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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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인 책벌레 남자와 한국인 욕쟁이(?) 여자가 만나 결혼을 했다?! 그와중에 남자는 엄청나게 덤벙거린다. 출근할 때 자기 물건을 놓고 가는 건 기본이요, 집 근처 마켓에 갔다가 떨어뜨린 물건도 수두룩. 그걸 여자가 하나하나 챙겨준다. 그러면서 짜증도 내고 화도 내지만, 결국 서로 사랑하는 부부. 서로의 더 알아가고 포용하는 모습들.



2. 하지만 이런 책벌레라면 하지 않을랜다. 그래, 독서 좋다 이거야. 지식을 얻고 싶어 하는 욕심도 좋아.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이렇게까지 동반자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라면, 글쎄요, 저는 차라리 책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물론 책의 극적인 전개를 위해 다소 과장된 묘사가 있을 거고, 어차피 부부 사이의 일이지만, 뭐 저는 그렇다고요.



3. 그래도 뭐, ‘에두아르를 지켜보며 ‘아는 게 많다고 해서 지혜로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부터는 친구의 말대로 어리바리한 그를 막 대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하는 부분에서 부인이자 저자인 이주영 작가의 입장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4. 재밌는 건, 저자도 엄청난 책벌레라는 거.



5.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여기서 끝. 독서와 책, 문화에 대해서 옮겨보자면


대가족인 시댁에는 크고 작은 파티가 잦다. 그리고 매번 파티가 있을 떄마다 친지들 아펭서 시를 낭독하거나 철학서의 한 구절을 낭독한 후 자신의 생각을 발표한다. 프랑스 대부분의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시댁에만 있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시댁식구 모두에게 파티의 낭독과 연설’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보인다. 처음에 나는 이런 시댁 문화가 솔직히 불편했다. 위화감 때문이었다. 한국의 우리 집에서는 가족들이 모엿을 때 시를 낭독한 적이 한번도 없다. 내가 살아온 문화와 너무도 다른 문화 속에서 나는 과연 편안할 수 잇을까? 겁이 났다.


학창시절부터 주입식보다 토론식 교육을 받고 객관식보다 주관식 시험을 보는 교육 문화. 이렇게 자란 이들은 가족끼리 만난 자리에서도 토론을 즐기는 걸까. 서양 문화가 모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나 - 가끔 그들은 한국의 선진(?) 교육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도입하려고도 했다 - 이런 토론 문화가 성행하는 것은 꽤나 부럽다.


나만 해도 가족끼리 책 이야기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독서모임에서야 생판 모르는 남이니 철판을 깔고 대화한다지만, 어릴 때부터 봐오던 사람들과 책과 독서 이야기라니. 게다가 에두아르 가족처럼 시 낭독?! 꿈도 못 꾸지.




6. 

에두아르의 지적 호기심이 부러운 이유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가져 멋져 보이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알고 싶은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독서는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에두아르는 나보다 더 즐거운 삶을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에두아르의 일상은 참기 조금 힘들지만, 그의 지적 호기심은 존경한다. 나이를 먹으면 세상에 무감각해지고 둔감해진다는데, 반백살의 그는 여전히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세계를 깊게 바라보는 눈과 열린 마음. 그는 그 수단으로 책을 선택했겠지만, 이런 시선이라면 책이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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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06-07 0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애서가 부부, 가족, 커플이 생각보다 만나기 어려워요. 제가 참석하는 독서 모임 회원 한 분은 본인 빼고 남편, 자식들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유일하게 책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독서 모임뿐이라고 했어요. 그 말씀에 그분의 심정을 이해했어요. 저도 책 좋아하는 가족이 없거든요. ^^;;

양손잡이 2023-06-07 08:19   좋아요 0 | URL
저는 다행히도! 아내와 함께 독서를 좋아한답니다. 날 좋을 때도 카페에서 가끔 책을 읽고, 제가 책 사는 거나 도서관에 가는 것도 다 이해해줘서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 ㅎㅎㅎ
 
쓰려고 읽습니다
이정훈 지음 / 책과강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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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여러 분야의 책을 기웃대면서 나는 제대로 읽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글씨를 읽기만 하고, 감상은 겨우 300자를 넘기지 못합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과 이야기가 있나? 내 삶에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사유를 했는가? 어느 하나 제대로 남지 않고, 겨우 독서기록 한 줄만 남을뿐입니다. 읽기에 염증이 생기는 요즘, 아래 문장을 접하고 바로 책을 들었습니다.


다독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독을 자칫 잘못 쓰면 과독이 됩니다.  _6쪽


책은 아주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책은 좋은 거니까, 많이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내 생각에 제대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죠. 책을 펴자마자 이런 문장을 만나니, 작가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서 한장 한장 빠르게 넘겼습니다.


