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다섯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중이다. 매일 이십 분씩 시간을 할애해서 조금씩 읽는다. 집에서 읽을 때는 문제가 없다. 책을 옆에 쌓아두고 읽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외출할 때다. 책을 모두 가방에 넣고 다니려면 어깨가 빠질 같다. 나갈 때마다 카메라까지 등에 짊어지니 가방도 뚱뚱해져 볼품이 없을뿐더러 온몸이 무겁다는 비명을 지른다. 안다. 최고의 해결법은 읽을 권만 가져간다, 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독서인이다.


무거움을 타파하고자 가끔 전자책 기기(이하 이북리더기) 들고나갈 때가 있다. 역시 가볍고 작은 최고라고 매번 감탄하지만 읽다 보면 읽는 맛이 난단 말이지. 그래도 회사 기숙사에서 오피스텔로 이사해야 하는데 책이 가장 크고 무거운 짐이다. 팔고 전자책으로 바꿔버릴까, 하다가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러니까, 오늘은 종이책과 전자책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남겨본다.



나의 전자책 역사

전자책을 읽은 지는 오래됐다. 교보문고에서 스토리K HD 때였으니까, 검색해보니 2012년이다. 신문물에 깜짝 놀란 나는 어머 이건 사야 해를 외치면서 냉큼 기기를 샀다. 허나 교보문고에서 전자책만 읽을 있었고, 다른 책을 읽을 있다손 쳐도 내가 직접 만든 컨텐츠나 어디선가 구한(대부분이 어둠의 경로일 수밖에 없다) 파일만 읽을 있었으니 신문물에 대한 흥미는 사라졌다.


뒤로 알라딘과 예스24 필두로 한국이퍼브에서 기기인 크레마 터치를 내놓는다. 알라딘이 서점이었기에 당연히 기기를 샀고, 이놈 역시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서랍에 잠들고 만다. 뒤이어 프론트 라이트가 달린 크레마 샤인, 교보문고의 대여 컨텐츠와 같은 이름의 SAM, 미국 아마존에서 만든 원서 전용기 킨들페화4, 카르타 패널로 만든 크레마 카르타, 리디북스 전용기인 리디 페이퍼(+보급기인 리디 페이퍼 라이트)까지, 국내 발매된 이북 리더기는 거의 써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심지어 아이패드3, 아이패드미니, 아이패드 프로까지 이북 리더기로 써봤으니 전자책을 접할 있는 기기는 거의 사용해본 격이다.


기기 많이 무슨 자랑이냐고 있겠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지. 전자책을 년이나 읽어놓고 아직도 전자책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못한 아니라 실패했다고 있겠다.



전자책은 어떤 장점을 가질까

전자책의 장점은 많다. 실물이 아니라는 점이 모두 장점이다


실물이 아니기에 부피가 적다. 몇백 , 몇천 권의 책도 SD 카드 장에 들어간다. 서재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 셈이다. 종이책 표지가 주는 정갈함과 심미적인 면을 빼면 실용적인 면에서는 전자책이 최고다.


책으로 가득한 서재를 메모리에 저장할 있기에 무게도 사라진다. 종이의 실물 무게는 단순히 텍스트와 그림의 데이터로 변환돼 메모리에 저장된다. 메모리는 아무리 많은 내용이 들어간다 해도 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부피와 무게 감소는 책을 보관하고 이동할 가장 장점이 된다. 실용성 하나만 생각하면 종이책은 전자책에 절대 이길 없다.


요새 나오는 이북 리더기는 프론트라이트 덕분에 어둠 속에서도 책을 있다. 어두껌껌한 곳에 들어가면 읽지 못하는 종이책과는 전혀 다르다. 누군가 옆에서 잔다고 독서등을 켜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태블릿류와 다르게 이북 리더기는 프론트라이트를 쓰기 때문에 눈부심이 덜한 편이다. (완벽히 없다고는 없다)


전자책은 완벽하게 개인화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 작은 글씨를 보기 힘들고, 한번 찍어내면 고정적인 글자만 보여주는 종이책을 읽기에 불편하다. 그런 사람을 위해 큰글씨책이 나오지만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이런 불편함을 전자책이 해결해주기도 한다. 글자 크기가 조절되기 때문이다. 글꼴이 마음에 든다면 글꼴 파일을 구해 바꾸기도 가능하다. 줄간격, 여백을 조절해 자기만의 책을 만들 있다. 실례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종이책은 글씨 크기가 작고 줄간격이 좁아 불편한 면이 있다. 전자책은 레이아웃을 내입맛대로 바꿔서 읽기 편하게 만든다.


