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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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캠프에서 구호가 시작된다. 의료진은 난민의 상태를 보고 그들이 살아날 가망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구분한다. 무자비한 행동이라 비난할 수 있겠지만 한정된 자원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가망이 없는 이들에게 간호사는 그들의 아이는 너무 약하고 배급이 빠듯하니 손목밴드를 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상과 현실이 강하게 부딪혀 모순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구호현장에 장 지글러가 서 있다.

장 지글러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우석훈은 그를 학자이면서 활동가이며 전문가라고 평한다. 학자로서 제네바 대학 교수와 제 3연구소 소장으로 역임했다. 활동가로서는 스위스 사회당원으로 일하고, 2000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했다. 국제적 기아문제를 분류하고 해석하는 시각이 뛰어나고 저작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통해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보여준다.

책은 저자의 아들 카림과 대화하는 형식을 취한다. 선진국은 먹을 것이 넘쳐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하고 음식 쓰레기를 마구 버리지만 아프리카나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의 아이들이 왜 굶어가냐고 아들이 질문하고 저자가 이에 답을 하면서 시작한다. 저자는 질답을 통해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기아 지역의 모습을 묘사한다. 그가 겪은 일화뿐만 아니라 UN에서 발표한 통계를 소개하면서 객관적인 지표를 말하기도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기아를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분한다. 전자는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한다. 후자는 더딘 경제발전, 인프라의 미정비로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저자는 FAO와 다른 구분을 한다. 인간이 개입하느냐 하지 않느냐다.

저자가 묘사한 기아의 예시를 살펴보면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모두 인간이 관련된다. 앞에서 경제적 기아의 예시로 든 전쟁, 자기 민족을 망치는 군벌 우두머리, 나라를 지배하는 사회구조, 시카고 곡물거래소에서 거물급 곡물상이 결정하는 농산물 가격 등 인간이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하는 일들이 세계의 기아를 키운다. 저자가 세계 기아의 주범으로 꼽은 신자유주의도 이와 궤가 같다. 일부 자연재해도 안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욕심이 들었다.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아마존 삼림을 해치는 산업도 자본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토마스 상카라를 통해 희망을 보기도 했다. 이 젊은 개혁가는 나라가 자급자족을 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해도 사회정의가 이룩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통령에 취임하자 비효율적인 행정조직을 정비하고 인두세를 폐지했다. 철도사업을 진행하고 개간 가능한 토지의 국유화했다. 그는 부패가 심한 정치권, 턱없이 낮은 국내 생산량, 매년 적자를 보이는 무역수지를 타파하고 나라를 차차 개혁해나갔다. 외국세력에 의해 살해되어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저자가 언급한 기아에 의한 생명파괴에 어떻게 대처 방법의 실례이기도 하다.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원조보다는 개혁이 먼저, 인프라 정비)

일부 사람들은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한다는 엉터리 논리를 믿기도 한다. 심지어 많은 지식인이나 정치가, 국제기구 책임자들조차 이렇게 믿는다. 기아의 원인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선진국의 비겁한 변명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논리를 믿는다. 학교에서 기아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아에는 구체적인 원인이 있음에도 학생들은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만을 갖고 사회에 나오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뜬구름 잡는 식의 정서적 대응을 하기 일쑤다. 우리가 사회와 경제 시스템에 대해 더 공부하고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깊게 사고할 필요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7년 전에 발간된 책이지만 그동안 나아진 점이 없어 보인다. 1999년 8억 명이었던 영양실조 사람의 숫자는 2010년에 이르러 10억에 이른다. 태동하던 신자유주의는 이미 전세계에 위력을 과시하고 있고 광풍에 휩쓸려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전세계가 나서서 구호활동을 진행한 지 몇십 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세계의 기아는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을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는다. 그 소를 소비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다. 책은 기아를 없앨 방법을 명시하면서 독자에게 우리의 행동과 사고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자고 설득한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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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1-2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전에 읽었던 책인데, 기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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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쌓이고 있다. 여기저기.

