 시절에도 왕왕 돌던 이야기인데, 요즘에는 더욱 강조된다. 다소 보수적인 대기업 제조부문에서도 부서이동, 이직 이야기가 활발하다. 회사의 처우가 안좋아지면 이전 세대보다 불만을 잘 표출한다. 덕분에 회사는 점점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제조업에 직을 둬서인지, 재택근무보다 사무실에서 대면업무가 편하고 효율도 좋다. 영원히 젊을 줄 알았는데, 나도 나이를 먹고 기성세대의 반열에 오르는 것 같다. 팬더믹 시대 이후 온라인 미팅 활성화는 손들고 환영할 만하다. 덩치가 큰 대기업임에도 조금씩 업무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B**orn Picky, Cherry-sumers : 체리슈머
필진은 ‘체리피커’라는 말을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체리슈머’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체리슈머란 경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알뜰 소비전략을 펼치는 소비자층을 일컫는다. 체리피커는 혜택만 쏙쏙 빼먹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반면, 체리슈머는 소비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강구한다는 긍정적이 이미지라고 한다. 내가 봤을 때는 거기서 거기다.
체리슈머의 몇가지 예를 찾아보자. 1인 가구에 자게 각종 물건을 다소 비싸더라도 필요한만큼만 구매한다. OTT를 쪼개서 사용하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인터넷 공구를 넘어서, 오프라인에서 입주민끼리 배달공구를 한다. 메모지나 향수 등을 소분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뭘 그렇게 하느냐고 생각했곘지만, 요즘 소비자에게 소분 거래는 단순한 절약을 너머 재미와 성취감을 선사하는 놀이에 가깝다.

사실 OTT 쪼개기 서비스는 약관 위반이고, 소분 판매는 불법이다. 경험하고 싶으나 많이 필요하지 않거나 다소 부담되는 서비스를, 판매자와 기업은 역이용할 수 있다. 발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브랜드/서비스에 익숙하게 만든 뒤 자신들의 생태계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절약도 좋지만 그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소비자 윤리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


사실 여기부터 책이 조금 질리기 시작했다. 읽기도, 정리도… 이 아래로는 간단히 적어본다. 사실 각 장마다 소감을 두세 줄만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스케치가 길어졌다.


**B**uddies with a Purpose: ‘Index Relationships’ : 인덱스 관계
오프라인에서의 관계가 전부인 시대가 있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많은 관계를 맺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여러 소통 창구가 생긴 지금, 목적에 따른 관계를 세분화한다.
예를 들면, 선망하는 ‘인친’ - 최신 뉴스를 알려주는 ‘페친’ - 동네에서 만나는 ‘실친’ 등 관계는 창구와 목적으로 여러 스펙트럼을 가진다. 인스타그램을 목적별로 나눠서 운영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이 될 것이다(나는 일상 계정, 책 계정, 사진 계정을 따로 운영 중이다). 각 관계마다 인덱스를 붙여 중요도를 구분하는데, 가장 휘발성이 높은 놀이로는 랜덤채팅(랜챗), 에어드랍 놀이(불특정 다수에게 에어드랍으로 사진을 보내는 놀이)도 포함된다. 이것은 개인화의 발달과 N극화와도 이어지는 이야기다.


**I**rresistible! The ‘New Demand Strategy’ : 뉴디맨드 전략
상품과 서비스의 과잉 공급 시대, 기업들은 새로운 수요 창출을 전략을 짜야 한다. 필자들은 이 전략을 ‘뉴디맨드 전략’이라고 명명한다. 별로 의미있는 단어는 아닌 것 같은데, 흠. 뉴디맨드 전략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교체 수요 : 업그레이드하기 / 컨셉 덧입히기(환경, 프리미엄 컨셉) / 지불방식 바꾸기(할부, 렌탈, 구독, 후불BNPL)
. 신규 수요 : 전에 없던 상품(핸드폰, 디지털 사진, 전기차) / 새로운 카테고리 상품(스타일러 슈케이스), 마이크로 세그먼테이션에 기반한 상품(특정 사용자게에 특화된 상품들)