개인화는 기기 바깥에서도 있다.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남이 모른다는 점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전자책이 그렇게 불티나게 팔린 것도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사실 아니다…) 종이를 만드는 낭비되는 나무를 아낄 수도 있다.



종이책이 주는 경험은 전자책과 다르다

전자책은 이렇게 장점이 많다. 부피와 무게 하나만 생각해도 당장 종이책을 버리고 전자책으로 바꿀 욕심이 든다. 전자책이 편하다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 환갑에 가까우신 우리 엄마도 정도다. 그런데 나는 년간 전자책에 적응하지 못했을까?


전자책의 장점은 종이책의 단점이다. 단점이 주는 익숙함을 버리기 힘들어서 여태까지 종이책을 붙들고 있는 아닐까 생각한다


전자책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하면, 전자책 애호가들은 어차피 같은 텍스트인데 내용에만 집중하면 해결되는 문제 아니냐고 답변한다. 전자책을 접했을 의견이기도 하다. 어차피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지도 아니고 디자인도 아니고 책의 본질, 텍스트에 있지 않은가? 전달 방식이 바뀌어도 내용이 같으면 똑같은 책이 아닐까?


질문에 의견을 말해보자면, 텍스트는 책의 본질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책은 단순히 텍스트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게, 표지 촉감, 종이 질감, 냄새,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모두 책의 요소다. 읽기는 단순히 시작적인 행위가 아니다. 오감을 모두 동원해서 지식과 치열하게 싸우는 전투에 가깝다. 부피와 무게가 종이책의 단점이자 장점이 되는 것이다.


앞서 전자책의 장점으로 뛰어난 개인화를 꼽았다. 하지만 편집자가 글꼴과 글자 크기, 줄간격, 여백을 끝없이 고민해서 책을 출판한다고 생각하면 개인화는 책의 요소인 편집의 맛을 완벽하게 부숴버리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출판사의 고유한 편집 스타일이 종이책의 장점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는 이북 리더기가 주는 이질감을 이겨내기가 힘들다. 특히 촉감이 그러한데, 내가 책을 읽는 건지 기계를 만지는 건지 수가 없다. 요새는 터치 스크린 옆에 물리키를 달아 촉감적인 면을 강조하는 기기도 나오지만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다.



익숙함을 이기기 힘들어

삼십 년을 무거운 책을 들고 종이를 넘기는 소리를 들었으니 전자책에 쉬이 적응하기 힘든 사실이다. 뇌의 가소성이 사라져 버린 걸까. 아무리 무거워도 종이책을 들어야 무게에서 오는 안정감에 마음이 놓인다변화를 거부하는 나와 달리 어린애들은 때부터 모니터와 친했기에 전자책에 친숙할 거라고 많은 조사가 예상한다.


가진 책을 모두 전자책으로 바꾸려고 해도 막상 종이책을 들면 좋아 죽으니 어쩔 없다. 무겁고 불편하더라도 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 이미 뇌는 실물에 적응이 취향을 바꾸기는 힘들다. 노력은 하겠지만 글쎄, 이사할 때마다 힘들어도, 분기마다 책장정리에 기를 써도, 어떤 책을 남기고 보낼지 고민해도, 종이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종이책 알라븅


쓰다 보니 전자책의 장점이 길어지게 되었다. 말주변이 없어 종이책을 충분히 변호하지 못한 아닌가, 침대 위에 널브러진 많은 종이책에게 미안하단 말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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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4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공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대출할 수 있는 어플이 있어요. 저는 그걸로 전자책을 빌려 읽습니다. 도서관에 직접 갈 필요도 없이 전자책을 이용합니다. ^^

양손잡이 2017-03-04 11:43   좋아요 0 | URL
회사에 전자도서관이 있어 잘 이용했는데, 리디북스 페이퍼를 쓰면서 이용 못하게 되었습니다 ㅠ 루팅해야 하는데 그것도 나름 싫고... 크레마를 다시 사용해야 할까요 ㅋㅋ

cyrus 2017-03-04 11:59   좋아요 1 | URL
그런데 제가 이용하는 어플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어요. 컴퓨터로 보기 힘들어요. 컴퓨터 사양이 떨어지면 전자책 서비스 기능이 지원되지 않거든요.. ㅠㅠ