책이 쌓이고 있다. 책상 위 작은 책장, 두 칸짜리 간이 책꽂이, 침대 아래 큰 물건을 두는 공간, 이제는 침대에까지 몇단의 책이 있다. 잠결에 뒤척이다 무릎을 책 모서리에 콕 찍히는 때면 무진장 아프다. 분수에 맞지 않게 책이 너무 많으니 어제 다 읽나라는 부담감, 능력이 달리는 데에서 오는 자괴감도 있다.

물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책을 모두 정리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어느 때는 다 없애버리고 싶다가도 며칠 뒤면 아까운 내 책, 하며 다시 끌어안기 일쑤다. 결국 서점에서 간혹 눈에 띄던 정리에 관한 책을, 계획에도 없는데 펴게 되었다.


물건은 내가 아니야.

저자는 왜 정리해야 하는지부터 설파한다. 눈에 띄고 와닿는 것만 한가지 소개하자면, 자신의 가치는 가진 물건의 합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어요, 책장을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모든 분야에 폭넓은 관심이 있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죠. 이렇게나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이해하지 못할망정 어려운 책도 읽고 있다니까요. 나는 특별난 것 없이 내면에는 이만큼 풍부한 지식이 들어 있어요. 나는 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에요. (책에서 인용)

저자가 말한 것처럼 책장을 통해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의도가 0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되팔 책을 고를 때 고전문학이나 있어보이는 책을 의도적으로 남기기 일쑤다. 또한 독서로 쌓은 지식은 책꽂치에 꽂힌 권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안 읽은 책이 많아지니 지식을 쌓고 교양을 키우기 위해 책을 펴는 게 아니라 그저 기록을 남기고 쌓인 책을 모두 없애고자 하는 욕심만 남게 되었다. 택배가 도착해 책이 쌓이면 당장은 좋다. 재밌어 보이니 이것부터 읽어야지 하는데, 사실 그것도 얼마 가지 않는다. 새책, 더 많은 책을 바란다. 독서가가 돼야 하는데, 의미없는 장서가만 됐다. 욕심은 죽지 않고 계속 자라난다.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저자는 실질적인 버리기 팁도 전수한다. 책의 목차를 참고하면 되겠는데, 그중 인상깊은 몇가지만 가져온다.

-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 실제로 버리기 작업보다 버리려는 결심이 더 어렵다
- 일년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려라
- 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는 물건은 버려라
- ‘언젠가’라는 미래를 위해 물건을 보관하지 마라
- 아직도 설레나?

6종류와 24종류의 잼을 파는 가게가 있다. 어느 가게 장사가 더 잘될까? 많은 선택지를 주는 후자라 생각이 드는데, 반대로 전자의 매출이 더 높다고 한다. 선택지가 많다면, 내가 고르지 않은 다른 선택이 더 좋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잼의 법칙이다. 물건이 많으면 선택지가 많고, 잼의 법칙에 따라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낸다.

요컨데, 너무 큰 욕심 때문에 행복이 떠나간다. 내가 물건을 사용하는지, 반대로 물건이 나를 사용하는지 모를 정도라면 한번쯤은 소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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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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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오랜만에 읽는 일본 소설이다. 자의로 고른 책은 아니다. 독서 동호회에서 <문구의 모험>을 읽으려다가 너무 두껍다는 이유로 바뀌었다. 회장님이 교보문고에 돌아다니시다가 즉석해서 고른 책이다. 비채 출판사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최신간이기도 하다. 직전에 나온 <골든 애플>부터 찬찬히 읽어보려 했던 시리즈여서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무엇이든 배달한다는 모토를 가진 가타기리 주류점이 무대다. 원래는 술을 취급하는 곳이었는데, 아버지로부터 가게를 받은 아들은 돈 되는 일을 하나라도 늘이고자 물건 배달도 시작한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를 프롤로그로 시작해, 본편에서는 이상한 배달업무를 맡는다. 인기 절정 여자 아이돌에게 케잌을 선물해달라는, 아주 수상쩍은 의뢰, 어디 있는지 모르는 엄마에게 뭔지 모를 모형을 배달해달라는 어린 아이의 의뢰, 자신을 미워하고 괴롭히는 악질 상사에게 악의를 전하고 싶다는 의뢰. 배달 업무를 하면서 주류점 주인 가타기리는 그가 잊었던,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자신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드는 것을 알아챈다.


