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일요일

<문재인의 운명>(문재인, 북팔, 특별판 2017>을 읽었다.
읽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무현)의 서거 내용만 나오면 어찌나 눈물이 차오르는지. ‘운명이다’와 ‘운명하다’는 겨우 두 획 차이로 의미가 갈린다.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이렇게 엇갈리는 뜻이라니.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재인)이 같은 운명을 겪지 않게 우리가 조금 더 애정을 쏟아야 하는 지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책은 정확히는 문재인의 자서전이라 보기 힘들다. 노무현이 공저자나 마찬가지다. 물론 사람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을 만든 장본인이 노무현이니 어쩔 수 없이 당신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문재인은 노무현 서거 8주기에 남은 대통령 임기 기간 동안은 묘소에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앞에 서겠다는 의지다. 사실 성공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미움 말고 사랑을 많이 받는 문재인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노무현의 이야기만큼 문재인의 이야기가 더 펼쳐지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은 친구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

대통령은 “계산하지 않는 우직한 정치가, 길게 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길”이라고 늘 강조했다.

내 인생에서 노무현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하여튼 그는 내 삶을 굉장히 많이 규정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이다. 그런데 그것이 꼭 좋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너무 많아서다.

굴곡이 많고 평탄치 않은 삶이었다. 돌아보면 신의 섭리 혹은 운명 같은 것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한가운데에 노무현 변호사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는 나보다 더 어렵게 자랐고 대학도 갈 수 없었다.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나보다 훨씬 뜨거웠고, 돕는 것도 훨씬 치열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5월 29일 월요일
일주일 만에 복싱장에 들렀다. 저저번 주에 막 시작했을 때는 하루 빼고 복싱장에 들렀다. 재미를 슬슬 들이던 참이었는데 그만 오후 근무 시작…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출근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건만 게으른 내가 그걸 지킬 리가 있나.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일찍 일어나기는커녕
2시
출근인데도 지각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퍼질러 잤다. 이전 부서에서는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업무 강도가 천지차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8시간 동안 일이 휘몰아쳐 정신이 쏙 빠져 집에 오면 괜스레 인터넷과 유투브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늦은 시간에 자는 건 당연지사.
그런 지옥 같던 오후근무주를 보내고 다시 오피스 근무. 오늘도 역시 3시간 OT를 하고 느지막이 복싱장에 도착했다. 일주일 만에 뛰는 런닝머신도, 30초도 못 버티는 줄넘기도, 제자리 뛰기를 멈추지 말라며 계속 나를 몰아치는 관장님까지, 3분 한 라운드를 끝내면 숨이 가쁘고 어깨가 아프고 종아리 아랫부분이 아파온다. 중심 발인 왼발 발바닥에 물집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덤. 원래 자세가 제대로 안 나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고 자꾸 갸우뚱하면서 혼자 멈출 때가 많다. 역시 체력이 더 중요한 것인가. 체력이 있어야 발을 움직이고 팔을 뻗지. 열심히 달리고 줄넘기를 넘어야겠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오랜만에 f(x) 노래를 들었다. f(x) 노래 중에 ‘첫 사랑니’를 가장 좋아한다. 가사가 정말 예술이다. 사랑니가 나는 과정, 나는 장소, 숨겨져서 모르다가 슬슬 머리를 내밀면서 겪는 고통. 곧게 뻗지 않고 누운 사랑니, 남들이 사랑니 뽑아서 아프다고 하지만 아직 발치의 고통을 모르는 상황, 사랑니를 뽑은 후 텅 빈 그 자리까지, 진짜 이건 아이돌 노래 가사의 혁명이라 생각한다. 어디 시에서 따온 걸까?