전에는 산업이 문화를 이끌어갔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이끌어가는 시대다. 이 말은 개발자와 마케터에게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새로 개발, 판매되는 상품을 보면 그들은 정말 골머리 썩겠구나 싶다. 새로운 카테고리와 상품군을 만드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T**horough Enjoyment: ‘Digging Momentum’ : 디깅모멘텀
단순한 취미, 덕질과 팬심을 넘어서 상황과 취미에 몰입하는 현상이다. 책은 컨셉에 열중하는 컨셉형,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몰두의 정도를 높이는 관계형, 수집을 통해 만족과 과시를 추구하는 수집형으로 나눴다. 컨셉형의 예가 재밌는데,

**나는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얼짱녀 헤르미온느**
나는 헤르미온느다. 공부가 너무너무 좋다. 나는 영국인이기 때문에 모국어인 영어는 특히 잘해야 한다. 이번 시험 1등도 당연히 내가 차지하겠지만, 경쟁자 말포이를 이기려면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라면서 해리포터 공책, 기숙사 목도리, 마법지팡이를 챙기고, 유튜브에서 그리핀도르 기숙사 ASMR을 들으면서 공부한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실제로 영상이 꽤나 많다. 실제 공부에 몰입하려는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다.


**J**umbly Alpha Generation : 알파세대가 온다
이제 MZ를 넘어 알파세대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을 알파라고 칭한다. A가 아니라 알파로 붙은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Z 다음 A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세대를 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생이라니, 13살 아이들이라니. 자녀가 없기에 더욱 멀게 느껴지는,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는 세대다. 외동인 경우가 많아 사랑을 많이 받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나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또한 본 투 디지털이기 때문에 디지털에 친숙하고 초등학생 유튜버와 틱톡커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한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전보다 심한 경쟁사회에서 어릴 적부터 코딩, 영어, 심지어 경제 공부까지 한다. 저 나이대 아이들의 학창 생활에서 공부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도 안된다. 나도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알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 선제적 대응기술
그동안 소비자는 필요한 서비스와 물품을 찾아서 사용했다. 하지만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소비자가 필요를 느끼기 전에 먼저 솔루션을 제안해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기술을 ‘선제적 대응기술’로 명명한다.
정보 제공 - 맞춤 조정 - 예측 수행의 단계를 밟는데, 각 단계는 완전히 구분되지 않고 혼합되어 있다. 예측 수행이 가장 발달한 기술로 생각되는데, 대표적인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사용자가 대응하기 전에 차량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기계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맞춤 조정의 기술이 활성화되었고, 예측 수행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트렌드라기보다는 미래학의 한 부분으로 생각돼 가장 흥미가 떨어졌던 장이다.


**M**agic of Real Spaces : 공간력
우리는 결국 코로나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저 같이 살아갈 뿐이다. 엔데믹 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 실제의 공간이 주는 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공간 변화의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크기다. 시간이 갈수록 대형 쇼핑몰에 사람이 몰린다. 공간의 덩치가 크면 즐길거리가 많아지고, 자연스레 사람이 더욱 몰린다. 다른 하나는 공간이 주는 경험이다. 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고객경험이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다만,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메타버스는 아직 체감하지 못했다. 최신 기술을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 섣부른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기술의 임계점을 돌파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구현될 기술.


**P**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 : 네버랜드 신드롬
나이보다 어리게 생활하고 행동하는 양상을 말한다. 책에서는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나이듦을 거부하고, 아이들처럼 명랑하고 재밌게 노는 등의 예시를 든다. 힘든 현실에서 어릴 적 향수를 꿈꾸며 위안을 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동반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상은 여러 산업이 발달하는 기회이고 소비자가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다. 하지만 사회의 유년화가 걱정된다. 요즘들어 전문가의 상담 예능 프로그램(오은영쌤 등)이 성행이다. 고성장 시대에 살았던 어른들의 조언은 현재에서는 빛이 바랬다. 저성장 시대의 청년들은 실패해서 안된다는 강박감과 더불어 성장 가이드도 없으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댄다.
결국 사회는 청년의 성장으로 완성된다. 네버랜드에 빠져 있다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함께 걱정하고 공감하며 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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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의 마음 - 나를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일하는 법에 대하여
이다혜 지음 / 빅피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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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작가의 새 책이다. 제목으로 보건데 2019년에 출간된 <출근길의 마음>과 세트다. <출근길>은 부제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크’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에 주안점을 준 책이다. <퇴근길>은 특정 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직장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다.