일본 소설, 그리고 잡화를 다루는 가게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조곤조곤한 일본 소설 특유의 문장과 서술, 묘사가 돋보인다. 진중한 이야기가 주가 아니기에 페이지도 금세 넘어가는 편이다.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빼고는 단점이 너무 크게 보인다. 소설은 총 다섯 장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이것들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각 장은 독립적인 이야기로 그 안에서 완결되는 형식이다. 등장한 소재들이 뒤에 다시 등장하여 미스터리한 프롤로그를 마무리한다. 전체를 만들기 위해 탑처럼 아래부터 이야기를 쌓는데, 결정적으로 각 이야기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소소한 감동도 없고 터져나오는 교훈도 없다.


등장인물들은 가끔 서로의 조언을 구하며 언뜻 선문답 같은 대화를 한다. 정상에 위치한 여자 아이돌은 물건 배달을 온 가타기리에게 대뜸, 지금의 성공적인 삶과 엄마와의 평범한 인생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묻는다. 이에 가타기리는 그렇게 묻는 자체가 어느정도 결심한 것이 아니냐며 다소 오글거리고, 어쩌라고 반문이 드는 답을 한다. 병원에서 간호사와 나눈 대화, 오키나와 해변을 보면서 드는 생각, 손자를 위해 몰래 선물을 보내는 할아버지의 행동, 분명 무언가 담겨 있는데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모양새다. 전체로는 마지막을 위한 포석 느낌의 이야기들인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게 문제다. 결말로 닿는 사이의 완급조절도 실패한 인상이다.


가타기리 사장 본인의 이야기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분명 매력적인 인물임에도(초강력 츤데레) 묘사가 충분했다면 더 정감가는 인물이 되었으련만. 그의 과거를 흐릿하게 표현할 거면 단호하나 격정적이었어야 했다. (주류점의 전 사장인 아버지 이야기가 없어서 더욱 아쉽다) 무뚝뚝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이 깊고 정이 많은 인물은 분명하지만(후세이 아줌마와의 대화는 정말 정겹다)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다 쓰고 보니… 하나 엉뚱한 생각이 드는데. 가타기리는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다. 단순한 배달원일 뿐. 배달이라는 행위에서 수신자와 발신자 각 주체가, 배달되는 물건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각자의 몫이리라. 내내 철저히 배달원- 즉 타인의 입장에 서 있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 가타기리도 배달의 일부가 되어 자신의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점이 이야기의 변곡점이라 해야 할까. 이것 또한 유치찬란에 오글거리기는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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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16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구의 모험>이 두껍다고요? 그 책 정도면 양호한 편인데 사람마다 책의 분량에 대한 인식이 다르군요. ^^;;

양손잡이 2016-03-16 15:57   좋아요 0 | URL
376쪽이면 쬐끔 두꺼운 편이긴 한 것 같아요. 2주 동안 이만큼 읽을 능력들이 안되는 사람들이 모이기고 했구요 ㅠㅠ
 
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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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08.

재미 하나는 보장한다는 장용민의 <궁극의 아이>를 드디어 끝냈다. 교보문고에 들렀다 책장에 꽂힌 걸 보고 홧김에 샀던 책이다. 단순 재미만을 위한 독서를 할 때 읽겠다고 옆에 뒀는데 <겨울 밤 어느 한 여행자가>와 <메이블 이야기>덕분에 이 책을 펴게 되었다.

FBI 요원 사이먼 켄은 신가야라는 의문의 인물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편지가 배달되는 날부터 매일 한 명씩 사람이 죽는다는 경고가 담긴 편지였다. 실제로 공항에서 비행기끼리의 충돌로 사고가 났던 참이었다. 신가야는 계획된 살인을 막기 위해서 앨리스 로쟈를 찾아 그녀의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으라고 한다.

