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현대과학·인문학·SF를 통섭하는 재미
원종우 지음 / 생각비행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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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

한동안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빠져 살았다. 인문학은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큰 감명과 동시에 나는 여태껏 뭐하고 살았나 하는 후회를 하며 살짝 발을 담갔다. 사회학은 작년 1월, 여태까지 읽은 사회학 서적 중 역대급에 드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덕분에 살짝 입문하게 되었다. 그뒤로 기업의 책임이나 인간 소외 현상, 더 나아가 사회와 결부된 자본 때문에 경제학까지 살짝 기웃거리기도 했다.

물론 그 경험은 내가 지식이 부족하고 공부하는 데 너무 무뎌진 머리 때문에 썩 유쾌하진 않다. 아니, 머리만 탓할 게 아니라 뭔가 새롭고 어려운 지식을 받아들이려고 전혀 노력하지 않아서 멍청하다는 핑계로 책을 덮고 한숨만 쉰 건 아닌가 모르겠다. 올해는 호기롭게 사회학 서적 <차브>로 독서를 시작했다. 미래 우리나라의 모습이 상상되는 영국의 계급사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책인데,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지금과 연계하면서 읽으니 재밌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어려워져 결국 포기했다. 끈기를 갖고 묵묵히 읽으면 결국 피와 살이 될 책들을, 이렇게 놓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철학과 예술, 종교을 다룬 <지대넓얕 현실편>과 대중 철학서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를 읽다가 결국 머리가 펑! 하고 터져버렸다. 맞아, 나같은 무지렁이는 철학이나 예술 따위의 분야를 건드리면 안됐다. 결국 두 권 모두 도중에 포기하고 말았고, 덕분에 책에서 관심이 멀어지는 일이 다시 일어났다. 올해에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으나, 직전에 쉬운 소설을 읽었기에 다시 소설을 펼 수는 없었다. 초기 관심 분야인 소설과 과학 중에 소설은 됐으니 오랜만에 과학 쪽으로 눈을 돌려볼까 해서 결국 보관함에 있던 과학 관련 서적인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를 골랐다.

이 책의 저자 파토 원종우는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의 주인장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서 잠시 이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다.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의 저자인 이종필 교수가 출연한 인터스텔라 편을 들었다. 나도 한때 블랙홀이다 웜홀이다 시간여행이다 많은 과학 대중서를 읽어(공부는 물론 하지 않았다. 소설 보듯이 대충 넘겼을 뿐) 팟캐스트 내용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거라 생각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팟캐스트를 듣고 나니 현대 물리학의 기초가 되는 특수 상대성 이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서 몇편 듣지 앟고 팟캐스트 구독을 중지했다.

팟캐스트 전성시대답게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책이 많이 출간된다. 그 시작은 <나는 꼼수다>였고,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책은 <지대넓얕>이다. (책의 원고가 방송보다 먼저여서 팟캐스트 기반은 아니지만 방송 기저에는 책의 내용이 깔려 있다) 최근에는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이 팟캐스트를 기초로 <생각해봤어?>를 꾸렸다. <사이언티피쿠스>도 파토의 팟캐스트를 토대로 만들어겠거니 하고 집어들었건만 웬걸, 아니다. 전혀 아니다.

이 책은 이론을 쉽게 알려주는 대중과학서도 아니고 <지대넓얕 현실편>처럼 단순히 과학사를 나열하는 방식을 택하지도 않았다. 글은 과학을 기초로 한 에세이나 칼럼에 가까운 편이다. 과학에 대한 기사나 칼럼을 쓰고선 적당한 순서로 나열한 느낌이다. 순수하게 과학 이야기만을 하기도 하고 SF영화(매트릭스)를 다루기도 하며 중간중간 저자가 쓴 단편 SF소설도 실려 있다. 저자는 가장 아름답게 쓰여진 과학서로 <코스모스>를 꼽았는데, 아쉽게도 그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책이라는 큰 틀에서 쓰인 글들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주제만 있을 뿐 두꺼운 줄기를 찾기가 조금 힘든 편이다.