위키에서 찾아보니, 작가는 2000년 씨네 21 기자로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무려 23년차 직장인이다. 내가 이제 막 10년을 일하고는 오래 일했네 힘드네- 했는데, 23년이면 부장님급이네.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일하면서 얻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조언이면서 부탁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매일을 단단하게, 작은 고비들을 넘기면서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 되는 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들.

> 잘 안된 것 같은 일 한 가지가 마음을 잡고 늘어질 때는, 잘한 일 아홉 개를 생각하자. 안된 일을 개선하기보다 잘된 일을 계속하 겠다는 마음이, 우리를 더 잘 살게 한다.

열 가지 중 한 가지를 놓쳤다면, 결과적으로 놓친 하나 때문에 실패로 규정되고 질책받을 때가 있다. 회사와 일은 결과만 두고 판단하니까. 하지만 사람이 백날천날 결과만 두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되면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래도 아홉 개는 잘 했잖아, 앞으로 한 개를 못하는 경우를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 세상에는 참 똑똑한 사람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것을 ‘몰라서’ 못 하는 줄 알고 기고만장한 모습을 본다. SNS를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하지 않고자 해서일 수 있고, 자기 PR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것쯤이야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지만 ‘못된 말’은 다르다. ‘못된 말’은 친구들과 자주 쓰는 표현인데, 요청받지도 않았는데 굳이 하고야 마는, 정교하게 구성된 악의적인 말’을 뜻한다. 굳이 그런 말을 왜 하느냐고 항의하면 “틀린 말은 아니잖아?”라는 답이 돌아오곤 한다. 그렇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고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심지어 악의가 실린 말을 악의가 없어 보이는 어휘를 동원해 그럴듯하게 하면 ‘사이다’가 된다고 생각하는 게 더 문제다. 요청받지도 않았는데 굳이 좋지도 않은 이야기를 분석적인 척해서 상대방 입을 막을 작정으로 하는 말도 비슷할 때가 있다.

회사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충분히 곱씹어볼 문장도 더러 있다. 회사라고 해서 일만 하지 않는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고, 회사도 결국 사회의 일부다. 인터넷에서 더러 일은 일일뿐, 사람들과 거리를 두라는 이야기를 본다.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회사에서 만들어가는 적절한 인간관계는 때로 직장생활의 활력이 될 때도 있다.

비슷한 주제의 책이 많고, 다른 결로 일 잘하는 법을 다룬 책도 많지만, 작가가 가진 따뜻한 마음이 배어나서인지 따뜻한 책이다. 타인과 관계 맺기에 관한 이야기를 더 풀어내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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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고전요약.zip -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외 다섯 작품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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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특히 고전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책은 중독성이 있다.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온갖 세계문학은 다 읽은 것 같은데, 독서기록을 훑어보면 삼십 권도 채 못 읽었다. 책을 읽은 게 몇 년이 지났는데 고작 삼십 권이라니. 매번 안 읽어야지 하면서도 결국 읽고마는 책.

고전 여섯 권을 그래픽노블의 형태로 묶었다. 책은 아래와 같다.

베니스의 상인 - 셰익스피어
햄릿 - 셰익스피어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1984 - 조지 오웰
동물농장 - 조지 오웰

여섯 권을 요약하고 화두과 되는 토픽을 한두 개 정도 던진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샤일록, 그는 빌러인가?”(베니스의 상인). “첫 번째, 두 번째 유령의 의미”(햄릿). “이성과 종교의 대립적 구도”(죄와 벌). “1984는 우리와 무관한가?”(1984), 등등. 고전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면 평이한 내용일 수 있으나, 어차피 기억하지 못하는데 다시 읽는 게 도움이 된다.