크레마는 제가 안 써봐서 잘 모르겠어요. ^^;;

양손잡이 2017-03-04 12:42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에도 적응 못해서 컴퓨터는 엄두도 안나네요... 혹시 어떤 어플 쓰시나요?

cyrus 2017-03-04 16:58   좋아요 0 | URL
어플 이름이 ‘대구전자도서관’입니다. 제가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 대구 공공도서관 전용 회원 카드를 만들고, 그 카드 회원 정보만 입력하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전자책을 빌릴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 집 컴퓨터 사양이 오래된 거라서 ‘대구전자도서관’ 기능이 안 돼요.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는데, 계속 보면 눈이 아파서 오래 못 읽어요. ㅠㅠ

양손잡이 2017-03-04 17:05   좋아요 0 | URL
아하, 뭔가 범용으로 쓸 수 있은 어플일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ㅠ 전 회사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는데요, 잘 팔린다는 책은 다 대출 제한이 걸려 있네요. 참, 눈 아프시면 전자책 리더기 한번 고려해보시는 건 어떨지요?

cyrus 2017-03-04 17:32   좋아요 0 | URL
전자책 리더기를 사야겠지 하다가 그 돈을 종이책 사는 데 써버렸어요.. ㅎㅎㅎ

GreenJelly 2017-03-0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혼자 살면서 책들이 많아지는게 감당이 안돼서 크레마 구입했었어요. 한 일주일은 신나게 읽다보니 글 쓰신 그대로 느껴져서 너무 공감갑니다. 이북이라 (종이책이 아니라서) 가볍고 휴대하기 좋고 깜깜해도 읽을수 있는데...종이책이 아니에요ㅠㅋㅋㅋㅋ그리고 전 순서대로 읽는 책도 있지만 어떤 책들은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읽는 경우도 있는데 전자책은 확실히 그런면에서는 불편해요ㅠㅠ그리고 어떤책은 아껴서 읽고싶지만, 어떤책은 줄도 치고 옆에 어쩌구저쩌구 코멘트도 달고싶은데 전자책이 아무리 메모기능이나 하이라이트 기능을 제공해도 손으로 직접 쓰는 느낌이 안나구요. 전자책을 사보니 전자책의 편리함도 느끼지만 그만큼 종이책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있었는데 너무 표현을 잘해주셔서 넘 공감해요:)

양손잡이 2017-03-06 18:46   좋아요 0 | URL
전자책 처음 접하면 신세계에 눈을 뜨지만 종이책을 좋아하면 생각이 좀 바뀌는 거 같더라구요 ㅎㅎ 저는 가벼운 소설류나 자기계발서적은 전자책으로 봐요~
 

길게 쓸 이야기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라서, 자기 전에 푸념 한마디 적고 간다.


대체 이놈의 종이책을 계속 안지도 버리지도 못하겠다.

며칠 뒤면 회사 기숙사에서 오피스텔로 이사를 한다.

그런데 뭔놈의 책이 이리 많은지.

읽은 놈이라면 추려서 팔거나 본가에 보관할텐데

뭐든 문제는 안 읽어서 얼굴만 익숙한 친구들이다.

1년 전에도 정말 공들여 구분해 팔 책 기부할 책 다 내쳐서

겨우 200권 정도만 남겼다. (고통에 피를 토하는 작업이었다)

막상 짐을 옮기려니 이놈들이 뭐가 이리 무거운지,

여행 캐리어에 40권 정도 넣고 들어봤더니 오호 통재라, 손목이 빠질 것 같다.

전체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고민 끝에 여자친구 집에 보관하기로 했다.

민음사 리퍼브전에서 산 책들이라 어디다 팔 수도 없다.

읽기는 읽고 싶은데 어디다 둘 데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남에게 보관.

그렇다면 남은 책은?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산 책은 다 읽는다는 생각으로,

이놈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팔아버릴까도 생각한다.

(고백하자면, 2012년에 사놓고 아직도 안 읽은 책이 있다. 책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자책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자.

가벼워, 부피도 적어, 어디서든 읽을 수 있어.