사이먼은 앨리스와 그녀의 딸 미셸이 사는 집에 찾아가 신가야에 대해 묻는다. 신가야는 십 년 전 닷새 동안 앨리스와 뜨거운 사랑을 하고, 그녀의 눈앞에서 자살했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잊지 못하고 모두 기억하는 앨리스는 잊을 수 없는 슬픔 때문에 신가야와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꺼린다. 하지만 사이먼의 간곡한 부탁으로 과거를 이야기한다. 과거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사이먼은 이 사고가 단순하지 않고 아주 치밀한 계획임을 깨닫는다.

어느정도는 다카노 카즈아키의 <제노사이드>가 떠오르는 책이다. <제노사이드>는 전세계를 무대로 한 치밀한 스토리와 빠르고 촘촘한 전개, 해박한 인류학적 지식이 특징이었다. <궁극의 아이>도 비슷하다. 한국 소설 중 이만한 스케일을 가진 책은 많지 않다. 작가는 전세계를 타겟으로 한 소설 무대에 빠르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군데 막힘없이 시원한 전개, 미래를 내다보는 신가야라는 인물의 신비로움, 현재와 미래 두 시간대의 차이에서 오는 미스터리함이 550여쪽의 책을 막힘없이 읽게 만드는 힘이다.

이야기를 중반부까지 단단하게 끌어오는 힘이 마지막으로 가면서 다소 무뎌져 다소 아쉽다. 초반부의 개연성이 후반부 들어 약해진다. 운명은 바꿀 수 있다는 신가야의 믿음은 어디서 온 것인가. (설마 사랑은 아니겠지!) 마지막 사건에서 운명을 실제로 바꾼 것은 무엇인가. 큰 악 앞에서도 인간 본연의 감정과 꿈을 잊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의 결말 짓기인가.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지만 중간중간 문장이 엉성함도 눈에 띈다. `외과 수술로 감정을 제거한 것처런 무표정했다` 같은 낡은 비유, 거대한 음모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을 전혀 어울리지 않게 `스위스 시계처럼 일말의 오차도 없었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어색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쭉쭉 읽어나간 책이었다. 디테일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책이다. 스케일이 크고 빠른 전개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작가의 이름, 장용민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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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교양 (반양장)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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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지대넓얕>이 엄청난 화제였죠. 정치, 역사, 경제를 아우르는 한 줄기를 가지고 친근하고 쉬운 인문학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대넓얕의 저자 채사장이 정확히 1년만에 새 책을 냈습니다. `보통 사람을 위한 현실 인문학`이라는 부제를 단 <시민의 교양>입니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가 뜻깊습니다. 티베트는 `티벳 사자의 서`라는 책이 있는데, 죽은 이들을 위한 안내서격의 책이랍니다. 하물며 사자를 위한 안내서도 있는데, 현실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도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최사장은 이런 이유로 책을 썼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거만해 보일 수 있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독자들에게 벽잡한 세상을 조금이나마 간단하게 설명하고 단순한 개념을 선사합니다.

책은 크게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라는 소재로 진행됩니다. 맨 첫 주제인 세금에서는, 세금을 올리는냐, 또는 그대로 두거나 내리느냐에 따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 말합니더. 그리고 전작 <지대넓앝>과 마찬가지로 큰 줄기를 나누고 후려쳐 버리는ㅍ게 이 책의 최대 장점입니다.

하지만 전작에서도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와 그 안에 보여지는 예시가 많은 부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이 책도 읽어나가는 데 조심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독자들이 옳바른 정답을 찾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가이드를 가지고 자신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주장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밑받침 하는 근거를 고민해야 합니다. 자신의 근거와 책에서 드는 예시가 서로 다르다면 그것 또한 자신이 공부해야 할 일이겠지요?

전작보다 세세하게 파고드는 부분이 있어 읽기가 전보다 수월하지 않지만, 현실에서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가를 끝없이 고민하신 분이라면 충분히 뜻깊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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