고전을 다룬 다른 책과 내용 면에서는 크게 다를 건 없다. 하지만 그림과 함께 쓰여 있으니 뇌리에 쏙 박히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내용 소개가 엉망인 것도 아니고, 정석대로 잘 요약했다. 둥글둥글한 카툰 형식이 아니라 그래픽노블의 그림체를 따와서 더 감각적이게 느껴진다.

고전을 겁내는 나같은 사람에게 딱인 책이다. <죄와 벌>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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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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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고전 게임의 엔딩이 생각난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챔피언에 오른 권투선수는,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목표를 잃었다. 목표가 사라진 주인공은 결국 ‘허무’를 느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결국 챔피언은 권총 자살을 한다.


2. 허무란 무엇인가. 구글 검색을 해봤다.

- 아무것도 없고 텅 빈 것.
- 세상의 진리나 가치, 또는 인간 존재 자체가 공허하고 무의미한 상태.

예전에는 첫번째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현재 우리에게는 오로지 두번째로만 다가온다. 분명 목표를 이루고 성과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은 텅 빈 느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의 구멍은 한없이 커져만간다. 종종 느껴지는 서늘함. 잊으려 할수록 커지는 마음. 우리는 분명히 허무한 세상에 살고 있다.


3.
>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데, 생이 이토록 빨리 지나가다니. 이럴 때 두려운 것은, 화산의 폭발이나 혜성의 충돌이나 뇌우의 기습이나 돌연한 정전이 아니다. 실로 두려운 것은, 그냥 하루가 가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흐르고, 서슴없이 날이 밝고, 그냥 바람이 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_19쪽

아직 달성한 목표도 없건만 허무를 느끼곤 한다. 이럴 때 말이다. 황금 같은 주말. 간만에 찾아온 휴식 시간을 그냥 날릴 수 없다. 평일에는 피곤하다고 못한 일 - 청소, 진득한 독서, 밀린 독서노트, 영화 - 을 하려고 계획한다. 하지만 피로에는 장사 없다지, 늘상 그렇듯 늦잠을 자고, 게으름은 게으름을 불러 유튜브 뒤적이고 게임을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낸다. 나는 대체 뭘 했지, 허무하다. 이런 작은 허무가 쌓여 삶 전체가 허무하게 느껴지고 만다.


4. 우리가 영원히 산다면 허무하지 않을 수도 있다. 끝이 없기 때문이다. 한없이 갈망하면 허무가 생길 틈이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허무함에 몸부림치는 이유는 시간 속에서 필멸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유한하며,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77쪽)을 너무나도 절실히 안다. 부와 명예 모두 한때의 영광일 뿐이다. 공수래 공수거,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인생. 생에서 많은 성공을 일궈냈다 한들 죽음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셈이다.


5.
> 나는 오랫동안 목적 없는 삶을 원해왔다. 왜냐하면 나는 목적보다는 삶을 원하므로. 목적을 위해 삶을 희생하기 싫으므로. 목적은 결국 삶을 배신하기 마련이므로.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해보자. 대개 기대만큼 기쁘지 않다. 허무가 엄습한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뭐하지?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고 해보자. 허무가 엄습한다. 그것 봐, 해내지 못했잖아.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 았지? _288쪽

저자는 인생을 보는 관점을 바꿔보자고 말한다.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을 위하여 인생을 즐기려고 노력해보자고. 성적과 자격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하는 순간을 좋아해보자고. 언제 올지 모르는 영광된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보자고(103쪽).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나는 절대 하지 못할 것 같다. 경쟁을 포기하면 사회에서 도태된다. 실패의 쳇바퀴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결국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인생을 사는 동안 절대 떨칠 수 없는 허무. 이 지긋지긋한 놈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6. 번외로, 책에 대해 아쉬운 소리를 조금 해본다. 글이 전체적으로 현학적이다. 뜬구름잡는 느낌이다. 실제 삶이 투영됐다기보다는 학자의 입장에서 글을 풀어쓴 느낌이다. 적벽부니 명화니 해도 모든 개념이 관념적으로만 느껴진다. 허무라는 개념을 다루다보니 글마저 허무에 잠식당해버렸을까? 김영민 교수의 책 중에 가장 아쉬웠다. 아이러니하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글이 가장 좋았다는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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