5월 30일 화요일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봤다.
영화는 노무현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를 비춘다. 부산시장 낙선 후 종로에서 당선되지만 정치 1번가 종로를 박차고 나와 총선은 부산에서 치렀다가 다시 낙선. 그 이후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선다. 2% 지지율의 전혀 기대받지 못한 군소후보에서 김근태, 한화갑, 이인제(!!!)를 제치고 대통령 후보까지 오르는 과정을 그린다.
주로 경선에서 그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상대 후보가 그에게 어떤 비난의 화살을 뱉었는지 보여준다. 당시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던 그에게 다른 후보, 특히 이인제 후보는 막말에 준하는 비난을 한다. 심지어 같은 당 후보에게 빨갱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노무현은 굴하지 않는다. 빨갱이의 사위라는 말을 듣고 그 유명한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 를 내뱉으며 많은 환호를 받는다. 그가 상대 후보에게 일침을 가하면 그 후보는 당황한듯한 표정을 짓거나 딴청을 피운다. 물론 교묘한 편집이겠지만 나름 유우머 포인트다. 몇 장면에서는 관객이 모두 웃었다.
노무현의 힘찬 주장을 듣는 도중에 시점은 현대로 돌아온다. 그와 관계를 맺었던 인물들의 인터뷰를 보여준다. 이광재, 유시민, 명계남, 안희정 등 반가운 얼굴이 몇 보인다. 노사모로 활동하면서 경선장에서 신나게 춤추고, 얼마 받았길래 그리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을 웃어넘기던 이들의 인터뷰도 있다. 그들은 다들 아무 힘이 안될 것 같은 위치에서 노무현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노무현은 어떤 사람인지, 그는 무엇을 했는지, 주변 사람과는 어떻게 지냈는지, 그와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말하면서 이야기가 흐른다.
중간중간 노무현의 운명을 언급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인터뷰이의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노무현이 경선에서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만을 그릴 줄 알았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돼 광화문 광장을 차로 이동하면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이, 그의 운명 후 영구차가 같은 장소인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오버랩시켰다. 중간에 안희정이 노무현의 운명을 언급하다가 울컥하면서 인터뷰를 그만하자고 말했을 때 울음이 터졌는데, 온통 노란 물결 사이에 있는 혼자 검은색인 영구차를 보는 순간 다시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문재인이 노무현의 유서를 읽으며 마지막 문장, ‘운명이다’를 되뇔 때 정말 서글펐다. 조용히 따라 읽었는데 재밌게도 - 아니 슬프게도라고 해야 할까 - 같이 영화를 보던 몇 분이 함께 ‘운명이다’를 속삭였다. 정말 운명이다.
어쨌든 이 다큐 영화는 정치인 노무현의 비상과 인간 노무현의 슬픈 퇴장을 담았다. 우리가 농으로 던지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시대는 <운명이다>와 <문재인의 운명>
을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노무현이 정말 사람을 좋아하고 탈권위를 향하면서 존경할만한 위인인 건 분명하다. 그를 다각도로 조명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지지자에게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계기가 되겠지만 혹자는 단순한 감정적 프로파간다로 해석할 경향이 있다. 그래도 나는 노무현과 노무현 출신 사람들을 지지하니까, 아무리 대연정을 말하면서 욕을 많이 먹은 안희정을 몇 번 더 생각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런데 이 대연정은… 과거 노무현이 말했던 그것과는 조금 궤가 다른 것 같다. 국정농단 때문에 한바탕 헤집어진 판국에 대연정이라니, 많이 아쉬운 스탠스다)