하지만 몇 년 째 익숙해지지 않은 전자책으로 책을 읽을 생각하지 속이 터진다.

그렇다고 무거운 덩어리를 계속 끌어안을 수는 없고.

1년 계약이라 1년 뒤면 또 방을 옮겨야 하는 신세에

많은 책은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있잖아, 아마 오피스텔로 나가서 책장 하나 들이면

이것부터 살 것 같다.

어차피 돈은 회사에서 복지포인트로 주니까, 딱이다.

책장이 부족하면 침대에 또 쌓아두겠지.







150권... 찬란한 펭귄클래식 표지의 향연이여...!

게다가 단권으로 사는 것에 반값이다.

민음사 세계문학도, 열린책들도, 문학동네도, 다 가지게 되는구나...

그렇다면 창비만 구하면 되겠군! (으응?)

전자책이 다 좋은데 개성이 없고 무엇보다 내 허세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오늘도 고민에 끙끙대며 꼬박꼬박 책을 읽는다.

한 시 반에는 자야지.

내일은 일찍 출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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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했던 작년과 다르게 살아보자는 다짐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공부를 하고자 공부법과 자기계발 관련된 책을,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자 독서법에 관련된 책을, 글쓰기를 하고자 글쓰기와 서평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행동하지 않고 계속 계획만 세웠다. 호기롭게 목표를 외쳤으나 막상 앞으로 다가가자 막막하기만 했다.

그래도, 큰 행동은 하지 못했지만 습관을 소소하게 바꾸는 중이다.

1. 먼저, 모 커뮤니티 어플을 삭제했다. 틈만 나면 인기글 게시판이나 자유게시판을 새로고침했다. 새 글이 올라오지 않았나, 요새 인터넷 분위기가 어떤가, 재밌는 유머나 유익한 정보가 없나, 자제하지 못하고 시간을 꽤나 투자했다. 눈 감고 과감하게 어플을 삭제했다. (아이디까지 삭제하기에는 용기가 없었다) 최신 정보를 얻지 못해 트렌드에 뒤쳐질 것 같았는데 예상 외로 타격이 없었다. 세상 소식에 조금 뒤쳐지기는 하지만 그리 손해본 일은 아니었다.

2. 다음으로 네이버와 다음 웹툰 앱을 지웠다. 시간은 많이 차지하지 않지만 매일 자정만 지나면 새로운 내용을 보려고 득달같이 핸드폰을 쳐다봤다. 하루에 다섯에서 일곱 개의 웹툰을 보고나면 자기 전 할 일을 다 마무리한 느낌이었다. 작은 활력소 역할을 하던 웹툰이었지만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에 쓰잘데기없이 시간을 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앱 삭제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금단증상이 있을줄 알았건만 아무 것도 없었다. 앱을 삭제하고서 시간을 얼마나 쪼개서 ‘버렸는가’를 처절히 느꼈다. 워낙 재밌게 보던 작품이 있어서 일주일 뒤에 앱을 다시 설치했다. 이제 웹툰을 챙겨보는 습관이 아예 사라져 며칠을 안 봐도 정신이 아무렇지 않다. 오늘도 나흘치가 밀린 상황인데 전혀 초조하지 않다. 보면 보고 안 보면 안 보고, 이런 느낌.

3. 일기도 매일 쓴다. 1월 초까지는 그날 있었던 일을 의식의 흐름으로 쭉 내려썼다. 그런 방식으로 일기를 쓰니 하루를 정리하는 느낌은 강했지만 뭔가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일기의 목적이 오늘의 나를 발판으로 한 발자국 더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단순한 기록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그러던 중 브런치 글을 보고 좋은 양식을 발견했다. 몇 가지를 더하고 고쳤는데 기본 골자는 비슷하다.

1. 좋았던 일. 잘한 일. 특별한 일.
2. 안 좋았던 일. 반성하는 일.
3. 간단한 책 소감
4. 내일의 다짐

긍정과 부정(반성)을 함께 생각해서 내일의 내가 어떤 다짐으로 살아갈지 말한다. 이게 바로 헤겔이 말한 정반합인가요?(개드립) 그날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쓰는 칸도 만들었다. 짧지만 하루를 돌아보는 데 아주 유용한 양식이다.

