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책들의 부엌

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혐오가 넘치는 세상에 이런 판타지적 이야기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모든 서사가 해피엔드로 끝나도 우리 삶은 엉망인 건 그대로지만, 마음에 작으나마 아름다운 불씨를 틔우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여전히 책과 공간과 사람의 힘을 믿는 저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100자평] 산 자들

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우리가 어느 순간 산 자들과 죽은 자들로 나뉘졌지만, 모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해주는 작가의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참 좋다. 사회의 주요 아젠다에서 조금 벗어난 노동과 자본, 불평등이라는 주제는, 우리가 계속해서 곱씹어야 하는 것들이다.

[100자평]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과학계, 그리고 말도 안되는 사회의 야만적 합의의 역사를 읽다보면, 이 책은 우리 인생을 빗댄 우화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잘못된 길을 걸어온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통쾌함보다 처연함을 느꼈다.

[100자평] 긴긴밤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한순간 짧게 빛나는 기쁨, 그리고 긴 시간 동안 나를 괴롭히는 슬픔과 좌절.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게 결국 인생인 셈이다. 서로 모습이 달라도, 때론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옆에 함께 해주는 이들 덕분에,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긴긴밤들을 견뎌낼 수 있다.

[100자평]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스포츠에 성별을 지우면 일반적인 이야기가, 성별을 더하면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어느 시선으로 보든 재기발랄한 책이다.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도 열혈과 소년만화의 느낌으로 읽으면 기분이 참 좋아지고 괜스레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