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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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독서 컴뮤니티에서 그렇게 호평이 자자하던 책인데, 역시나 재밌었다. 가장 재밌는 건, 인간이 자연에 개입해 생태계 파괴를 일으킨 일들…
지금에 와서야 흑역사로 읽히는 과거지만, 지금 우리도 엄청난 흑역사를 만들고 있을지 모른다. 모든 일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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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속성 (150쇄 기념 에디션) - 최상위 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모든 것
김승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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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살아가는데 돈이 필요하다. 돈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또 그 태도와 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 같지만,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자세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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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춤추다 - 언어, 여자, 장소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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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일컬어지는 <어스시 연대기>의 작가이자 여성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주창하고 말해왔던 어슐러 르 귄의 강연과 에세이, 서평을 모은 도서이다. 1976년부터 1988년까지의 글이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목차에 각 글마이 다루는 주제를 간략히 표시한 점이다. 아래과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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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페미니즘

ᄋ(세계) : 사회적 책임

ᄆ(책) : 문학, 글쓰기

(방향)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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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들은 같은 소주제 안에서도 글끼리 말하는 바가 달랐는데, <세상 끝에서 춤추다>는 독자가 원하는 주제를 손쉽게 꼽아 읽을 수 있게 하였다. 한 글에 하나의 주제만 가지고 있지도 않다. 두 개 이상의 주제로 쓰인 글들은 다른 것보다 한층 복합적이다(이런 글들은 어렵지만 읽고 난 후의 쾌감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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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쪽이 넘는 책이어서 하나하나 모두 보지는 못했고, 주로 ᄋ(세계)와 ᄆ(책)을 다룬 글 위주로 읽었다. 가장 눈여겨본 건 역시 창작론에 관련된 글꼭지다. 특히 서사에 관련된 글이 인상깊었는데, 조금 길지만 아래 발췌를 남겨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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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집어서 소설, 일반적으로 서사는, 주어진 사실에 대한 가장이나 왜곡이 아니라 선택지와 대안들을 제기하여 환경에 적극적으로 직면하는 과정이자, 현재 현실을 증명할 수 없는 과거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연결하여 확장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순전히 사실만을 다아내는 서사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 서사는 수동적일 것이다.

(중략)

우리는 이성에게 부조리의 바다를 건너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 오직 상상력만이 우리를 영원한 현재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으며, 상상력이 길을 발명하거나 가정하거나 꾸며 내거나 발견하면 그제야 이성이 그 길을 따라 선택지 안으로 뛰어들 수 있다. 선택의 미로 안을 통과하는 하나의 단서이며 미궁 속의 금실인 그 길, 이야기가 우리를 제대로 인간일 수 있는 자유로 이끌어준다. 비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그런 자유를 얻을 수 있다.  _86,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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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사실만을 담은 서사는 이야기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아니, 그보다도 애초에 그것은 제대로 된 서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상상력의 부재, 그것이 우리를 수동적이고 메마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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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갈등’이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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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가문 간의 갈등을 다루는 이야기이고, 그 플롯에는 양쪽 가문의 두 개인이 벌이는 갈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그게 전부인가?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른 요소도 다루지 않나? 그 다른 요소야말로 하찮은 분쟁 이야기엿을 것을 비극으로 만들지 않는가?  _337, 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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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모든 이야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갈등으로 정의하거나, 갈등으로 제한하면 안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사를 갈등에 의존하면, 모든 이야기가 일차원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갈등은 소설의 중요한 한 요소일 뿐이지, 그것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갈등 외의 다른 요소들이 이야기를 비극으로 만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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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시나요?’(339~ 352쪽), ‘여자 어부의 딸(373~420쪽)이 눈에 계속 밟힌다. 이 부분들은 접어두고(웬만하면 책을 훼손 안하는데!) 간간히 다시 읽고 싶다. 특히 ‘여자 어부의 딸’은 ‘작가에게 꼭 있어야 하는 한 가지는 연필과 종이야’라고 말하는 대목은, 남성-여성, 백인-흑인, 부자-빈자, 이런 갈등을 다 떠나서 자신이 자유롭는 것을 느끼라는 작가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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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학술회에서의 강연도 있고 어려운 내용의 기고문도 있다. 재미보다는 성찰과 공부의 마음으로 읽다보면 어슐러 르 귄이라는 작가가 단순한 이야기꾼이 아닌 이 시대의 학자이자 등불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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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1-05 1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양손잡이 2021-11-05 17:43   좋아요 2 | URL
호곡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다가오는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

초딩 2021-11-0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좋은 날 되세요~

얄라알라 2021-11-1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저도 양손잡이님 서가 처음 들려, 친구 신청하고 갑니다. 자주 올게요
 