4.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강이다. 저번달까지 한약을 잔뜩 먹고 식단조절을 잘해 10키로가 쏙 빠지더니 이제 답보상태다. 입에 한약을 안 댄지도 오래됐고 식단은 개뿔, 밀가루 음식이 나오든 짜고 매운 국물 요리가 나오든 일단 다 먹는다. 밥 양은 줄였지만 반찬 등이 그대로여서 아무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미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식단만 쳐다보는 것보다 운동이 함께여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전에 하던 크로스핏은, 이제와서 하기에 너무 거칠고 힘든 운동이다. 권투는 맞는 게 무섭다. 농구 동호회에 들어가 활동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귀찮단 말이지. 결국 회사 체육관에서 가볍게 뛰기로 했다. 오늘 15분 동안 겨우 2km를 달려놓고 무릎과 발목이 아프다고 징징대니 기분이 안 좋다. 운동도 오랫동안 안했고 체중도 한참 불어서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1km씩이라도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5. 아, 진짜 마지막. 핸드폰 시계를 10분 앞당겼다. 워낙 늦게늦게를 몸에 달고 사는 게으름뱅이라 시계로 뇌를 속이려는 속임수를 썼다. 간단한 속임수라서 침대에서 알람을 들을 때면 시간을 10분 당긴 걸 알고 10분만 더…를 외친다. 실제로 10분 여유는 생기니까. 10분이 주는 여유가 될지, 아니면 게으름이 될지 알 수 없다. 겨우 사흘 됐지만 슬슬 적응이 된다. 퇴근 시간이 10분 늦어지는 기분이 드는 걸 빼면 말이다.

6. 더 좋은 나, 더 나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끝없는 고민이 진짜 자기계발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지 할일 체크리스트를 비우기 위한 일이 아닌 실천을 함으로써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런 내가 조금은 좋아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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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8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읽으면서 책장에 꽂힌 책들을 전부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부족해질 겁니다.

양손잡이 2017-02-18 19:25   좋아요 0 | URL
저는 그게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게 책이란 삶의 이정표와 자기계발인 동시에 허영심이기도 하거든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네요 ㅎㅎ
 

책을 더이상 사지 말고 있는 책이나 잘 읽자고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건만, 며칠 새에 책장에 새 식구가 늘었다. 연휴 때 읽으려고 계획했던 책들인데 어쩌다보니 계획이 하나도 진행되지 못했다.  켜켜이 쌓인 책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올해에도 ‘올해의 독서 목표’ 따위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글에서도 계속 말했듯이, 올해는 양보다 질을 추구하려고 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사유하는 독서. 물론 스트레스를 받고 때려칠 게 분명하지만 우선 지켜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봐야지.

그리고, 올해 꼭 읽고 싶은 책을 나열하는 식으로 허세에 취해본다. 크아-


-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벼르고 벼르던 톨스토이의 장편 <안나 카레니나>. 작년 12월부터 읽겠다 읽겠다 했는데 다른 책(독서에 관한, 읽기 쉬운 책들)에 밀려 순위가 내려갔다. 이번 연휴 때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긴 연휴기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못 끝내는 바람에 여전히 후순위다. 본작품을 읽어야 하는데 자꾸 해설과 작가 연보, 톨스토이 전기만 읽으려고 한다. 큰 고비를 맞이해 점점 겁쟁이가 되어간다.


 

-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사실 재작년부터 ‘2015년에 읽겠습니다!’, ‘2016년에 읽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외쳤는데 몇십 장 읽다가 때려쳤다. <죄와 벌>까지는 꾸역꾸역 읽었는데(당연히 소화는 못했다) <까라마조프카의 형제들>은 엄두가 안 난다. 두께만 해도 <죄와 벌>의 1.5배가 될뿐더러 등장인물 수르르 대충 새봤는데, 오 마이 갓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니까, 마음먹은 김에 펴보기로 하자. 다 읽은 후에는 읽기에만 급급했던 <죄와 벌>을 다시 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저 바람으로만 끝나지 않게 신께 기도를...)




-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테리 이글턴)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첫 1장을 펴고서 생각보다 지루해서 중고서점에 팔아버렸다. 테리 이글턴의 책 중에 가장 쉬운 입문서 수준이라고 하길래 기대하고 펴봤더만 내 지식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책이었다. 그런 책을 눈물을 머금고 다시 구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라딘에서 주문할 때 5만원 이상 주문 시 증정하는 포인트를 받기 위해 그나마 그럴싸한 책을 고르다가 다시 손에 넣었다. 나의 모자람을 탓해야지 어쩌겠어. 소설을 읽는 방법을 조금 달리해보고자 시도하는 방법이니 후회 없이 열심히 읽어야겠다.