직전에 읽은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에서 다룬 주제를 똑같이 얘기하는 글도 있는데, 다루는 철학적 내용이 너무 약해 다소 흥미가 떨어진다. 기대보다는 깊이가 없어 아쉽긴 하나 각자의 글은 적당한 난도와 적당한 잡담이어서 단순히 과학 에세이로 접하면 좋을 내용들이다. 간혹 나오는 단편 소설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필력은 그의 다른 저작 <태양계 연대기>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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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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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지대넓얕 현실편>의 답답함과 <플래너리 오코너>의 따분함에 질려 다른 책을 통 잡을 수 없었다. 조금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했다.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서 소설만 뽑아 죽 보았다. 가볍고 흥미 위주의 책은 많이 찾을 수 없었다. 뒤지다보니 나름 공신력 있다고 생각하는 소설리스트에서 꼽았던 책이 몇 권 눈에 띈다. 샘 서비스에 등록된 책 중에 눈에 띈 건 <천국 주식회사>였다.

소설 속 천국은  최고 경영자는 하느님이고 직원이 천사인 주식회사이다. 회사는 인간세계의 일에 조금씩 관여하는 일을 한다. 인간세계의 회사처럼 여러 부서가 있다. 주인공 천사인 크레이그는 기적부에 소속해 있다. 소소한 기적을 생산해 인간세계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인간이 원하는 소원은 많고, 그것을 처리하기에는 기적부 직원이 부족하다. 그러던 중 기도 수취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일라이자가 기적부로 옮겨온다.

둘이 투닥거리며 일을 하는 중,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천국 주식회사의 CEO인 하느님을 만날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하느님은 이미 인간세계의 일에 싫증을 느낀지 오래다. 하느님의 방에 산더미처럼 쌓인 인간의 기도문을 발견한 일라이자는 자신이 구축해놓은 기도문 시스템이 회사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하느님에게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이 사업을 하는 이유를 묻는다. 하느님은 직언을 듣자 정신을 차리기는 커녕, 지구를 없애고 천국에 다른 사업(레스토랑)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는다. 지구가 끝장나기까지는 30일밖에 남지 않았고,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데 아주 좋은 수준의 책이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고 스토리도 매우 직선적이다. 정치적 암투 같은 건 당연히 없고 결말도 파괴적이지 않다. 사실 너무할 정도로 가벼운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10대에서 20대 초반을 타겟으로 한 킬링타임용 소설이란 인상이 든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 상황에는 매우 잘 고른 책이라 할 수 있다) 상상력이 딱 10년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정도이다. 인간세계에 관여하는 천국 주식회사의 설정은 참신한 편이지만 전지전능할 것 같은 신이 사실 매우 게으르고 무책임하다는 설정은 조금 구식이다.

하느님과의 내기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녀의 사랑을 이루어내는 것인데, 이 둘의 에피소드를 보는 것도 재밌지만 우리의 작은 일에 일희일비 하는 천사들의 모습도 사랑스럽게 묘사된다. 다만 성격적 변화가 너무 급하다. 크레이그와 일라이자에게 전혀 협조적이지 않던 반스가 사실 자신도 지구가 파괴되는 건 크게 원하지 않는다는 투로 일에 협조하거나, 기적을 일으키는데 보수적이던 크레이그가 목적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모습이 조금 모순적이다.

복잡한 건 차치하고 읽는 재미 자체는 떨어지지 않는다. 깊이가 없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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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맞아 밖에 나왔는데 챙겨놓은 전자책용 태블릿과 책 두 권을 놓고왔단 사실을, 기숙사에서 엄청 멀리 떨어진 곳에 도착하고야 깨닫고 말았다. 이미 돌아갈 수 없는 몸, 에라 모르겠다 하고 서점에 들어가 책을 골랐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너무 긴 분량 때문에 조금 질려서 완전 쉽고 재미만을 위한 책을 고르려고 했는데 얼마 전 별세한 귄터 그라스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행동하는 양심인 귄터 그라스가 독일 문단의 금기를 깨고 밝히는 피란선 침몰 사건...이 주 내용이다. 저번주인가 저저번주에 소설리스트에서 여러 의미로 현재의 대한민국과 겹치는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이라고 책을 소개한 바 있다. (맞나?)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펴야 할까... 민음사 세계문학 최신간인 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나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라쇼몽>도 함께 사고 싶었는데 결국 안 읽은 책에 쌓아둘까봐 욕심은 이것으로 끝. 오랜만의 책 지름이다.