5월 31일 수요일
어젯밤에 배탈이 나서 연차까지 쓰면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했다. 잠깐 이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 오고는 초저녁부터 퍼질러 잤다. 늦은 오후에 밥 한 끼로 식사는 끝냈다. 한두 달에 이렇게 한번씩 아픈데 약인지 독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독서와 일기 쓰기, 필사를 향한 불씨는 사그라들고 말았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연필로 줄을 그으면서 읽으니 예상했던 대로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 손이 쉬이 가지 않는다.
쉬는 날에 벼르고 벼르던 욕실 청소를 했다. 가장 큰 공사(?)는 막힌 세면기였다. 두 달 전, 이사올 때부터 물이 잘 안 내려갔지만 그러려니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띄게 물이 빠지지 않자 다이소에서 2천 원짜리 배관 청소기구를 하나 사 왔다. 기구를 마개 사이에 넣어 쓱싹쓱싹 했는데 이런, 기구가 안쪽 어딘가에 걸려서 안 빠지길래 힘줘서 빼려다가… 그만 손잡이가 뎅겅 부러지고 말았다.
관리실에 말하자니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 미안하고 업자를 부르자니 출장비가 걸렸다. 결국 죄송스러움과 쪽팔림을 무릅쓰고 관리실에 여쭤봤다. 결과는? 아주 쉽게 청소를 해주셨다. 내가 벌인 일 때문에 손에 더러운 거 다 묻히신 관리사무소 직원분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다.
다음에 또 막히면 제가 해볼게요, 라는 내 말에 직원분은 이런 건 해본 사람이 잘 한다고, 굳이 손대지 말고 관리실로 연락 달라고 하셨다. 아, 내 안에 꽉 막힌 일들도 전문가가 뿅 하고 나타나 뻥 하고 손쉽게 뚫어졌으면 좋겠다. 혼자 고치려다가 더 망가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6월 1일 목요일
화요일부터 읽기 시작한 스켑틱을 필두로 같은 과학 소재의 책인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이필렬 외, 메디치미디어, 2015)을 읽기 시작했다. 프롤로그부터 보자면,

저자들은 생명, 평등, 자유, 인권 등 과학과 기술이 낳은 가치와 관련한 논란을 각자의 시작으로 쉽게 풀어갔다. 생물 멸종 속도가 1000배나 빨라진 제6의 대멸종 시기가 도래한 지금,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유전자가 조작된 아기가 태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CCTV를 비롯한 각종 첨단장비로 우리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는 빅브라더는 누구인가? 정보권력의 탄생과 인권침해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과거 자본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진행이 되었다면, 이제는 과학기술도 양극화되고 있다. 이런 양극화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로솝과 인곤지능이 널리 보급되어 인간과 공존하는 사회가 된다면 이들과 인관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 한때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에 점령당했던 한국은 미래 인류를 습격할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최대한 대답하려는 노력이 이 책이다.
과학 발전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8인의 저자가 서술한다.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이 실렸다. 부제터 미래 과학이 답하는 8가지 윤리적 질문, 이다.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질문은 이전에는 없었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 아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막상 대답하기가 힘든 것들이다.
가령, 로봇에는 인권(로권이라고 해야 하나)이 있는가에 대한 답은 지금으로서는 없다, 말도 안 된다고 답하기 쉽다. 재밌는 일례가 하나 있다. 4족 보행 로봇이 있는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능이 로봇을 발로 힘껏 미는 동영상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다들 유쾌하다고, 푸다닥거리면서 로봇이 넘어질 듯하면서도 중심을 잡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고 반응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아무리 로봇이라도 너무 심한 행동이 아니냐는 비난이 있었다고 한다. 미래에 로봇이 정말로 감정과 사고를 가진다면 자연스레 자신의 인권을 주장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로봇에게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가? 더 재밌는 것은,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 로봇의 인권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학회가 있다고 한다. 거기에는 유명한 과학자도 있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는 단순히 과학의 시야로만 보면 안 된다. 세상에서 객관적인 분야는 과학밖에 없다는 근시안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여태까지 전혀 없었고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미래 세계는 과학과 인문학이 힘을 합쳐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6월 2일 금요일
작년 말에는 출퇴근이나 이동할 때 팟캐스트를 즐겨 들었다. 올해는 사이버대 입학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매일 수업을 들으면서 움직인다. 조금 지루해져서 거의 세 달만에 팟캐스트를 들었다. 마이 페이보릿, 지대넓얕! 무려 박근혜 탄핵 전에 발행된 에피소드다.
주제는 우주 경쟁의 역사다. 영화 ‘히든 피겨스’의 시대적 이야기이다. 영화가 각종 차별을 주제로 흘러갔다면 이번 우주 경쟁 편은 그 바탕이 되는 우주 개척의 배경과 역사를 설명한다. 역사가 얼마나 우연적인지, 순수하다고 믿는 과학이 알고 보면 얼마나 정치적인지, 우주로켓의 이름의 의미와 그에 숨겨진 비화 등등. 오랜만에 들은 독실이(이번 팟캐스트에서는 덕깨비… 라고 자칭한다. 으으 오글거려!)의 내용인데, 가장 좋아하는 주제를 다루는 패널이기도 해서 반가웠다. ‘히든 피겨스’를 보면서 배경이 궁금했던 이라면 한번쯤 들으면 좋을 편이었다.