- 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역사에 관련된 두 책이다. <총,균,쇠>는 보급판이 나오자마자 구매했는데 3장까지 읽다가 내가 읽을만한 책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접었다. 두께에서 오는 부담감과 판형이 주는 시각적 지루함이 힘을 합쳐 나를 있는 힘껏 괴롭혔다.
<사피엔스>는 전자책으로 읽다가 도무지 작은 화면으로 읽기가 힘들어 종이책을 산 케이스다. 이 책은 사놓기만 하고 펴보지도 않았다.
두 권 모두 베스트셀러이지만 내용이 워낙 좋다는 평이 많아서 올해는 꼭 읽어내겠다.


-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한 친구는 말했다.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완벽한 책이라고. 자기는 이렇게 아름답게 쓰인 언어의 집합체는 보지 못했노라고. 니체의 ㄴ자도 모르는 나로서는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책을 샀지만 무지한 나로서는 역시 무리였다. 니체를 읽기 위해서는 니체 이전의 철학사도 줄줄이 꿰뚫어야 하는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철학을 훑었기에 니체의 말이 머리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뭔가 안다는 허영심, 자만심이 가져다 준 참혹함이었다. 참, 많은 이들이 니체 입문으로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 사람을 보라>, <비극의 탄생>,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입문작으로 꼽는데, 여기에 관한 의견이 있으면 적극 수용하겠다. 사실, 그 전에 니체 전기부터 봐야할 판이다.


- 자본론 공부 (김수행)

2015년이던가, 가진 책 중 무서워서 못 읽는 책으로 꼽았다. 지하철에서 자본론에 관련한 책을 읽다가 한 노인분께 혼이 났다는 SNS 이웃의 증언 때문이었다. 잘못하면 빨갱이가 되는 세상에 어디 무서워서 자본론 책을 읽겠냐고! 하지만 역시는 역시, <만화로 보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고 더 세세한 내용이 필요했다. 이와 함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도 읽어야겠다. 어라, 근데 이 책은 개정판이 나왔네. 개정판으로 읽어야 하나. 허참.















- 페미니스트 4종 세트 :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리베카 솔닛) /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지즈코)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
2016년 사회학을 선도한 분야는 단연 여성학이라고 할 수 있다. 개중 눈에 띄는 다섯 권의 책이 있는데,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이미 읽었다. 개론서, 입문서와 같은 책들인데, 감히 4종 세트라 일컫겠다. 책을 읽는다고 내가 완전히 바뀌지 않겠지만 적어도 생각을 더 열어주겠지. 유연한 사고를 위한 유연한 책이다. 더불어 깊게 들어가 <양성평등에 반대한다>까지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코스모스(칼 세이건)

역시 몇 년 전부터 읽겠다고 되뇌던 책이다. 언제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알라딘에서 매달 책을 선정해 같이 읽기(?)를 권했다. 전에는 양장본으로 보다가 하드커버와 반짝이는 종이가 너무 거슬려서 도중에 관둔 이력이 있다. 알라딘에서 뽐뿌를 받은 후 보급판으로 나온 반양장본을 받았으나 역시는 역시, <코스모스>는 쉽게 넘을 수 없는 책이었다. 당시에 2장까지 읽고 덮었던 기억이. BBC 다큐멘터리를 보면 흥미로울까 했더니 영상을 보다가 깜빡깜빡 졸았다. 예전부터 과학을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영 아니었나보다. 책장에 과학서적이 가장 적다. 여러 분야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문학, 역사, 철학, 사회, 과학이 적당히 섞여 있어 내심 기쁘다. 균형잡힌 독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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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1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계획이 어마어마한데요. 도스또예프스끼와 니체는 정말 의지가 중요합니다. 저도 이 두 사람의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몇 번 미끄덩했어요.. ㅎㅎㅎ

양손잡이 2017-02-01 13:18   좋아요 0 | URL
사실 저 책들은 이삼년 전부터 목표 목록에 올라왔던지라 새롭지도 않습니다. 의지박약과 귀찮음이 항상 함께 합니다 -_-;

카알벨루치 2018-05-0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설을 맞이해 일산 본가에 들렀다. 본가에 올 때 가끔 짐을 한가득 들고 온다. 회사 기숙사에서 다 읽은 책을 본가로 옮기기 위해서다.