#책 #독서 #도서 #소설 #고전소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민음사 #귄터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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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6-14 0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이든 늘 즐겁게 누리셔요~

양손잡이 2015-06-17 00:02   좋아요 0 | URL
덧글 감사합니다!

요새 중고서점에 팔려고 내둔 책의 책등을 봤는데 다들 너무 탐나더라구요. 지금 읽는 책들 얼른 끝내고 재밌는 독서해야겠습니다.
 

오늘은 가방에 꽉꽉 담아서 근 10kg 17권 62,600원...! 엊그제와 오늘 총 27권에 10만원 정도 나왔다. 흠, 보내기 좀 아쉬운 책이 한두 권 정도 있었지만 이미 꺼내놓은 거 마음에서 떠나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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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너머 편 (반양장) -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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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8. 지적 대화를 위한 넒고 얕은 지식 - 현실 너머편 (채사장, 한빛비즈, 2015)

1. 지대넓얕 현실편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를 간단히 이분법으로 나누고 (채사장 말대로) 후려쳐 누구나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소설 읽듯이 차르륵 페이지가 넘어가는데 그와중에도 나름 깊이까지 있다. 나같은 무지랭이에게는 결코 얕은 지식이 아니었다. 반대 스탠스의 입장을 생각도 해보고 진짜 내 생각이 무엇인가도 한번 고민하게 만들게 한, 간만에 만족한 독서였다.

2. 오랜만에 별 다섯개짜리 책이 나왔으니, 그 후속작으로 나온 지대넓얕 현실 너머편은 얼마나 기대했겠는가. 현실편이 워낙 잘 팔려서 동네서점에서 찾을 수 없기에 우선 현실 너머편부터 산 재밌는 이력이 있는 이 책, 바로는 아니지만 가까운 시간 안으로 뒤이어 읽었다. `현실 너머`라는 부제가 붙은만큼 앞권과는 확연히 다른 분야를 다룬다.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딱 봐도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놈들이다.

3. 분야가 나와 맞지 않아서일까... 현실 너머로 오자 책이 재미가 없어진다. 철학 입문서를 한참 탐독하던 때가 있던만큼 철학 파트가 재밌으리라는 기대를 저버린다. 현실편과 마찬가지로 현실 너머편도 각 학문을 세 범주로 나눈다. 우선 철학은 `상대주의, 절대주의, 회의주의`로 구분한다. 현실편은 범주가 두 갈래라서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생각이 딱 드는데, 세 갈래로 나누니 은근히 헷갈리고 생각의 줄기가 너무 커진다. 이거 아니면 저거여야 이해하기 쉬운데, 이거 아니면 저거 아니면 그거가 되버리니, 현실편만큼의 난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물론 이는 나의 문제이지만...) 게다가 저 세 줄기로는 철학사를 제대로 묘사하기 힘들다는 느낌도 있다. 억지로 끼워맞추는 듯한 느낌이 있으면서 지대넓얕 특유의 위트도 보이지 않는다.

4. 과학, 예술도 말할 것 없다. 철학과 마찬가지로 이전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말할 뿐이다. 단순히 과학사를 설명하기에는 그 깊이가 너무나도 얕다.(나는 나름 공학도다) 대학 교양시간에 배운 과학사 수업이 떠오를 정도로 부족하다. 아무리 `넓고 얕은` 지식을 표방한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 정도다. 예술은 예술사를 훑으면 화가와 작품만 간단히 언급하기에 더더욱 아쉽다. 그나마 완전히 생소한 종교 파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종교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이 보면 너무나 부족하다고 하시겠지... 신비는 논외. 왜? 미스터리는 너무나도 흥미로운 분야인데 겨우 4~50쪽에 담기에는 부족하지!

5. 현실편을 꿰뚫던 하나의 개념(경제)이 현실 너머편에서는 보이지 않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다. 후려치는 솜씨는 여전하나 핵심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철학과 예술은 각 시대를 지배하는 개념과 패러다임이 지나칠 정도로 자주 바껴 시대의 흐름을 놓치기 일쑤다.

6. 현실편에 비해 너무나도 아쉽다는 거지, 각 분야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최고의 책. 오랜만에 철학 대중서를 꺼내들었다.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마크 롤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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