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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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이란 걸 해석하잖습니까? 그건 책에 관해 우리가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입니다. 그것대로도 괜찮아요. 책이란 게 우리 인생에 종속되는 존재고 그걸 실생활에 활용하는 게 ‘독서’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것도 틀리진 않죠. 하지만 반대 패턴도 생각할 수 있잖아요? 책이란 게 우리 인생의 바깥쪽, 한 단 높은 곳에 존재하고 책이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패턴이죠. 그런데 그 경우 우리한테는 그 책이 수수께끼로 보이거든요. 수수께끼를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시점에서 우리가 그 책에 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게 되고 맙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만약 여러 책이 내포하고 있는 수수께끼를 해석하지 않고 수수께끼인 채로 수집하면 어떻게 될까. 수수께끼를 수수께끼인 채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럼 세계의 중심에 있는 수수께끼의 시커먼 달 같은 게 떠오를 것 같지 않나요?” _34, 35쪽


간만에 빠져들듯이 읽었다. 천일야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들에 한없이 넋을 잃었다. 시간의 바깥에서 후루룩 넘어가는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는 책이란 걸 해석하잖습니까? 그건 책에 관해 우리가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입니다. 그것대로도 괜찮아요. 책이란 게 우리 인생에 종속되는 존재고 그걸 실생활에 활용하는 게 ‘독서’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식으로 책을 읽는 것도 틀리진 않죠. 하지만 반대 패턴도 생각할 수 있잖아요? 책이란 게 우리 인생의 바깥쪽, 한 단 높은 곳에 존재하고 책이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패턴이죠. 그런데 그 경우 우리한테는 그 책이 수수께끼로 보이거든요. 수수께끼를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시점에서 우리가 그 책에 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게 되고 맙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만약 여러 책이 내포하고 있는 수수께끼를 해석하지 않고 수수께끼인 채로 수집하면 어떻게 될까. 수수께끼를 수수께끼인 채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럼 세계의 중심에 있는 수수께끼의 시커먼 달 같은 게 떠오를 것 같지 않나요?" _34,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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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 - 마트 이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5
이영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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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책을 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릴 때는 가장 좋아하는 장르문학 작가였는데. 초기작들은 가벼운 문체 속에서 무게감 있는 주제의식을 담았다(다소 허세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근래 나오는 책들은... 어휴, 말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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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조악한 것은 문장이다. 10대 감성의 헛소리와 끝맺음짓지 못하고 자꾸만 끊기는 대화. 이 불편함이 낯섦으로 다가와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와야 하는데, 20년 전 <드래곤라자>와 비슷한 수준의 농담들이다. 자기들끼리 자조적으로 뱉는 말들이 애들 소꿉장난 대사처럼 들린다. 그래, 아직 덜 성숙한 10, 20대 인간인 시하와 칸타는 그렇다고 치자. 긴 세월을 산 요정 데르긴마저 <드래곤라자> 후치의 재림을 보는 느낌이라니. 좋게 말하면 작가의 상징, 나쁘게 말하면 인물간의 자가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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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한 묘사도 감점에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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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치로 포탄을 내리치는 것이나 진배없는 광경에 데르긴은 넋나간 웃음소리를 냈다. _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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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진배없는‘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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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역질 소리가 어떻게 좋은 자장가가 되느냐는 질문에 집착하던 데르긴은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옮겨 간 후에야 겨우 자신이 잠에서 깨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자신이 잠들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침인 듯했다 태양의 소재는 모호했지만 몸 곳곳의 반갑잖은 느낌은 그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데르긴은 눈을 비비다가 싸늘한 느낌에 흠칫했다. 마트 왕복과 계속된 감정적 흥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위였나. 자신이 어떻게 깨닫지도 못한 채 잠들었는지에 대한 대강의 설명을 수립한 데르긴은 자신이 왜 얼어죽지 않았냐는 두번째 의문을 불성실하게 바라보았다. _163,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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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환상의 나라라는 무대를 토대로 한글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을까, 일부러 과장되고 극적이며 번역투의 문장을 쓴 것일까? 의도했다면 내 불찰이다. 그런데 주인공 ‘시하‘ 이름을 ‘XX시 하수처리장‘에서 따왔다며. 그럼 여기 한국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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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흐름이랄 것도 없고 가독성도 현저히 떨어져서 읽을 맛도 안 난다.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의 줄기도 얼기설기 조잡하다. 페이지터너도 못해, 주제의식도 못 던져, 그 어느것도 이루지 못한 졸작이라 감히 평한다. 정말로 과수원에 불이 나서 책을 썼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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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문학이라면 요새 젊은 작가들이 훨씬 잘 한다. 흠, 환상 문학은 시절에 좀 뒤쳐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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