저자는 기자기계발 브랜드인 ‘책과강연’의 대표 기획자입니다. 강연에서 읽기와 쓰기, 출판을 말해요. 브랜드 홈페이지 왈, ‘책과강연’은 책을 통한 변화와 성장을 목표로 하고, 책을 쓰는 행위를, 자신을 넘어서는 도전 의식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목차를 보고는 통렬한 반성을 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이렇습니다.


- 다독만 하면 뭐합니까?

- 제대로 읽습니까?

- 책, 이렇게 읽으니 발전이 없다

- 읽기만 해서는 시간 낭비다

- 전체를 읽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합리적입니다. 저처럼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손에 잡히는대로 책을 고르면 안된다는 것이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저 다독만을 하니 어느새 읽기에 실증을 느끼게 됩니다. 탑처럼 쌓인 책은 읽는 즐거움을 빼았아갑니다.


저자는 읽기보다 쓰기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역발상을 합니다. **쓰기 위해 읽어라.** 내가 느끼는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책을 골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 눈 앞에 있는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이유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건 자신의 경험과, 독서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합쳐 글쓰기라는 결과로 출력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글쓰기를 통해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것이죠.  저자에게 책은 쓰기를 위한 도구이자 수단입니다. 자신에게 영감과 발상을 주는 훌륭한 문장과 인사이트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요, 이 책은 글과 책 쓰기를 통한 자기계발서였던 거시에요.


독서인들에게 유구한 전통의 의견 대립이 있죠. 즐기기 위한 독서와, 자기계발로서의 독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둘 다 포용하면서 살지는 모르겠지만요, 적어도 저는 전자- 즐기고 향유하는 독서를 선호합니다.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읽다보면 책의 디테일한 내용보다,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취할 수 있거든요.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죠. 2019년에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 다산초당, 2019)>입니다. 이 책은 부제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에 걸맞게, 길고 복잡한 철학사는 접어두고, 개념과 사상만을 가져와서 간단히 소개하고 이를 비즈니스와 경영, 삶의 태도에 접목시키려고 하죠.


하지만 '제안 - 비판 - 재제안'이라는 철학사(위 책, 11쪽)를 배제하는 순간, 이 책은 가치를 잃습니다. 철학사를 모르면 철학사조의 흐름을 이해하기 힘들고, 결국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문장은 그저 있어보이는 문장이 될뿐입니다. 철학의 개념을 쉽게 풀어쓰고 현실에 적용한 점은 좋지만, 맥락 없이 동떨어진 철학 개념은 그저 지식을 위한 단순한 단어로 치환될 뿐입니다.


목적 있는 독서를 하지 말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쓰기 위해 읽으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상당히 강력합니다. 현재 자신의 문제를 골똘히 들여다보고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과정에 책이 있다면, 그 책이 수단이 됐든 목적이 됐든, 책의 가치는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책은 지식을 담는 캐리어지 지식 그 자체는 아니니까요. 수집한 문장을 필요에 따라 쏙쏙 골라서 사용하는 방법은 정석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즐기기 위한 독서는 저를 기쁘게 만듭니다. 제 마음은 갈대 같아요. 읽고 싶은 책도 바람에 흔들리듯 쉼없이 바뀌죠. 역사를 읽었다가, 그때에 맞는 철학서적을 폅니다. 뒤이어 당시에 쓰인 고전문학을 읽다가도 때마침 출간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단편집을 읽기도 하고, 제 마음가는대로 책을 폅니다. 목적없이 그저 주변을 서성거리는 느낌이지만, 굳이 길이 일직선일 필요는 없잖아요. 멀리 떨어져서 긴 세월을 조망해보면 저만의 굽이진 길을 조금씩은 걷고 있지 않을까요. 굽이굽이 휘어진 길도 길, 걷는 것 자체가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책장에 쌓인 책을 보면서 기뻐합니다.


배우기 위해, 즐거워지고 싶어서, 글을 쓰기 위해, 또는 연설을 하기 위해, 회상하기 위해 책을 읽지 말라. 아무런 목적 없이 독서를 해야 한다. 현재를 읽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 독서하라. (<종이책 읽기를 권함> - 김무곤(더숲, 2011),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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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단식 일기 - 소비를 끊었다. 삶이 가벼워졌다. 자기만의 방
서박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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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말, 카드 명세서를 받을 때마다 내가 이만큼을 썼다고? 반문하지만… 사용 내역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결국 내가 쓴 게 맞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저축은 티끌 모아 티끌인데, 왜 소비만큼은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카드값은 물론이거니와, 마통까지 있는 저자는 이렇게 살 수 없다를 외치며 소비를 줄이기로 한다.