6월 3일 토요일
냉면 중의 냉면 평양냉면! 처음 먹었을 땐 밍숭맹숭한 맛에 이게 뭐야라는 표정을 짓지만 세 번 먹어보면 그 맛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 조미료 없이 심심하지만 그 맛에 먹는 깔끔한 평양냉면! 평양냉면의 멋짐을 모르는 너희들이 불쌍해…
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는데, 웃기지 말라고 해. 평양냉면 권유는 좋다. 그런데 음식으로 급을 나누고 강요하는 작태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미료 가득한 분식집 냉면을 선호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마치 책 읽기는 정말 재밌고 즐겁고 유익한데 왜 책 안 읽어요? 책도 안 읽으면서… 라는 고압적이고 훈육적인 태도와 흡사하다. 책, 까짓것 안 읽을 수도 있지.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세상에 널린 정보는 책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아, 그래도 책은 읽으면 좋겠어요. 한번을 읽어보고 싫다고 말해주세요. 그렇게 비난하는 베스트셀러라도 읽어달라고요.

자전거 타고 이동하면서 어제는 팟캐스트를, 오늘은 리디북스에서 <스켑틱>을 TTS로 들었다. 우주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독서 의지를 불태우며. 스켑틱 창간호부터 샀는데 10권이 나온 이제야 읽는다. 그것도 전자책으로, 그것도 TTS로. 종이잡지로 읽을 때는 정말 지루해서 읽다가 금세 팔았다. TTS로 들으니 예상외로 집중이 쉽다. <문재인의 운명>보다 훨씬 귀에 잘 들어온다. 물론 과학 교양 잡지라서 나 같은 무식자에게도 재밌게 들리는 거지만.
창간호의 주제는 시간여행이다. 스켑틱이 회의주의를 표방하는 잡지여서 시간여행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의 글이 다수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아니 듣다 보면 시간 여행은 정말 말도 안 되는구나, 하면서도 회의적 비판을 다시 비판하는 글을 보니 이것도 수긍이 간다. 근데 이 비판을 다시 비판한다. 어쩌라고… 어떻게 보면 말꼬리 잡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학을 넘어 철학의 수준까지 들어가는 느낌이다. 역시 과학이 최고다.

영화 ‘원더우먼’을 봤다. 간단한 평.
초반 데미스키라 전투신은 가히 최고. 여전사 짱짱맨이다. 중반에 전쟁터와 한 마을에서의 전투도 아주 일품이다. 진짜 박수치며 환호하고 싶었다. 터지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런데 후반부는… 특히 마지막 전투는 흡사 ‘맨 오브 스틸‘을 보는 것 같았다. 마블의 아기자기한 전투의 합과 달리 힘의 스케일이 다른 DC의 극명한 차이랄까.
왜 여전사는 항상 헐벗고 있을까. 왜 노출이 심할수록 방어력이 올라가는 것일까… 라는 조금 불편한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에 몰입할수록 노출? 의상?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현실과 영화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갤 가돗이 어떤 인물이든 영화를 보는 데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영화 안에서는 갤 가돗은 없고 원더우먼이자 다이애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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