다 읽은 책은 우선 다 가져온다. 원래 있던 책장이 부서지기 직전이라 작년에 새로 마련한 책장에 보관하거나 팔 책 구분없이 쌓아둔다. 그리고 설이나 추석, 휴가처럼 쉬는 날이 길 때 마음먹고 정리한다.

집에 물어보니 책장을 바꿀 때 막내동생이 나름의 규칙으로 책장을 정리했단다. 하지만 책은 어차피 다 내것이니 내가 정리해야 하는 게 응당 맞다.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까 생각했다.

회사 기숙사에서는 세계문학전집은 번호 순서대로, 나머지는 제목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책을 나열해놓고 기계적으로 꼽으면 되니 편하고 책을 찾을 때도 쉬이 찾을 수 있어 좋지만 뭔가 철학이 없다. 개인수납공간이 거의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본가 책장은 도서관처럼 꾸미고자 했다. 십진분류법은 무리고 책을 큰 틀로 나눴다. 우선 맨 처음은 총류, 작은 책(시집, 살림 지식총서)을 놔두었다. 책 중간중간 작은 책이 있으면 들쭉날쭉한 높이 때문에 별로 보기 안 좋을 것 같았다. 다음은 내 허세의 상징이자 정수, 세계문학전집이다. 기숙사에서 읽은 책만 가져왔기 때문에 양이 많지는 않았다. 산 책이 한참 남았는데, 아, 역시 허세에 사는 사람이란 걸 한번 더 느꼈다.

세계문학 뒤에는 바로 소설류를 뒀다. 한국, 일본, 해외소설로 구분했고, 기숙사와는 다르게 저자 이름 순으로 꽂아두었다. 저자 기준으로 정리하면 전작이나 이어 읽기가 편하다는 생각이다. 에세이, 산문집 등을 뒤이어 놓았다.

문학 다음에는 당연히 역사와 철학이 와야 하겠다. 인문학은 문사철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역시 잘난척 왕이다. 그런데 정리하고 보니 사, 철에 해당하는 책이 거의 없다. 관련한 책을 있는대로 끌어드려도 책장 한 칸을 채우지 못했다. 역시 가벼운 책을 읽어 재미만을 추구하는 인스턴트 독자...

인문 일반이 뒤를 이었고 정치, 경제, 사회는 한통속이니(?!) 한데 모아두었다. 나름 균형 맞춘 독서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과학책은 6권밖에 없다. 과학은 보통 잡지로 보기 때문에(뉴튼, 스켑틱) 수가 적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글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자기계발과 실용은 나에게 가장 후순위에 있기에 정리도 하지 않았다.

책, 읽기, 쓰기에 관한 책은 책장이 아니라 책상 위의 책꽂이에 따로 두었다. 책장 칸이 모자라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책과 읽기에 관한 책은 웬만하면 내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서평집은 계속 같이 가기로. 소설 쓰기 책은 우선 정리했으나 더이상 내 꿈이 아니므로 조만간 내칠 예정이다.

오늘 책을 정리하면서 30권 정도의 책을 내놓기로 하였가. 허세로라도 다신 안 읽을 책, 재미만 추구하는 책이다.

기숙사와 달리 책장에 꽂힌 책은 모두 읽은 책이다. 지금 책장에 꽃힌 책들은 언제든 펴서 읽어도 좋을 정도로 괜찮은 놈들이다. 물론 내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책도 많다. 책을 고르는 안목이 떨어지고 지식도 부족해 모아둔 책 질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도 잘 정리된 책장을 보니 흐뭇하다. 모자란 나이지만 이만큼 읽었구나. 다시 읽어도 괜찮은 책을 고를 정도로.

책장 정리 후에 짬내서 읽을 책을 몇 권 뽑았다. 정말 사랑하는 만화책 <표류교실>과, 저번주에 사려고 했던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다. 쉬면서 읽겠다고 기숙사에서 가져온 책이 이미 네 권이나 있는데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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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7-01-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나는 책장이네요

우민(愚民)ngs01 2017-01-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끔하게 자신만의 책 정리를 잘 하셨네요...
마음이 개운 하시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