그는 쇼핑중독이 우울과 불안에서 온다고 말한다. 흠, 지극히 동의한다. 당장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물건으로 정서적 결핍을 채우려고 한다. 그럴수록 공허해지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지금 내가 낭비를 얼마나 하는지 분석하고 정말 필요한 소비함으로써, 돈을 쓰는 행위의 기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저자뿐만 아니라 소비와 돈에 지나치게 얽매인 현대인이라면 한번은 생각해봐야 할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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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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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3층 규모의 수수께끼의 구조물- 일명 방주에 갇힌 열 명의 사람들. 이 곳을 탈출하려면 한 명의 희생이 필요하다. 오고갈 수 없는 곳에서, 살인이 벌어진다. 범인은 누구인가. 사람 하나가 아쉬운 때에 왜 사람을 해쳤는가.

썩 괜찮은 클로즈드서클물이다. 기묘한 트릭을 주로 다루는 본격 미스터리의 한 줄기라고 할 수 있는 장르인데, 트릭으로 유명한 소설들을 읽어왔다면 “이게 뭐야…” 하고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방주>는 뒤로 갈수록 “이게 뭐야;;;”하는 당황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는 추리소설의 중요한 요소인 “누가”, “어떻게”와 더불어 “왜”에도 힘을 실었다. 이 점이 <방주>의 강점이다. 사건이 발생해도 인물들 사이에서 위기감과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아 완성도가 아쉽지만, 추리소설- 특히 본격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한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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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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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듣는 작가다. 책 제목도 2022년 올해의 소설 후보에 올라와서 알게됐다. 간간히 독서 커뮤니티에서 보이기도 했다. 올해의 뭐뭐, 여기에 올라와 있으면 안 읽을 수 없지. 1995년생의 젊은 작가다. 가로로 짧고 세로로 긴 판형이다. <가만한 나날>도 똑같은 판형이었던 것 같은데. 민음사에서 이 판형으로 나온 책은 모두 평이 좋았다. 믿고 읽어도 되겠군?


2.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아주아주 좋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새 책을 들여놓아야겠다. 2022년 올해의 소설에 끼인 이유가 충분하다.


3. 젊어서일까, 상상력이 마음에 든다. 표제작 ‘유령의 마음으로’부터 보면, 나와 똑같은 외형의 유령이 눈앞에 등장한다. ‘빛이 나지 않아요’는 해파리에 닿으면 해파리로 변하는 질병이 성행하는데, 주인공은 이 변하는 걸 도와주는 일을 한다. ‘여름은 불빛처럼’에서는 여자친구와 이별하고 원룸 한가운데서 나무가 된 - 문자 그대로 바닥에 뿌리를 내린 남자가 등장한다. 일반문학에서 판타지적 설정을 가지고 이만한 이야기와 주제로 소설을 쓰다니, 탄복할 만하다.


4. 많은 소설이 그렇듯, 소설 속 인물은 결핌과 슬픔, 좌절을 느끼면서도 부정하고 숨긴다. 그러다가 타인 또는 사물에 비춰지는 자신의 감정을 보고 직시하게 된다. 자신을 똑 닮은 유령에게서 반사된 자아를 보거나(’유령의 마음으로’)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숨겨둔 감정을 깨닫는다(’낯선 밤에 우리는’). 때론 얕은 관계를 맺으려다가 빠그러질 때가 있지만(’집에 가서 자야지’), 이상이 아닌 현실에서의 관계는 딱 거기까지인 거 아닌가, 싶다.


5.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작가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다. 해파리로 변하지 않는 고객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따뜻한 마음으로 돌본다. 직장에서 한 소리를 들어도 말이다. 도마뱀을 김재현이라고 부르고, 길고양이에게 성철, 병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인물들. 나와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타인에게 위안을 준다.


6. 

왜 하필이면 동면을 하신다는 거예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에게는 하룻밤보다 많은 밤들이 필요합니다. 남자는 의외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_187쪽, ‘동면하는 남자’에서


우리에게는 모두 마음 깊이 숨기고픈 이야기가 있다. 혼자 끙끙 앓다가 모두 잊으려고 한겨울 동면에 들어가기도 하고, 해파리로 변할 결심을 가지기도 한다. 이런 마음이지만, 어설프고 얕지만 타인과의 관계와 연대를 통해 응어리가 사라지고, 때론 상처가 치유되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7. 

덧붙여 두고 싶은 건 어째서 좋았는지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느낌에서 멀어져 버릴 듯한 부분들이다.  _287쪽, 작품해설에서


작품해설을 쓴 황예인 평론가의 말처럼, 설명하려 할수록 좋은 느낌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원래 좋은 작품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법이다. 다들 그냥, 부담없이 재밌게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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